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의장수, 김밥장수, 촛불장수의 영업전연이틀 비가 온 것을 가장 기쁘게 여길 사람은. 이명박 정부? 틀렸다. 우의 파는 아줌마들이다. 우의를 파는 상인은 지하철 시청역에서만 10여팀이 넘었다. 김밥아줌마, 촛불아줌마들이 신이 났다. 이명박 정부가 또 하나의 시장을 열어준 셈이다. 지하철 시청역에는 우의장사가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우의 파는 아주머니에게 "오늘 얼마 팔았느냐"고 물었더니, "바빠서 셀 시간도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시민들의 손에는 우의가 하나씩 쥐어져 있었다. 아예 세 개씩 손에 쥐고 팔기도 하고, 배낭 한두 개에 가득 담아서 팔기도 한다. 백화점형 상인도 등장했다. 이 아주머니는 김밥도 팔고 떡도 팔고 심지어 우의도 취급한다. 시민들이 우의상인에게 산 우의를 입으며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다. 비가 오면 우산이 빠질 수 없다. 긴 우산 짧은 우산 크기에 맞게 진열해 두었다. 지하철역을 빠져나갔다고 해서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길가에서 양초를 파는 아줌마. 이 아줌마도 청계천의 '촛불잔치'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시국을 틈탄 장사꾼들이라고 욕할 것 없다. 운동회나 큰 잔치때는 이런 노점상들이 잔치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한다. "내 얘기 좀 들어봐요" 시민단체의 캠페인 전쟁상인들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비좁은 지하철역사에서 시민단체들이 부스를 만들어 자신들의 뜻을 전하는가 하면 시민들에게 서명을 받느라 분주하다. 오늘 저녁에는 비가 오다가 그칠 것이라고 예보했으니, 비가 그치기 전에 모여 있는 시민들을 한 사람이라도 유치하느라 무척 치열한 모습이었다. 한 시민단체가 자신들의 뜻을 알리기 위한 부스를 설치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 시민단체의 도우미가 서명을 받기 위해 사람들의 주의를 끌고 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시민단체의 회원들이 시민들에게 서명을 독려하고 있다. 캠페인을 벌이는 시민단체들은 서로 이야기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를지라도, 뜻하는 바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많은 시민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비오는 날의 지하철역사'는 또하나의 전장였다. 집회에 때맞춰 내린 비에 피켓의 새로운 패션이 등장했다. 이름하야 '피켓우산(혹은 우산피켓)'이다. 지난 주 토요일(5월 31일) 경찰이 살수포를 뿌리고 과잉진압을 시도하자 험악해졌던 집회 분위기가 촉촉한 빗줄기를 맞으며 다시 축제분위기로 바뀌었다. 한 시민은 이러한 흐름을 두고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이것이 2008년 대한민국의 언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