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괜히 나이에 걸맞지 않는 고민으로 심란한 나머지 모임 때마다 술을 넘 들어부으셨다. 게다가 사람들 만난다고 매일 늦게 귀가했고 토요일도 아침부터 모임 갔다가 밤늦게 오고... 어제는 회사도 잠시 들렀고. 덕분에 오늘 단단히 탈이 났다.

 

회사 강당에서 무슨 세미나를 한다고 어느 팀 상무가 나와서 발표를 하는데.. 아... 속이 갑자기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침에 화장실 다녀왔는데 왜 이러지 하면서 참으려고 했지만... 점점 아파오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지경으로까지 가고... 아 이러다가 실수하겠다 싶어서 벌떡 일어났다. 그 큰 강당에서 상무 발표 중에 갑자기 위로 튀어오른 나. 그리곤 냅다 뛰기 시작했다, 뒷문으로. 근데, 근데, 근데,.... 그러다가 걸렸다, 발이....

 

만화에 나오는 애처럼. 두 팔을 허우적허우적, 두 발이 앞으로 다다닥... 엎어지기 일보 직전에 거의 엎드리다시피 하여 문에 쿵... 문을 열려고 했는데 이게 안으로 잡아 당기는거네? 아.. 정말! 그래서 밖으로 미니... 드르륵. 뒤에서 웃음소리... 

 

절망.... 바로 화장실에 돌진했고... 속이 좀 편해지니 얼굴이 화끈화끈. 누가 나 알아볼까봐 오늘 온종일 머리를 숙이고 바닥만 쳐다보고 다니고 있다는. 이런 '개'망신이. 지난 주의 업보를 이번 주 월요일부터 '망신'으로 치르고 있는 비연.

 

...ㅜ

 

일요일에 회사를 나온 건, 짐을 풀기 위해서였다. 금요일에 부서 전체가 층을 옮겼는데, 하필 그 옮긴 층에 부사장이 근무한다. 근데 월요일에 와서 짐 풀면 시끄러우시니 일요일에 와서 풀어라. 아. 근데, 짐이 오후 3시에나 옮겨진다네?... 뭐 이런 통보가 온 거다. 어이가 없어서... 냅따 담당자에게 갔다. 월요일 새벽에 와서 풀겠다. 그랬더니 부사장이 6시에 출근하니 4시에 오면 되겠다고... 흠냐. 네 알겠습니다, 일요일에 와야죠. 그러고는 투덜투덜 거리면서 돌아섰고. 일요일 정확히 3시에 와서 3시 20분까지 짐풀고 집에 갔다. 왔다갔다 2시간에 준비시간 50분 더하면 난 20분 짐풀려고 3시간을 투자한 셈이지. 황금같은 일요일에.... 탈권위 시대는 바깥에서만 이루어지는 모양이다.

 

...ㅜ

 

그래도 날은 좋고, 거의 여름이고,... 지난 주에 지은 '죄'를 씻기 위해서라도 이번 주는 고요와 평정과 자중으로 한 주를 나기로 했다. 물론, 배가 아파서 어디 다니기도 힘든 실정이라는 것이 더 정확한 현실인지도 모르겠으나 (아이고야)... 내일 비온다니 잘 되었다~ 라고 혼자 좋아하고 있다. 심뽀가 쯔쯔... 그러고보니 내일은 5월 23일... 비가 올 만한 날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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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5-22 16: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눈이 마이 안 좋긴 안 좋은가 봅니다.
탈났다를 털났다로 읽고 님의 서재에 이렇게 들어 와
읽고 있으니...ㅎㅎㅎㅎ
미안합니다.ㅠㅠ

비연 2017-05-22 16:0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빵터졌어요 stella님!

stella.K 2017-05-22 16:15   좋아요 2 | URL
ㅎㅎㅎ 비연님 어쩌면 좋아요.
이거 원 댓글 조차도 털났다로 썼어요.
언능 고치고 가요.ㅠㅠ

비연 2017-05-22 16:17   좋아요 2 | URL
stella님...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 저 그거 지금 알았어요.
제 눈도 마이 안 좋은가봐요...ㅜㅜㅜ
그나저나 ‘탈‘과 ‘났다‘를 띄어썼어야 했나봐요 .. .ㅎㅎㅎ
근데 왜 이렇게 빵 터지는 거죠. ‘탈났다‘와 ‘털났다‘ 간의 느낌차가 넘 커서 ㅎㅎ

오거서 2017-05-22 19:52   좋아요 0 | URL
두 분 너무 재밌어서 저도 빵 터짐!! ^^;;
글 내용은 웃으면 안 될 것 같은데요…

2017-05-22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22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22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22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사실 생각해보면, 평온하다는 말이 주는 어감은 참, 따뜻하다. 마음도 몸도 평온하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나이드니 몸도 늘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수시로 쑤셔대고 아프고... 아우성을 쳐댄다. 덕분에 약을 매일 쳐묵쳐묵하고 있고. (일명, 약순이).. 마음은 더하다. 몇달 전까지만 해도 속에서 온갖 선악이 와글와글. 북적북적. 부글부글... 그랬었는데, 아 요즘은 정말 '평온'하다. 뭐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덧붙이면 사족이다. 신경쓸 일이 없고 나가서 밤늦게까지 떨 일도 없고 새벽까지 신경 곤두세우며 들어야 할 뉴스도 없는 요즘, 그래서인지 몸도 좀 잠잠하고 마음은 특히... 고요하다.... 심심할 정도. (허허)

 

 

2.

 

오늘, 5.18이다. 이 역사적 사실에, 그 사실에 대한 불의한 대응들에 몸 바쳐 싸웠던 경험은 없는지라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오늘 그렇게 인생과 생명을 걸고 그 사실을 알리고자 노력했던 사람들의 이름 하나하나가 대통령의 입을 통해 호명되는 순간, 전율이 일었다. 이런 것이 '상식'인데. 이걸 왜 색깔 논쟁 따위에 붙여서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분노하게 하고 슬프게 했는가. 정말 간단한 건데. 역사는 존재했고, 그 역사 속에서 상처입고 힘들었고 지금까지도 그 상흔을 부여잡고 사는 사람들이 두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다. 그걸 인정하면 되는 건데. 그 인정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던가.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고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런 아픔이 다시 없도록 해야 하는 제도적 장치이며 그것이 존재 의미이다... 이게 그렇게 어려웠던 건가... 같이 울 수 밖에 없었다. 이제야 대놓고 울 수 있게 된, 방송으로 그런 모습이 나가도 하나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3.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래서 기대 따윈 안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런 평온함이 정말 오랜만이고 이런 시원함이 정말 반가와서 그냥 조금 누려보고 싶다. 유시민의 기가막힌 말처럼 나도 한동안은 '어용'이 되어 보려고 하니까. 많은 사람들의 염원 하에 만들어진 정부이고 따라서 시행착오와 기대에 대한 어긋남이 있더라도 기다려주고 지지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라는 말에 정말 격하게, 격하게 공감한다. 현실정치에 발을 디뎌보았던 사람이라야 할 수 있었던 말을, 유시민이 적절한 단어로 다 대변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지식인으로서, 작가로서의 유시민, 짱이다.

 

 

4. 책으로 돌아와...

 

책이 잘 읽혀지지 않고 있는 게 좀 스트레스라면 스트레스이다. 사람들 만나러 다니는 일정도 빡빡하지만, 어쩐지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왜 그렇지? 라고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고. 봄이라 그런가. 날이 화창해서, 이런 날 주저앉아 책읽기 아까와서 그런가. 근데 문제는 여행계획도 잘 안 짜진다는 거다. 이건 무슨 조화인지. 좀더 진진하게 책을 읽으며 사고하고 싶은데. 어딘가로 휙 가서 여러 생각도 정리하고 오고 싶은데. 나이가 들어 그런가... (켁)

 

 

 

뒤늦게 폴 오스터의 이 책을 읽고 있다. 12살 이전의 아이로 돌아가 그 때 느꼈던 것들, 그리고 어쩌면 지금의 자양분이 되었을 감정들을 그냥 쭈욱... 쓰고 있다. 읽으면서 생각해본다. 난 어땠지? 나도 이랬나? ... 한국과 미국이 다르고 서양과 동양이 다르고 남자와 여자가 다르지만... 아이에게 다가오는 세상이란 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세상이라는 건, 참 작고도 엉뚱하여 나름 속에서 많은 것들이 솟아 올랐다 꺼졌다 하는 것임을... 돌이켜보니 알겠다 싶고. 이 폴 오스터는 이런 책을 쓸 수 있어서 문제적 작가라고 생각한다. 60대 중반에 이르러 이제 다른 사람을 관찰하는 데에서 나아가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역사를 돌아보는 시기에 이르렀구나. 결국 나 자신의 우주같은 세계, 나라는 인간을 이루어내는 그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노년의 작가들에게 어쩌면 시험대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나도, 나의 어린시절과 요즘 매일 조우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이번 주말엔 주 1회 스릴러소설 읽기를 다시 시작할 생각이다. 그 동안은 안 읽었니? 라고 물어본다면... 에헴에헴... 이고. 지난 주 지지난주엔 못 한 것 같아서 '다시'라는 말을 붙인 것 뿐이다.

 

 

 

이번 주는 이걸로 결정. 벌써부터 두근두근... 아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진다는. 다른 책들도 있는데, 일단 이 책에 대한 궁금증부터 해소하고 넘어가야지. 이번 주는 토요일은 온종일 일이 있어서 책 읽기 힘들어 일요일 하루 늘어지려고 했었는데...

 

회사에서 층간 이사를 간다고 하면서, 우리 부서가 옮기는 층에 부사장님이 계시니... 월요일 아침에 와서 (바스락거리며) 짐 풀지 말고 일요일에 와서 풀란다. 30분도 안 걸리는 일을 하기 위해 일요일에 나와야 한다니. 탈권위라는데, 도대체... ㅜㅜ 그래서 아침부터 스팀 한번 받고. 일요일에 나온 김에 이 책이나 어느 구석에 쳐박혀 보다 들어가리라 그러고 있다. 젠둥.

 

 

 

 

 

 

 

 

5. 잠시, 영화 이야기.

 

요즘, 본 영화가 두 개다. <가오갤2>와 <에이리언-커버넌트>. 이런 류의 영화를 극도로 싫어하지 않으신다면... 보라고 권유. 둘다 깨알같은 재미가 있다. 사실 에이리언은 좀 끔찍하긴 했지만 (도대체 문어대가리 같은 것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덤벼대는 걸 보고 흠칫 흠칫 놀라지 않을 재간이 있겠냐는 거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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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5-18 1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평온하시다니 축하드리고 싶어지는군요.
저도 그 느낌 아니까...^^

비연 2017-05-19 10:47   좋아요 0 | URL
ㅎㅎㅎ ^^
 

 

이넘의 일이라는 게 그렇다. 프로젝트 한다고 몰아칠 때는 밤낮을 안 가리고 하다가, 프로젝트가 막상 끝나면 흠? 나 이제 뭐해? 이런 구도가 된다. 혹자는 말하지.. (구체적으로는 내 상사) 나가서 영업을 해라. 아니, 영업이 따로 있는데 나보고 나가서 영업을 하라 하시면 영업은 뭐를 하나요? 라든가, 그 쪽에서 말도 없는데 다짜고짜 좇아가서 영업 행위를 하면 절 바보로 보지 않을까요? 라든가,... 속에서 이런저런 궁시렁거림이 온천물처럼 솟구치지만 꾸욱 참는다. 결국 이제 다른 프로젝트 들어가기까지 버티기에 돌입해야 한다는 결론. 상사의 눈치로부터 버티기... 이건 뭐, 직장연수 한두 해도 아니고 그냥 무시하면 되는데, 아. 심심한 걸 버티는 건 쉽지 않다.

 

심심하다는 건, 심심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시간이 남아... 뭘 하지? 라는 생각은, 내가 이것밖에 안돼? 라는 자기 비하로 급 발전하고 그러다가 자존감마저 상실하게 되며 누가 찌르기만 해도 눈을 부라리는 정신병리학적 현상으로까지 발전한다는 게 문제다... 흠.... 나는 지금 일단계. 아직 프로젝트 끝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일단계에 머물고 있다. 오늘 아침에 친구는 그랬다. 월급 주는데 그냥 버텨. 뭐 월급도 안 주고 버티는 것보단 낫잖아. 긍정적인 넘. 오냐. 월급이 어디야. 버텨주지... 라지만, 이 심심을 뭘로 풀까 고민하게 되는 건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제 일찍 들어갔더니 아빠가 그러셨다. "어? 왜 일찍 와?"... 그냥 곱게 답하면 되는데 "일찍 끝났으니까 일찍 오짓!" 라고 답하고는 방으로 슝. 이단계로 넘어가려나 보다. 왜 그런 평범한 말에 과민반응을 보이고 난리냐 비연. 이 심심은 집으로까지 전염되어 책을 읽고 야구를 보고 늘 하던 대로 하는데도 심심의 느낌이 남는다. 그래서 주말에 노끈이 없어서 싸다가 만 버릴 책들을 낑낑대며 묶기 시작했다. 이런 단순반복작업은 잡념을 없애니 좋지 뭔가. 그러나 그것도 잠시. 30분만에 끝나버림. 그래, 버리고 오자. 그렇게 두 덩이를 들고 출발. 다녀와서 아구야. 하루에 다 버리는 건 무리야. 조금씩 버리자, 매일. 이러면서 뻗었다.

 

다시 아빠의 한 마디 작렬. "이제 책 좀 그만 사면 안돼? 책을 왜 이리 사?"... 으악. 안 그래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던 차였는데. 심지어 내일 모레 한 박스가 또 오는데. "내가 읽고 싶어서 사는데 왜?!".. 라고 또 한마디 빔을 발사하며 방으로 슝. 심심한 여파는 가족에게로까지 번진다. 좋지 않다. 아니, 나쁘다.

 

아무래도 뭔가 다음 프로젝트 하기 전까지 (지금 기다리고 있는 거 하나, 7월 예정이 하나) 뭔가 의미있는 작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라면서 이것저것 공부할 것들을 짊어지고 앉아 있는데, 원래 공부를 좋아하는 자가 아닌 비연으로서는, 자꾸 딴생각이 나고 급기야 이렇게 알라딘에서 도닥도닥. 어쩌면. 괜히 핑계를 대어보면... 지난 몇 달간 완전 긴장에 살다가 5월 10일자로 자유로와져서 본인의 심심함이 더 도드라지는 지도 모를 일이다. 근데 정말, 이렇게 마음이 가벼울 수가 있나. 지금은 뭐든 이야기되는 것들에 신선한 흥미를 가지게 된다. 이런 일이 얼마만이냐. 얼쑤... 그래서 나의 심심 깊이는 더해 간다는 반사적인 불이익이 있어서 탈이지. 흐미.

 

이제 일을 좀 해볼까. 일이란 게 꼭 프로젝트를 하고 그런 것만이 아니라, 준비하고 알아보고 하는 것도 일인데 말이다. 사람이란 게, 특히나 내 세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자발적인 학습보다는 뭔가 목표가 주어지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학습하는 데에만 익숙해져 그런 지 '자율' '자가' 발전이 쉽지 않네.. (물론 나만의 경우일 수도 있음)

 

힘내서, 버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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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2 0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2 0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다. 대통령 한 명이 뿅 나온 게 아니라 그 추운 겨울날 촛불 들고 거리를 지킨 수많은 시민들의 힘이 밀어 올린 것이라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앞으로는 좀더 상식적인 세상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기대가 가능한, 이 순간부터가 '나아진'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해본다.

 

돌이켜보면, 노무현과 문재인. 고졸 출신의 변호사로 돈 버는 재미로 살던 노무현이 어느날 사회라는 것에 눈을 돌리게 되고 그 와중에, 사법연수원 차석 졸업이지만 검거이력 때문에 판사가 될 수 없었고 김&장 등의 법무법인 다 뿌리치고 부산에 내려와 변호사 개업을 한 문재인과 만난 그 사안 자체가, 역사의 시작이었구나 싶다. 그 당시에는 그 누구도 이 둘이 우리나라의 16대와 19대 대통령이 되리라 생각하지 않았겠지.

 

노무현이 대통령이 먼저 되었고, 비서실장으로 문재인이 들어갔으며... 이 열개가 뽑힐 정도의 격무에 시달리다가 비서실장을 그만두고 히말라야 트레킹 하며 지내던 문재인을, 탄핵 정국에서 도와달라 부른 노무현. 그렇게 탄핵을 피해갔고 무사히 퇴임하여 낙향했지만 결국 부엉이 바위에서 명을 달리한 노무현의 가는 길을 보살핀 사람도 문재인. 정치할 생각 없었던 문이 김대중 前대통령이 돌아가시기 직전 식사 자리에서 부탁한 것을 계기로 정치에 들어왔고 18대 대선에서 낙방, 그리고 다시 탄핵 정국에서 민중의 힘으로 대통령이 되는 긴 여정... 그 여정 중에 실물로 살아 있지는 않지만 노무현이 함께 했으리라 생각한다.

 

사는 건 참 알 수 없어서... 젊은 시절에 의기투합하여 만난 두 사람의 파란만장한 인생의 행로가 오늘따라 마음에 왠지 콕 박힌다. 말 그대로 '운명' 이라는 것일까. 장미 대선 덕분에 2009년 5월 23일 서거 이후 이제 벌써... 8주기가 되는 노무현의 기일 즈음에 문재인은 가서 얘기를 나누게 되겠지. 내가... 당신 뒤에서 대통령을 하게 되었네. 도와주게. 이렇게. 아 눈물 난다.

 

유시민 말처럼, 이제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정말 어려운 일들이 많은 것이고 그래서 처음엔 모두 '어용'이 되어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넘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밀어주는 힘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지지하는 후보가 누구였든 간에 그리고 당선자가 누구였든 간에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것이다.

 

어제 맥주 한 캔에 마요네즈 잔뜩 묻힌 오징어 씹어대면서 이런저런 만감이 교차했었다. 아마 이런 사람이 나만 있는 건 아닐 것이고... 적어도 오늘만큼은 누릴 자격이 있는 우리이다. 이 일을 이루어낸 건 시민들이고, 나도 그 중 하나였으니까. 그 일렁이던 촛불의 물결을 절대 잊지 않는 대통령이길, 문재인 대통령이길 빌어본다. 진심으로. 그래 줄 것이라 믿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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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05-10 1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무현 대통령님 그렇게 가시고, 방에 앉아 혼자 울면서... 이명박근혜... 보통 사람이 보기에도 부끄러운 사람들을 대통령으로... 그렇게 살면서 내 인생에 노대통령님 같은 분 다시 만날 수 있겠나 싶었는데..
오늘 같은 굿모닝의 날이 오는군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없었더라면 이런 날이 있을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앞으로가 더 중요할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너무 착해 걱정스런 그 분은 변하지 않을거라 확신하지만 아무쪼록 성공적인 정부가 되야 할 텐데... 하는 맘입니다.
그래도 오늘은 하루종일 헤헤헤*^^*

비연 2017-05-10 12:56   좋아요 0 | URL
헤헤헤~ ^^*
 

아울러 오징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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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7-05-09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미 오징어와 함께 개표 방송이 맛을 북돋우겠지요… ^^

비연 2017-05-09 21:49   좋아요 1 | URL
ㅎㅎㅎ 아주 좋긴 한데... 개표 결과가 영 씁쓸하네요. 넘 욕심을 부리는 걸까요..ㅜ

yureka01 2017-05-09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와이프에게 치맥을 선물했습니다. ㅋ

비연 2017-05-10 07:07   좋아요 0 | URL
오홍! 멋진 남편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