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한 16층의 방에서는 에드먼튼의 전경이 다 내려다 보인다. 옆 건물의 한 벽 전체엔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의 조명 장식이 반짝거리고 노란 가로등 불빛은 내 눈이 허락하는 곳 너머까지 펼쳐져 있어서 어느 바다의 오징어 배 불빛들을 연상케 한다. 살짝 열어 둔 창문에서 스며드는 찬바람은 내륙 한 가운데의 이 도시에서 겨울 바다를 느끼게 만들어준다. 

친구에게 받아온 침대는 무척 크고 익숙치 않아서 밤을 외롭게 만들고, 정리한다고 해둔 옷가지들은 여전히 너저분해서 내가 낯선 곳에 있다는 걸 잊게 해준다. 이사할 때 짐을 싸고, 청소를 하며 엄마 생각을 많이 했다. 내방 간수 하나 하기가 이렇게 힘든데 집 한채를 꾸리는 엄마는 그 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 몸 건사하기도 벅찬데 아이 셋을 더 챙겨야 했던 엄마는 그동안 벗어나고 싶어 했을까. 이런 것들. 

여러 사람들이 있었고, 떠났고, 남아 있다. 좋은 사람들, 좋지만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 그런 와중에 나는 계속해서 사랑에 빠져 있다. 떠난 사람에게, 내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사람에게, 내게 말을 건네는 사람에게, 내게 키스하는 사람에게. 정말 사랑에 빠져 있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종류의 인간인지. 어떤 방식의 사랑이든 계속해서 찾고 있다. 친구는 자학하는 내게 내가 지금껏 그만큼 사랑에 둘러 싸여 살아왔고, 그래서 나는 행복한 사람이며, 단지 다른 사람보다 사랑을 담은 통이 클 뿐이라고 말해주었다.  

   
 

 아, 바로 그 '희망은 없지요'에서 
위대한 희망이 당신에게 솟아나는 것입니다! 
이쪽에 희망이 없다는 것은 저쪽에는 아주 큰 희망이
있다는 것입니다. 어찌나 큰 희망인지 야심까지도
그 너머를 보지 못하며, 오히려 드러난 자신의 행운을 의심하지요.

 
  템페스트 中

희망이라는 거, 다 헛되다고 말하며 비관적이고 회의적인 척 하다가도 그래도 이번주에는 또 어떤 새로운 일들이 생길지 궁금해하는 내게 이 책은 어쩌면 정답을 말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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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6 13: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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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6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6 14: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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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6 14: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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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6 14: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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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9 17: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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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9 10: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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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9 17: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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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9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2 0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LJH 2010-12-10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좀만기달려 침대가 좁다고 생각하게 해주지1!!!

Forgettable. 2010-12-12 04:46   좋아요 0 | URL
나 이거 음란스팸댓글인줄 아라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0-12-13 13:28   좋아요 0 | URL
이 댓글 좋다! ㅎㅎㅎㅎㅎ

자하(紫霞) 2010-12-13 20:15   좋아요 0 | URL
이 댓글 좋다!ㅎㅎㅎㅎㅎ2

Forgettable. 2010-12-16 12:39   좋아요 0 | URL
다들 이런걸 좋아하시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모쨩 2011-01-20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리하는거 서울오면 다 망가질거면서 ㅋ
선배가 정리한다는거에 거품물고 놀라고 있는중 ㅎ
선배의 그 책상과 서랍들이 떠오름 ㅋㅋㅋ

Forgettable. 2011-01-20 14:0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미 ㅋㅋㅋㅋ 망가진지 오랜데요???
지금 내 방 꼴 어쩜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봐도 막 한숨이 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