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아버지는 하루 중 아무 시각에나 나를 데리고 바나나 회사의 풍성한 매점으로 물건을 사러 갔다. 거기서 나는 도미를 생전 처음 보았고, 처음으로 만져 본 얼음이 차갑다는 사실을 알고는 몸을 벌벌 떨었다.-131쪽
그제야 비로소 나는 벨기에 출신 노인이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소설을 각색한 레비스 마일스톤 감독의 [서부 전선 이상 없다]를 보고 난 뒤, 자신의 개와 함께 청산칼리를 마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138쪽
"불쌍한 니꼴라시또는 성령강림절 미사에 참석하지 못하겠구먼."-138쪽
마르곳은 마지막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릴 때까지 초점 잃은 멍한 눈동자를 고정시킨 채 아무 말 없이 자리에만 앉아 있었다. 쉬는 시간조차도 그런 식이었다. 나는 당시만 해도, 마르곳이 텅빈 교실에 홀로 앉아 앞치마 호주머니에 감춰 온 집 정원의 흙을 씹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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