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뻐?
도리스 되리 지음, 박민수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부부간의 증오... 그게 어떤 건지 알아요? 그건 아주 특별한 종류의 증오에요.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이죠. 난 부부 사이에서 왜 살인이 일어나는지, 충분히 이해해요. 오히려 더 자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게 신기할 뿐이에요. 하지만 정작 문제는 상대방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 따위가 아니에요. 가장 끔찍한 건, 그런 살해욕을 느끼고 나서 또 금세 새로 구입할 자동차의 색깔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아이들과 다투고, 함께 잠을 자고, 뭐 먹고 싶냐고 묻고 하는... 그런 상황이에요. 그런 일관성 없는 생각과 행동, 그건 정말 못 참겠어요. 정말 끔찍해요."

영화 <파니핑크>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도리스 되리의 소설 <나 이뻐?>에 실린 단편들 중 <꿀>의 이 구절을 읽으면서 소름이 돋을 만큼 화들짝 놀랐다. 얼마전에 남편과 다툰 후에 들었던 생각이 책에 고스란히 옮아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살해 욕구 정도는 아니었겠지만, 감정의 끝을 아무렇게나, 타의에 의해 마무리지어야 하는 그 무책임한 상황에 몹시 절망했었다. 사람 사이, 어느 관계가 맺고 끊기 쉬운 게 있으랴만은 부부 사이만큼 얽히고 설켜 그 시작과 끝을 알 수없는 관계도 또 없으리라. 결혼이란 이런 것인가, 한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건 이런 고통스런 절망감을 뱃속에 담고 얼기설기 봉합하고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그런 생각들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러나 절망감이 매시간을 지배하기에는 감각은 너무나도 쉽사리 마비되고 망각은 편리한 도구가 돼주었다. 마찬가지로 작가는 이렇게 같은 모양새의 결론을 내린다. '사람들이 화해를 하는 건 더이상 그 사람이 밉지 않아서가 아니에요. 오히려 미워하는 것이 너무나 피곤해서죠."

<나 이뻐?>라는 경쾌하다 못해 우스꽝스러운 제목을 단 책에 실린 열일곱 편의 단편들은, 그러나 제목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게 숨이 턱턱 막히는 한여름 무더위 속에 발가벗고 앉아 있는 듯한 숨막히는 절망감을 느끼게 한다. <초파우에서 온 착한 카르마>의 어리숙한 베이비 시터 아니타는 <트리니다드>에서 떠나버린 남편 때문에 삶은 가재처럼 돼 버린 고용주를 너그럽게 보듬어주고, <신부>에서 자신의 차를 들이받은 여자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화장실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던 엘케는 <저 세상>에서 바다에 빠져 죽은 연인이 저 세상에서 보내는 메시지를 듣기 위해 250마르크를 마련해서 점쟁이를 찾아간다. 침대 위 벽에 날개를 붙이고 잠이 들던 '나'는 저 이야기에서 룸펜이 돼버린 옛 연인을 찾아가 그를 위해 '월요일의 호밀빵'을 굽는 '그녀'가 된다. 그들은 일상에서, 연애에서, 결혼생활에서 다투고 화해하고 위로하다 지치고 지쳐 요양원으로 숨어들고 달디단 꿀을 스푼 한 가득 퍼먹으며 감각을 마비시킨다.

어느새 나는 노파와 나를 찍은 비디오가 텔레비전 뉴스에 나오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었다. 물방울무늬 넥타이를 맨 잘생긴 저널리스트가 내게 마이크를 들이대고는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한다. 장애인 할머니를 차에 태웠다가 나중에 패스트푸드점에 갖다버린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처럼 우유부단하고 허약하고 아무런 비전도 없이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지 않는 건 왜 그렇습니까? 이제는 친구 크리스와 함께 살 때가 된 것 같은데요. 아직도 그렇지 않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대학에서 학업을 중단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당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누구세요?>의 한 장면에서 보듯이 지금과는 '다른 삶'을 동경하는 그녀들은, 그러나 단순하게 머리모양을 바꾸거나 새로운 연애를 하거나 플로리다에 집을 얻는 것처럼 욕망하는 대상을 얻는 것으로 채워지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동경은 손 안에 쥘 수 없으므로 동경이 되고 소유하는 순간 허망한 일상이 되어 동시에 다른 하나의 동경을 배태하기 때문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경쾌하고 밝은 단편을 기대한 독자에게 이 열일곱 편의 단편들은 장맛비가 오는 요즘 출근길 다리를 휘감는 젖은 바지처럼 난감하다. 그 난감함은 이내 절망과 허망함을 이끌고 온다. 삶은 이런 것일까, 암퇘지가 찾아낸 트뤼플 버섯은 결코 암퇘지가 먹을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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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5-06-30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나약하고 나태해서.

치니 2005-06-30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도 하고, 보관함에도 담았어요.

superfrog 2005-06-30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anicare님, 당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 마지막 문장이 쿡쿡 몸을 찌르더군요. 나약하고 나태한 건 비겁한 걸까요..? 여러 꼴로 나타난 중년의 여자들이 다 제얘기 같아서 장마 틈새로 잠깐 비추던 해 아래에서 읽었는데도 비가 들이치는 처마밑 같더군요..
치니님, 사람마다 주파수가 맞아지는 책이 있잖아요, 저 책이 그랬답니다. 님도 분명 많이 공감하실 거에요.^^

미완성 2005-06-30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멘트가 부끄러워지는 리뷰입니다.
잠시 암퇘지를 위해 묵념을..

플레져 2005-07-01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정말, 몹시, 엄청 좋아하는 소설집이에요. 다시 쓰고 싶은 리뷰가 있다면 이거에요. 리뷰를 잘 쓸 줄 몰랐던 무렵이라, 너무나 흥분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쓴 리뷰라 늘 미련이 남아요. 이제 안 써도 되겠다 싶습니다. 님의 이 리뷰를 보니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다 쓰셨어요. "꿀"에 나오는 저 대사는 살아갈수록 깊이 공감해요. 그죠? ^^

superfrog 2005-07-04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멍든님, 암퇘지를 위해 묵념..-.-
플레져님, ^^ 저도 이 책 참 맘에 들어요. 재밌게 잘 봤구요. 제가 어떤 단편을 제일 먼저 봤을까요..? 당연 '금붕어'지요..ㅋㅋ '꿀'이 아마도 가장 인상깊었지 않나 싶습니다.^^

울보 2005-07-13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물장구 치는 금붕어님 다른 님들 서재에서 님을 뵈었지만 이렇게 인사는 처음이던가요,,,
참 글을 잘 쓰시는군요,,,,,,,,
저도 보관함에 넣어야지요,,
축하축하,,

superfrog 2005-07-13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ㅎㅎ 저도 다른분 서재에서 많이 뵈었는데 첨 인사드립니다.^^
ㅋㅋ 별일이 다 있네요. 착오가 두 번 생기기도 하나봐요..ㅎㅎ
비도 와서 꿀꿀한데 좋은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책 읽어보세요. 많이 공감하시면서 읽으실 거에요..^^
류랑 님이랑 남편님이랑 행복한 여름날 보내시길..!

어룸 2005-07-13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오오오!!!!!!! 네네네, 다시 읽어도 역시 잘 쓰셨습니다!!!!!!!!!! >ㅂ<)b 진짜진짜진짜 축하드려요옹~!!!!!!

superfrog 2005-07-13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헤.. 감사합니다요!!

2005-07-13 1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perfrog 2005-07-13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곰왔습니다..!ㅋㅋㅋ
속닥님, 있잖아요.. 님이 재미난 말씀을 하심 저는 간간히 보여주신 사진 속 님의 우아한 모습이 떠올라서 더 재미나요.ㅎㅎ 어디 그럼 뻗어나가볼까요..ㅋㅋㅋ
아, 그거요.. 그럼 조정할까요? 음냐..^^;; 독일 소설이라 약간 낯선 느낌이 들어서 그랬나봐요.ㅎㅎ

비연 2005-07-16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축하드리구요~ 퍼갈께요...

superfrog 2005-07-16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비연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많이 반갑구요..ㅎㅎ

로즈마리 2005-07-18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저도 보관함으로...^^;;

superfrog 2005-07-18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즈마리님,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님 서재로도 놀러 갈게요..
 
어둠의 저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데뷔 25주년 기념작품'이라는 불명확한 수식어를 달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어둠의 저편>이 발간되었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양을 쫓는 모험>, <댄스댄스댄스>의 시기에서 환상과 비일상이라는 돌파구로 사회적인 단절감을 극복하던 작가는, <태엽감는 새>와 <해변의 카프카>를 펴내면서 더이상 현실을 비껴가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신작 <어둠의 저편>은 그의 후기 작품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속도감 있는 영화 장면처럼 분단위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자정의 시각에서 시작되어 어둠이 저편으로 물러나는 아침에 결말을 맞는다. 자정 직전인 11시56분에 마리는 도시의 한곳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앉아 귀가를 거부하고 있으며 같은 시각 마리의 언니, 에리는 깊은 잠 속에 빠져 있다. 마리는 어둠의 한가운데에서 행동하고 소통하고 이동하는 반면 에리는 단절되고 침묵하며 옮겨진다. 마리는 어둠이 저편으로 물러날 때까지 잠들지 않고 언니 에리는 아침이 되어도 깨어나지 않는다. <어둠의 저편>에서 볼 수 있는 인물들은 이전 작품에서 유사점들을 찾아 볼 수 있다. 마리는 <댄스댄스댄스>의 어린 유키가 자란 모습이다.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성장통을 앓던 유키는 마리로 옮겨와 조금씩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나간다. 유키가 사진작가인 엄마 아메와 소통할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마리는 언니 에리와 소통할 수 없다. 에리는 재능을 부여받고 주목받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유키의 엄마와 닮았다. 그러나 유키의 엄마가 외팔이 시인에서 위안을 찾고 재능을 견고하게 다듬을 수 있었던 반면에 에리는 그런 대상을 찾지 못해 방의 저편에 갈 수밖에 없다.           

하루키는 그의 작품 속에서 일관되게 '보편적 폭력성'이라는 주제를 추적해 왔다. <양을 쫓는 모험>에서의 '우익 거물'과 <댄스댄스댄스>의 고혼다, 그리고 <태엽감는 새>의 와타야 노보루를 잇는 '보편적 폭력성'을 지닌 인물은 <어둠의 저편>에서 중국인 매춘부를 폭행하는 시라가와로 표현된다. 고혼다와 와타야 노보루, 그리고 시라가와는 어둠의 저편 무의식 속에서 숨기고 있는 폭력성을 바깥으로 끌어내어 이용하고 행사한다. <태엽감는 새>의 호텔방에서 '저쪽 세계'로 이어지던 '벽'은 <어둠의 저편>에서 시라가와의 사무실과 에리가 잠들어 갇힌 공간으로 연결시켜 현실의 중국인 매춘부뿐만 아니라 에리를 시라가와의 폭력성의 대상으로 삼는다. 트롬본 연주자에서 사법고시생이 되려는 다카하시의 입을 통해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자신의 내부에 '저쪽 세계'가 이미 몰래 숨어 들어와 있는데도, 그런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뿐인지도 모른다...
와타야 노보루는 '나'의 야구방망이를 통해 단죄되지만 시라가와는 자신의 폭력을 '저쪽 세계'에 봉인해 둔채 오른손의 통증을 의아해 하며 아침을 맞는다. 단죄해줄 대상조차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보편적 폭력성'의 증거는 휴대전화로 응축되어 세상을 배회한다.   
<댄스댄스댄스>에서 무심한 듯 세심하게 유키를 보살펴 주던 '나'는, '나'가 등장하지 않는 3인칭 시점의 <어둠의 저편>에서는 고오로기와 다카하시로 이분되어 나타난다. 불안하게 자신의 세계에 첫발을 내딛으려는 마리에게 귀를 기울여주고 손을 내밀어 잡아준다. 언니 에리를 이쪽 세계로 오도록 하는 몫은 마리에게 남겨지고 마리는 언니의 귀에 대고 '돌아오라'고 속삭인다. 마리는 '단단하게 가지고 있는 자신의 것'을 현실에 드러내야 할 과제를 부여받은 것이다.

<어둠의 저편>에서는 그의 작품들 중 전기 작품군이라 할 수 있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댄스댄스댄스>와 <티비피플> 등의 단편 들에서 볼 수 있었던 참신하고 생동감 있는 표현을 찾아보기 힘들다. 작가는 이제 단순하고 경쾌한 댄스 스텝을 거부하고 묵직한 원숙함을 보여준다. 핀볼게임과 주크박스, 원스텝다운 바가 아쉽고 그리워지겠지만, 필연적으로 작가가 인생을 살아온 시간의 더께가 제몫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댄스댄스댄스>의 '나'가  내뱉는 '목표가 있고 시행착오가 있어 사물은 비로소 이룩되는 법이지'라는 말은 모텔 알파빌의 지배인인 카오루의 세상을 사는 방식으로 보여진다. 카오루는 혹독한 시행착오를 겪은 후 일관된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이다. 세상에 휘둘림 없이 '선'의 강한 힘과 인간에 대한 애정을 지녔다. 반면 고오로기는 욕망과 폭력의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쫓겨다니며 이름을 바꾸고 힘닿는 데까지 욕망과 폭력으로부터 피해다니는 수동적인 선택을 한다.

고오로기의 입을 통해 '아무리 빨리 달려도 끝까지 도망칠 수가 없어. 자기 그림자를 뿌리칠 수 없는 것처럼.'이라고 말하는 하루키는, 그러나 어둠이 저편으로 물러설 무렵 아직은 시간이 있다.,라는 긍정의 메시지를 보낸다. <양을 쫓는 모험>의 강가에 앉아 쥐의 죽음을 슬퍼하는 '나'는 이제 <어둠의 저편>의 마리가 되어 다카하시의 위로를 받으며 다가올 새날의 징후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덧붙임, <댄스댄스댄스>의 '팔 짚고 엎드려 굽혀 펴기' 식의 번역을 해오던 출판사는 여전히 그때의 성향을 버리지 못한 듯하다. 이 책의 번역은 그다지 거슬리지 않지만 역자의 말 초반의 네다섯 페이지를 할애한 자화자찬격의 출판사의 이력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또한 '통독 후 다시 읽고 싶은 대목을 언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친절하게 삽입된 소제목들은 혹시라도 작가의 의도가 아니라면 심각한 월권이 아닌가 싶다. 책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불필요한 한자 주석 또한 마찬가지로 작가의 의도인지 편집자나 역자의 과잉친절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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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5-06-27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제가 여행 간 사이에 하루키 책이 ....그새 출간되다니....
참나, 책 살 돈도 없는 백수 신세인데, 하루키 책을 안살수도 없고, 당분간 커피 마시기를 자제하고, 책 사야겠네요..ㅠ.ㅠ

superfrog 2005-06-27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그러게요.. 그새 출간하다니, 라이카님도 없는 새에.^^
헤헤, 저도 백수 신세에 밥 먹기를 줄이고 책을 샀어요..ㅋㅋ 책, 재미나게 보세요!

어룸 2005-06-27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그래요...그런 의지가 있어야 금붕어님의 몸매가 될수 있는거였군요...!! 아아...깨달음을 얻고 갑니다!!(ㅋㅋ결국 책얘기는 한마디도 없음. 그래도 추천은 했다구요!!^^a)

superfrog 2005-06-27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밥 양은 줄이고 횟수를 늘렸다는..쿨럭!;;;
toofool님, 뭔 깨달음을 얻고 그러세요! 어여 이벤트 채점이나 하시라구요!ㅋㅋ(에.. 추천은 캄사합니다!^^)

부리 2005-07-07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붕어님 리뷰 읽고나니 이 책이 마구마구 읽고 싶어집니다. 다른 분이 쓴 서평을 보고 이 책 샀다가 다른 사람 줘버렸다는... 학생이었는데요 저희 병원에 입원했기에 그냥 줬죠..다시 살까봐요

superfrog 2005-07-09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부리님, 감사합니다!! 리뷰를 보고 읽고 싶어졌다고 하는 것만큼 더 좋은 칭찬이 어디 있겠어요..^^ (어, 근데 역시나야.. 하시며 실망하심 어쩐답니까;;;)
 
스콧 니어링 자서전 역사 인물 찾기 11
스콧 니어링 지음, 김라합 옮김 / 실천문학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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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인정한다면, 우리는 질문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으로,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삶의 수단이나 목표가 비열하고 저급하다면, 그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없으며 자존심을 유지할 수도 없다. 지식을 습득하고 이용하는 데에도 올바른 동기가 밑바탕이 되어야 하며, 그 지식을 말과 행동에 적용하고 생계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이 마지막 명제는 부처가 말한 팔정도(八正道) 가운데 하나이다.
"바른 생활이란 다른 모든 생물들에게 해가 되지 않고 오히려 도움이 되는 옳은 일에 종사하는 것이다." -128쪽

전쟁은 한 집단이 무력을 사용하여 다른 집단에 자신의 의지를 강제하려는 시도이다. 이것이 바로 전쟁의 직접적인 목적이다. 그러나 전쟁에는 더 넓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전쟁은 권력을 쥔 자들에게 애국심이라는 미명하에 반대파를 제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어떤 전쟁에서든 최초로 희생되는 것은 바로 진리라는 옛말이 있다.-239쪽

나는 생명을 존중하기에 평화주의자가 되었다. 나는 생명이 우주라는 현상세계의 중요한 일부분이라 믿는다. 나 역시 이 우주의 일부이기 때문에 나는 생명의 한 표현이다. 그리고 나는 우주의 모든 부분을 존중하기 때문에 나 자신과 우주 안에 사는 다른 모든 생명체를 존중한다.
나는 우주가 균형 또는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본다. 생명체는 우주적 조화의 일부이다. 다른 생명체의 라이프 사이클을 방해하는 모든 행위는 그것의 심각함과 정도에 비례해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 만일 내가 생각하는 존재라면, 나는 이런 행위의 결과들에 대해 심사숙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 -242쪽

나는 우리와 더불어 사는 생명체들 역시 나처럼 생명의 권리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들이 살아가고 크는 것을 기꺼이 도울 뿐이지, 방해하거나 해치고 싶지는 않다. 무기를 지닌 나는 이들보다 강하고, 따라서 이들을 도울 책임이 있는 것이다. 채식주의를 충실히 지키면 다른 살아 있는 생물들에게 가능한 한 최소한의 피해를 끼치는 게 될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인식에서 나는 생명의 조화를 어지럽히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243-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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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룸 2005-06-21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일 내가 생각하는 존재라면'이라는 전제가 뒷통수를 때립니다...맞아요, 뇌는 뒀다가 뭐하는지 모를때가 많당께요...-.-
저 부부는 참으로 made for each other이오이다!! ^^

superfrog 2005-06-21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콧니어링은 인생 자체가 몹시도 급진적이에요. 뇌는 뒀다가.. 음, 생각해봐도 쓸데가 별로 마땅치 않네요..;;;
 
현시연 1
키오 시모쿠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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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생>의 작가 키오 시모쿠의 신작 <현시연>이 나왔다. 낭만적인 분위기는 찾을래야 찾아볼 수 없는 연애 이야기에, 에로틱함은 고사하고 들여다보고 있으면 불쾌할 정도인 정사 장면으로 독특한 색깔을 보여준 <5년생>은, 5권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 진눈깨비가 내릴 듯한 11월의 흐릿한 오후의 막연한 답답함에 가슴이 막힌다. 설렘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남자주인공과 이쁜 구석 하나 없이 되려 밉살맞아 보이는 여주인공의 텁텁한 연애담을 그렸던 작가가 신작의 소재로 삼은 것은 놀랍게도 '오타쿠'이다.
'어떤 한 분야에 있어서 마니아의 수준을 넘어 전문가적 지식을 가진 사람. 새로운 문화주류라는 찬사와 더불어 배타적 성향으로 인한 사회 부적응자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라고 설명되는 특이한 인간들, 오타쿠. 그 오타쿠들이 득실득실하게 나오는 이 작품의 제목 <현시연>은 '각문화구회'의 줄임말이다. 별볼일 없는 그저 그런 대학의, 뚜렷한 활동도 없이 모여 있는 집단, 현대시각문화연구회. 현시연은 거창하게도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장르를 넘어선 종합적 연구서클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바꿔 말하면 무엇 하나 제대로 연구한 분야가 없다는 말이 된다. 게다가 만화연구회와 애니메이션연구회에서는 호시탐탐 회원을 빼내가려고 노리고, 서클 자치회의 폐부 명령에는 제대로 항의조차 못한다. 그런 현시연에 네 명의 신입부원이 들어오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캐릭터지만 실상은 오타쿠인 사사하라 칸지와 반질한 외모 뒤에 끝을 알 수 없는 게임 내공을 지닌 코사카, 그리고 코사카를 쫓아 들어온 여자친구 사키와 코스프레에 빠져 있는 귀국자녀 카나코가 그들이다. 그리고 척 보면 한눈에도 오타쿠라 여겨지는 선배들의 '빠져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만화(동인지), 애니메이션, 게임, 코스프레, 프라모델 오타쿠들의 생활이 유쾌하게 펼쳐진다.
- 프라모델은 장난감과는 달라. 이건 스스로 조립하는 거니까.
- 아, 그럼 장난감보다도 못해? 
- 아냐! 그런 게 아니란 말이다!! 하나하나 부품을 조립하다 보면 혼이 담긴단 말야!
  애착도 장난감이랑은 비교도 안 돼!
프라모델을 만드는 데 가장 알맞은 계절은 봄이라고 주장하는 그들, 밤을 새고 줄을 서서 동인지를 사는 그들, 전치 2개월의 부러진 손목을 하고도 코믹페스티벌의 레어카드를 모으기 위해 줄을 서는 그들, 코스프레 이야기만 나오면 성격이 바뀌는 그들. 그들 오타쿠들의 열정은 '만화 따위'는 쳐다보지 않고, 코스프레는 정신나간 놀음이라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짐짓 한심한 부류의 한심한 모양새로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무언가에 빠져들 때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열정과, 그것에 빠져든 동류만이 공감할 수 있는 짜릿한 희열을 어떤 객관적이고 상식적인 잣대만으로 단순명쾌하게 판단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일생에서 어떤 한 가지에 '빠져' 오타쿠임을 자처할 수 있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 아닐까. 맨홀 오타쿠, 언덕길 오타쿠, 담장 오타쿠, 빨래집게 오타쿠, 간판 오타쿠... 자신만의 즐거움과 열정을 찾기만 한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5년생>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유쾌하고 가벼운 작품이어서 섬세한 심리묘사와 관계의 명료하고 무거운 통찰은 느낄 수 없지만 도심의 마천루와 주가 상승과 번듯한 명함, 고액연봉 들과 하등 관련없는 것들에도 시선을 둘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독자라면, 오타쿠=변태 혹은 범죄, 성도착 같은 편견을 가진 독자가 아니라면, 그들 오타쿠의 이야기에서 충분히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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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6-16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년생>을 참 재미있게 봤었는데... 장바구니에 넣어야겠습니다..^^

superfrog 2005-06-16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날개님, 근데요, 5년생이랑은 많이 달라요..^^;;
그래도 좀 정신 없는 1권을 지나면 재미나더군요.ㅎㅎ

비로그인 2005-06-16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잼나겠어요. 뭔가에 빠져들어 헤어나오지 못하는 짜릿함..요즘 제 상황과 비교해선 아주 먼 옛날 얘기 같습니다, 그려. 그래서 그런 열정들이 더 그리워지는 거 있죠?

superfrog 2005-06-16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님, 그 '열정', 바로 그것이 그립고 부러운거죠, 허허..;;

어룸 2005-06-17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오타쿠군요!!! 반가워라...흐흐흐 ^m^
근데, 맞아요! 프라모델은 장난감과는 다르다구요!! >.,<

superfrog 2005-06-17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oofool님은 이쁜 녀석들을 데불고 스냥쑈로 승화시킨 '디카쑈 오타쿠'세요!ㅋㅋ
 
칼에 지다 - 상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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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살아본들 제가 뭘 할 수 있겠어요?"
나는 다 포기하고 그렇게 물었어요. 그러자 선생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고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데요.
"뭘 할 수 있겠느냐고 할 만큼 네가 해본 것이 있더냐? 너는 아직 아무것도 한 게 없어. 이 세상에 태어난 걸 보면 뭔가 꼭 할 일이 있었을 거다. 아직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너는 여기서 죽어서는 안 돼."
참 고마운 말씀이지요. 눈을 가리고 있던 장막이 뚝 떨어지는 것 같더라구요.
생각해보니 태어나서 십구 년을 살았건만 내가 살다 갔다는 증거라고는 하나도 남겨둔 게 없더라구요. 그렇다면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셈이지요.
"아니면 네가 짐승이더냐?"
아뇨, 인간입니다... 그 대답을 하는 순간 눈물이 나데요.
나는 눈물이 흔해서 아내나 아들에게나 손자들에게도 곧잘 웃음을 삽니다.
얼굴 꼴이 이런 나를 믿고 아내가 처음 내 품에 안겨주던 밤에도 내내 울었어요. 아들이 태어났을 때도, 손자가 생겼을 때도, 새 가게를 냈을 때도, 시장님에게 표창을 받았을 때도 그냥 눈물이 줄줄 흘러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센료마쓰 전장에서 요시무라 선생이 해주시던 그 말씀이 떠오르더라구요.
칠칠맞게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항상 가슴속에서 나 혼자 중얼거렸어요.
요시무라 선생님, 마누라를 얻었어요. 별로 예쁘지는 않아도 얼굴 꼴사나운 내게 안겨준 마누라에요.
요시무라 선생님, 아들이 생겼어요. 손자가 태어났습니다. 새 가게를 내 손으로 냈습니다.
요시무라 선생님, 내 손으로 돈을 벌어 세금을 듬뿍듬뿍 내고, 주제넘게 기부 같은 것도 했더니만 도쿄 시장님께서 감사장을 주셨네요.
요시무라 선생님, 저는요, 인간입니다. -394-3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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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2005-06-16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잉? 두 권짜리예요? 서점에서 우연히 봤는데 야아~ 책 멋지게 양장본으로 맹글어놨더라고요. 제법 두껍고..흠흠, '제법'의 수준을 넘어서지만...근데 세상에 이게 두 권짜리라니..캄캄하도다;;;
그래도 금붕어님 추천이니 꼭 읽어볼게요. :)

superfrog 2005-06-16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멍든님, 저는 이 책 아주 재밌게 봤어요.^^ 기본적으로 번역이 아주 매끄럽구요, 책도 정성들여 잘 만들어졌더라구요. 한동안 요시무라 간이치로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에 폭 빠져 있었더랬지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