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함을 정리하다가 옛 은사님의 편지를 보았어요.

그때의 저의 모습이 이러했나 생각하다가,

지금도 이러한가 하고 생각하니

몹시 부끄러웠어요~


승주야

 

스물다섯 살의 너를 보면 사람이 아름다운 이유가 모두

너에게 있는 것 같다.

 

너는 내가 마음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바다이야기를 해도 다 알아들을 것만 같다.

너는 내가 잃어버린 사람이야기를 해도 다 이해할 것만 같다.

너는 내가 집착하는 사물이야기를 해도 다 흔쾌해 할 것만 같다.

너는 내가 아쉬워하는 사랑이야기를 해도 다 동감해줄 것만 같다.

너는 내가 희망하는 시간이야기를 해도 다 들어줄 것만 같다.

 

너를 문득 문득 생각한다.

그 이유를 나는 모른다.

나는 네가 춥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네가 배고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네가 건강했으면 좋겠다.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안녕

by Rim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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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11-13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상한 분이시네. 혹시 여자 분이신가? 오랜만이다. 장가는 갔나?^^

승주나무 2006-11-13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장가갔지요.. 왜 이리 세월이 정신없이 가는지 모르겠네요.. 알라딘의 온도도 좀 느껴보고 싶은데^^
 

문학동아리를 열심히 해서 그런지, 결혼식때 동아리 후배들에게 축시를 헌사받았습니다.

거기에 신랑 특별 이벤트로 주위의 마다를 뒤로 한 채, 자화자찬 축시를 낭송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결혼식 때 신부를 위해 시를 낭송한 사람은 나뿐 없을 것이다 하는 자뻑스러운 마음을 가져봤다가 얼른 감췄습니다. ㅋㅋ


너는 나를 대표한다


나를 애써 찾지 마라
너의 앉은자리에서 서너걸음 떨어진 곳에
나는 있다

벗도 그늘도 없는
세상의 반대쪽에서도
너는 있었다
나는 있었다

어제 제주로 오는 비행기 창문에 걸린
하늘바다 하늘수평선과 빛나는 조각구름 같은 시덥잖은 이야기에
즐겁게 웃어준 것도 너다

소소하고 무심한 말 한마디와
잠깐 찌푸린 눈썹 한올 한올이
너를 대표한다 나를 대표한다 우리를 대표한다

여기 예식장에 모인 사람들과 부모님, 주례선생님
키득거리는 친구들과 까불거리는 화동 녀석들 사이에서
실수투성이 신랑인 나와
훌쩍쟁이 신부인 너
너는 나를 대표한다
나는 너를 대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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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10-31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나무님 행복하게 오래오래 재미나게 사세요^^ 대표님 늘 떠받드시구요^^

마늘빵 2006-10-31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결혼 하신 거에요 그럼?

승주나무 2006-10-31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관심가득 물만두님 감사합니다. 우리대표님은 잘 계십니다.
아프 님//뒷북쎈쓰는 여전하군요. ㅋㅋ 동년이신데 얼른 하셔야죠. 그럼요, 그렇구말구요~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라는 책을 보면서 내가 '경제학'에 좀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경제학은 실험실이 없다는 말이나, 세상의 원리를 단순한 이론과 수식으로 정량화시키는 작업이 내게는 참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세련된 욕망은 자본주의의 기본 정신이다. 광고나 방송, 연예 등이 이런 특성들을 구체화하고 있다. 하지만 세련된 욕망은 이미 레드 오션을 밟고 있다. 이제는 '세련된 도덕'이 그 자리를 대신하리라 생각된다. 세련된 도덕이란 우리가 이제까지 경직된 관점으로 보았던 도덕이 아니라, 실생활에 대한 적응력과 전략을 갖춘 신개념 무기로서의 면모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나 사회책임투자(SRI), 마이크로크레딧 등이 요즘 화두가 되는 개념이다. 세련된 도덕이란 이전부터 존재하던 것이었다. '명분'이라는 것은 사실 '욕망'에 세련된 도덕이라는 개념을 덧입힌 것에 불과할 때가 많다. 이것을 자신의 사익을 위해 소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넓고 적극적으로 그리고 의식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세련된 도덕' 개념이다.

인문학이 위기라면 그것은 아마 '세련된 인문학'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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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을 드나든지 얼마나 되었더라?
걍 눈팅만 하다가는 나도 반성을 깊이 해야겠지만....
이 곳이 언제부턴가 신명회님들의 이야기 공간이 아니라
경조사를 알리기 위한 공간으로 남아버렸네요...
가을 탓인가...
요즘들어 유난히 경조사 알림 문구가 나의 눈을 피곤하게 합니다.
^^
선배님들 비롯 후배님들까지 잘 지내고 계시죠?

선배가 옛 동아리 카페에 남긴 글입니다.

너무 부끄럽고 부끄러워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아래 선배님의 글귀에 정신이 번쩍 합니다.

누군가 글을 남겨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고,

선배님이 말씀하신 그런 것도 있었고,

누군가에게 연락을 한다는 것과

누군가를 찾는다는 것과, 특히 예전에 많이 알았던 누군가를 찾는다는 것이

그 사람을 위한 새소식인지, 그 사람에 대한 배반인지

그 경계를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이를테면 '밀레니엄 데이'를 비유합니다.

밀레니엄 데이는 1999년 12월 31일에서 하루가 지났다는 말이고, 평범한 일상이 지났다는 이야기인데

의미를 붙이고 붙여서 밀레니엄만큼 뻥이 커졌던 사건을 말합니다.

저의 경조사도 일종의 밀레니엄 데이로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저의 '문학적 나이'는 신세대 졸업을 기점으로 멈춰 있습니다.

그 동안 저의 시간을 지배한 것은 흔히 입시에서 '비문학'이라고 하는

비문학적 나이였습니다.

오늘 이곳을 찾고, 이곳에 글을 남긴 것은 좀 다른 의미가 시작되는 것으로 생각해주셨음 합니다.

신세대 사람들에게 드디어 나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던 그 첫 이야기로 말입니다.

경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의 소중한 동기가 남긴 글로 대신합니다.

부끄럽고, 고맙고, 행복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기분을 '문학적'으로 그리는 방법을 잃어버렸거나, 혹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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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가 운이 좋은 사람일까, 아베가 운이 좋은 사람일까?

고이즈미는 북한 위기 때 입신양명하여 우익세력을 입고 무대뽀 정신으로 정계를 뒤흔든 사람이다.

아베는 명문가의 샌님에서 '북한 위기의 기회'를 재빨리 캐치해 총리가 된 사람이다.

하지만 고이즈미는 천수를 누렸다.

정세는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아베가 참으로 위태로운 형국에 있다고 생각한다.

뉴스를 보면 어디든 아베가 요즘 잘 나간다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아베 정권은 그야말로 '북핵 정권' 아닌가.

북핵 정권이 무엇인가. 북핵이 만들어다준 정권이다.

북핵이 장기간 유지된다면 아베 역시 천수를 누릴 것이나,

정국은 알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도, 이전에 미사일을 발사할 때도 가장 큰 수혜자는 아베라고 한다.

이번의 경우에도 '야스쿠니, 과거사' 문제는 현안에서 제외된 것을 최대의 수익으로 보고 있다.

과연 그럴까? 다른 관점으로 보면 아베는 '북핵 정권'이라는 오명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이번에도 놓친 것이다.

북핵 정권이 유지된다는 것은 아베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다.

그것은 위기상황을 일신의 출세로 더럽혔다는 명예를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아베야! 언제 진검승부를 해볼래?

부시가 대통령이 되면서부터 이 모든 상황은 예측한 대로 돌아가고 있다.

부시가 북한과 대화를 할까.

부시는 선천적인 기독교도로 선과 악을 명확히 알고 있으며,

정의에 대해서 어떤 철학자나 학자보다 분명한 개념을 가지고 있으므로,

악의 축은 영원히 악의 축일 뿐이다. 부시는 언제나 틀리지 않을 것이다.

설사 죽을 날이 오더라도 부시는 영원히 옳은 선택을 했고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다만 '부시 자신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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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4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06-10-15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님//님의 소회를 들으니 또 흥분되기 시작하는군요. 우익이 빛을 보는 시대가 온 걸까요~ 그렇다면 대중이 우매하다는 이야기 아닌가요.
암튼 잘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가끔 보내주시는 음악파일은 잘 듣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