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가 끝났다. 정확히는, 31일날 끝나는 거지만, 송도에서의 근무는 29일까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즉, 이틀만 지나면 서울로 복귀다. 4개월 반 정도 있는다고 얻었던 오피스텔도 지난 주말에 정리했고 무거운 짐들 낑낑대며 다시 가져왔다. 짐 하나도 안 늘린다고, 안 산다고, 안 가져간다고 했었는데, 이사나온다고 챙기니 뭐가 그리 많은 지. 과감히 아깝다 생각말고 다 버렸는데도 몇 번을 왔다갔다 해야 했다. 덕분에 며칠 째 파스 붙이고 온찜질하며 자고 있다는...

 

송도 생활 끝났다고, 힘들었던 프로젝트 끝났다고 와, 신난다. 뭐 그런 건 아니고. 누구는 그러더이다. 하나의 hell이 닫히고 또 하나의 hell이 열렸네. 그 말이 정답. 일할 땐 일하는 게 힘들고 본사로 복귀하면 일하러 나가라고 쪼임 당해서 힘들다. 들어가서 딱 2주 정도 있다 나오는 게 제일 좋은데... 사람 일이 그렇게 마음 먹은 대로만 된다면 스트레스 라는 말 따위가 생겼겠는가.

 

송도는... 잠깐 있기엔 나쁘지 않았다. 오래 있기엔... 잘 모르겠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저녁 무렵엔 나다니기 무섭다. 갈대밭은 왜 이리 많은 건지. 공원에는 사람이 왜 이리 없는 건지. 물론 내가 주말엔 여기 잘 없었고 있었다 해도 일한다고 새벽별 보고 밤별 보고 그래서 잘 모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정붙이기는 좀 어려운 곳이었다.. 라는 게 나의 느낌. 정말 여기서 집을 정식으로 구하고 살면 또 다른 느낌일 수도 있겠지. 내가 뜨내기니까 더 그런 지도 모르겠다.

 

일단 서울의 집으로 복귀하니, 살림을 안해서 좋고... 혼자 사는데도 왜 이리 살림할 게 많은 지. 쓰레기에 설겆이에 청소에 빨래에.. 남들은 매일 스스로와 가족을 위해 하는 일을 나는 내 한몸 지탱하기 위해 하는데도 힘들다 힘들다... 쯔쯔. 이래서 사람은 젊어서 독립적인 생활을 해봐야 하는 것이거늘.... 살림이라는 게 은근히 사람을 짓누르는 면이 있어서 퇴근 길에 오늘 어떻게 시간을 쪼개쓰면 효과적으로 이 일들을 다 마칠 수 있을까 를 고민하느라 힘들었다...

 

덕분에.. 독서량이 급격히 줄었어요... 라고 변명을.. 해본다. 갈 때는 바리바리 별별 책을 다 싸갔는데, 참으로 무안한 것이 그대로..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는 게다. 저녁에 그냥 일드나 보고 영화나 보고... 아마 일년 치 맥주와 와인은 4개월동안 다 먹어치운 느낌이다. 혼자 산다는 건, 참 적적하고 허전한 일이라 뭐든 손에 안 잡히기 일쑤였다... 독신 생활 계속 하려면 이런 것에 길들여져야 하고 씩씩하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할 일을 하는 자세를 지켜야겠다... 라는 괜한 결심 한번 꾸욱.

 

요즘 마르틴 베크 시리즈에 꽂혀서 즐거운 마음이다. 이런 시리즈를 발견하는 건, 보물을 발견하거나 로또에 당첨된 기분에 비견할 만 하다고 난 생각한다. 그러니까, 보물 발견과 로또 당첨과 인연이 없어서 그 환상적일 것 같은 느낌을 내 맘대로 짐작해서 하는 말이다. 10개로 딱 끝난다는 이 시리즈. 심지어 1960년대에 1편이 나왔고 1970년대에 10편 나온 후 끝났으며, 작가 중 한 명이 10편 (시리즈 마지막) 끝난 다음 해에 사망하는 바람에 더더욱 후속 시리즈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이 시리즈. 수십년 전 얘기이고 북유럽이라는 낯선 곳 얘기인데도 눈에 쏙쏙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건, 참 놀랍고도 신기한 일인 거다. 글이란 이렇게 세대를 관통하는 맛이 있다. 그래서 좋다. 지금 2권째 읽고 있고... 아까와서 조금씩 차근차근 꼼꼼히 읽고 있다. 크. 얼른 3권도 나오란 말이야... 라는 심정도 함께 품으면서 말이다.

 

 

 

 

 

 

 

 

 

 

 

이거 끝나고 나면 또 나에게 있는 시리즈가 있나니. 으하하하하.

바로 요것 ↓

 

 

 

 

 

 

 

 

 

 

 

올리퍼 푀치의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가 글쎄... 긴 침묵을 깨고 2권 연속 출간의 행보를! 바로 사주는 센스. 사실 이 시리즈는, 나에게 딱 맞지는 않다. 좀 잔인하고 좀 적나라하고 좀 옛날 분위기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읽어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을 팍팍 풍기는 내용이다. 소재가 특이하고 나오는 분들의 캐릭터도 독특해서 쉽게 끊기 힘든 매력이 있다고나 할까. 

 

그리고 이것이 끝나면 또 나를 기다리는 시리즈... 바로 요것 ↓

 

 

 

해미시 시리즈! 아... 시리즈 8권이 또 나왔다. 그리고 이 책은 나에게도 큰 의미가 있어서 이렇게 큰 모양으로 붙임을... 왜냐. 이제까지는 해외서평만 싣다가 이번에 국내독자 서평을 싣기로 했는데 내 글 중 일부를 발췌해 써도 돼냐는 연락을 현대문학으로 부터 받았었고... 당연히 오케이 했더니만... 글쎄 이렇게 실린 거죠.

 

● 해미시 맥베스 순경이라는 캐릭터가 점점 좋아진다. 사람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힘, 어찌어찌하다 누군가를 죽이거나 해코지한 사람들에게도 보이는 따뜻함, 유머 그리고 마을과 주변 사람들의 평온함을 지키려는 보이지 않는 노력들. 슬쩍슬쩍 불법적인 일을 하면서도 얄밉지 않게 넘어가고, 사랑 앞에 약하지만 비굴하지 않은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 부러울 정도로 현재의 삶을 사랑하는 자세. 반하지 않을 수 없다. _알라딘 독자 <비연>

 

으쓱. 으하하. 더더군다나, 8~10권까지는 출판사에서 무료로 보내준다고 하여.. 이 책이 지금 내게로 오고 있지 뭔가. 아. 이런 즐거운 일이 생기다니. 그래서 소중히 간직하면서 읽을 생각으로 벌써부터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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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oo 2017-03-28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로재나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비연 2017-03-28 13:20   좋아요 0 | URL
앗. boooo님 (o가 몇 개인지 한참 본..^^;;).. 비슷한 시기에 같은 책을 읽으신다니 넘 좋아요!
전 어제부터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 읽고 있는데 이것도 재밌어요~

samadhi(眞我) 2017-03-28 1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축하합니다. 탈 송도와 서평 실리게 되어 책을 받게 된 것도.

비연 2017-03-28 15:48   좋아요 0 | URL
우히힛. 정말 여러가지로 좋네요~^^

cyrus 2017-03-28 15: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낯선 곳에서 책이 잘 안 읽혀질 때가 있어요. 익숙한 장소와 공간에서 책을 읽을 때가 제일 편안합니다. ^^

비연 2017-03-28 15:48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 이상하게 적막하고 적적하고 허전하고.... 집에서 읽으니 쑹쑹 진도가 잘 나가는 걸 보면.

무해한모리군 2017-03-28 16: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로재나를 내일부터 읽을 참이예요. 저는 촌놈이라 송도는 영 정이 안붙네요. 죄다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 삐까번쩍 가게들이라. 시장이나 골목이 좋아요.

비연 2017-03-28 22:38   좋아요 0 | URL
로재나! 송도는 번쩍거리긴 한데 정말 정이 안 붙는 곳이에요. 사람 사는 맛이 안 느껴진다고나 할까. 저만 그런게 아니었군요!^^*

단발머리 2017-03-28 17: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로젝트 마치고 서울 컴백 축하드려요~~~ *^^*
서울엔 미세먼지가 아주 많지만... ㅠㅠ

서평 실리신 것도 책선물도 축하드려요~
으쓱으쓱~~~하실만해요~~ ㅎㅎㅎㅎㅎ

비연 2017-03-28 22:39   좋아요 0 | URL
우히히~ 미세먼지는 송도도 많았기에... 그저 서울컴백이 좋아요 ㅎㅎ

다락방 2017-03-28 2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멋진 소식이네요! 송도에서 돌아오시는 것도 그렇고 책 받으시는 것도 그렇고요!
저는 지금 로재나 읽는 중인데 왜이렇게 재미가 없죠? 이걸 끝까지 읽어야하나 고민하며 한 장 한 장 넘기고 있어요... ㅜㅜ

비연 2017-03-28 22:40   좋아요 0 | URL
락방님, 감사감사~ 로재나가 좀 심심한 전개이긴 한데... 읽다보면 좋아질 지도 몰라요~^^;;;; 전 재미나게 읽은 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