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드를 보지 않는다. 아무리 좋다고 해도 보지 않는다. 왜냐. 듣고 보기 시작하면 실망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리멤버'가 재밌다고 하도 그래서, TV를 안 보니 대화가 안된다고들 하도 그래서 보다가 두 편 보고 바로 접었다. 엉성한 각본과 말도 안되는 구성, 그리고 역시나 등장하는 주인공 남녀의 로맨스. 배우들 연기가 좋았기에 그나마 시청률 유지했지, 정말 아니올씨다 였다.

 

그런데, 이번에 꽤 괜찮은 한드를 발견했다. tvN의 '시그널'.

(근데 tvN의 드라마들은 공중파보다 훨씬 낫다고들 하고. 공중파는 맨날 막장만 내고.. 쯔쯔)

 

드라마 '사인'의 작가인 김은희 작가가 썼다고 해서. 눈 질끈 감고 보기 시작했는데.. 오호라. 나쁘지 않다. 아니, 좋다. 좋다. 재미있다. 배우들 연기 좋다. 이제훈 빼고..(ㅜ) 이제훈의 발음은.. 연극풍? 그의 콧날도 무지하게 부담스럽고 말이다. 그래도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

 

지금 4화까지 보았고 10화까지 진행되었다 하는데, 열심히 봐서 .... 이번 주엔 본방사수를 해볼까... 라는 마음이 들고 있다. 이거 다운로드 받느라고 어제 고생했다는 얘기도 덧붙이고.

 

개인적으로 김혜수가 연기를 잘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별로 없다.. 근데 여기서 보니, 역시 버티는 게 이기는 건가. 싶네. 연기라는 걸 한 30년 계속 하다 보면 어느 정도 궤도는 올라갈 수 있나 보다. 잘 하고, 20대에서 40대까지 무난하게 소화하고 있다.

 

조진웅. 이 사람 연기는 말할 필요가 없다. 잘 한다. 스포일 같긴 하지만... 4화 마지막의 극장씬은.. 보는 사람이 다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흡인력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네네... 그래서 지금 5화 보러 갑니다... 근데 맥주 한캔 고픈데 없어서 잠시 나가서 사가지고 올까 싶네요. 이런 드라마는 맥주가 필요한 드라마라서 말입니다.

 

 

*

 

2시간 후...

그래서 말입니다. 사와서.. 먹었지 뭡니까..ㅎㅎ

오늘은 특별히... 산 미구엘로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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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6-02-22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번에 몰아봐야지 생각하고 있어요. 막 출근했는데 맥주 땡기네요 ㅎㅎㅎ

비연 2016-02-23 15:41   좋아요 0 | URL
아 이거 한번에 몰아보게 되긴 하는데... 눈이 엄청 아파요.
1시간 10분씩... 10편이니... 지금 6편까지 보고 일단 스탑....
맥주는.. 늘 땡기죠 ㅎㅎㅎㅎ
 

 

<앵무새 죽이기>의 저자 하퍼 리 (Harper Lee)가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 책 단 한권으로 퓰리처상을 탔고, 오늘날까지도 이 책 <앵무새 죽이기>는 인종차별에 대한 대명사적인 책으로 매김하고 있다. 그녀는 철저히 은둔자적인 삶을 살았고, 최근에 <파수꾼>이라는 책을 하나 더 냈을 뿐이다.

 

그녀가 한 말이 있다.

 

Writing is something you'll never learn in any university or at any school. It's something that is within you, and if it isn't there, nothing can put it there.

 

멋진 말이다. 글쓰기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 네 속에 담겨 있는 것들이 있다면 가능한 것이다 라는 말. 이 글을 보니 5년 전에 돌아가신 박완서의 말이 생각난다.

 

나더러 습작을 안 했느냐, 왜 습작기가 없었느냐 한다면, 난 아무것도 쓰지 않고 그냥 살아왔던 시간도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사실 애 다섯을 낳아서 키우다보면 아무 생각도 못하죠. 애들 어렸을 땐 누구 하나 손톱 깎아달라고 하면 나머지 애들이 다 덤벼요. 애 다섯이면 손톱 발톱 모두 합쳐 백 갭니다. 또 지금은 다들 급식하잖아요. 당시에는 모두 도시락 싸서 다녔어요

박완서나 하퍼 리나 이제 이 세상에는 없는 사람들이 되었구나... 라고 생각하니 참 인생 사는 게 덧없고 아이러니하다 라는 씁쓸함이 있지만... 이들은 속에 꽉 차오른 마음들을 글로 잘 옮겨 담아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 대표적인 작가들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움베르토 에코도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움베르토 에코의 책은 많기도 많으니 여기다가 다 올리고 뭣하고... 무엇보다 <장미의 이름> 이걸 처음 맞닥뜨렸을 때의 충격, 놀라움, 감탄 이런 느낌들은 잊을 수가 없다. 1980년작인 이 작품은 그 해박한 지식, 정교한 구성,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울리던 의미들이 마음에 한꺼번에 몰아닥쳐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감.동.이었음을 기억한다. 이 사람의 머리에는 뭐가 들었던 말이냐. 이런 말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 그래서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래로 최고의 '르네상스적'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사람이다. 같은 이탈리아 사람임도 아이러니하네.

 

그렇게 이 분도 떠났다. 하퍼 리, 박완서, 움베르토 에코... 그들의 머리와 심장에 담겨졌던 그 숱안 지식과 감성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들의 책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에 파편처럼 남겨졌을 것이다.. 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진부하다. 그냥 그 책 이상의 더 큰 것들을 가지고 있었을 그들이 평생을 쌓은 것들은 죽음과 함께 공중으로 분해된 것일까. 아쉽고... 아쉽다.

 

Rest in Peace...

 

내가 경애해 마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이제 세상을 등지고 피안의 세계로 가고 있다. 그들은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사람들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늘 영향을 미친 사람들이었는데. 신영복 선생도 최근에 돌아가시고... 마음이 스산해지는 겨울의 끝자락이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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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2-20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원한 안식에 든 시대의 거장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비연님도 마음 스산해 하지 마시고 먼저 가신 작가들의 영원한 안식에 경의를 표하세요. ㅋㅋ

비연 2016-02-21 00:53   좋아요 0 | URL
네... 배익화시인님... Rest in Peace...
 

 

몇 주간 격무에 시달리느라 (정말 격무였다. 이게 뭔 필요가 있는 가 매일 고민하면서 일했다) 책을 책대로 보지도 못하고 쓰러져 자기 일쑤이다가, 아니 혹은 자지도 못하고 나가기도 했다가, 오늘 드디어 약간의 여유라는 게 생겼다. 그래서 읽다 만 책을 들고 드러누워 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이 책은, 계속 보지 못하고 있었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줄리언 반스가 아내를 잃고 쓴 사부곡(思婦曲)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내 마음의 슬픔과 맞닿아 너무 그 슬픔이 커질까봐 계속 미뤄두었었던 책이다. 이제 이 책을 읽을 정도이니 마음의 짐이 많이 덜해진 걸까....

 

줄리언 반스의 글을 읽으면서, 아... 내가 느끼는 것과 어떻게 이렇게 같을 수가 있지. 아내를 잃든 친구를 잃든 부모를 잃든, 그 감정의 결은 조금 차이가 있을 지라도 매우 친밀한 사이의 사람을 떠나보내는 사람들의 심정은 매일반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짐은 덜어진 것이 아니라 그냥 그대로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젊은 시절, 세상은 노골적이게도 섹스를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나중에는 사랑을 아는 사람과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그 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로 - 적어도 우리가 운이 좋다면 (혹은 운이 나쁘다 해도) - 세상은 슬픔을 견뎌낸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으로 나뉜다. 이런 분류는 절대적인 것이다. 이는 우리가 가로지르는 회귀선이다.  (p110~111)

 

알고 있다. 슬픈 경험을 해본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 그리고... 누군가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떠나보낸 사람과 그래본 경험이 없는 사람으로 나뉠 수도 있는 것임을. 최근에야 알았다.

 

'중요한 건, 자연은 너무나 정확해서 정확히 그럴 가치가 있을 만큼의 고통을 안겨준다는 거예요. 그래서 어떤 면에서 우리는 그 고통을 즐기기도 한다고 나는 생각해요. 그런 점이 지금까지 문제가 안 되었다면, 앞으로도 그럴 거에요.'...(중략).. 사별의 슬픔은 인간으로서의 상태이지 의학이 필요한 상태가 아니며, 그 고통과 더불어 다른 모든 것을 잊는 데 도움이 되는 약은 있어도 치유해주는 약은 없다. (p116)

 

나 또한 줄리언 반스처럼, 저 말에 괜한 위안을 받았다. 잘 모르겠다. 그게 무엇인지. 자연이 정말 그런 고통을 그런 방식으로 안겨 주는 것인지. 그러나 그 즐긴다는 어감이 쾌락의 의미는 아님을 알게 되었다. 뭐랄까... 그냥 부재를 부재로 받아들이지 않고 누린다고나 할까... 표현이 잘 되지 않는다.

 

당신은 그녀와 공유하던 어휘, 어법, 말장난, 둘 사이에만 통하는 언어의 지름길, 둘 사이에서만 통했던 농담, 유치함, 장난 섞인 핀잔, 야한 첨언들을, 풍부한 기억들이 담겨 있지만 남에게 설명하면 아무 쓸모도 없는 이 모든 모호한 참고자료들을 잃었음을 가슴 아리게 느낀다. (p146)

 

... 너무나 공감하여 할 말을 잃는다. 내가 소중한 친구를 떠나보냈을 때 가장 슬펐던 것은, 긴긴 세월동안 우리가 함께 쌓았던 기억들을, 추억들을, 그 세세한 순간들을 웃음으로 슬픔으로 진심 공감하며 이야기할 상대를 잃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 상황을 설명해야 할 것이고 상대는 자신이 포함되지 않았던 그 상황에 대해서 지루하게 듣고만 있을 뿐이겠지. 아무도 그 순간의 기억들에 함께 해주지 못하겠지. 진실로 그렇다. 그래서 더 진한 외로움이 다가온다.

 

우리는 꿈속으로 내려가고, 또 기억 속으로 내려간다. 그렇다. 예전의 기억은 과연 돌아온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우리는 두려움을 배우고, 다시 찾은 기억이 원래 그대로인 지 확신할 수 없다. 어떻게 똑같을 수 있겠는가. 당시 거기 있었던 사람이 더 이상 확증을 해줄 수 없게 되었는데. 우리가 한 것, 우리가 간 곳, 우리가 만난 사람들, 우리가 느낀 감정을. 우리가 함께하게 된 사연을, 그 모든 것을. '우리'는 씻겨가고 이제 '나'만 남았다. (p181)

 

우리는 씻겨가고... 나만 남았다... 가슴에 절렬하게 다가오는 문장이다. 부부의 연을 맺은 사람들의 그런 내밀한 구석까지가 같진 않더라도, 십수 년간 함께 추억을 쌓아오고 정신적 교감을 이어오던 친구를 잃는다는 것은, 흡사 팔다리를 잘린 것 같은 상실감을 가지게 한다. 잘린 팔다리의 끝자락에서 아직도 팔다리가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하는.

 

줄리언 반스의 이 책은.... 상실감을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읽었을 때 더욱 빛이 날 책이다. 나에게도 물론. 작가란, 그래도 이렇게 쌓여있는 감정을, 피를 통하는 심정으로 글로 매김질 할 수 있는 좋은 재주를 가진 사람들인 게다. 부럽고, 서럽다.

 

 

 

우리는 30년을 함께했다.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서른두살이었고, 그녀가 죽었을 때는 쉰여섯 살이었다. 그녀는 내 삶의 심장이었다. 내 심장의 생명이었다.

사별의 고통은 죽음과 마찬가지로 진부하며 유일무이하다. 그런 의미에서 진부한 비교 하나를 들어보자. 차를 다른 브랜드로 바꾸고 나면, 갑자기 길 위에서 같은 브랜드의 차들이 수도 없이 눈에 들어온다. 전에 없던 방식으로 그 차들이 의식에 각인된다. 아내를 잃게 되면, 갑자기 남편을 잃고 아내를 잃은 모든 사람들이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전까지 그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다른 운전자들, 배우자가 살아 있는 사람들의 눈에 그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좀 지난 일이긴 한데, 나는 그 순간을 기억한다. 아니, 그 보다는 그 논제가 갑자기 들이닥쳤다고 해야겠는데, 그것은 내가 자살을 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었다. 아내가 어떤 식으로 살아 있는 한, 그녀는 내 기억 속에 살아 있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물론 아내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 속에도 생생히 살아 있다. 그러나 나는 아내를 기억하는 가장 주된 사람이다. 만약 그녀가 어디엔가 존재한다면, 그녀는 내 안에 내면화되어 존재한다.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었다. 마찬가지로 내가 자살을 할 수 없는 이유 또한 그러했고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내가 자살하면 나 자신만이 아니라 아내까지 죽이는 일이 되기 때문이었다.

존슨은, 오직 노동과 시간만이 비탄을 완화한다고 본다. `슬픔`은 영혼에 녹이 슨 것과 같으며, 그것을 벗겨내는 과정에서 온갖 새로운 발상이 동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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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2-20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을 누군가가 써놓았을 때, 그 때는 정말, 가슴 벅 차지요. 좋은 책 소개해줘서 감사합니다. *^

비연 2016-02-21 00:53   좋아요 0 | URL
좋은 책입니다... 일독해보실 것을 권고~
 

 

 

 

 

 

 

*

 

지난 설날 연휴, 나는 가족들과 일본의 Okinawa에 있었다. 그래, 있'었'다.

 

사진을 문득 보니, 내가 과연 그 때 그 곳에 있었던 게 맞는가. 그 때 그곳에 있던 자가 내가 맞는가 라는... 생각이 든다. 왠지 꿈을 꾼 듯한 이 느낌.

 

인생 다 지나고 나서도 그런 느낌이겠지.. 라는 뜬금없는 생각이 든다. 人生은 一場春夢이라... 오늘 내가 겪고 있는 이 난항들도 지나고 나면 다 꿈처럼 아득해지겠지... 

 

.... Okinawa는 참 좋았다. 반의 반의 반도 못 보고 와서, 다시 갈 생각이다. 언제? 몰라...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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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4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4 1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6 0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6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러니까 놀러가느라고 짐을 싸면 좋을텐데... 이게 송도에서 프로젝트하는 중에 넘 급해서 '자비'로 호텔에 며칠 묵는다는 거지. 그래서 슬프다는 거지... 이게 뭐냐는 거지.

 

요즘 너무 바쁜 나머지 책도 제대로 못 보고 새벽 출근에 자정 퇴근에. 심지어 밤도 새는 와중이라 참으로 심적으로는 무료한 셈이라. 오늘 간만에 책을 보니 마음이 울렁울렁할 정도였다.

 

줄리언 반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작가.

그의, 아내를 잃은 후 그 아내에게 바치는 이 책.

 

 

 

 

 

 

 

 

 

 

 

 

 

 

 

 

 

아직 많이 남았지만, 그래도 마음에 왠지 꽂히는 글을 담고 있는 이 책.

 

우리는 평지에, 편편한 면 위에 발을 딛고 산다. 그렇지만, 혹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열망한다. 땅의 자식인 우리는 때로 신 못지않게 멀리 가 닿을 수 있다. 누군가는 예술로, 누군가는 종교로 날아오른다. 대개의 경우는 사랑으로 날아오른다. 그러나 날아오를 때, 우리는 추락할 수 있다. 푹신한 착륙지는 결코 많지 않다. 우리는 다리를 부러뜨리기에 충분한 힘에 의해 바닥에서 이리저리 튕기다가 외국의 어느 철로를 향해 질질 끌려가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사랑 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아니었대도, 결국 그렇게 된다. 누군가는 예외였다 해도, 다른 사람에겐 어김없다. 때로는 둘 모두에게 해당되기도 한다. (p60~61)

 

그리고, 작가는 다음의 구절을 바로 덧붙인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을 갈망하는 것일까. 그것은 사랑이 진실과 마법의 접점이기 때문이다. 사진에서의 진실, 기구 비행에서의 마법처럼. (p61)

 

어떤 사람은 줄리언 반스의 이 밍밍해 보이는 문장들 때문에 책이 지루하다고도 한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이런 밍밍하지만 담백한 구절들이 좋다. 야단스럽고 장황하고 유려한 문장이 아니라 인생의 모습에 더 다가와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반 정도 읽었고 3장은 아내 팻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고 해서 기대 중이다. 오늘 이 책을 다 읽고 내일 출장(?)을 가고 싶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 책은 <Stoner> 이다.

 

 

 

 

 

 

 

 

 

 

 

 

 

 

 

 

 

한글로 방금 읽어서인지, 영어로 읽는 것에 부담이 덜하다.

 

 

For several minutes, after the man had driven off, Stoner stood unmoving, staring at the complex of buildings. He had never before seen anything so imposing. The red brick buildings stretched upward from a broad field of green that was broken by stone walfs and small patches of garden. Beneath his awe, he had a sudden sense of security and serenity he had never felt before. Through it was late, he walked for many minutes about the edges of the campus, only looking, as if he had no right to enter. (p5)

 

 

한글로 읽을 때도 그랬지만, 학교와 스토너가 조우하는 이 대목이 괜히 아릿하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 흙과 더불어 무미건조하고 덤덤한 삶을 살 것이라 생각했던 10대 후반의 스토너가 대학교라는 곳을 처음 맞닥뜨렸을 때 느껴졌을 그 느낌이, 말로 너불너불 얘기하는 것보다 이렇게 쓰는 것이 훨씬 더 강하게 와닿는다.

 

아껴가며 한대목씩 읽어나가고 있다. 스무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참 좋다. 그냥 시간을 두고 조금씩 음미하며 읽고 싶은 책이다. 오랜만에 여러 사람에게 추천하고 있는 책이기도 하고.

 

아. 이제 짐을 싸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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