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살아본들 제가 뭘 할 수 있겠어요?"
나는 다 포기하고 그렇게 물었어요. 그러자 선생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고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데요.
"뭘 할 수 있겠느냐고 할 만큼 네가 해본 것이 있더냐? 너는 아직 아무것도 한 게 없어. 이 세상에 태어난 걸 보면 뭔가 꼭 할 일이 있었을 거다. 아직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너는 여기서 죽어서는 안 돼."
참 고마운 말씀이지요. 눈을 가리고 있던 장막이 뚝 떨어지는 것 같더라구요.
생각해보니 태어나서 십구 년을 살았건만 내가 살다 갔다는 증거라고는 하나도 남겨둔 게 없더라구요. 그렇다면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셈이지요.
"아니면 네가 짐승이더냐?"
아뇨, 인간입니다... 그 대답을 하는 순간 눈물이 나데요.
나는 눈물이 흔해서 아내나 아들에게나 손자들에게도 곧잘 웃음을 삽니다.
얼굴 꼴이 이런 나를 믿고 아내가 처음 내 품에 안겨주던 밤에도 내내 울었어요. 아들이 태어났을 때도, 손자가 생겼을 때도, 새 가게를 냈을 때도, 시장님에게 표창을 받았을 때도 그냥 눈물이 줄줄 흘러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센료마쓰 전장에서 요시무라 선생이 해주시던 그 말씀이 떠오르더라구요.
칠칠맞게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항상 가슴속에서 나 혼자 중얼거렸어요.
요시무라 선생님, 마누라를 얻었어요. 별로 예쁘지는 않아도 얼굴 꼴사나운 내게 안겨준 마누라에요.
요시무라 선생님, 아들이 생겼어요. 손자가 태어났습니다. 새 가게를 내 손으로 냈습니다.
요시무라 선생님, 내 손으로 돈을 벌어 세금을 듬뿍듬뿍 내고, 주제넘게 기부 같은 것도 했더니만 도쿄 시장님께서 감사장을 주셨네요.
요시무라 선생님, 저는요, 인간입니다. -394-3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