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다. 대통령 한 명이 뿅 나온 게 아니라 그 추운 겨울날 촛불 들고 거리를 지킨 수많은 시민들의 힘이 밀어 올린 것이라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앞으로는 좀더 상식적인 세상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기대가 가능한, 이 순간부터가 '나아진'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해본다.

 

돌이켜보면, 노무현과 문재인. 고졸 출신의 변호사로 돈 버는 재미로 살던 노무현이 어느날 사회라는 것에 눈을 돌리게 되고 그 와중에, 사법연수원 차석 졸업이지만 검거이력 때문에 판사가 될 수 없었고 김&장 등의 법무법인 다 뿌리치고 부산에 내려와 변호사 개업을 한 문재인과 만난 그 사안 자체가, 역사의 시작이었구나 싶다. 그 당시에는 그 누구도 이 둘이 우리나라의 16대와 19대 대통령이 되리라 생각하지 않았겠지.

 

노무현이 대통령이 먼저 되었고, 비서실장으로 문재인이 들어갔으며... 이 열개가 뽑힐 정도의 격무에 시달리다가 비서실장을 그만두고 히말라야 트레킹 하며 지내던 문재인을, 탄핵 정국에서 도와달라 부른 노무현. 그렇게 탄핵을 피해갔고 무사히 퇴임하여 낙향했지만 결국 부엉이 바위에서 명을 달리한 노무현의 가는 길을 보살핀 사람도 문재인. 정치할 생각 없었던 문이 김대중 前대통령이 돌아가시기 직전 식사 자리에서 부탁한 것을 계기로 정치에 들어왔고 18대 대선에서 낙방, 그리고 다시 탄핵 정국에서 민중의 힘으로 대통령이 되는 긴 여정... 그 여정 중에 실물로 살아 있지는 않지만 노무현이 함께 했으리라 생각한다.

 

사는 건 참 알 수 없어서... 젊은 시절에 의기투합하여 만난 두 사람의 파란만장한 인생의 행로가 오늘따라 마음에 왠지 콕 박힌다. 말 그대로 '운명' 이라는 것일까. 장미 대선 덕분에 2009년 5월 23일 서거 이후 이제 벌써... 8주기가 되는 노무현의 기일 즈음에 문재인은 가서 얘기를 나누게 되겠지. 내가... 당신 뒤에서 대통령을 하게 되었네. 도와주게. 이렇게. 아 눈물 난다.

 

유시민 말처럼, 이제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정말 어려운 일들이 많은 것이고 그래서 처음엔 모두 '어용'이 되어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넘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밀어주는 힘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지지하는 후보가 누구였든 간에 그리고 당선자가 누구였든 간에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것이다.

 

어제 맥주 한 캔에 마요네즈 잔뜩 묻힌 오징어 씹어대면서 이런저런 만감이 교차했었다. 아마 이런 사람이 나만 있는 건 아닐 것이고... 적어도 오늘만큼은 누릴 자격이 있는 우리이다. 이 일을 이루어낸 건 시민들이고, 나도 그 중 하나였으니까. 그 일렁이던 촛불의 물결을 절대 잊지 않는 대통령이길, 문재인 대통령이길 빌어본다. 진심으로. 그래 줄 것이라 믿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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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05-10 1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무현 대통령님 그렇게 가시고, 방에 앉아 혼자 울면서... 이명박근혜... 보통 사람이 보기에도 부끄러운 사람들을 대통령으로... 그렇게 살면서 내 인생에 노대통령님 같은 분 다시 만날 수 있겠나 싶었는데..
오늘 같은 굿모닝의 날이 오는군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없었더라면 이런 날이 있을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앞으로가 더 중요할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너무 착해 걱정스런 그 분은 변하지 않을거라 확신하지만 아무쪼록 성공적인 정부가 되야 할 텐데... 하는 맘입니다.
그래도 오늘은 하루종일 헤헤헤*^^*

비연 2017-05-10 12:56   좋아요 0 | URL
헤헤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