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의장수, 김밥장수, 촛불장수의 영업전


연이틀 비가 온 것을 가장 기쁘게 여길 사람은. 이명박 정부? 틀렸다. 우의 파는 아줌마들이다. 우의를 파는 상인은 지하철 시청역에서만 10여팀이 넘었다. 김밥아줌마, 촛불아줌마들이 신이 났다. 이명박 정부가 또 하나의 시장을 열어준 셈이다.


지하철 시청역에는 우의장사가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우의 파는 아주머니에게 "오늘 얼마 팔았느냐"고 물었더니, "바빠서 셀 시간도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시민들의 손에는 우의가 하나씩 쥐어져 있었다.


아예 세 개씩 손에 쥐고 팔기도 하고, 배낭 한두 개에 가득 담아서 팔기도 한다.


백화점형 상인도 등장했다. 이 아주머니는 김밥도 팔고 떡도 팔고 심지어 우의도 취급한다.



시민들이 우의상인에게 산 우의를 입으며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다.


비가 오면 우산이 빠질 수 없다. 긴 우산 짧은 우산 크기에 맞게 진열해 두었다.


지하철역을 빠져나갔다고 해서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길가에서 양초를 파는 아줌마. 이 아줌마도 청계천의 '촛불잔치'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시국을 틈탄 장사꾼들이라고 욕할 것 없다. 운동회나 큰 잔치때는 이런 노점상들이 잔치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한다.


"내 얘기 좀 들어봐요" 시민단체의 캠페인 전쟁

상인들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비좁은 지하철역사에서 시민단체들이 부스를 만들어 자신들의 뜻을 전하는가 하면 시민들에게 서명을 받느라 분주하다. 오늘 저녁에는 비가 오다가 그칠 것이라고 예보했으니, 비가 그치기 전에 모여 있는 시민들을 한 사람이라도 유치하느라 무척 치열한 모습이었다.


한 시민단체가 자신들의 뜻을 알리기 위한 부스를 설치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 시민단체의 도우미가 서명을 받기 위해 사람들의 주의를 끌고 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시민단체의 회원들이 시민들에게 서명을 독려하고 있다.

캠페인을 벌이는 시민단체들은 서로 이야기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를지라도, 뜻하는 바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많은 시민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비오는 날의 지하철역사'는 또하나의 전장였다.


집회에 때맞춰 내린 비에 피켓의 새로운 패션이 등장했다. 이름하야 '피켓우산(혹은 우산피켓)'이다.



지난 주 토요일(5월 31일) 경찰이 살수포를 뿌리고 과잉진압을 시도하자 험악해졌던 집회 분위기가 촉촉한 빗줄기를 맞으며 다시 축제분위기로 바뀌었다. 한 시민은 이러한 흐름을 두고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이것이 2008년 대한민국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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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06-04 0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명박 참 대단하죠? 저 언어를 무시하고 있으니

웽스북스 2008-06-04 19:17   좋아요 0 | URL
이명박은 대한민국의 언어보다 타국의 언어를 사랑하잖아요

승주나무 2008-06-05 09:53   좋아요 0 | URL
네~ 일부러 안 듣는건지 정말 안 들리는 건지 ㅡㅡ;

글샘 2008-06-04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맹이죠. 등신외교의 달인... 등신 이명박.
저기 배후 보이네요. 양초파는 아줌마. 물대포 과잉진압으로 우의 아줌마도 배후가 되었군요. ㅎㅎㅎ 이메가가 여럿 먹여 살린다.
이러다 보면 경제가 살아나겠는데요. 맨날 김밥 사먹어, 초콜릿 사먹어. 우의 왕창 팔려~ 컵에 촛불에... 사람들이 많이 걸어서 건강해져~ 고마워요 등신 선생~~~

승주나무 2008-06-05 09:53   좋아요 0 | URL
네~ 확실히 운동은 되는 것 같아요..
발이 좀 아프기는 하지만^^

마늘빵 2008-06-04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수록 진화하고 있어요. 크크. 우산 피켓 아이디어 좋네요.

승주나무 2008-06-05 09:54   좋아요 0 | URL
날마다 달라지는 것 같아요. 우산 피켓은 정말 눈에 확 띄더래니까요^^

무스탕 2008-06-04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맹바기는 청맹과니가 맞다니까요!

승주나무 2008-06-05 09:55   좋아요 0 | URL
저는 반거충이에도 한표 던집니다 ㅋ

순오기 2008-06-04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제 살리겠다고 큰소리치더니~ 이런 방법으로~~~ 청맹과니에 한표!
하여간 비가 오든 날이 좋든 수고하는 님들께 고맙고 미안하고~~~

승주나무 2008-06-05 09:56   좋아요 0 | URL
아녜요..우군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어서 이명박이 밀리고 있어요.
하지만 배쩨라고 할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죠 ㅡㅡ;
 


한 주간의 페이지뷰를 분석해본 결과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쇠고기 국면을 맞아 약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리에서는 경향, 한겨레, 오마이뉴스가 수위...조중동은 꼴찌

 
제17대 대통령 선거 당시 전라도 아이들에게 "대통령 누가 될 것 같으냐?"고 물으면 하나같이 "정동영이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촛불집회가 연일 이어지는 거리에 가면 언론사의 영향력이 완전 뒤바뀐 것 같다. 하나 같이 '조중동은 언론사도 아니다'라고 대답하면서 '신문사는 경향, 한겨레, 오마이뉴스, 방송사는 MBC'라고 평가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50대 주부는 "얼마 전에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에게 18원씩 송금하고 영수증은 등기로 받자는 운동이 전개됐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알지 않느냐? 그런데 조선일보에서는 '심재철 의원에게 열화와 같은 성원이 이어지고 있다'는 식으로 쓰더라"라고 하며 어이없어 했다.

집회장에서 만난 대학생은 "<조선일보>에만 가면 집회 숫자가 1/10로 줄어들어 있더라"며 참여자 숫자 보도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30대의 한 직장인은 "얼마 전 <조선일보> 인터넷판 메인 화면에 '시위대 3000명이 밤을 새워 농성'이라고 제목을 달아놨더라. 제목으로 따져보면, 보는 사람에 따라서 '그날 집회에 3000명 정도가 참여했는지 끝까지 밤을 샌 사람이 3000명인지 모르게 해놨다. 보도행태가 몹시 교묘하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낱낱이 지적했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행진이 조중동 앞을 지나갈 때면 "조중동은 찌라시" "불꺼라" 따위의 구호를 꼭 하고 지나갔다. 6월 1일 벌어진 광화문 충무공상 앞 집회에서 경찰 버스 위로 기자들이 올라가 있었는데, 시민들이 "조중동은 내려와"라고 외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조중동에 광고를 게재한 광고주들에게 압력을 가해 사과 성명을 받는 등 조중동에 대한 혐오감이 커지고 있다.

경향과 한겨레, 오마이뉴스는 왜 그렇게 좋게 평가하는지 물어봤다. 40대 주부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성난 목소리를 지면에 담으려고 한 것이 가상했다"고 말했다. 40대 중반의 직장인은 "집에서도 오마이뉴스 생중계를 보고 있다. 지상파 방송에서 이런 것을 해줘야 하는데 아쉽다"며 오마이뉴스의 현장 생중계를 칭찬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은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매체들이 해법에 대한 연구를 통해 심층보도를 해줄 것을 요구했다. 거리의 민심을 따라다니기만 하지 말고 뭔가 내놓으라는 것이다. 


주간지의 약진도 인상적이다. 시사IN과 한겨레21이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다음 디렉토리 검색으로 본 언론 매체의 인기도 분석

 
이런 현상은 인터넷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다음 디렉토리 검색을 보면 가장 상승폭이 큰 매체는 뉴스메이커(3050)로 무려 1247단계 상승했다. 그 다음으로는 시사IN(2495), 671단계 상승했다. 이어서 한겨레21(1437)은 611계단 상승, 오마이뉴스(106)는 77계단 상승, 한겨레신문(145)은 57계단 상승, 경향신문(208)은 21계단 상승이다. 사실상 이 다섯 매체가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서 조선일보(34)는 1단계 하락, 중앙일보(43)는 1계단 상승, 동아일보(71)는 1계단 상승으로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도표를 보면 5대 일간지의 페이지뷰 증가 양상이 대조적인 것을 알 수 있다. 경향, 한겨레 등 최근 여론을 이끌고 있는 진보매체는 인기가 그야말로 '급상승'중인 데 비해, 조중동은 지리멸렬하다. 다음 디렉토리 검색은 한 주마다 순위가 출렁이며 조중동의 절대 페이지뷰와 순위가 크기 때문에 변화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시적으로 드러난 그래프 자체는 부정할 수 없다. 한편 경향신문의 주간지인 뉴스메이커와 한겨레의 주간지 한겨레21, 시사주간지 시사IN의 약동도 인상적이다. 특히 시사IN은 블로거팀을 가동해 정기구독자와 옛 시사모 회원들을 다시 불러모으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시사IN은 두 달만에 한겨레21을 따라잡았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쇠고기 국면이라는 폭발적인 이슈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페이지뷰가 떨어지거나 제자리 걸음인 것으로 확인됐다.

언론도 미디어 영향력 변화 주시해

 
경향신문은 6월 2일자 24면 <설원태의 미디어돋보기>에서 "국내 미디어 세계에서 매체별 영향력의 서열이 곧 바뀔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설원태 선임기자는 진보언론이 네티즌과 이슈를 공유하는 데 비해 보수언론은 괴담이나 배후음모론 등의 보도를 통해 반감을 산 데서 원인을 찾았다. 보수언론은 이미 '의제 설정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시사IN도 38호 <'그해 5월' 촛불정국 한복판에 경향신문이 있었다>를 내보냈는데, 지난해 하루 평균 9부에 그쳤던 경향신문의 정기구독 신청이 5월 15일에만 228부, 16일은 319부, 17일 417부 등 5월 한달 동안만 5000부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서 경향신문 송영승 편집국장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한미FTA와 쇠고기 개방의 문제점을 비중있게 보도하여 오피니언 리더에게 신뢰를 얻었던 것이 이번에 일반 독자에게까지 넓혀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평론가 백병규씨는 "경향은 과도하다고 생각할 만큼 노무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일찍부터 선명한 정체성을 확립해 갔으며, 2006년 9월 '진보개혁의 위기' 시리즈 등 지속적인 기획물을 통해 독자들의 인정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같은 호에는 <네티즌에게 욕먹고 아마추어에게 밀리고, 조중동의 '잔인한 5월'>이라는 기사가 나갔다. 조중동이 헛발질을 하는 동안 다음 아고라와 1인 미디어가 대활약을 펼쳤고 진보매체는 이런 목소리를 성실하게 보도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조중동이 얼마나 세상의 변화에 둔감한지 비판했다. 조중동의 파워가 예전만 같지 못하며 특히 5월은 그 정점이었다고 분석했다. 조중동에 대한 광고 불매운동과 경향,한겨례에 대한 응원광고와 자발적 구독운동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조중동의 아성은 아직도 건재하며, 진보매체와 네티즌들의 대약진은 조그마한 움직임을 보인 것에 불과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변화를 누가 더 잘 읽고 영민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에 따라 미디어지형의 운명이 결정난다는 사실이다.

조중동은 너무 늦고 네티즌은 너무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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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6-04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승주나무 2008-06-05 09:57   좋아요 0 | URL
ㅎㅎ

웽스북스 2008-06-04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처는 랭키닷컴인가요?

승주나무 2008-06-05 09:57   좋아요 0 | URL
다음 디렉토리 검색을 참조했습니다~

Koni 2008-06-06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색 사이트 순위에서 요즘 네이버가 밀리고 다음이 뜬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포털조차 중립적이지 않다는 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걸요.
 

진중권 교수는 인터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서 "잠좀 자라", "일좀 하지 말고 그 대신 문화생활을 즐겨라"라고 말했다. 얼핏 보면 대통령이 너무 일을 열심히 해서 좀 쉬라는 훈계로 들을 수 있지만, 좀더 깊이 들어가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문사철(文史哲)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이명박 대통령은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처럼 좀처럼 시문이나 경구를 인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게다가 친미 일변도의 인식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동양고전의 문구를 인용해 이명박 정부의 100일을 논평해보려고 한다. 이명박의 업무 스타일부터 외교정책, 언행 등을 주제로 연재한다 - 승주나무 주













노 홀리데이(No Holiday) => ‘식소사번(食少事煩)’, ‘일모도원(日暮途遠)’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가 내걸은 구호는 '노 홀리데이(No Holiday)'였다. 휴식 없이 일주일 내내 일만 하겠다는 포부였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대견히 생각했다. 급기야 국무회의를 1~2시간 앞서서 열겠다는 이른바 '얼리버드(Early Bird)'에 가서는 공무원과 국민들의 피로감이 누적돼기 시작했다. 덮어놓고 열심히 하고 일찍 일어나는 것은 국정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식소사번(食少事煩)’은 ‘먹는 것은 적고 일은 많다’는 뜻으로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서 제갈공명이 위나라 명장 사마의(사마중달)와 대치하고 있을 때 나온 구절이다. 하루는 사마의가 촉(蜀)의 사자에게 “공명은 하루 식사와 일처리를 어떻게 하시오?” 하고 물었다. 사자는 “승상께선 새벽부터 밤중까지 손수 일을 처리하시며 식사는 아주 적게 하십니다”라고 하였다.
제대로 먹지도 않고 잠도 줄여가며 친히 매사를 살핀다는 제갈공명의 근황을 전해들은 위나라 군사 사마중달은 ‘식소사번이라. 아, 제갈공명이 곧 죽겠구나.’  하고 예측했고, 아니나다를까 오장원에서 제갈공명은 죽었고, 사마중달은 살아남아 새 나라를 세우게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별명 중의 하나가 '이명박 과장님'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찰서를 직접 방문해 항의하는가 하면 전봇대 하나까지 관리하다 보니 붙여진 별명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논어의 다음과 같은 구절이 적절하다.

"군자가 귀하게 여겨야 할 도가 셋 있으니, 몸을 움직임에는 사납고 거만함을 멀리하고, 얼굴빛을 바르게 함에는 믿음직하게 하고, 말을 함에는 비루하고 도리에 어긋난 것을 멀리해야 한다. 제사그릇을 챙기는 따위의 일은 하급 관리가 도맡을 일이다." 《논어》<태백>

이명박 대통령은 '일모도원(日暮途遠)'이라고 변명할지도 모른다. 일모도원은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는 뜻으로, 할 일은 많지만 시간이 없음을 비유하는 말"로 이명박 정부의 노홀리데이, 얼리버드를 잘 설명해주는 듯하다. 하지만 그 말은 연원을 따지고 가면 그렇지도 않다. 춘추시대 초나라의 귀족인 오자서는 간신의 참언에 놀아난 왕에 의해 아버지와 형을 잃고, 절치부심하여 이웃인 오나라의 재상이 되어 군사를 이끌고 초왕을 공격하였으나 이미 왕이 죽자, 왕의 무덤에서 왕의 시신을 꺼내 300번이나 채찍을 가한 후에 그만두었다. 그의 벗 신포서가 이 일을 강하게 나무라자 오자서가 사과하며 한 말이 일모도원이다. 일이 급하게 돼 절차를 무시할 수밖에 없었던 변명인 셈이었는데, 오자서는 이런 급한 성정 때문에 자신이 세운 왕의 눈에 벗어나 처형을 받게 되었다. 비록 무능한 왕이 충신 오자서의 충언을 외면하여 모함을 쓰기는 하였지만 파국을 초래한 이유 중 하나가 오자서 자체에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이상 사만천의 《사기열전》<오자서>)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번거롭고 오래 걸리고 답답한 민주주의를 버리고 건설사 사장 시절 해왔던 제왕적이고 독단적인 업무스타일로 성과를 앞당기려 하다가는 대통령직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방송사 지지율 조사에서 KBS(17.2), SBS(19.4), YTN(17.1)에서 모두 2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중대하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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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4 0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08-06-05 09:57   좋아요 0 | URL
정말 멋진 비유입니다. 이런 걸 비밀글로 해놓는 님은 에뤼~뜨!!!
 

비가 억세게 내리는 날이었다.
매일같이 거리로 출근하고 있는 나였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발걸음이 몹시 무거웠다.
하지만 비가 억수로 오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라 집에 갈 수 없었다.
마침 시사IN 거리편집국이 오늘 섰다고 하니 안 가볼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들이 다시 거리로 간 까닭

시사IN이 창간되고 나서 독자들이 가장 기뻤을 때는 신입기자를 공채로 뽑았을 때였습니다. 마치 아이가 귀한 집안에서 자손을 본 것과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신입기자를 뽑는다는 것은 회사가 어느 정도 정상궤도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많은 축하를 받았을 신입기자 3명 천관율, 변진경, 박근영 기자는 그만큼 많은 부담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시사IN 안희태 기자에 따르면 6월 2일 월요일 아침 전체 기획회의할 때 신입기자들이 A4 한 장짜리 기획서를 내밀더랩니다. 촛불집회 현장 중계를 하겠다는 것이지요. 모두들 기겁을 했지만, 그 중에서도 촛불현장을 누비고 다녔던 주진우 기자가 강력하게 지원사격을 해주었습니다. 나도 촛불집회에서 안희태 기자, 천관율 기자, 주진우 기자를 자꾸 만났습니다. 기자들은 현장에서 살다시피하는 기자들이 하는 주장이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나 봅니다. 결국 주진우 기자는 상황실장과 거리편집국 데스크를 하게 되었고, 안희태 기자는 붙박이 요원에다가 온라인/오프라인 편집국 총괄, 신입기자들은 거리로 출근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사서 고생을 자처하는 것은 시사IN의 오랜 관습인가 봅니다.


백승기 사진팀장(오른쪽)이 박근영 기자(왼쪽)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현장출동이라 그런지 사진팀이 총동원됐습니다. 백승기 팀장, 윤무영 기자, 한향란 기자, 안희태 기자 모두 볼 수 있었습니다.


거리에 눌러앉기란 예나 지금이나 녹록치 않습니다. 건물주의 지시를 받은 요원이 철수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건물 앞 거리는 건물의 소유이므로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거리에는 이력이 난 기자들이 잘 대처하겠지만, 거리생활이란 언제나 위험이 따릅니다.


주진우, 변진경, 안희태, 박근영 기자가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변진경 기자는 두 선배 기자의 데스크를 받고 있고, 박근영 기자는 전화제보를 받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함께 한두 시간 정도 있었는데, 집회참여 시민들이 직접 와서 제보하는 경우도 많고, 전화제보도 많이 왔습니다.


시사인 현수막이 물에 흠뻑 젖었습니다. 사람들은 억수로 비가 오는 날 거리편집국을 개시한 시사인을 보면서 "공쳤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비오는 날 사람들의 마음이 축축해지고 나른해졌을 때 오히려 뜨거워지는 모습이 참 인상적입니다.


한 시민이 촛불시위에 갔다가 물대포를 흠뻑 맞고 난 후 가방에서 꺼낸 시사IN입니다. 잡지 안에서 고개 숙인 사람은 몹시 민망해 보이지만, 비에 젖은 시시IN은 왜 이렇게 운치 있어 보일까요? 이래저래 시사IN은 비에 잘 어울리는 매체인 것 같습니다.



장대비를 맞으면서 견디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시사IN 거리편집국 맞은편에는 민주노동당 천막이 있습니다. 강기갑 의원과 천영세 대표, 방승흡 대변인 등이 거리시위에 나섰습니다. 펼쳐놓은 신문지들은 모두 젖었고, 앞에 놓아 둔 신발들도 몹시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정치인들은 고생하는 군중들 앞에서 입만 놀리기 때문에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하지만, 이들은 스스로를 싸늘한 거리로 내몰아 국정이 이렇게 파탄난 데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통감하려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기갑 의원이 강달프라는 애칭을 받은 게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에 비해서 민주당은 당사로 다 숨어버렸는지 볼 수 없었습니다. 자유발언대에서 민주당 의원이 끝내 발언을 거부당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한향란 기자가 거리편집국 맞은편에 있는 민노당 천막에 촬영하러 가는 길에 따라갔습니다.  강달프는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느라 바빠 보였습니다. 한 기자가 시사IN에서 왔다고 소개하니 따뜻하게 맞아 주셨습니다.




소라광장 앞에서 한 농성단은 천막도 없이 돗자리만으로 위태롭게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비가 온다고 집에 갈 수 없는 절박함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거리에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가 왔기 때문에 더욱 뜨겁게 빛나는 사람들을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정부쪽에 계신 분들은 비가 와서 안도했을지 모르겠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끝내 돌아가지 않는 마음들이 있다는 것을 끝내 외면한다면 큰코 제대로 다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빗속에서도 자리를 지키신 분들 수고하셨고, 감기 안 걸리게 몸조리 잘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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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8-06-03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분들 정말.. 고생 많으시네요. 저도 몸조리 잘 하시길 바랄께요!

승주나무 2008-06-05 09:58   좋아요 0 | URL
네~ 비가 와서 더 고생이 많으셨어요^^

순오기 2008-06-03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울컥하네요~~~ 다들 고생이 많으시군요. 그저 건강 조심하시고요...

승주나무 2008-06-05 09:58   좋아요 0 | URL
울컥하지 마세요. 앞으로 더 험한 것을 많이 볼지도 모르는데요^^;

웽스북스 2008-06-04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훗~ 강달프님 포쓰짱!

승주나무 2008-06-05 09:59   좋아요 0 | URL
네~ 강달프 님은 자유발언대 할 때 완전 쨰진 목소리이지만 주위의 신망을 한몸에 받는 것 같아요^^
 


만화가들이 뭐라도 해야겠다며의기투합해서 깜찍한 피켓을 만들었다. 왼쪽에 쥐잡는 국민고양이가 참 든든하다.


나는 보통사람과 같이 평일에는 매일 출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이다.
월급도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매일 택시를 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매일밤 12시만 되면 마지막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돌아가는 길이 여간 씁쓸하지가 않다. 그렇다고 직장을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번 주말에는 처음으로 시민들과 함께 밤을 샜다.
태어나서 언제 한번 생판 모르는 시민들과 어깨를 기대 밤을 지샐 수 있겠는가.
나름대로 주경야전(晝耕夜戰,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싸운다)을 하고 있지만,
밤을 새는 시민들과 함께 하지 못해서 항상 미안했다.
대신 매일매일 거리로 출근해서 꼭 2~3시간 정도는 시민들과 함께 하려고 한다.
나 한 사람이 가세한다고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군중들은 심리적인 것에 예민하기 때문에
구호를 힘차게 외치면 옆에서 힘을 얻고 있다는 걸 금방 느낄 수 있다.

한 사람이 지치지 않고 악을 써서 외치면
옆에 있는 사람들이 똑같은 목소리로 외치고
그러면 거대한 함성이 되는 것이다.
경찰의 공권력 투입, 폭력진압, 살수차, 분말소화기 공격이 왜 두렵지 않겠는가.
이제는 112도 무서워서 못 누를까 두렵기까지 하지만,
옆 사람과 어깨동무를 하거나 손을 꽉 잡으면 우리가 그들보다 강하다고 믿는다.


물대포를 온몸으로 견디는 것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표정에 근심과 걱정이 서려 있다. 정부는 자신들을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정부가 세계에 나가 국민을 위해 제목소리를 내준다면 국민들은 정부를 걱정해줄 것이다.



어차피 시민들 쪽은 배수진이다.
여기서 더 물러설 곳은 없다.
장관고시까지 강행했는데, 미국과의 관계도 있는데 어쩌구 하는 말은 집어치우라고 해라.
이명박 정부는 아직도 시민들이 떼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본인들만 모르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번 촛불시위에 참여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약자'들을 최우선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것.
자유발언대에서 한 여학생이
"본 적도 없는 분이 몸으로 물대포를 막아주고,
겉옷을 줘서 젖은 옷을 말릴 수 있었다"고 고마워하는 말을 듣고 전율했다.
정부에게 똑똑히 보여주는 것이다.
나보다 약한 자를 군화발로 짓밟는 것이 아니라,
나의 피해를 무릅쓰고 지켜야 한다는 것을.
내가 살수차의 물대포를 피하려고 살짝 비켜서면
내 뒤에 있는 사람들이 그대로 맞는다.
하지만 내가 물대포를 조금 맞으면
내 뒤에 있는 사람은 타격을 줄일 수 있다.
그렇게 하다가 내가 지치면
내 뒤에 있는 사람은 내 몫까지 더해서 힘차게 외쳐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인도 우리가 왜 거리로 몰려와서 외치고 있는지 알고 있는 눈치다. 얼마나 많은 외국인들이 거리에 나와 있는지 이명박 정부는 알아야 한다. 이것은 이미 국제문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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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6-02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많은 외국인들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승주나무 2008-06-05 10:02   좋아요 0 | URL
네~ 외국인이 정말 많은 괌심을 보였던 거 같아요^^

무스탕 2008-06-02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정부가 지금 사태의 원인이나 해결책을 모를거라고는 생각 안합니다.
알고서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밀고나가는 중이지요.
그래서 더 나쁘다는 겁니다.
가진자의, 힘있는자의, 아는자의 고의적인 만행이라서 더 나쁘다는 겁니다.

승주나무 2008-06-05 10:03   좋아요 0 | URL
네~
가족이나 친구나 가장 사랑하고 귀하게 생각해야 할 사람들에게 가장 잔인하게 구는 것은 참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순오기 2008-06-02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면서도 안 하는 자들의 결과는 뻔합니다~ 승리는 국민의 것!!

승주나무 2008-06-05 10:04   좋아요 0 | URL
네~ 승리는 정해져 있습니다!

홍수맘 2008-06-02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대단하세요.
전 그저 멀리서 응원할 따름입니다.
한편으로 너무 죄스럽구요.

힘내세요.

승주나무 2008-06-05 10:04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이렇게 멀리서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만도 큰 일입니다.
인터넷 클릭 한 번 하는게 그들에게는 위협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