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들이 뭐라도 해야겠다며의기투합해서 깜찍한 피켓을 만들었다. 왼쪽에 쥐잡는 국민고양이가 참 든든하다.


나는 보통사람과 같이 평일에는 매일 출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이다.
월급도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매일 택시를 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매일밤 12시만 되면 마지막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돌아가는 길이 여간 씁쓸하지가 않다. 그렇다고 직장을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번 주말에는 처음으로 시민들과 함께 밤을 샜다.
태어나서 언제 한번 생판 모르는 시민들과 어깨를 기대 밤을 지샐 수 있겠는가.
나름대로 주경야전(晝耕夜戰,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싸운다)을 하고 있지만,
밤을 새는 시민들과 함께 하지 못해서 항상 미안했다.
대신 매일매일 거리로 출근해서 꼭 2~3시간 정도는 시민들과 함께 하려고 한다.
나 한 사람이 가세한다고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군중들은 심리적인 것에 예민하기 때문에
구호를 힘차게 외치면 옆에서 힘을 얻고 있다는 걸 금방 느낄 수 있다.

한 사람이 지치지 않고 악을 써서 외치면
옆에 있는 사람들이 똑같은 목소리로 외치고
그러면 거대한 함성이 되는 것이다.
경찰의 공권력 투입, 폭력진압, 살수차, 분말소화기 공격이 왜 두렵지 않겠는가.
이제는 112도 무서워서 못 누를까 두렵기까지 하지만,
옆 사람과 어깨동무를 하거나 손을 꽉 잡으면 우리가 그들보다 강하다고 믿는다.


물대포를 온몸으로 견디는 것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표정에 근심과 걱정이 서려 있다. 정부는 자신들을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정부가 세계에 나가 국민을 위해 제목소리를 내준다면 국민들은 정부를 걱정해줄 것이다.



어차피 시민들 쪽은 배수진이다.
여기서 더 물러설 곳은 없다.
장관고시까지 강행했는데, 미국과의 관계도 있는데 어쩌구 하는 말은 집어치우라고 해라.
이명박 정부는 아직도 시민들이 떼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본인들만 모르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번 촛불시위에 참여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약자'들을 최우선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것.
자유발언대에서 한 여학생이
"본 적도 없는 분이 몸으로 물대포를 막아주고,
겉옷을 줘서 젖은 옷을 말릴 수 있었다"고 고마워하는 말을 듣고 전율했다.
정부에게 똑똑히 보여주는 것이다.
나보다 약한 자를 군화발로 짓밟는 것이 아니라,
나의 피해를 무릅쓰고 지켜야 한다는 것을.
내가 살수차의 물대포를 피하려고 살짝 비켜서면
내 뒤에 있는 사람들이 그대로 맞는다.
하지만 내가 물대포를 조금 맞으면
내 뒤에 있는 사람은 타격을 줄일 수 있다.
그렇게 하다가 내가 지치면
내 뒤에 있는 사람은 내 몫까지 더해서 힘차게 외쳐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인도 우리가 왜 거리로 몰려와서 외치고 있는지 알고 있는 눈치다. 얼마나 많은 외국인들이 거리에 나와 있는지 이명박 정부는 알아야 한다. 이것은 이미 국제문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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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6-02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많은 외국인들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승주나무 2008-06-05 10:02   좋아요 0 | URL
네~ 외국인이 정말 많은 괌심을 보였던 거 같아요^^

무스탕 2008-06-02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정부가 지금 사태의 원인이나 해결책을 모를거라고는 생각 안합니다.
알고서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밀고나가는 중이지요.
그래서 더 나쁘다는 겁니다.
가진자의, 힘있는자의, 아는자의 고의적인 만행이라서 더 나쁘다는 겁니다.

승주나무 2008-06-05 10:03   좋아요 0 | URL
네~
가족이나 친구나 가장 사랑하고 귀하게 생각해야 할 사람들에게 가장 잔인하게 구는 것은 참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순오기 2008-06-02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면서도 안 하는 자들의 결과는 뻔합니다~ 승리는 국민의 것!!

승주나무 2008-06-05 10:04   좋아요 0 | URL
네~ 승리는 정해져 있습니다!

홍수맘 2008-06-02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대단하세요.
전 그저 멀리서 응원할 따름입니다.
한편으로 너무 죄스럽구요.

힘내세요.

승주나무 2008-06-05 10:04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이렇게 멀리서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만도 큰 일입니다.
인터넷 클릭 한 번 하는게 그들에게는 위협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