어어? 내 리뷰가 이주의 마이리뷰에 뽑혔다. 그럴 리가 없는데? 그 주엔 날이 덥고 습해서 아마 다들 리뷰를 안 썼나 보다. 술 먹고 동화책 읽자는 게 뭐라고... 당황했잖아!

토요일에 시청 앞에 갔다. 노조 차원에서 같이 가자고 하는데, 어차피 갈 생각도 있었고 해서 못 이기는 척 따라갔다. 하지만 깃발 아래 모이는 걸 워낙 싫어하는 성정이다 보니 내내 입을 내밀고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짜리가 돼지저금통을 내놓은 걸 다들 감동적이라고 환호하는데 나는 괴로워서 혼났다. 애들이 무슨 죄라고 그러기까지 해야 되니? 돌아버리겠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 권해효 아저씨의 사회는 너무 맘에 들어서 아저씨한테 문자를 보낼까도 생각했다. (나에겐 권해효 아저씨의 휴대전화 번호가 있다! 음하하하하.) 안국동까지 가보니 삼삼오오들 모여 앉아 평화로이 쉬고 있다. 소주를 따는 아저씨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우리는 전경 차 앞에서 어색하게 서 있었다. 김밥 한 줄과 천하장사 쏘세지 두 개로 버텨 봤지만 집에 와서는 어쩐지 기력이 쇠해 있어서 비빔면을 하나 먹고 잤다. 자려고 누웠는데 머릿속이 (오래간만에) 비빔밥이다. 아니, 어차피 시청까지들 갈 줄 알면서 길은 왜 막는데? 무심한 얼굴로 시민들 보고 돌아서 걸어가라는 경찰들을 마주하노라니 안 나던 화가 났다. 응, 이래서 줄다리기로 전경차를 끌어낸 거였구나. 왈칵, 이해가 되었다.

실수의 가장 큰 미덕은 효율성을 가르치는 데 있다. 제대로 된 실수라면 보통은 무엇이 문제인지 알려준다. 그 알고리즘의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잠재했는지 실수가 알려준다. 그리고 같은 오류가 반복되지 않도록 꿀밤을 쥐어박으면서 수정을 요한다. 이놈의 정부는 도무지 그 에러 메씨지를 받아주지 않는다. 최소한 재부팅이라도 해주어야 할 텐데.

근데 어쩌면 나도 정부 욕할 자격이 없는지 모른다. 나의 사생활에 있어서도 언제나 같은 실수가 반복된다. 그 원고를 한 번 더 보았어야 한다. 파일을 첨부하기 전에 그게 최종인지 다시 열어보았어야 한다. 계절 지난 옷을 상자에 넣기 전에 정말 세탁을 해둔 건지 확인했어야 한다. 알람이 제대로 맞추어져 있는지 보고 잠들었어야 한다. 아홉 번이 아니라 열 번 생각했어야 한다. 열기 전에, 그래도 되는지 자문했어야 한다. 나라는 사람은 도무지 개선의 여지가 없는 걸까. 내 함수의 어디가 가장 취약한 부분인지 뻔히 알면서 또 그 상자에 숫자를 넣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주제에, 오류를 직면할 때마다 지나간 오류들을 복기한다는 데 있다. 더 말할 것 없이 100퍼센트 내 탓이다.

듣자 하니 어떤 사람들은 심장이 근육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일정한 심박수를 유지하고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모양이다. 나도 그런 심장을 가졌으면 좋겠다. 누가 근육으로 만들어진 심장을 준다면 내 심장에 내가 가진 음반의 전부와 책의 70퍼센트를 얹어서 내다 팔고 싶다. 종이로 만들어진 심장, 걸핏하면 피가 배어 나오는 심장 따위, 정말 쓸모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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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7-07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런 멋진 음주 페이퍼라니!
자다가 깨서 머릿속이 같이 비빔밥이 되고 있다~ 내 심장은 뭐로 만들어졌을까? 네꼬님 심장을 사와야 할꺼나~~~~

네꼬 2008-07-07 10:08   좋아요 0 | URL
으엣, 멋지긴요. 자기 전에 시원한 캔맥주 하나 마시려고 한 건데, 괜히 기분이 쎈치해져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순오기님, 제 심장보단 거기 얹어 드리는 사은품땜에 그러신 거 아녜요? ^^

웽스북스 2008-07-07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음주 페이퍼가 뭐 이래요! 너무 멀쩡해 흥흥
(사람들이 제 음주페이퍼 비난하던 생각이 나요 ㅋㅋ)

네꼬 2008-07-07 10:10   좋아요 0 | URL
아니 저게 멀쩡해보인단 말이에요? 웬디양님도 한잔 하고 보신 거 아녜요? ㅋㅋ 아닌게아니라 멀쩡한 정신으로 아침에 다시 보니까 좀 웃겨요. 나도 참.

치니 2008-07-07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장이 근육으로 만들어졌으면... 근육 빠지면 물렁하고 펑펑해져서 더 별루 일거 같은데요?
^-^ 술꾼 네꼬씨는 술 취해도 안 취했을 때랑 똑같은 사람일 것 같네요.

네꼬 2008-07-07 10:11   좋아요 0 | URL
정말 그런가? 그래도 제 심장은 좀 형편없는 수준인 것 같아요. 어딘가에는 솔직히 써놓는 게 좋겠다 싶어서 적어두었어요. 전 술 취하면 사나운 고양이가 된답니다. 으르렁~

마늘빵 2008-07-07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했어욤. :)

네꼬 2008-07-07 10:12   좋아요 0 | URL
열심쟁이 아프님도. :)

도넛공주 2008-07-07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훗,네꼬님도 우울한 사람이었군요.좋아좋아.

네꼬 2008-07-07 10:13   좋아요 0 | URL
공주님께 사랑받는 거 넘 어려워요. 하하. 근데 나 아침에 다시 쌩쌩해졌는데? 말짱하게 씩씩해요. 그래도 이미 날 좋아해버렸으니까 꼼짝 마요!

무스탕 2008-07-07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저녁에요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냥이가 있길래 생선 꼬랑지랑 후라이드치킨 잔해(?)에서 먹을만 한것을 골라 던져줬더니 정말로 전광석화같이 물고 가더라구요.
그런거 보면 냥이 심장이 강철심장은 아닌가봐요.. (이상한 결론이다..--a)

아.. 생선은 고등어는 아니었어요 :)

네꼬 2008-07-07 18:10   좋아요 0 | URL
하하. 그게 저였어요. (<---도넛공주님 흉내. ㅋㅋ) 고등어 아닌 것 같아서 물고 줄행랑을... 덕분에 만찬을 즐겼어요. 고맙습니다.

고양이들 심장이 의외로 좀 그렇습니다. (이상한 동의.)

마노아 2008-07-07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육으로 만들어진 심장이라면 훈련에 의해서 얼마든지 단련될 수 있겠죠? 음, 나도 그 심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추가 주문 될까요?(응?)

네꼬 2008-07-07 18:10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도 필요해요? 그럼 두 개 주문. 또 누구, 필요하신 분? (근데 마노아님이 왜? 왜?)

다락방 2008-07-07 18:48   좋아요 0 | URL
나요! ㅠㅠ

(저요, 라고 수정할래다가 관둬요.)

네꼬 2008-07-07 21:00   좋아요 0 | URL
그럼 셋. 아무래도 추가로 주문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으니, 우리 좀 더 기다려 보아요. ㅠㅠ

다락방 2008-07-07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사생활에 있어서도 언제나 같은 실수가 반복된다.


아 어쩜 이렇게 저와 똑같은 상황이요! 저는 오늘 대박 실수를 저질렀어요. 공장장님들 각자 전화를 걸어오시고 아주 난리가 났어요. 저희 이사님은 발을 동동 구르시고. 다 저때문에요. 이놈의 일은 몇년을 했는데 익숙해질만 하면 색다른 사고를 하나씩 쳐줘요.

가까스로 수습을 해놓고 나니 이젠 퇴근을 할 힘이 남아있질 않아요.

게다가 게다가...


(더 말하려다 울 것 같아 관두고 뒤돌아서 간다)

네꼬 2008-07-08 11:19   좋아요 0 | URL
저는 늘 그런 게 궁금한데요, 사고라는 게 우리가 출근하는 날들 수만큼 있나봐요. 나도 이 세계에서 사고칠 "꺼리"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기 때문에 하루하루 놀라면서 살아요.

집에 잘 갔어요? 전화하지, 내가 데려다 줄 텐데. ㅠㅠ

이리스 2008-07-07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꼬님.. 머리 한번 쓰다듬어봐도 될까요? (흐익... )

네꼬 2008-07-07 21:01   좋아요 0 | URL
헤헤헤. 그거야 언제든 환영이죠. (머리 머리 바짝 들이밀었음. 나도 흐익.)

mong 2008-07-08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참...
뭐 이런 깜찍한 고양이가 술까지 마신담
떼끼!

네꼬 2008-07-09 18:12   좋아요 0 | URL
아얏. 왜 때려요?

^^ 몽님, 어디 갔었어요? 기다렸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