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 생각해보면, 평온하다는 말이 주는 어감은 참, 따뜻하다. 마음도 몸도 평온하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나이드니 몸도 늘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수시로 쑤셔대고 아프고... 아우성을 쳐댄다. 덕분에 약을 매일 쳐묵쳐묵하고 있고. (일명, 약순이).. 마음은 더하다. 몇달 전까지만 해도 속에서 온갖 선악이 와글와글. 북적북적. 부글부글... 그랬었는데, 아 요즘은 정말 '평온'하다. 뭐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덧붙이면 사족이다. 신경쓸 일이 없고 나가서 밤늦게까지 떨 일도 없고 새벽까지 신경 곤두세우며 들어야 할 뉴스도 없는 요즘, 그래서인지 몸도 좀 잠잠하고 마음은 특히... 고요하다.... 심심할 정도. (허허)

 

 

2.

 

오늘, 5.18이다. 이 역사적 사실에, 그 사실에 대한 불의한 대응들에 몸 바쳐 싸웠던 경험은 없는지라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오늘 그렇게 인생과 생명을 걸고 그 사실을 알리고자 노력했던 사람들의 이름 하나하나가 대통령의 입을 통해 호명되는 순간, 전율이 일었다. 이런 것이 '상식'인데. 이걸 왜 색깔 논쟁 따위에 붙여서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분노하게 하고 슬프게 했는가. 정말 간단한 건데. 역사는 존재했고, 그 역사 속에서 상처입고 힘들었고 지금까지도 그 상흔을 부여잡고 사는 사람들이 두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다. 그걸 인정하면 되는 건데. 그 인정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던가.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고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런 아픔이 다시 없도록 해야 하는 제도적 장치이며 그것이 존재 의미이다... 이게 그렇게 어려웠던 건가... 같이 울 수 밖에 없었다. 이제야 대놓고 울 수 있게 된, 방송으로 그런 모습이 나가도 하나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3.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래서 기대 따윈 안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런 평온함이 정말 오랜만이고 이런 시원함이 정말 반가와서 그냥 조금 누려보고 싶다. 유시민의 기가막힌 말처럼 나도 한동안은 '어용'이 되어 보려고 하니까. 많은 사람들의 염원 하에 만들어진 정부이고 따라서 시행착오와 기대에 대한 어긋남이 있더라도 기다려주고 지지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라는 말에 정말 격하게, 격하게 공감한다. 현실정치에 발을 디뎌보았던 사람이라야 할 수 있었던 말을, 유시민이 적절한 단어로 다 대변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지식인으로서, 작가로서의 유시민, 짱이다.

 

 

4. 책으로 돌아와...

 

책이 잘 읽혀지지 않고 있는 게 좀 스트레스라면 스트레스이다. 사람들 만나러 다니는 일정도 빡빡하지만, 어쩐지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왜 그렇지? 라고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고. 봄이라 그런가. 날이 화창해서, 이런 날 주저앉아 책읽기 아까와서 그런가. 근데 문제는 여행계획도 잘 안 짜진다는 거다. 이건 무슨 조화인지. 좀더 진진하게 책을 읽으며 사고하고 싶은데. 어딘가로 휙 가서 여러 생각도 정리하고 오고 싶은데. 나이가 들어 그런가... (켁)

 

 

 

뒤늦게 폴 오스터의 이 책을 읽고 있다. 12살 이전의 아이로 돌아가 그 때 느꼈던 것들, 그리고 어쩌면 지금의 자양분이 되었을 감정들을 그냥 쭈욱... 쓰고 있다. 읽으면서 생각해본다. 난 어땠지? 나도 이랬나? ... 한국과 미국이 다르고 서양과 동양이 다르고 남자와 여자가 다르지만... 아이에게 다가오는 세상이란 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세상이라는 건, 참 작고도 엉뚱하여 나름 속에서 많은 것들이 솟아 올랐다 꺼졌다 하는 것임을... 돌이켜보니 알겠다 싶고. 이 폴 오스터는 이런 책을 쓸 수 있어서 문제적 작가라고 생각한다. 60대 중반에 이르러 이제 다른 사람을 관찰하는 데에서 나아가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역사를 돌아보는 시기에 이르렀구나. 결국 나 자신의 우주같은 세계, 나라는 인간을 이루어내는 그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노년의 작가들에게 어쩌면 시험대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나도, 나의 어린시절과 요즘 매일 조우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이번 주말엔 주 1회 스릴러소설 읽기를 다시 시작할 생각이다. 그 동안은 안 읽었니? 라고 물어본다면... 에헴에헴... 이고. 지난 주 지지난주엔 못 한 것 같아서 '다시'라는 말을 붙인 것 뿐이다.

 

 

 

이번 주는 이걸로 결정. 벌써부터 두근두근... 아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진다는. 다른 책들도 있는데, 일단 이 책에 대한 궁금증부터 해소하고 넘어가야지. 이번 주는 토요일은 온종일 일이 있어서 책 읽기 힘들어 일요일 하루 늘어지려고 했었는데...

 

회사에서 층간 이사를 간다고 하면서, 우리 부서가 옮기는 층에 부사장님이 계시니... 월요일 아침에 와서 (바스락거리며) 짐 풀지 말고 일요일에 와서 풀란다. 30분도 안 걸리는 일을 하기 위해 일요일에 나와야 한다니. 탈권위라는데, 도대체... ㅜㅜ 그래서 아침부터 스팀 한번 받고. 일요일에 나온 김에 이 책이나 어느 구석에 쳐박혀 보다 들어가리라 그러고 있다. 젠둥.

 

 

 

 

 

 

 

 

5. 잠시, 영화 이야기.

 

요즘, 본 영화가 두 개다. <가오갤2>와 <에이리언-커버넌트>. 이런 류의 영화를 극도로 싫어하지 않으신다면... 보라고 권유. 둘다 깨알같은 재미가 있다. 사실 에이리언은 좀 끔찍하긴 했지만 (도대체 문어대가리 같은 것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덤벼대는 걸 보고 흠칫 흠칫 놀라지 않을 재간이 있겠냐는 거다..ㅜ)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7-05-18 1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평온하시다니 축하드리고 싶어지는군요.
저도 그 느낌 아니까...^^

비연 2017-05-19 10:47   좋아요 0 | URL
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