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일요일은 할로윈이다. 캐나다에서는 나름 크게 챙기는 날이라고도 하고, 미국꺼니까 안챙긴다고도 하고, 십대들만 즐긴다고도 하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방인인 나는 그냥 섹시컨셉 마녀분장이나 하고 클럽이나 돌아다닐까 했는데 또 하우스파티 위주라서 클럽에는 사람도 없다는 소문이 있어서 집에서 술이나 먹고 뻗으려고 하는 찰나에 하우스파티에 초대받았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굳이 파티가 아니더라도 나름 자유로운 영혼이 모여있는 우리 가게에서 할로윈을 그냥 넘길리가 없었는데, 요새 그저 별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어제 알았다. 금요일에 코스튬을 입고 와야 한다는 걸.. 굳이 하지 않아도 상관 없지만 가끔 있는 패션데이 때마다 나의 뛰어난 패션감각(ㅋㅋㅋㅋ)이 이미 친구들을 감동시켰기 때문에 이번에도 아무것도 안하고 지나갈 수는 없었다.  

부랴부랴 집에 와서 인도에서 사온 옷에 머플러로 터번도 둘러보고, 그리스 신 삘 나는 원피스에 월계수관을 만들어서 써볼까 생각도 해 봤지만 마땅치가 않아서 없는 옷 있는 옷 다 꺼내봤다. 너무 평범해도 안되고, 너무 튀는 것도 그렇고, 게다가 조금은 예쁘기도 해야 하는 조건을 맞추기가 너무 힘들어서 여기저기 조언을 구해보다가 결정했다. 

 

이런 컨셉 까지는 아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쁜 꽃무늬 원피스가 있어서 생화 사서 왕관도 만들고 얼굴에 꽃도 그려넣고 꽃신도 신고 해서 한여름밤의 꿈에 나오는 요정 정도의 컨셉을 하겠다며 들떠 있었는데... 

오늘 친구네 놀러갔다가 내 얘길 들은 친구가 한복을 빌려줬다. 아.... 최고다 진짜. 근데 입고 일도 해야 하는데, 치마가 약간 길고 저고리 입고 에스프레소 튀기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남의 소중한 한복인데 어떻게 구겨서 입을 수도 없고. 고민이다. 게다가 파티도 가야하는데 너무 정숙하게 한복 다 차려입고 가면 ㅋㅋㅋㅋㅋ 예전에 김민선처럼 저고리 벗고 치마만 입을까 생각도 했는데 또 술마시다가 찢어지기라도 할까봐 걱정 ㅠㅠ그래도 할로윈 걱정 하느라고 요새 딴 생각 할 시간이 줄어서 좀 좋다. 하지만 새벽 4시까지 잠못이루는 건 여전;; 술 적당히 마시고 와서 오늘 밤은 오랜만에 일찍 편하게 자겠다 했는데 또 4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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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10-28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미국에서 첫 번째 할로윈 커스튬 파티 갔을 때 캣워먼 분장을 했답니당~.ㅎㅎㅎ
메이크업까지!!
검정 원피스(몸에 딱 붙는 게 있었다는,,벨벳으로다가,,ㅋㅋ)
거기에 꼬리 달고 레깅스 신고,,,하이힐에,,,고양이 머리띠 하고서,,,그당시 캣 워먼이 아직 알려지지(영화로) 않은 때라 인기가 쫌 있었어요,,호호호
재밌겠다,,,저희 애들도 벌써부터 뭘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딸아이가 그런데 재주가 좀 있는 편이라 올해도 재밌는 분장을 생각해 낼것 같아요~~~.
님~~~~인증샷!! 오케이??ㅎㅎㅎ

Forgettable. 2010-10-30 08:52   좋아요 0 | URL
우와 ㅋㅋㅋㅋ
뭔가 화려하신 분일거라 예상하긴 했지만 제 상상을 뛰어넘는군요!! 캣우먼 영화 전부터도 그런 분장을 ㅋㅋㅋㅋㅋ 정말 짱이에요!!

전 오늘 한복 입고 머리에 꽃삔 꼽고 가서 칭찬을 얼마나 들었는지 모르겠어요. 히히
딸은 엄마 닮는게 맞는 것 같아요. 우리 엄마도 한때 잘나가셨다는데.. 제 패션감각도 다 엄마 닮은 것 같아요. 아 내가 나보고 패션감각 있다고 말하니까 진짜 웃기긴 한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뻑하는 게 요즘 삶의 낙이라서요 ㅋㅋㅋㅋㅋㅋㅋ

양철나무꾼 2010-10-28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멋지겠는걸요.
전 할로윈이라고는 우리아들 어렸을 때 영어 유치원에서 했었던 게 고작인데...

저도 분명 할로윈을 즐기는 나라에서 몇차례 지나긴 했었는데...안으로 움추러들어 조용히 보냈던 것 같아요.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후회되여~ㅠ.ㅠ

Forgettable. 2010-10-30 08:54   좋아요 0 | URL
이럴 줄 알았으면 한국에서 치파오 가져올 걸 그랬어요. 그랬음 딱인데..
근데 오늘 손님들 중에 하나가 사무라이 thing 이냐고 -_- 흥

저도 원랜 별 생각 없이 그냥 술이나 먹고 보내려고 했는데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저 많이 챙겨줘서 다행이죠 뭐. ㅋㅋㅋ 오늘 밤에 파티 가는데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고 하네요. ㅎㅎ

카스피 2010-10-29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로윈이 재미있긴 한데 마치 무슨 커다란 행사인양 마케팅을 벌이면서 돈을 벌려는 업체의 상술은 영 마탕치 않은 일인이에요ㅜ.ㅜ

Forgettable. 2010-10-30 09:03   좋아요 0 | URL
전 최대한 돈 안들이고 하려고 있는 옷갖고 지지고 볶고 다 해봤어요. ㅋㅋㅋㅋ
여기 분위기는 어떤지 모르겠어요. 쇼핑몰에 갈 시간이 없어서.. 한국은 근데 할로윈 안챙기지 않나요?
발렌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만 해도 뭐.. 상술은 장난 아니죠.
그러고보면 여기선 티비를 안봐서 제가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자하(紫霞) 2010-10-30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양애들은 할로윈에 난리법석이긴 하더군요.
포님도 같이 난리법석을...
하루하루 즐거워도 모자라요~인생은~~

Forgettable. 2010-11-01 08:35   좋아요 0 | URL
저 정말 난리법석이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이번주 재밌게 보냈네요.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술도 많이 먹고;;;;
슬프고 외로운 날들이 있었기에 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

pb 2010-10-30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 저 컨셉 완전 여신인데요! 빅토리아시크릿 무대처럼 입고 가보시와요~

아. 재밌겠다ㅠㅠ부럽. 근데 하나 궁금한게 있는데 엊그제도 헐리웃파파라치 사진들 보다 호박사가는 연예인들 많던데 그거 속 파진것을 파는건가요, 아님 집에가서 자기가 속 다 긁어내야 하는건가요 ㅋㅋㅋㅋㅋㅋㅋ왠지 상상하니 웃긴듯요.

+님도 미드 romeㅋㅋㅋㅋㅋ전 예전에 정ㅋ벅ㅋ끝났긴했는데 그 감독이 멘탈리스트 감독님이심. 거기 보레누스인가 아내 존트 아끼는 그 남자에게 반했었는뎈ㅋㅋㅋㅋ그레이아나토미에서 닥터얭~과 엮이는 마초남으로 나와서 깜놀.
+외로움은 호빵, 군고구마, 붕어빵을 트럭으로 가져와도 백분의일도 없어지지 않는다는ㅋㅋㅋ


Forgettable. 2010-11-01 08:42   좋아요 0 | URL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 ㅋㅋ 저 사진 박명수인거는 아시는거죠? ㅋㅋㅋㅋㅋㅋ 님도 무도 팬이니깐.
빅토리아시크릿 속옷 브랜드 아니에요?? 친구가 여기서 일하는데 자기 얼굴만한 브라 정리한다고 짜증내던데 ㅋㅋㅋ

네. 호박 사서 안에꺼 다 긁어내는 걸거에요. 빈 속의 호박을 파는 건 마트에서 한번도 못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요. 연예인들이 그거 파고 있는거 생각하면 좀 웃기긴 ㅋㅋㅋㅋㅋㅋㅋ

rome 감독이 멘탈리스트 감독??? 우왕 가끔 낯이 익은 배우들 나오는 거 보면 좀 웃겨요. 요즘 30 rock 보는데 거기 부사장으로 알렉 볼드윈이 나오더군요. ㅋㅋ 아우 반가워서 참 ㅋㅋㅋㅋㅋ

역시 외로움은 그딴걸로 없어지지 않는거죠. 근데 좀 붕어빵 먹고싶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가 그냥 오기엔 아쉬워서 문학 부분을 서성이다가 언제나 그렇듯 마르케스 앞에서 멈췄다. 어떤 책들이 있는 줄 빤히 알면서도 매번 그 앞에서 멈추는 것은 일종의 습관 때문인데 오늘은 못보던 책을 발견했다.  

[The general in his labyrinth] 

 

 

 

 

 

마르케스의 작품은 한국에 번역되지 않은 단편까지도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작품이라 괜시리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했다. 아마 재미가 없을 것이고 괜히 실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끝까지 읽지도 못할 것이다란 불안감에(게다가 난 labyrinth란 단어도 모르니까.) 책을 두고 나오려고 했지만 예상대로 대출하고 말았다.  

커피를 마시며 읽고 있으려니, 도착한 친구가 책을 보곤 마르케스를 왜 좋아하는지 물었는데, 난 설명할 수가 없었다. 현실에서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걸 알지만 이 세상 어딘가에서는 벌어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믿게 하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라서, 문장 곳곳에서 드러나는 슬픔과 공허함 때문에, 등장 인물 누구 하나 간과할 수 없도록 모두의 이야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책을 덮는 순간 내쉬는 한숨과 함께 나의 모든 생각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등등 설명하려고 했지만 이것은 전달되지 않았다. 

너무 좋은 건 그저 좋은거다. 왜인지 말 할 수는 있다 하더라도 상대방은 온전히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안그래도 "Nobody understood anything."이라고 선잠결에 말하고는 잊어버리고 마는, 언제나 죽음의 한가운데서 제대로 잠들지도 못하는 대령 때문에 마음이 붕 떠버렸는데, 첫눈이 내렸다. 차디찬 습기가 날 익사시킬 것만 같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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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10-25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건 너무 좋은거죠!! 전 그런 경우가 넘 많아서 잘 알아요,,무슨 말인지,,
labyrinth라는 단어는 maze라고 할 때 보다 괜히 멋지잖아요??ㅎㅎㅎ

Forgettable. 2010-10-26 13:49   좋아요 0 | URL
함께 좋아하며 공감하는게 아니라면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는 건 어려운 것 같아요.
전 이 단어 처음봐서 ㅋㅋㅋㅋ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아 공부 공부 ㅠㅠ

양철나무꾼 2010-10-26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abyrinth은 귀의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일종의 골미로이기도 하죠~

전요,우리같은 범인은 이심전심 따위는 헛된 희망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이럴 땐 이심전심을 꿈꾸게 돼요.

첫눈이라고요?
아마 우리나라 서남해안엔 첫눈이 내릴지도 모를 그런 날씨예요~^^

Forgettable. 2010-10-26 13:52   좋아요 0 | URL
그 이중적인 의미가 책의 내용을 잘 나타내주는 것 같아요. 대령이 자기의 과거를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하더라고요. 재밌을 것 같은데, 요새 너무 책이 안읽혀서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ㅠㅠ

이심전심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가장 가까운 사람이랑도 어렵잖아요.
하지만 저도 은근히 바래요. ^^

눈이 약간 쌓일 정도로 예쁘게 왔어요. 이제 12월 부터 3월까지는 눈이 녹지도 않는다네요ㅋㅋ


pb 2010-10-26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르케스ㅠㅠ진짜 백년동안의 고독은 몇 번을 다시 봤는지..결국 아무리 다시봐도 끝까지 읽지 못했어요. 흐흙....


+밑에...ㅋㅋㅋㅋ독서의 폭;이라 합시다.
+같이 술마시고 노는 남자인 인간들은..애인이 아니라 다 그냥 여자사람처럼 아무 소용없지요ㅠㅠ아으 오늘부터 영하날씨 돌입하니 더욱더 쌀쌀해졌다는..호빵,붕어빵,군고구마라도 끼고외로움을 달래야겠어요

Forgettable. 2010-10-27 16:21   좋아요 0 | URL
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적은 2번인가.. 그 다음부터는 중간중간 책 펼치고 아무데서나 부터 읽곤 했어요. 웬만큼 집중 안하고서는, 그리고 앞에 도표 없이는 다 읽기 힘든 것 같긴 해요;;;

독서의 폭 ㅋㅋㅋㅋㅋㅋㅋㅋ 맞네요. 왠 패러다임이며 스펙트럼 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바보되는듯.

근데.. 호빵 붕어빵 군고구마면 달래지는 외로움이었던가요!!!!!!!!!!!!!!!!!!! (느낌표 작렬) 하긴.

기웃 2010-10-26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tv방송에서 돼지의 특수부위 중 돼지꼬리 양념구이를 다룬 방송이 있었는데 그때 문득 마르케스의 백년동안의 고독이 떠올랐어요. 자기는 지금 돼지 수십 마리를 먹고 있다면서 단 돈 1000원에 수북하게 쌓아놓고 먹던 아저씨가 환하게 옷으면서 인터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꼭 백년동안의 고독에 나오는 인물 같기도 하고요...^^ 남미작가들-마르케스,아옌데,로사 등-을 보면 돌멩이 두 개만 놓고도 뭔가 근사한 얘기를 줄줄이 풀어낼꺼 같은, 그래서 긴-겨울밤이나 혹은 잠자기 힘들 것 같은 끈적끈적한 무더위에 더욱 빛나는 존재인 것 같아요.


p.s 뽀님 서재에 가끔씩 기웃거리는데 밑에 댓글 중 보스가 했다는 말을 볼 때마다 정말 가슴이 뜨끔뜨끔 하네요.

Forgettable. 2010-10-27 16:33   좋아요 0 | URL
아..... 진짜 웃긴 댓글이 아닌데 어쩐지 웃겨서 자다가도 실실거리고 있어요. 돼지 꼬리 양념구이를 드시는 아저씨를 보면서 마르케스를 떠올리는 님은 도대체 어디 숨어있다가 이제 나타나신 건가요???!!!

예전에도 글을 쓰긴 했지만 백년동안의 고독을 읽는 남자에 대한 로망에 대해 고백한 적이 있는데'-')* 보스의 말에 뜨끔하셨다면 나쁜 남자이신거죠? 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아옌데와 로사(로사 몬테로인가요? 아니면 요사의 오타인가요?)를 아시는 분이라.. 제 서재에 가끔 들르신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 뭔가 이 댓글을 보며 할 말이 수만가지 떠올랐는데 지금 술을 너무 마셔서 다 까먹었네요. ㅠㅠ

기웃 2010-10-28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에구 제가 말한 '로사'는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에요. ㅎㅎ 얼마 전 노벨 문학상으로 요사가 선정되자 국내 언론에서 제1보로 '요사'가 아닌 '로사'라고 쓴 것을 보고 킬킬대며 바보 아니가 하며 조롱했었는데 제가 남 비웃을 처지가 아니었군요. ㅎㅎ

뽀님 서재에 처음 발을 디딘 건 로마인 이야기를 검색했을 때 '책 읽은 남자와의 연애'라는 페이퍼를 통해서였어요. 당시 책장 한 귀퉁이에 10년 전에 사고 읽지 않았던 로마인 이야기 1권이 다소 수줍게 자리잡고 있었는데 책장을 볼 때마다 언제나 마음의 부채를 안고 몇 번씩이나 만지작거리며 읽을까/말까 고민했었죠. 이것을 읽기 시작하면 결국 15권까지 읽어야 될 텐데 그러면 읽는 동안 신간들을 어떻게 모른척 할 수 있을까 하면서 결국엔 다음에 다음에 하며 그냥 저주받은 책들의 공간 -읽지 않은 책들의 무덤?-으로 슬며시 옮겨 놓았죠. 그러다 우연히 페이퍼를 보면서 다시금 흥미를 갖게 되었어요.

지하철에서 본 로마인 이야기 14권을 읽고 있던 중년 남성에 대한 글이었는데, 그 남성을 보는 뽀님의 시선에 저의 시선 역시 수 많은 시선이 부딪치는 작은 지하철 공간에 숨죽이며 몰래 지켜 보는 느낌이었어요. 아니면 지하철을 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지하'-철은 꼭 좀비들의 공간인 것 같애요. 다소 흐리멍덩한 상태로 눈만 뜨고 있는 좀비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그것을 절묘하게 그리고 있죠. 전차를 타고 유바바 언니를 찾아가는 전차 안의 풍경- 속에 따로 빛나는 존재랄까. 그래서 관심을 갖고 로마인 이야기를 읽게 되었어요.

그게 지난 7월 말에 일이니 3개월 정도 되었네요. 아직 로마 천년의 여정이 끝나지 않았지만 침대 한 켠에 여러 책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그 페이퍼를 읽은 뒤로 뽀님의 서재를 가끔씩 들리며 글이나 캐나다 사진들 몰래 보며 배시시 웃고 갔었는 데 이렇게 장황한 모습으로 "나 여기 있었소"하며 인사 드리게 되네요.

조르바였으면... "이보게 뭘 그리 주저리주저리 떠드나 이리 와서 춤이나 추세'라고 했겠죠.....^^

Forgettable. 2010-10-28 17:26   좋아요 0 | URL
저도 요사일거라 짐작은 했어요. 사실.. 로사 몬테로는 '로사 남미작가' 검색해서 나온 작가라능 ㅋㅋ 들어본 적도 없어요......... (뭐 아는 척 하더니 너무 솔직하네요) 전 요새 판탈레온 읽고 있어요. (한번 더 솔직해지자면 책 덮은지 2주 됐나봐요. 마음은 있는데 손이.. 손이 책을 다시 안펴요.)

아 그 말도 많고 탈도 있었던 페이퍼. ㅎㅎ 제가 좀 제 글 다시읽기를 좋아해서; 다 기억하고 있어요. 그 페이퍼는 또 제가 좋아하는 글이기도 하고요.
로마인 이야기 지금 재밌게 읽고 계신가요? 전 아직 그 책을 읽기 시작한 계기였던 미드 ROME도 못보고 있는데^^;; 책을 중간에 포기하진 않는다고는 하지만 읽다 만 책이라던가 펴보지도 않은 한국에서 자고 있는 책들 생각하면 눈물이 ㅠㅠㅠㅠㅠㅠ 한국책 정말 마음껏 읽고 싶네요 ㅠㅠㅠ 근데 요샌 책을 너무 안읽어서 -_-

지하철에서 누군가 책을 읽고 있으면 관심있게 보게 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그 사람만 보다가 내렸던 적은 처음이었어요. 예전에 연극 한참 할 때는 옆에 앉은 훈남이 희곡을 보고 있어서 거의 말걸 뻔 했던 걸 제외하면 ㅋㅋㅋㅋ 지하철이 좀 그렇죠. 삭막하기도 하고. 저 역시 출근길 2호선 안에서는 좀비였어요. 영혼이 빠져나가 있는게 차라리 편하더군요.ㅋㅋ

인사 건네주셔서 정말 반가워요. 오늘 친구에게 자랑했어요. 블로그에 마르케스랑 아옌데 읽은 사람이 댓글 남겼다고. ㅋㅋㅋㅋㅋ 하나 더 추가해야겠네요. 카잔차스키도 읽었대!!! 진짜 오랜만에 잡담 안쓰고 책 관련 페이퍼 쓴 보람이 있어요. ^^
 

예전에 들었던 말 중에 헤어진 연인을 잊기 위해선 만났던 기간의 3배가 지나야 그 사람을 완전히 잊을 수 있다는 말이 있었다. 처음에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이 말이 맞는 경우가 많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잊는다는 말의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다르겠지만 난 잊는다는 건 마음 속에서 매듭을 짓는거라고 생각하는데, 이 매듭을 짓기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 

관계와 시간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오랜 시간동안 함께한 사람을 정리하기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입던 옷, 지갑, 가방, 팔찌, 귀걸이, 장갑, 모자, 화장품, 외국 화폐, 사진, 편지 등 소유하고 있는 모든 물건에 추억이 스며 있다.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그저 생활에 녹아있던 모든 물건에서 발견하는 뜻밖의 추억에 놀랄 따름이었다. 뿐만 아니라 함께 하던 장소, 함께 하던 행동, 함께 하던 말장난까지 고스란히 기억에 남아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더라도 예전 사람의 기억이 되살아나서 지금 내가 누구를 만나고 있는지 가끔 헛갈릴 때도 있다. 

더 이상 그 사람 때문에 울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을 잊은게 아니더라. 새로운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고 해서 그 사람을 잊은게 아니더라. 새로운 사랑이 끝났을 때 느껴지는 슬픔과 허전함이 단지 새로운 사람 때문만이 아님을 적어도 나는 안다. 한 달만 지나면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만 같은 따뜻했던 입술의 감촉은 잊혀지겠지만 내 손짓 하나, 말 끝머리 하나, 뼛속까지 물들어 있는 그 사람은 언제쯤 그 선명한 색이 바랠까.  

평소 후회하지 않고 살자는 신념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편이고, 실제로 살아오면서 그닥 후회할 만한 일은 없었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단 생각조차 해본 적 없다. 돌아가도 난 같은 선택을 할 것이고, 같은 아픔을 겪을 자신이 있으니까. 하지만 이번 만큼은 너무 후회된다. 사람이 사람을 잊게 하는게 아니라 시간인가보다. 적어도 내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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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10-19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작년 여름이 생각나네요. 재작년 여름, 나는 이제 사랑이 내 인생에서 완전히 끝장났다고 생각했어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더이상 찾을 수 없다고, 그런 사람은 이제 지구상에서 씨가 말라버렸다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자신감 상실속에서 허우적댔죠.

그렇다고 지금 회복됐다는 것도 아니고, 그 뒤로 해피엔딩이란 얘기도 아니에요. 지금도 여전히 나는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는 지구상에서 씨가 말라버린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는데도 그때만큼 죽을것 같은 기분은 아니에요.


열심히 살아봅시다. 울고 싶을 땐 울면서.

Forgettable. 2010-10-20 09:44   좋아요 0 | URL
오늘 보스가 그러더라구요.
guys are all asshole. including me.
ㅋㅋㅋㅋ

캐나다에서 인생 최대의 빡센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 캐나다는 나랑 궁합이 안맞나봐요.
전 이제 연애 안할겁니다. 적어도 캐나다에 있는 동안은요.

머큐리 2010-10-19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누가 뭐래도 아픈만큼 성숙(?)해 지는건 사실인거 같더라구요...^^ 힘내요 뽀님 !

Forgettable. 2010-10-20 09:45   좋아요 0 | URL
저.. 충분히 성숙해서 더 성숙해지지 않아도 될 줄 알았는데 앞길이 먼가봐요. ㅎㅎㅎ
고맙습니다. ㅎㅎ

카스피 2010-10-20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남들이 참견할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힘내요 뽀님 ! (2)

Forgettable. 2010-10-20 09:46   좋아요 0 | URL
흐.. 저도 이런 페이퍼 별로 쓰고 싶지 않았지만 어딘가 말하지 않고서는 못배기겠어서요. ㅠㅠㅠㅠㅠㅠ
화이팅 감사합니다. ^^ 위로가 많이 되요.

양철나무꾼 2010-10-20 0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때 곁에 있으면 등 툭 툭 치면서 술 한잔 할 수 있을텐데...
아웅,너무 멀어요,그곳은~
그러니 제 위로도 나중으로 저금해 놓자구요~ㅠ.ㅠ

Forgettable. 2010-10-20 09:47   좋아요 0 | URL
아 양철나무꾼님도 술 좋아하시나요?? 저도 완전 좋아해요. ㅋㅋㅋ
하지만 너무 힘들 때 술은 독이라 요즘은 완전히 자제하고 있어요.
나중에 함께 술 마실 때 되면 지금 일은 웃을 수............ 그 때도 없을 것 같아요. ㅠㅠㅠㅠㅠㅠ

위로 저금해두겠습니다. ^^

2010-10-24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랑 비슷한 것도 해 보지 못한 어른아이는 웁니다 ㅠ
친구들끼리 모여도, 이별 가사에 눈물지을 줄 아는 성인팀과, 순수한-_- 마법사팀으로 나뉘는 경향이 있는데,
뭐라고 해야 할지... 생각하는 것? 사려깊은 것? 아무튼 무언가 깊이가 다르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있어요.
아님 그런 거 없고 그냥 성인팀이 마법사팀을, 어린 것들... 하면서 비웃는 거에 불과한 건지도-_-;

그나저나 보스의 위엄이 느껴지네요 ㅋㅋ
암튼 무슨 일이시기에 빡센 날들을 보내고 계신가요;
전 어릴 때부터 가보고 싶은 나라 하면 캐나다나 프랑스를 골랐던 기억이 나요.
둘의 공통점이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무지 가고 싶은 나라였다능;

Forgettable. 2010-10-25 17:06   좋아요 0 | URL
순수한 마법사팀. ^^^^^ ㅋㅋㅋ
아무래도 친구의 관계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다른거니까, 무언가 깊이가 다르긴 할까요? 가장 친한 친구도 사랑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 친구가 뭔가 나와 다른 것 같지는 않아요. 단지 사랑을 사랑으로 인정하지 않을 뿐이지 사람을 대할 때 그 친구의 진정성이 보이니까요. 아, 이건 너무 복잡한 문제에요. 정말. 인간애와 연애는 다른걸까요?

보스의 위엄. ㅋㅋㅋ 그런 거 없고 맨날 일하는 애들한테 무시당하는 전형적인 사장님. ㅋㅋ 보스랑 사장님의 느낌은 왜 다를까요?

캐나다는 너무 추워요. 겨울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마냥 두렵기만 하다능 ㅠㅠ 캐나다 저 있을 때 한번 놀러오세요 ㅋㅋ 록키 갑시다! ㅋㅋ

걱정 고맙습니다. 한 문장이 되게 따뜻하게 다가오네요. :)

ljh 2010-10-25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노래에서도 겨울이되는 겨울냄세...ㅋㅋ
심지어 지하철 환승하러 가는 길에서도 생각나던데?
처음엔 그 기억에 미칠것같았는데
이제는 뭐 그랬었지 하고 말아.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참...진짜 짱ㅋㅋㅋㅋ

Forgettable. 2010-10-26 13:55   좋아요 0 | URL
지하철 환승하러 가는길 ㅋㅋㅋ 나 한국 어떻게 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간이 지날수록 괜찮아지겠지. 하지만 어떻게든 스트레스의 질량은 비슷한듯.
 

옷 정리를 하다가 2달러짜리 동전 2개를 발견했다. 단위가 큰데 동전이다 보니까 아무 주머니에 넣어 놓고는 잊기 마련인데, 그래서 득템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 기분이 너무 좋아져서 그냥 자려고 했는데 페이퍼 하나 쓰고 자야겠다며 노트북을 배에 올림.  

같이 일하는 애들이 모두 베지테리언이거나 고기를 많이 먹지 않는 친구들이어서 나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을 읽으며 동물들이 너무 불쌍하다고 하면서도 고기를 포기할 수 없었던 내 자신에게 환멸감을 느끼곤 했었는데, 요즘은 자연스레 많이 먹지 않으니 그 아이러니가 덜해져서 괜시리 뿌듯하다.  

일단 가게에서 함께 일하는 애들 분위기도 그렇고, 베지테리언 푸드를 많이 팔아서 먹다보니, 이게 또 맛도 있고 괜찮다. 게다가 직접 요리를 해 먹다 보니 고기를 손으로 직접 만졌을 때의 느낌이 충격적이기도 하고 약간 힘들기도 해서 잘 안사게 된 영향도 있다. 예전에는 나 하나 안먹는다고, 란 생각이었는데 정말 많이 먹지 않다보니까 그동안 내가 고기 소비량에 일조했다는 게 은근히 느껴진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고기를 완전히 안먹는 것도 아니고, 고기를 먹는 사람이 틀렸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예전에 잘 모르는 사람들과 여행을 갔었는데, 일행이 샌드위치를 싸와서 별 생각없이 하나를 집어들었는데, 그게 햄 샌드위치였다. 그랬더니 그분이 정말이지 놀랍다는 듯이 '육식이시네요!!!!!!!' 라고 하는거다. 난 순간 육식동물이 된 것만 같은 죄책감에 사로잡혔는데, 기분이 더 나빴던 것은 그 분이 그렇다고 해서 무슨 신념 때문에 채식을 하는 분도 아니었다. 자신이 채식을 한다고 해서 고기를 먹는 사람을 다른 종류의 인간으로 보는 건 일종의 폭력으로 다가왔다.  

예전에 여행할 때 만났던 베지테리언 독일인 부부는 왜 베지테리언이냐는 나의 질문에 자신들이 먹는 동물이 생전에 행복한 삶을 살지 않았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 땐 아무것도 모를 때여서 별 신기한 사람이 다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이라고 뭘 더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소신있게 대답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그들의 자세가 새삼 감탄스럽다. 이 문제는 사회적으로 옳고 그른 문제라기 보다는 개인의 신념에 가까운 문제가 아닐까. 동물의 사육 방식에 분명 문제가 있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개인의 식성에까지 옳고 그름의 기준을 부여하는 건 아까 말한 바와 같이 폭력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게 여기니까 가능한 거지, 한국에 돌아갔을 때 맛있는 삼겹살에 소주 한잔의 위로라던가, 돈까스며 훈제치킨, 곱창과 같은 안주의 유혹을 어떻게 뿌리칠 수 있을까. 아마 못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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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0-10-14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대로 신념을 갖고 하는 사람과 그저 건강을 위해 하는 사람을 구분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일전에 <간디 자서전>을 보았는데, 간디는 정말 목숨을 걸고 채식을 하더군요. 그것도 가족과 함께요. 그 책의 부제가 '진리 실험 이야기'였는데, 채식을 하며 진리를 알아가는 간디가 존경스러웠어요. 병원에 입원한 딸들에게 우유나 고기를 먹이라는 의료진들의 말에 갈등하는 모습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딸들도 채식하며 살아갔지만 한편으론 모질다는 생각도 했구요. 진리 실험의 험난함일까요?
간디는 콩도 안 먹었어요^^;

Forgettable. 2010-10-19 10:56   좋아요 0 | URL
아.. 우유도 안먹었군요. 당연히 계란도 안먹었겠죠? 전 요새 계란 하루에 두개씩 먹는 것 같은데; 먹을게 없어서.............. 진리 실험이 어떤건지 궁금해지네요. 가족과 함께였다면 가족은 자의로 한 거였을까요? 전 만약에 아빠가 제게 채식하라고 하면 고기먹을 것 같아요^^;;; 아빠 말 안듣는 딸래미라 ㅎㅎㅎㅎㅎㅎㅎ

콩도 안먹었다니. 흠.. 콩은 채소잖아요. ㅠㅠ 한번 찾아봐야겠군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10-19 12:20   좋아요 0 | URL
콩에서 기름이 나온다고 안 먹었던 걸로 기억해요. 정말 철저한 채식주의자였죠.

신지 2010-10-16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채식을 한다고 해서 고기를 먹는 사람을 다른 종류의 인간으로 보는 건 일종의 폭력으로 다가왔다.

ㅡ> 이 말 무척 공감해요.ㅠ 이게 비슷한 경우인지 모르겠는데, 요즘은 담배를 피울 때 .. ㅎㅎ

Forgettable. 2010-10-19 10:58   좋아요 0 | URL
이곳은 다행히 흡연자가 무지 많아요. 그런데 실내는 무조건 담배 금지. ㅎㅎ 술집에서도 다 나가서 핍니다. 길거리에서도 많이 피고요..
한국은 좀 흡연자들 안좋게 모는 분위기가 있긴 한데 이곳에서는 전혀 못느껴봤어요.ㅋㅋ

2010-10-17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별 고민없이 육식이에요. 행복하게 살다 죽은 동물은 먹어도 되는가에 대한 기준도 이상하고, 그렇게 치면 식물은 행복하지 않아도 되는가 싶기도 하고, 애초 이런 기준을 삼는 것 자체도 무수한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 같고 또 어차피 인간이 생물을 먹고 살아가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원죄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인간의 욕망을 위해 짐짝처럼 사육당하는 소들의 고통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사실 그 못지 않게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세계의 난민이나 빈민들도 많기도 한데 전 무기력해 보이고, 무엇보다 그릇된 것을 보고 고민하고 분노할 줄 아는 그런 마음... 깨어있음 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 게 다 잠들어 버린 것 같아요;
진지하게 자신의 신념을 추구하며 닦아가는 것이, 피곤하게 산다거나 쓸데없이 진지하다거나 고리타분하고 촌스러운 것으로 비춰지는 시대이지만 그게 제 자신을 위한 면죄부가 될 순 없겠죠. 제 몸 뿐만 아니라 정신에도 군살이 디룩디룩 끼어서 뒤뚱거리는 것 같네요 ㅠ

암튼 소와 이러한 문제에 관해 토론... 은 아니고 그냥 농담 따먹기 식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결론은 늘 그렇듯 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잡식 동물의 딜레마' 라는 책이 괜찮다고 해서 한 번 읽어보기로 했네요;

Forgettable. 2010-10-19 11:06   좋아요 0 | URL
저도 코님이랑 비슷하게 생각했어요. 지금도 딱히 막 동물들의 처지가 부당해서! 라기 보다는 같이 어울리는 친구들 분위기도 그렇고, 요리 해먹기도 좀 그렇고, 이런저런 겸사겸사 해서 많이 안먹는거지, 뭐 그렇다고 아예 안먹는 것도 아니고.. 지금 뭐라고 하는건지 잘 모르겠고.

전 그냥 고기 일주일에 한두번 조금씩 먹으며 자기위안 하는 정도라서 딱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ㅎㅎ 개인적인 만족이랄까. 저는 동정심도 자기위안이라고 생각하며 동정하는 제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이라.. 말이 자꾸 이상해지네요. ㅠㅠ 요즘 제가 좀 피폐해요. ㅠㅠ 고기를 안먹어서일까요? ㅠㅠ

소님과는 그런 문제로도 토론을 하시는군요. 아.. 저도 친구들 보고싶다. 그나마 요샌 같이 일하는 친구가 많이 놀아주고 얘기도 많이 들어줘서 다행이긴 한데, 아무래도 언어의 한계 땜에 답답하긴 해요.

ljh 2010-10-25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이어트 때문에 채식을 해본경험은 있지만........베지터리안이 되고 싶지는 않아

외국인들이 어떻게 개를 먹냐고 할때..먹으려고 키우는개가 따로 있다. 라고하면서 합리화를 하곤하잖아?
축산관련된 기업에 일을 하니 소나 돼지 닭=먹는거 라고 생각하게되...ㅋㅋ

세상에 이렇게 말그대로 먹으려고 키우는 동물들을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구나 싶기도하네..
내가 철이없는건지.....입장차이니까 뭐..ㅋㅋ
그리고 우리나라도 요즘엔 동물복지목장 농장이 대세야......ㅋㅋ
여튼 그렇게 고기좋아하는 언니가 거기거 그렇게 적응하는거 보면 신기하다..히히

나도 채식한번해볼까.................하지만 우유와 계란은 포기못하겟어!
버터도......치즈도.....ㅋㅋㅋㅋㅋ
지금도 엄마랑 한우에 송이버섯먹었어......부럽지?


Forgettable. 2010-10-26 14:00   좋아요 0 | URL
니가 채소요리가 아니라 생채소만 먹어서 그래 -_- 소금도 없이 ㄷㄷㄷ
채소 요리 맛난거 엄청 많아.

난 그리고 먹으려고 키우는 개가 따로 있다는 말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쪽. 아무리 먹으려고 키운다지만 개농장같은데 보면 개들도 엄청 학대당하고 불쌍하던데.. 그래도 동물복지농장 같은거라도 생긴다니 다행이네. 철이 없는게 아니라 그냥 다른거지 뭐.. 나도 남들보고 고기먹지 말라고 하는건 아니고 그냥 나라도 고기 소비량을 좀 줄여보고 싶다는 생각일 뿐이니까.

우유랑 계란이랑 치즈는 나도 엄청 먹음 ㅋㅋㅋㅋㅋ 치즈 짱 많이 먹어.
하지만 한우에 송이버섯은 좀 부럽다.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를 읽고 있다.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괜찮을 수도 있겠다는 은근한 기대감을 갖고 읽기 시작했는데 쉽사리 읽히지 않아서 띄엄띄엄 읽고 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는 두 번만에 다 읽어버린 후라고 후르륵 읽히기를 바랬던 건 아니지만, 교고쿠 나츠히코랑 친하다고 해서 그 만큼의 매력을 바랬던 것도 아니지만, 내게 미미여사는 멀고 먼 그녀로 남는 줄만 알았다. 

신용카드, 개인파산, 자본주의 어쩌고 하는 책 리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난 작가가 말하는 게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현대 사회의 자본의 병폐. 뭐 이런거. 근데 꾸역꾸역 읽다 보니 그게 아니다. 모르겠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 따위. 내게 이 책은 외로움이다. 그대로 사라져 버려도 아무도 찾아주지 않던 여자, 그리고 또 한 여자, 의무도 호기심도 그 어떤 이유도 없이 찾기 위해 그녀를 찾던 남자, 자기가 선택한 약혼녀가 그녀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슬픔도 배신감도 없이 그저 분노와 계산만 남은 남자, 애완동물의 죽음에 얼굴이 터지도록 싸움을 하고도 분이 안풀려 야구 방망이를 들던 아이. 모두가 그저 견딜 수 없이 고독하다. 

연애를 하고 말고에 상관없이 마음의 공간을 채울 수 없는 나, 매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자리에서 풍성했던 나무가 하루하루 여위어가는 걸 지켜보며 담배를 피우는 나, 술을 마실 수록 배가 고파지는 나, 맛있는 반찬에 밥을 먹으면서도 쓸쓸하다고 혼잣말을 하는 나, 애인이랑 헤어지고 이 노래 들으면 슬프겠다 하면서 들었던 노래를 우연히 들으며 패닉 상태에 빠지는 나, 잠에서 깨서 춥다고 전기장판을 켜고 다시 자는 나, 옛 편지를 읽으며 울다 자는 나, 웃는 모습이 예쁘단 말을 부쩍 많이 듣는 나는 [화차]가 너무 외롭다. 읽으면 읽을 수록 마음이 아파져서 초반에 읽을 때와는 또 다른 이유로 쉽사리 읽히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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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볶음명인 2010-10-12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와, 이 노래 여기서 우연히 또 만나네요, 만나니 여튼 존나 반가!
헌데, 화면이 원활하지 않아, 실은 보다 말았지요.^^
여하튼, 노래는 잘 나와, 잘 듣다, 잘 나갑니당!


Forgettable. 2010-10-12 08:5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명인 등장 하셨네요. ㅋㅋㅋㅋ
전 이 밴드 공연 며칠전에 라이브로 봤지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정말 대단했어요. ㅠㅠ 진짜 최고였음 ㅋㅋㅋㅋㅋ

이노래 아신다니 저도 존나 반가워요 ㅋㅋ

다락방 2010-10-12 09:02   좋아요 0 | URL
앗 그 유명한 참치볶음명인님이 여기에 방문해주셨네요! 저도 존나 반가워요! 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0-10-14 17:36   좋아요 0 | URL
아.. 배고파요. 참치볶음이란 단어는 절 배고프게 만들어요.

피비 2010-10-21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미미여사 처음 접한 작품이 화차였어요. 도서관에 책도 엄청 꾸진거였거든요. 요새같이 양장판에 작은 사이즈가 아니라 공책크기에 허섭스러운 것. 그래서 집어든 것인데....읽다가 예상치 못한 스릴감에 놀라서 다른 작품들도 마구 찾아 읽었는데 다 전개가 똑같은 형식이어서 실망했다는 슬픈 일이 ..ㅠ_ㅠ

아. 님 와서 돌아오시면 소개팅공유나 합시다. 주거니 받거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 아직 헤어진남자 세배넘었는데 못잊는것 같아서 이젠 그냥 막장으로 살고있음요;

Forgettable. 2010-10-22 10:41   좋아요 0 | URL
아 전개가 다 똑같나요? 전 지금 [이유]도 갖고 있는데 어떨라나 궁금해지네요. 피비님도 보면 은근히 독서 ...(이 단어가 왜 생각이 안나죠? 프리즘? 파라다임? 이딴 단어나 생각나고 ㅠㅠ 뭐지. 뭔가 스펙트럼??? -0-점점 바보되가는 기분)이 넓으시군요. 아니면 저랑 취향이 맞으시거나 ㅋㅋㅋ

저 소개팅 공유.. 주거니 받거니 이 부분 보면서 기분 급 좋아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서 누구 소개팅 해주지 하면서 막 친구들 떠올리고. 님은 주변에 술 함께 마셔주는 남자사람 친구 많으니 괜찮은 거 아닌가요. 왜 굳이 애인 필요 없는 화려한 싱글 정도? :p

ljh 2010-10-25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담배무지하게 비쌀텐데...................ㅋㅋ

Forgettable. 2010-10-26 14:00   좋아요 0 | URL
I can afford it.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