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의 탄생 - 은작산 손자병법
웨난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일빛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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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물음표 : <손자병법의 탄생>

1.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직하학궁' 문화가 어디서 왔나?
2. 공자부터 시작하는 유가의 '차등애'의 유래와 한계는?


제나라의 도성인 임치(臨淄) 서문에 직하학궁에 직하학궁(稷下學宮)이 있었다. 제나라 환공 때부터 진나라에 의해 멸망하는 폐왕 전건에 이르기까지 150년 동안 유지됐다.(기원전374~기원전221년) 왕의 선정이라기보다는 제나라의 전통 자체가 학구열이 충만했다. 공자도 논어에서 제나라가 한번 정신차리면 노나라가 되고, 노나라가 한번 정신차리면 주나라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했다.(子曰:  「齊一變, 至於魯; 魯一變, 至於道.」 [논어,옹야22])

직하하궁을 후원한 왕들은 불치하문이 뭔지 제대로 보여준다. 불치하문이란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맹자의 말처럼 왕이 두려워하고 존경하는 신하가 있는 왕들이었다.
궁금증은 어떻게 해서 제나라에 직하학궁 문화를 가지게 되었느냐다.

제나라는 우리가 강태공이라고 알고 있는 태공망 여상 할아버지가 72세 때 문왕에게 특채로 뽑혀 개국의 1등공신이 되고 물려받은 중국의 알토란 같은 땅이다. 해안이 있기 때문에 어획물 등 자원이 풍부하고 왕래가 많아서 사실상 중국을 대표해오던 지역이라 할 수 있다.

태공망은 문왕이 붙여준 존칭으로 문왕의 아버지 태공(太公)께서 그토록 기다렸던[望] 인재라는 뜻이다. 태공망은 소 장사, 도자기 장사 등 장사에 일가견이 있기 때문에 실리적인 철학으로 주나라 왕조를 세웠고, 제나라를 다스렸다. 네 글자로 요약하면 '존현상공(尊賢上功 : 어진 이를 높이고 공적을 숭상한다)이다. 이에 반해 주공 단의 철학은 친친상은(親親上恩 : 친속을 친근하게 대해 많은 은덕을 베푼다)이다. 주나라의 주류철학이 충돌한 셈인데, 결과는 제나라의 압승이었다. 태공망은 이 철학으로 문왕의 마음을 감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시대정신을 듬뿍 담고 있었던 데 반해, 주공 단의 철학은 복고주의 성향이 강했다. 주공은 봉지인 노나라의 발전상과 제나라의 발전상을 비교하면서 노나라가 제나라를 섬기게 될 것이라고 탄식했는데, 역시 주공의 예상대로 되었다. 주공의 철학은 친족 정권을 유지하면서 부패를 일삼고 특권을 누리며 허례의식에 얽매일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공자에서부터 맹자에 이르면서 완성된 유가의 대표적인 철학인 차등애(差等愛)는 주공의 철학으로부터 나온다. 차등애란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 친구에 대한 사랑이 다르다는 뜻으로, 묵자의 '겸애'(兼愛 : 모든 이를 제 몸처럼 사랑하는 예수의 박애와 같은 뜻)와 상반된 의미다. 차등애와 겸애를 둘러싼 논쟁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점차 차등애에 회의를 가지게 되었다. 특히 [전국책]이라는 책을 보면서 맹자와 공자가 단 2~3부분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서 시대정신에서 멀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묵점 기세춘 선생은 [노자, 장자]를 '은퇴철학'이라고 표현했고, 나는 개인적으로 [공자 맹자]를 '현역철학'이라고 생각했는데, [공자 맹자] 역시 은퇴철학과 다르지 않다고 결론을 맺게 되었다. 다만 [공자 맹자]는 은퇴에서 멀지 않기 때문에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명퇴철학]쯤 될 것이다.

[손자병법의 탄생]은 아직 읽는 중이지만, 앞 부분을 읽는 것만으로 두 가지 오래된 질문의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손자병법을 읽으면서 유학의 오랜 질문을 해결하게 될 줄은 몰랐다. 역시 책은 다양하게 읽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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