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날 교봉 강남점에 다녀왔었다. 올해부터는 틈만 나면 서점에 가자... 를 계획 아닌 계획으로 세워두고 있는데, 그 일환이라기보다는(ㅋㅋ) 후배들 만나고 책 얘기가 나와서 말이다. 그럼 서점에 가보지 뭐. 이러면서 가게 된 것이었고 가보니 책들이 잔뜩, 그러니 또 자극 받고. (책에는 어지간히도 자극을 잘 받는 비연이니까..;;;;)

 

 

그래서 최근에 사고 싶었던 아즈마 나오미의 '사라진 소년' 한 권은 사서 가지고 나왔다. 요즘에는 오프라인에서 책을 바리바리 사다가 가지고 오는 일은 거의 없는데, 대충 찍어오거나 적어와서 알라딘에서 구매를 하는 게 버릇처럼 되어 버린 탓이다. - 흠... 알라딘이 도서정가제에 반대한다는 문구가 뜨고, 알라딘 서재에도 종종 그 얘기가 나오던데, 아직 이해를 못 하고 있다. 알라딘이 관여된 일이니만큼 차근차근 챙겨 읽어봐야겠다.. - 그렇지만, 아무래도 서점을 나올 때 그냥 쭐래쭐래 나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멋적은 일이다. 때문에 요즘은 한 두권씩은 좀 무거워도 사들고 나오는 편이다. '사라진 소년'은 사오자마자 냉큼 읽고 있다. 이런 류의 소설들이 대충 비슷한 뉘앙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그렇다. 요즘엔 추리소설류를 좀 멀리하고 있다. 지겹기도 하고 다 비슷비슷하게 생각되기도 하고 해서 말이다) 읽으니 꽤 재미나게 읽혀지고 있다. 이게 그냥 개인적인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라, 뭔가 사회적인 컨셉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 같아서 더욱 그러한 듯.

암튼 그래서 자극 받은 김에 어제 책을 샀다. 이번 달 들어 두번째. 한 달에 두번만 사자 가 몇 년 전부터의 나의 모토이고 가급적 지키려고 하지만, 한 해가 저물어갈 때 쯤에는 거의 못 지키기가 일쑤라 좀 난감한 형편이다. 이번 달은 어제가 마지막..... 이고 싶다.



 

 

 

 

 

 

 

 

 

 

 


 

슬라보예 지젝이 편집한 <코기토와 무의식>. 라캉정신분석연구회에서 번역이 되어 나오는 라캉 시리즈 중 두 번째 책이라고 한다. 요즘 철학을 넘 등한시 해서 조금 자책하고 있었는데(나이가 들수록 머리 쓰는 게 싫어지는 거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고 있으나.... 머리 콩콩콩) 이 책을 보는 순간 읽어봐야 겠다 싶었다. 

요 네스뵈의 <레오파드>. 아 이 책을 계속 사지 않은 이유는.... 그 산만한 두께의 책을, 내가 밤새워 가며 다 읽어낼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노우맨>에서도 한번 당했던(!) 일인지라 사지 않으리라 사지 않으리라 시간이 되면 사리라...그랬는데, 서점에서 이 책을 집어든 순간.. 안 살 수가 없었다. 아마 이번 주말은 이 책과 함께...(ㅜ)

톰 빙험의 <법의 지배>. "우리 시대 가장 탁월한 판사"라는 찬사를 받아온 영국의 대법관 톰 빙험은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법의 지배' 사상이 자리잡아온 역사와 그것을 구성하는 여덟 가지 조건을 밝힌다... 라고 소개되어 있는 이 책. 아주 지긋지긋한 판사들만을 우리나라에서 접해서 그런가 (최근의 사태를 보라..ㅜ) 우리 시대 가장 탁월한.. 이라는 말이 판사 앞에 붙었다는 이유 만으로 이 책을 골랐다면 웃을텐지. 암튼, '법의 지배' 사상이 무엇인지 알아보자구.

 

 

 

 

 

 

 

 

 

 

 

 

 

 

 


 

 

 

에드 맥베인의 <살의의 쐐기>. 87분서 시리즈가 나왔다. 안 사고 배길 재간이 있겠는가. 이거 좀 시리즈로 다 번역해달라고 출판사에 탄원이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물만두님도 그랬었는데... 문득 물만두님이 그리워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피니스아프리카에 라는 출판사에서 이 시리즈를 야심차게 번역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모리스 블랑쇼의 <카오스의 글쓰기>. 2003년 2월 24일, 한 장례식장에서 백발이 성성한 노철학자가 떨리는 음성으로 추도사를 읽어 내려갔다. “어떻게 바로 여기서, 이 순간, 이 이름 모리스 블랑쇼를 부르는 이 순간 떨지 않을 수 있단 말입니까?” 추도문(「영원한 증인」)을 읽은 사람은 자크 데리다. 추도문의 주인공은 40년간 자크 데리다와 편지로 꾸준한 우정을 주고받은 작가, 모리스 블랑쇼였다... (알라딘 소개글 중에서) 자크 데리다가 이런 말로 추모했던 철학자. 글로 자신을 나타내는 것 이외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던 철학자. 블랑쇼의 많은 단상들과 개념들이 이 책에 집약되어 다 들어있다고 한다. 두근두근. 떨지 않을 수 없다.

한병철의 <피로사회>. 재독 학자인 한병철의 책이다. 이젠 우리나라 사람의 정서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책으로 엮어내는 인문학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정말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항상 외국 사람들의 관점, 외국 사람들의 번역된 글로 나의 사상을 키우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젠 같은 나라 사람의 글들을 통해 나의 정신을 살찌울 때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 책은 꼭 잘 읽어내고 싶다.


 

 

 

 

 

 

 

 

 

 

 

 

 

 

 

요것들은 선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내 올케에게, <로봇 세계에서 살아남기 3>는 내 조카에게. 갖고 싶은 책이 있다고 말해주는 것은 내게 있어 더할 나위없는 기쁨이다. 책 선물해주는 게 취미(?)인 나로서는 말이다... 얼른 사서 안겨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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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사놓고 보니, 엄청 사댄 것 같은데 8권이구만. 흠. 더 사고 싶다... (뛕!)  암튼 오늘 집에 가면 이 책들이 와 있을 것이고, 나는 룰루랄라~ 가위를 꺼내 포장을 뜯고 한권 한권 소중히 다루며 책장에 꽂아... 둘 데는 없어서 책장 구석에 쌓아... 둘 것이다 (ㅜㅜ). 그래도 좋다. 그러고보니 이번 주말에는 내놓아야 책들을 좀 정리해서 알라딘 중고서적에라도 내다 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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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3-01-22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르고 싶은데 꾹 참고 있고,,
책사주는 분이 있어서 올케분과 조카분은 좋겠어요,ㅡ,

비연 2013-01-22 16:33   좋아요 0 | URL
흠.. 저도 참아야 하는데..ㅜㅜ
책을 원하는 올케와 조카가 있어서 제가 더 행복해요^^
 
습관의 힘 - 반복되는 행동이 만드는 극적인 변화
찰스 두히그 지음, 강주헌 옮김 / 갤리온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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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이 성립되는 신호-반복행동-보상의 고리를 잘 관찰하면 습관을 고칠 수 있다는 메세지. 다양한 사례들을 `습관`의 관점에서 살펴본 점이 더 흥미로왔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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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객사와 과제 계약을 위한 협상을 하려고 출발한다. 마음은 임전무퇴(뭐래니..ㅜ)의 자세인데, 잘 되려나 걱정이 한꺼풀 있다. 지난 번에도 회의를 했었는데, counter partner의 자세가 완전히 무식 그자체인지라 말이 통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그날 엄청 흥분했었다. 오늘도 그렇게 될까봐 마음을 다잡고, 다잡고 있다.

 

경제경영서적에 협상과 설득의 책들을 아무리 읽어대어도 실전에서 제일 먼저 나오는 건 '성질'이라는 게 문제다. 이 모든 이론들이 내 머릿속 깊은 곳으로 침잠되면서 그 위로는 부글부글 끓어넘치는 성질이 한 자리 차지. 덕분에 맘 상하고 기분 상하고 일도 잘 안 되고. 오늘은 제발, 그간 많이도 읽어댄 책들을 떠올리며 좀 참아보자. (근데 찾아보니 내가 읽은 건 몇 개 안되는데 엄청이나 많네, 협상관련 책들이. 더 읽어야 하나..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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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1-19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게 싸우셔요~ ㅋㅋ

비연 2013-01-20 23:1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회사에서 가장 가깝게 지내고 있는 사람이 오늘 퇴사를 한다고 알려왔다. 그동안 조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불쑥 이야길 하니 듣는 순간, 아차 싶었다. 물론 곧 정신(?)을 차리고 축하를 해주었지만. 이직하게 되는 이유를 말하는데 하나도 동감되지 않는 내용이 없었다. 하긴 얼마 전부터 난 그 사람에게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고 계속 얘기해왔었던 게 기억났다. 이 곳은 겉보기로는 좋지만, 그 사람의 커리어에는 큰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잘 된 거다. 판단이 잘 되고 못 되고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어쨌거나 지금의 결단에 박수.

그러나, 헤어진다는 것은 늘 스산함을 동반한다. 더군다나 가깝게 지내던 사람이 떠난다는 것은 더더욱 그런 것 같다. 그런 것 같다..가 아니라 그렇다. 어디를 가든 마음 맞는 사람을 찾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 법이다. 마음이라는 게 억지로 한다고 맞아지는 게 아니니까... 사람과 사람이 무언가로 연결되지 않고서는 마음 맞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 사람과 나는 회사에서 '톰과 제리' 커플이었다. 항상 서로 무안주고 놀리고 그러나 늘상 같이 다니는... 유머가 통한다고 해야 하나. 말이 통한다고 해야 하나. 암튼, 이렇게 또 한사람을 보낸다.

나이를 먹으면 헤어짐에 둔감해질 만도 한데, 아직까지도 이렇게 섭섭함이 남는 걸 보면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건지. 그런 감정마저 느껴지지 않을 정도라면 완전한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 사람에겐 개인적으로 힘든 세월이고 그래서 이직까지 겹쳐서 심란한 시간들이겠기에 나의 섭섭함 정도는 묻고 지나가야 하는 거지. 어딜 가든지 잘 지내리라 믿기 때문에 걱정은 안한다. 워낙 뛰어난 사람이고 워낙 성격이 좋은 사람이고 워낙 착한 사람이다.

 

이런 날엔 딱 한잔의 소주가 먹고 싶어진다. 집에는 소주가 없으니 시원한 물이나 먹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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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3-01-15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그렇죠? 헤어짐이란 참 서늘한 단어이자 현실인 것 같아요.
더군다나 마음을 나누는 상대라면 서늘한 강도가 더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섭섭함을 잊을 정도로 멋지게 보내주세요! 헤헤

비연 2013-01-16 13:15   좋아요 0 | URL
서늘한 단어이자 현실. 참 들어맞는 말이네요^^
멋지게 보내주려구요, 환송회 거나하게(!) 해서..ㅎㅎ

숲노래 2013-01-16 0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걱정 아닌 좋은 마음을 품어 주면
서로서로 좋은 일이 찾아오리라 생각해요.
시원한 물 한 모금
그분도 들이켰으리라 생각해요.

비연 2013-01-16 13:15   좋아요 0 | URL
당연히 좋은 마음이죠~^^
앞으로도 계속 이 인연 이어지리라 생각해요. 지금 좀 섭섭은 하지만.
 

 

레미제라블을 읽고 있다. 오늘 1권을 다 읽고 덮으면서... 아 역시 고전의 힘이란. 그런 말을 나도 모르게 내뱉게 된다. 영화나 뮤지컬, 동화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부분들에, 사실은 진리가 숨겨져 있었다. 미리엘 주교가 어떤 사람인가가 한참이나 얘기되어 있었고 혁명과 왕정복고의 와중에서 만난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져 있다. 국민의회 의원인 G가 죽어갈 때 일말의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도 그의 곁을 지켰고 그에게 들은 말들을 곱씹으며 이후에는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더 애정을 주었다 했다.

 

"... 경우에 따라서는 나 자신의 적인 당신네들을 보호하기도 하였소. 플랑드르의 페테겜에, 메로빙 왕가의 여름 궁전이 있는 바로 그곳에 성 클라라회 수녀들의 수녀원인 성 클라라 앙 볼리외 수도원이 있는데, 1793년에 나는 그 수도원을 지켜 주었소. 나는 내 힘에 따라 의무를 다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을 행하였소. 그런 뒤에 나는 몰려나고, 쫓기고, 추적당하고, 박해와 중상, 조소와 모욕, 저주와 추방을 받았소.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백발이 된 나는 많은 사람들이 나를 무시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느끼고 있고, 무지몽매하고 가련한 군중에게 내 얼굴은 천발받은 놈 같은 얼굴로 보이겠지만, 나는 아무도 원망하지 않고, 증오받는 사람의 고독을 감수하고 있소. 지금 내 나이 여든여섯이오. 나는 곧 죽을 것이오. 당신은 내게 무엇을 요구하러 왔소?"

"당신의 축복을." 주교가 말했다.

 

 

그리고 장 발장은 내가 영화 등에서 느꼈던 것처럼 그저 가엾고 힘없는 죄수가 아니었다. 그는 무지몽매한 한 사람에 불과했으나 조카들을 위해 빵을 훔친 죄로 감옥에 들어갔고 두번의 탈옥 기회가 다 무산되면서 19년을 살게 된 사람이고 그 사이에 많이 포악해지고 세상에 대한 분노심이 가득해져 있었다. 힘은 장사였고 갈 곳없어 헤매이며 결국 미리엘 주교에게 왔을 때에도 어떡하든 한밑천 마련해보고자 은그릇을 훔쳐간 볼품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미리엘 주교의 한 마디에 그의 영혼은 깨어났다.

 

 

"장 발장, 나의 형제여. 당신은 이제 악이 아니라 선에 속하는 사람이오. 나는 당신의 영혼을 위해서 값을 치렀소. 나는 당신의 영혼을 암담한 생각과 영벌의 정신에서 끌어내 천주께 바친 거요."

 

(...)

 

장 발장은 오래오래 울었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흐느끼며 울었다. 여자보다도 더 연약하게, 어린아이보다도 더 겁내며.

 

 

그리고 무엇보다 몽트뢰유쉬르메르 시장인 마들렌으로 있으면서 선을 베풀었고 많은 사람들의 생계를 일으켜 세웠으며 겸허하고 경건한 삶을 지속하던 장 발장이, 사복형사 자베르로부터 자신의 이름으로 형을 살게 될 죄수가 붙잡혔음을 듣고 나서 고뇌하는 모습에 대한 서술은 영화 등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을 자아낸다. 그러니까 그냥 그대로 있으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스스로를 부인하고 자기 대신에 잡혀 들어갈 죄없는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먼 거리를 달려가던 모습.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번복되던 심정, 어쩌면 타의에 의해서 그 곳에 당도하지 않게끔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그래도 가서 그를 구해 내야 한다는 심정이 복잡하게 얽히는 대목은... 아. 너무나 인간적이다.

 

 

'이거다. 나는 진리를 꺠달았다. 이제 해결되었다. 생각하기로 들면 한이 없다. 결심은 섰다. 되는 대로 내버려 두자! 더 이상 망설이지 말자. 더 이상 물러서지 말자. 이건 모든 사람을 위해서이지 나를 위해서가 아니다. 나는 마들렌이다. 그대로 마들렌으로 있자. 장 발장이라는 자는 불행할 진저! 그건 이제 내가 아니다. 나는 그런 사람은 모른다. 나는 이제 그게 뭔지 모른다. 지금 누군가가 장발장이 되어 있다면 제가 알아서 하라지! 그건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다! 그건 어둠 속에 떠 있는 숙명의 이름이다. 그게 어떤 사람의 머리 위에 와서 떨어진다면, 그 사람에겐 딱한 일이다!'

 

(...)

 

그는 잠시 미래를 생각했다. 오오, 자수를 하고 자백을 한다! 그는 버려야 할 모든 것을 다시 취해야 할 모든 것을 생각하고 막심한 절망을 느꼈다. 그래, 이처럼 훌륭하고 깨끗하고 빛나는 생활에도, 이 만인의 존경에도, 명예에도, 자유에도 고별을 해야 한단 말인가! 이제는 들에 산책도 못 가리라. 이제는 5월의 지저귀는 새소리도 듣지 못하리라. 이제는 어린아이들에게 적선도 못하리라! 

 

(...)

 

이렇게 그 불행한 영혼은 번민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이 불운한 사나이보다 천팔백 년 전에 중생의 모든 신성과 모든 고뇌를 한 몸에 구현한 그 신비한 인간 역시 절대자의 사나운 바람에 감람나무가 흔들리는 동안 별이 총총한 하늘로부터 그림자가 넘쳐흐르고 어둠이 철렁거리는 무서운 잔이 앞에 나타났을 때 그 잔에 손을 대기를 오래 주저하지 않았던가!

 

 

마침내, 자신이 장 발장이라고 밝힌 그. 정말 그 재판정에서의 광경은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모습이었다. 내가 그 죄인이라고. 날 잡아가라고. 그리고 자기를 증언한 동료죄수들의 특징들을 하나씩 하나씩 읊어댈 때란. 이렇게 용감하게 나선 장 발장에 대해 세상은 바로 돌아서 버린다.

 

 

자베르는 장 발장을 시 형무소에 구금했다.

마들렌 씨의 체포는 몽트뢰유쉬르메르에 놀라움을 불러일으켰다. 아니, 오히려 비상한 동요를 일으켰다고 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실로 서글픈 일이지만, "그는 전과자였다" 라는 단 한마디 말로 거의 모든 사람이 그를 버리고 돌아보지 않았다는 것을 나는 숨길 수 없다. 두 시간도 채 못 가서 그가 베푼 선행은 모조리 잊혔고, 그는 이제 그저 '전과자'일 뿐이었다. (...) "옳아! 어쩐지 수상하더라. 권력자가 글쎄 너무도 친절하고, 너무도 성인군자 같더라니까. 훈장을 거절하는가 하면, 아이들을 만나면 아무한테나 돈을 주지 않았겠어? 나는 늘 그런 이면에는 무슨 심상치 않은 곡절이라도 있으리라 싶었지."

 

 

세상 사람들의 인심이란. 이 대목을 읽으면서 괜히 내가 배신감에 몸서리를 쳤다. 그리고 장 발장은 탈옥을 감행했고 팡틴에게 약속한 대로 코제트를 데리러 떠난다. 이게... 1권의 마지막. 주저없이 2권을 들면서 다 아는 스토리임에도 이렇게 읽게끔 만드는 소설이란, 정말 좋은 글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책보다 나은 영화나 뮤지컬은 없다, 라고 단언하는 바, 책은 많은 부분들이 철학적으로 역사적으로 명상적으로 그려져 있음을 다시한번 강조하는 바이다. 알라딘 서재분들이 많이도 읽은 이 책을 이제야 읽으면서 이렇게 흥분하는 게 좀 우습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가 이 책을 읽고 있음을 그리고 이 책을 참 많은 사람들이 읽고 싶었으면 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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