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한 16층의 방에서는 에드먼튼의 전경이 다 내려다 보인다. 옆 건물의 한 벽 전체엔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의 조명 장식이 반짝거리고 노란 가로등 불빛은 내 눈이 허락하는 곳 너머까지 펼쳐져 있어서 어느 바다의 오징어 배 불빛들을 연상케 한다. 살짝 열어 둔 창문에서 스며드는 찬바람은 내륙 한 가운데의 이 도시에서 겨울 바다를 느끼게 만들어준다. 

친구에게 받아온 침대는 무척 크고 익숙치 않아서 밤을 외롭게 만들고, 정리한다고 해둔 옷가지들은 여전히 너저분해서 내가 낯선 곳에 있다는 걸 잊게 해준다. 이사할 때 짐을 싸고, 청소를 하며 엄마 생각을 많이 했다. 내방 간수 하나 하기가 이렇게 힘든데 집 한채를 꾸리는 엄마는 그 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 몸 건사하기도 벅찬데 아이 셋을 더 챙겨야 했던 엄마는 그동안 벗어나고 싶어 했을까. 이런 것들. 

여러 사람들이 있었고, 떠났고, 남아 있다. 좋은 사람들, 좋지만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 그런 와중에 나는 계속해서 사랑에 빠져 있다. 떠난 사람에게, 내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사람에게, 내게 말을 건네는 사람에게, 내게 키스하는 사람에게. 정말 사랑에 빠져 있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종류의 인간인지. 어떤 방식의 사랑이든 계속해서 찾고 있다. 친구는 자학하는 내게 내가 지금껏 그만큼 사랑에 둘러 싸여 살아왔고, 그래서 나는 행복한 사람이며, 단지 다른 사람보다 사랑을 담은 통이 클 뿐이라고 말해주었다.  

   
 

 아, 바로 그 '희망은 없지요'에서 
위대한 희망이 당신에게 솟아나는 것입니다! 
이쪽에 희망이 없다는 것은 저쪽에는 아주 큰 희망이
있다는 것입니다. 어찌나 큰 희망인지 야심까지도
그 너머를 보지 못하며, 오히려 드러난 자신의 행운을 의심하지요.

 
  템페스트 中

희망이라는 거, 다 헛되다고 말하며 비관적이고 회의적인 척 하다가도 그래도 이번주에는 또 어떤 새로운 일들이 생길지 궁금해하는 내게 이 책은 어쩌면 정답을 말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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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6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6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6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6 1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6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9 1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9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9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9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2 0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LJH 2010-12-10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좀만기달려 침대가 좁다고 생각하게 해주지1!!!

Forgettable. 2010-12-12 04:46   좋아요 0 | URL
나 이거 음란스팸댓글인줄 아라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0-12-13 13:28   좋아요 0 | URL
이 댓글 좋다! ㅎㅎㅎㅎㅎ

자하(紫霞) 2010-12-13 20:15   좋아요 0 | URL
이 댓글 좋다!ㅎㅎㅎㅎㅎ2

Forgettable. 2010-12-16 12:39   좋아요 0 | URL
다들 이런걸 좋아하시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모쨩 2011-01-20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리하는거 서울오면 다 망가질거면서 ㅋ
선배가 정리한다는거에 거품물고 놀라고 있는중 ㅎ
선배의 그 책상과 서랍들이 떠오름 ㅋㅋㅋ

Forgettable. 2011-01-20 14:0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미 ㅋㅋㅋㅋ 망가진지 오랜데요???
지금 내 방 꼴 어쩜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봐도 막 한숨이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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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1-23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Forgettable. 2010-11-23 14:18   좋아요 0 | URL
눈을 정화하시길^^

라로 2010-11-23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님 전공 사진으로 바꿔요!!ㅎㅎㅎ

Forgettable. 2010-11-23 14:18   좋아요 0 | URL
요즘 카메라들이 좋아서 다들 이정도는 찍는걸요 :)

제갈수철 2010-11-23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왼쪽은 가질 수 없는 내 마음,
오른쪽은 버릴 수 없는 내 마음 같네요그려.

Forgettable. 2010-11-23 14:27   좋아요 0 | URL
딱이네요. 어느 무엇 하나 더 소중하다 콕 집어 말 할 수가 없어요.

길을 잘못들어서 스키 리조트로 들어갔는데요. 슬로프도 멋지고 애들은 더 핫 하고.. 오랜만에 두근두근 ㅋㅋ 내려오기 싫었어요. 아무래도 병 나기 전에 스키 타러 다시 가야할 것 같아요.

LJH 2010-11-23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흑...백..인거지? 왠지 겨울은 아름다운데 삭막해

Forgettable. 2010-11-23 17:27   좋아요 0 | URL
흑백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왼쪽 사진은 진짜 운 좋아서 날씨 좋았던건데 날씨 흐리면 여름에도 산 보이지도 않음 -ㅁ-

루체오페르 2010-11-24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자연의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멋진 사진입니다.^^

Forgettable. 2010-11-24 15:43   좋아요 0 | URL
참 좋죠. ^^ 다시 가도 어째 또 새로워서 와와 소리지르며 있었네요. :)

잉크냄새 2010-11-24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유유히 저 호수위를 스쳐지나가는 것만 같군요.

Forgettable. 2010-11-24 15:43   좋아요 0 | URL
시간이 참 제멋대로 가는 듯 해요. 난 신경도 안써주고.

잉크냄새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소식 궁금해요!!!!

자하(紫霞) 2010-11-26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있어봤으면 좋겠네요!
저는 세상 어떤 인공건물보다 자연이 제일 멋있다고 생각해요~^^

Forgettable. 2010-11-30 16:24   좋아요 0 | URL
저는 오래된 건물이 자연 속에 파묻혀 있는거 좋아해요. ㅎㅎㅎ
이곳은 맨날 가도 안지겨워요.

2010-11-26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왼쪽 사진은 예전에 본 것 같은데, 벌써 오른쪽 사진이 현재에 더 가까울 정도로 다른 시간이 되어 버렸네요.
그건 그렇고 문득 생각났는데, 왠지 왼쪽 사진은 밥 로스의 그림 같아요;;
참 쉽죠 하며 슥슥 붓칠하는거 보고 있으면 왠지 긴장이 풀리면서 잠이 와서 좋았는데 ㅠ

Forgettable. 2010-11-30 16:25   좋아요 0 | URL
아 다들 밥아저씨를 떠올리는군요.
캐네디언 친구한테 물어봤는데, 이 분을 알긴 아는데 캐네디언인줄을 모르겠다고 하더라구요. ㅋㅋㅋ
어쩐지 캐나다 풍경을 그리는 것 같았던 기억인데 말이죠.

이곳에 있으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겠어요.
 
템페스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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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를 보니 위안이 되는군. 이자는 물에 빠져 죽을 신수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관상은 완전히 교수형감이거든. 운명의 여신이여. 이자를 교수대에 보내는 것을 고수하라. 그의 운명의 밧줄이 우리의 닻줄이 되도록 하여라. 우리 자신의 밧줄은 별 도움이 안되므로. 만약 그가 교수형을 당할 팔자가 아니라면 우리의 처지는 비참해지느니라.-11쪽

저자는 절대로 익사하지 않소. 비록 이 배는 호두 껍데기보다도 튼튼하지 못하고, 단단치 못한 처녀처럼 물이 새긴 해도.-12쪽

그 자는 역시 교살당할 운명이오. 바다 전체가 그렇지 않다며 아가리를 벌려 그 놈을 삼키려고 덤벼도 말이오.-12쪽

수만 길의 바다보다는 차라리 한 에이커의 메마른 땅이 더 좋겠다. 히스나 갈색 가시금작화가 자라는 불모지라도 좋다. 하늘에 계시는 신의 뜻대로 되어지이다! 하지만 난 육지에서 죽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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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0-11-17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지 3페이지에 이르는 1막 1장을 읽었을 뿐인데!

pb 2010-11-18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물새는 처녀ㅠ



악ㅋㅋㅋㅋ인도에서 커피숍해서 돈벌수 있나요? 신기하닷/ 바라나시에도 한국인이 운영하던 카페 있는데 가보지는 않았지만 뭐가 남을까 했음/뭣보다 한국의 홍대카페처럼 일본인여자 두 명이 운영하는 커피숍이 있었는데 커피가격이 넘사; 우리나라 스벅이랑 맞먹는다는..(그럼 거기서 커피 두잔값이 하루방값 ㅠㅠ)


Forgettable. 2010-11-19 15:23   좋아요 0 | URL
홍수나서 관광객 다 빠져나가서 망했다죠. 망하지 않더라도 돈 안됐을 것 같긴 해요. ㅋㅋㅋㅋ
대박. 탄두리 치킨 200루피 넘는다고 안먹었는뎈ㅋㅋㅋㅋ 커피가 ㅋㅋㅋㅋㅋㅋ 장난아니네요.
친구랑 요새 통화하며 인도얘기 막 들었는데 가고 싶어 죽겠다능. 같이 일하는 친구는 1월에 또 인도로 떠나요. ㅠㅠㅠㅠ 부러워...

물새는 처녀는. 저도 은근히 뜨끔;;;;; (니가 왜)

hanicare 2010-11-18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셰익스피어의 말발은 대단하군요.
레전드급...
사다두고 책장의 장아찌로 오래오래 박아둔 셰익스피어희곡을 한 번 꺼내봐???
하는 생각이 듭니다.

Forgettable. 2010-11-19 15:26   좋아요 0 | URL
hanicare님!
전 예전에 [맥베스]읽다가 반도 못읽고 고이 모셔두었는데.. 이 책은 재밌어요. 대사 하나하나가 꼭꼭 귀에 들어오는 것만 같아요. ㅋㅋ
괜히 레전드가 아니겠죠. 밤에 혼자 읽다가 실실 웃기도 하고, 술 취해서 들어와서도 꼭 읽다 잠들고 그러고있네요. :)
 

 

11월 9일. 이곳에 온 지 꽉채운 6개월이 지나고 있다. 벌써라고 하기에도, 아직이라 하기에도 알맞지 않다. 단 1분 조차도 1년 처럼 길기도 하고, 0.1초처럼 짧기도 한 시간이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요즘은 섬머타임이 풀려서 다시 원래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단지 한시간 차이인데, 웃긴게 지금이 한시 반인데, 보통 두세시면 자니까 이제 잘 시간이 얼마 안남은건데 시계는 12시반으로 표시되니까 잘 시간이 많이 남은 것 같다는 거다. 이게 일할 때로 가보면 원래 시간으로는 6시니까 퇴근시간인데, 시계는 5시로 되어 있으니 한 시간 더 일할 시간이 남은 거고. 

한국엔 섬머타임이 없다니까 그럼 어떻게 되는거야? 라고 친구가 묻던데, 난 섬머타임이 있어서 이 한시간 차이가 너무도 적응하기 힘들다. 하지만 며칠 있으면 또 적응 되겠지. 사람은 놀랍게도 어떤 일에도 적응한다. 잊거나 체념하거나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출근길의 2호선에도 적응하고. 툭툭 튀어나오는 너무나도 사소한 기억의 침입에도 적응하고. 그리움에도 적응하고. 미치도록 하고 싶었던 것을 드디어 하게 된 기쁨에도 적응하고. 나 자신이 도구화되어버렸다는 절망에도 적응한다.

천성이 한량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니어서 이것저것 시도는 해보고 있는데 또 맞기도 해서 중도에 포기해 버리곤 빈둥거리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은 할 일 리스트만 잔뜩 만들어놓고는 놀고만 있다. 할 일 리스트라는 건 해치워버렸을 때 기쁘기 위해서 만들어 두었으면서 실상 그 안에 포함된 것은 애초에 해치워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해치우고 기뻐할 수 있는 요리나 청소를 하며 겨우 살아가고 있다. 

이제 남은 6개월동안 그 이후의 1년을 보낼 수 있는 무언가를 위해 생산적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 돌아보면 작년 이맘 때 나는 봄에 출국을 하려고 캐나다 비자를 얻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다. 지금 난 2011년을 위한 준비가 아무것도 안되어 있다. 목적없이 사는 삶을 지향한다던 나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말도 거리낌없이 내뱉었었나보다. 살아나자.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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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0-11-09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의외로 내가 자신있게 '난 이거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사실은 내가 갖고 있어서 나만 빼고 모두가 쟤 왜 저래 오바야 싶은 부분이더라구요. 나에겐 요즘 '사람 사이 관계'가 그래요.

Forgettable. 2010-11-10 16:47   좋아요 0 | URL
그리고 '난 쟤의 xx가 마음에 안들어.' 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은 사실은 제가 갖고 있는 부분들이기도 하더라고요. ㅋㅋㅋ 사람이 간사해서 나에 들이대는 잣대랑 남에 들이대는 잣대가 어찌 그리 다른지.

요즘 내가 없으니 사람관계 전선에 문제가 생겼나요? 후후후 호호호 히히히 하하하
(나 미쳤나봐)

Arch 2010-11-10 17:04   좋아요 0 | URL
그런 말 있잖아요. 누군가를 싫어하는 면은 바로 자신의 면이라고.

뽀는, 미친게 아니라 파를 송송~ (앗! 낯뜨거워라)

Forgettable. 2010-11-15 12:52   좋아요 0 | URL
아치 아직도 이런 개그 구사하는군요!! 쫌! ㅋㅋㅋㅋㅋ

양철나무꾼 2010-11-10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스케줄러의 할일 리스트에 밥챙겨먹기,잠자기...이딴 걸 넣었더니 좀 나아지더라구요.

Forgettable. 2010-11-15 12:53   좋아요 0 | URL
전 굳이 안그래도 밥이랑 잠은 절대적으로 챙기기 때문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 주말을 좀 정신나간듯이 놀며 보냈더니 이젠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이 절실해 지는군요.
달라져야해요 전. ㅋㅋㅋ

피비 2010-11-13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갑자기 생각난건데 올해인가 영국에서 아이폰이 써머타임 바뀌는거 잘못설정되어있어서 바뀐 첫날 몇만명 지각크리했다는ㅋㅋㅋ

아 전 올해 인도 갔다왔어요.ㅋㅋㅋㅋ포님이 갔을때보다 한 삼백배는 더 더러운공기마셨다능ㅋㅋㅋ

Forgettable. 2010-11-15 12:5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웃겨 ㅋㅋ 몇만명 지각크리... 섬머타임이 그렇게 어려운게 아닌데, 사람들이 기계에 의지를 많이 하긴 하나보네요. 일단 몸도 시간을 알고, 아날로그 시계도 그대로니까.

올해 다녀오셨구나. 부럽다. 인도에서 커피숍하던 친구가 며칠 전 한국으로 귀국했는데 통화하다보니 저도 인도 너무 가고싶어지더군요. 아 한국도 가고싶고. ㅠㅠㅠㅠㅠㅠㅠ 오늘 급 향수병크리ㅋㅋㅋ

2010-11-13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생산적이고 싶어서 옛날부터 플래너를 쓰니 마니 고심하고 있어요.
며칠 썼다 몇 주 안쓰고, 또 며칠 썼다 몇 주 안쓰고;
이번에도 맘 잡고 하려는데 안 되어서, 밥먹기, 플래너쓰기 등도 플래너 계획으로 넣어서
정말 어거지로 성취감을 만끽하고 있네요 ㅠ
당분간 집에 갈 생각이니 그때 에너지라도 가득 충전해 와야겠어요.

Forgettable. 2010-11-15 12:59   좋아요 0 | URL
전 다이어리가.... 백지에요. 왜샀는지;;;;; 정말 말 그대로 백.지.
그래도 이번주에는 여행준비도 하고, 공부도 시작하려고 해서 다이어리를 좀 써야 할 것 같아요. 요새 워낙 정신이 없어서;; 다이어리에라도 의지를. 그런데 다이어리가 일정관리에 도움이 되나요?? 코님은 다이어리 안써도 꼼꼼하셔서 일정 잊어버리거나 그러진 않을 것 같은데 :)

집에 드디어 가시는군요!! 부럽다아! 저도 6개월에 한번이라도 집에 다녀오고 싶어요. 오늘 엄마랑 통화하는데 할 땐 괜찮았는데 끊고나니 집에 너무 가고싶어졌어요. ㅠㅠ

2010-11-18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9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 마르케스 자서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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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아버지는 하루 중 아무 시각에나 나를 데리고 바나나 회사의 풍성한 매점으로 물건을 사러 갔다. 거기서 나는 도미를 생전 처음 보았고, 처음으로 만져 본 얼음이 차갑다는 사실을 알고는 몸을 벌벌 떨었다.-131쪽

그제야 비로소 나는 벨기에 출신 노인이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소설을 각색한 레비스 마일스톤 감독의 [서부 전선 이상 없다]를 보고 난 뒤, 자신의 개와 함께 청산칼리를 마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138쪽

"불쌍한 니꼴라시또는 성령강림절 미사에 참석하지 못하겠구먼."-138쪽

마르곳은 마지막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릴 때까지 초점 잃은 멍한 눈동자를 고정시킨 채 아무 말 없이 자리에만 앉아 있었다. 쉬는 시간조차도 그런 식이었다. 나는 당시만 해도, 마르곳이 텅빈 교실에 홀로 앉아 앞치마 호주머니에 감춰 온 집 정원의 흙을 씹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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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0-11-07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페이지 가량 읽었을 뿐인데 어딘가 숨어 있던 그의 이야기의 원천인 실질적인 경험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자하(紫霞) 2010-11-07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르케스 자서전도 있었군요.
저는 산문 읽고는 그가 좋아졌어요~
근데 품절이라는 표시가...ㅠㅠ

Forgettable. 2010-11-08 03:48   좋아요 0 | URL
어떤 산문이요? 전 소설만.. ㅋㅋㅋㅋㅋ
이 책 사놓길 잘했어요. 하하
뭐랄까, 지금까지 제가 읽은 책들의 내용이 튀어나와서 읽기에 참 즐겁죠. 하지만 그의 작품을 많이 접하지 않는 사람들이 읽기엔 이게 뭔가 싶을 수도 있을듯. 번역상 비문도 많고요.

가넷 2010-11-07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야기꾼...ㅎㅎ

Forgettable. 2010-11-08 03:48   좋아요 0 | URL
정말요. ㅋㅋ 읽으면서 타고났다는 생각밖에 안들더군요.

기웃 2010-11-07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교보에서는 품절이 아니더군요. 평소 자선전보다는 평전을 더 좋아해서 생각지 않은 책인데, 마지막 발췌한 부분에서 단순한 기억의 얼룩이겠지만 마르곳이 왜 집 정원의 흙을 씹어을까? 못내 궁금해지네요. 흙이 아닌 정원에 방점이 찍힌 것 같아 뭔가 미스터리 분위기도 나는 것 같고요. 뽀님이 가르쳐 주시지 않는다면 사서 읽어 봐야겠습니다...^^

-점점 쌓여져 가는 책들 때문에 책 읽기가 즐거움이 아닌 의무감이나 괴로움이 되는 11월이네요. 그래도 마르케스라 마음이 당기긴 하네요. 말씀해 주시길 바랄뿐..^^


Forgettable. 2010-11-08 03:59   좋아요 0 | URL
음..

첫번째 문장은 [백년 동안의 고독]의 첫문장, 두번째 문장은 [콜레라시대의 사랑]의 첫부분, 세번째 문장은 어느 단편의 첫문장, 언급하신 마지막 부분은 아마란타(흙먹던 애가 아마란타 맞죠?ㅋㅋ 기억이 가물가물 ㅋㅋ)의 어린시절을 상기하게 하는 부분이라서 발췌해 둔거에요.

그 아이가 집을 떠나와서 적응 못하고 말도 안하고 아무것도 먹지 않는데, 알고보니 계속 흙을 먹고 있었어요. 저 부분을 읽을 때 이 아이가 떠오른거죠. 이 경험에서 그 이야기가 나온거구나! 하고요. 이 두가지 이야기 모두 아이가 흙을 씹는 행동은 그리움, 외로움, 절망과 관련이 있는데, 정원에 방점이 찍혔다면 집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정원'의 흙을 먹는 행동에서 보여져서가 아닐까요.

저도 한 때는 그렇게 책을 쌓아두고 의무감으로 읽곤 했었어요. 하지만 한국 책이 별로 남아있지 않은 지금은 아까워서 못읽고 있습니다. ㅋㅋㅋㅋ

기웃 2010-11-08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마란타 하니 생각이 나네요. 결국 처녀성을 간직하게 되는 질투의 화신 아마란타. 지금 생각해 보니 우르슬라의 분신적 인물인 것 같기도 하고요. 돼지꼬리 저주 때문에 남편과의 관계에 저항하다 끝내 모두들의 우두머리/어머니가 되는 우르슬라에 비해 자기 저주?에 빠져 가족들의 보모가 되는 아마란타. 만약 아마란타가 가정을 이루었다면 우르슬라처럼 되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아, 지금 문득 든 생각인 데 흙을 먹던 아이는 친구가 죽자 우르슬라 부부에게 맡겨진 레베카 아닌가요?. 호세 아르카디오와 격한 사랑을 나누다 그가 죽자 진흙으로 온 집을 밀랍한 레베카?. 아니가요..?? 아무튼 흥미로운 얘기들이 정말 많지요..ㅎㅎ 첫번째 발췌한 부분은 소설 첫 부분에 나오는 아우렐리아노의 경험과 유사하고.. 어디 어디라고 말씀하시니 이 책이 마르케스를 이해하는 데 정말 중요한 책인 것 같네요.

Forgettable. 2010-11-08 12:38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억 확실한게 아니라서 책 정말 찾아보고 댓글 남기고 싶었는데, 책이 없어서.. ㅠㅠ 전 도대체 기억하고 있는게 뭘까요??!! ㅋㅋㅋ 레베카였군요. 그 꼬꼬마 아기가 나중에 꿀섹스를 하던 그 레베카였다니!
꿈같고, 환상같은 모든 이야기들에 작가의 기억과 경험이 녹아있다는 게 참 신기하더라고요.

아마란타와 우르슬라의 관계에 대해서는 한 번도 연관지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쓰신 걸 보니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둘은 완전히 다른 캐릭터같지만 본질적으로는 깊게 연결되어 있었군요. 그러고보면 아마란타가 끝까지 처녀성을 간직하는 건 안타깝고 답답한 일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거에요.

오늘부터 여기는 섬머타임 해지되서 한시간을 더 번 기분이에요. 원래 시간은 9시 반인데, 8시 반이니까.. 기분이 좋기도 하고 ㅋㅋ 이런 기분 얼마 지속 안될테니 오늘은 책을 읽으며 번 시간을 써야겠습니다. ㅋㅋㅋ

가넷 2010-11-12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샀습니다.ㅋㅋ; 오래 전부터 살까 싶었는데... 당일배송이라서 오늘 오겠네요. 당장 읽을 것 같지는 않지만(그럼 도대체 왜 지르는 건지 모르겠다는;;; 계속 마음에 드는 책을 보면 지금 당장 안 사면 사라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해야되나요... 그렇더라구요,ㅠ)...;

Forgettable. 2010-11-15 13:00   좋아요 0 | URL
오 사셨군요!!! ㅋㅋㅋㅋ
아니, 도서관에 책이 널렸는데 왜 자꾸 책을 사시는 겁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긴. 근데 아무리 도서관에 책이 많아도 내 책이 아니니깐. 저도 그 맘 알아요. ㅠㅠㅠㅠ 특히나 이 책은 알라딘에선 품절이기까지 하니.. 자서전인데도 소설같고 재미있으니 틈틈히 읽고 얘기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