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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1 - 문명과 문명의 대화, 개정판 살아있는 휴머니스트 교과서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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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들의 저항사



제목을 다소 특이하게 ‘약자들의 저항사’라고 붙인 이유는 이 책의 집필 의도이기도 하지만, 세계사를 하나의 관계사로, 그리고 하나의 드라마로, 하나의 전체로 이해하려 하기 때문이다. 역사가 그 사실 안에 숨기고 있는 힘의 원리를 드러내고, 역사의 진정한 주인공을 정해준 것은 가장 매력적인 점이다.


사실 세계사는 힘의 관계사라고 할 수 있다. 역사에서 최소한 힘은 두 가지 의미로 전승된다. 힘이 있으면 상대를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합법적으로’ 빼앗을 수 있다. 이것은 곧 힘의 유혹이다. 18세기 유럽이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를 습격하여 일부는 식민지로 만들고, 일부는 물건을 팔기 위한 시장으로 만든 것은 제국들이 힘의 첫 번째 원리를 철저히 인식하였다는 말이고, 노회(老獪)해질 대로 노회해진 그들이 남긴 것은 내전과 독재, 민족 갈등, 종교 갈등 등 자국의 이익과 상관없는 결과이며, 한편으로는 그들이 부당하게 이익을 벌어들인 비용을 치른 결과이다. 지금도 서남아시아의 종교 갈등과, 아프리카의 독재·인종탄압, 곳곳의 끊임없는 내전 등은 철없는 가족의 빚을 대신 갚아주는 것과 같이 제국주의가 타다쓴 빚을 피와 갈등으로 갚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제국주의가  이익을 얻는 방법이란 천박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그들이 100원을 번다면 그 100배에 달하는 부대비용을 나머지 세계가 부담해야 하는 구조로 역사는 흘러왔다. 오늘날 세계의 불균형한 부의 격차는 이런 비효율적인 경제 운용방식의 반영일 뿐이다.


여기까지가 우리들이 배운 역사서의 내용이다. 무릇 힘이 있는 자들은 언제나 화려하다. 힘에 의해 자본에 의해 정치력에 의해 역사는 언제나 미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미화는 대개 진실로 받아들여진다.


이들이 역사의 주인공은 아니다.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이하 ‘살아있는 세계사’)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은 부분은 바로 나머지 ‘힘의 원리’를 세계사 곳곳에 반영함으로써 진정한 역사의 주인공을 가려냈기 때문이다. 약자들의 저항사가 드러난다면 강자들은 한낱 약자를 단합하고 단련시키기 위한 트레이너로서 그 가치를 마감하게 된다. 괴롭힌 사람보다 괴롭힘을 이겨내 승리한 사람을 승리자로 여기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는 ‘제국의 보물창고’라는 이유로 피폐하고 고단한 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자신들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는 ‘힘’이 필요하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이 두 가지 힘의 원리가 작용하고 있다. 다만 그 힘은 근본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철저히 지배당하거나 완전히 독립해야 한다.



역사가 문학을 만났을 때



이 책의 특징은 본문과 어우러진 다양한 시청각 자료와 ‘역사 속의 테마 기행’이다. 당대의 한 구성원의 입장에서 현실과 일상, 속내를 전한다. 시점(視點)을 달리하며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현장에서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저술한 작품이어서 그런지 ‘한글맞춤법’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구사하고 있다. 물론 그 적용이 너무 기계적인 경우(예컨대 조국을 의미할 경우 ‘우리나라’는 붙여 쓰는 것이 옳다)도 있었지만, 이 책의 한 문장 한 문장을 꼼꼼히 살펴보면 맞춤법·띄어쓰기 실력을 기를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사 교과서’에 문학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역사 면면이 하나의 큰 흐름 안에 전개된다는 사실이다. 기존 역사서의 나열식 구조를 탈피해서, 역사적 사실마다 인과의 관계를 형성했다. 이슬람 제국과 몽골 제국의 유라시아 정벌을 보여주는가 하면, 이슬람과 몽골 제국에 지배당한 국가들의 입장에서 그 사건을 다시 보고 있다. 하나의 사건은 각각 다른 입장의 경험자들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면만을 조명한다면 역사가 드러나기 힘들다. 반드시 영광이 있으면, 영광에 희생된 자들의 사실도 언급해야 역사적 사실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점에 대해서 적잖은 배려를 하고 있다.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이를 통해 커다란 인과관계를 접하고, 세부 사실로 나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역사는 진정한 현대사’라는 말이 있다. 시대와 현실에 따라 언제나 다시 읽혀야 한다. 다시 읽고 다시 판단하다보면 잘못된 점을 발견할 수도 있고, 안타까운 역사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도 있다. 세계사는 하나의 유기적인 생물체처럼 나의 마음과 현실 안에 헤엄쳐 다녀야 하며, 나는 그 안에서 지속적으로 영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지금도 나는 역사 위에 서 있기 때문이며, 이 역사를 누군가는 몇 번이고 다시 살펴볼 것이기 때문이다.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좋은 책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특히 정신이 없어서 2주 남짓한 시간 동안 두 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데 무리가 있었지만, 조금씩 틈을 만들어 이렇게 글을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역시 저에겐 즐거운 역사로 남게 되겠죠. 이 책을 읽으며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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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열전 - 상
사마천 지음, 김원중 옮김 / 을유문화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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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말은 사마천이 사기라는 책을 다 쓴 다음에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즉, "나는 황제부터 해서 한무제 태초 연간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차례로 서술하여 마치게 되니 총합 130편이다."

나도 1~2년간의 스터디를 마치게 되었다. 나로서는 가장 끈질기게 매달린 사업을 마무리지을 수 있어서 기쁘다. 일주일에 한 번 혹은 두 번씩 만나서 버벅대기도 하고, 사기를 쳐서 상대방을 현혹시키기도 했고, 데이투한다고 땡땡이도 많이 쳤다. 암튼 원년 멤버가 사기를 시작한 이래로 나와 선배 단 둘에 이르기까지 팀을 꾸려서 스터디를 마쳤으니, 연인원은 10여 명에 해당하고, 모임의 횟수는 대략 200여 회에 달한다.

나의 경우 그간 사용한 포스트이트의 분량은 크고 작은 것 500여 매, 쳐박은 볼펜 수는 10여 개, 공들인 시간은 3~400시간 등이다.

물론 수적인 데이터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냥 기억해두고 싶어서 남긴다.


사마천의 마지막 발언은 굉장히 의미심장하며 여러가지 애달픈 사연과 역사의 비정함이 담겨 있는 구절이므로 조금 옮겨 본다.


태사공 사마천은 말한다.
"아, 우리 조상은 일찍이 이 일을 주관하여 당우(唐虞) 시대에 이미 알려졌고, 주대(周代)에 이르러서도 이것을 맡았다. 그러므로 사마씨는 대대로 천관(天官)을 맡아왔고, 그것이 나에게까지 이르렀구나! 삼가며 새겨두어야 할 것이로다. 삼가며 새겨두어야 할 일이지..암!"
그래서 천하에 흩어져 있는 구문(舊聞)을 망라하여 왕업(王業)이 일어난 그 처음과 끝을 살피고 흥성하고 쇠망한 것을 살펴보았으며, 사실에 입각하여 논하고 고찰했다. 대충 3대를 추정하여 기술하고, 진나라와 한나라를 기록하되, 위로는 헌원[황제]으로부터 시작하여 아래로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12본기」를 지었으니, 모두 조례를 나누어 기록했다. 그러나 시대를 같이하는 것도 있고 달리하는 것도 있어서 연대가 확실치 않으므로 「10표」를 만들었다. 또 [시대에 따라] 예악이 줄어들거나 늘어나고, 법률과 역법의 개정, 병권·산천·귀신·천인(天人)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폐해지는 것을 살피고, 세상의 변화에 적응해 나가는 내용으로 「8서」를 만들었다. 28수는 북두칠성을 향해 돌고, 30개의 바퀴살은 한 개의 바퀴통을 향하여 끝없이 돈다. 지금 보필하는 고굉의 신하들이 이에 부응하여, 충신(忠信)으로 도를 행하여 군주를 받드는 모습을 「30세가」로 지었다. 의를 지지하고 재능이 뛰어나서, 시기를 놓치지 않고 천하에 공명을 세운 사람들에 대해서는 「70열전」을 지었다. 무릇 130편에 52만 6,500자이니, <태사공서(太史公書)>라고 한다. 개략적인 것은 「자서(自序)」로 지어 본문의 빠진 부분을 보충하여 일가(一家)의 말을 이루었고, 육경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들을 정리하고, 백가의 잡다한 학설을 정리했으며, 정본(正本)은 명산(名山)에 깊이 간직하고 부본(副本)은 수도에 두어 후세의 성인·군자들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제70을 자서로 마름하였다.

태사공은 말한다.
"나는 황제로부터 역사를 서술하여 태초(太初 ; 한무제의 연호)에 이르러 마치니 130편이다.
- 김원중 『사기열전(史記列傳)』(을유문화사) 하권을 참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정본(正本)은 명산(名山)에 깊이 간직하고 부본(副本)은 수도에 두어'라는 대목이다. 왜 정본을 명산 깊숙이 간직할 수밖에 없었을까. 사마천이 사기를 완성한 해는 효무제(한무제라고도 함) 연간이다. 한무제는 한나라를 부흥시켜서 고려의 광종에 비유할 수 있는 명군이면서도, 잔인하기로는 진시황에 비유할 수 있다. 사마천은 유가의 덕목을 몸소 닦았으므로 형벌이 엄정한 법가에 점점 치우치는 한무제가 못마땅했다. 그래서 열전 안에 한무제의 죄상을 낱낱히 기록해 놓았다. 그중에 가장 두드러진 장은 '이장군열전'과 '급정열전'이다. 이 두 사람은 사마천이 보기에 한나라의 무신과 문신을 대표한다. 그러나 무제 때는 빛을 보지 못했다. 그 까닭은 자신의 소신을 다했고, 뜻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시의에 맞춰서 자기 자신을 맡긴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용납되지 않는 일이었다.

원문을 보다 보니 사기의 원본이 많이 산실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효경제와 효무제 본기는 아예 없어졌는데, 그것은 아마 한무제의 분노와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을 접한 효무제의 분노는 대단했다. 한무제는 맹자를 아주 싫어했는데, 그것은 맹자가 역성혁명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심할 때마다 맹자의 초상화에다가 활쏘기놀이를 했다. 그 덕에 맹자는 송나라 주자학자들이 복원하기 전까지 그저 시중에 나도는 잡지책에 불과한 대접을 받았다. 사마천도 맹자와 비슷한 이유로 미움을 받았다.

사기열전 마지막 자서의 주에 이런 말이 있다. "사마천은 효경제의 단점과 효무제의 과실을 적나라하게 언급했는데 효무제는 노하여 책을 모두 없애버린 다음에 사마천을 이릉을 천거했다는 명목으로 연좌시켰다. 이릉은 흉노에 투항하였기 때문에 그를 두둔한 사마천을 잠실로 내려보내 궁형에 처하였고 이 때 사마천은 원망을 품었는데, 그가 옥사(獄死)하였다고도 한다."
※내 해석이 잘못되었을지 모르므로 원문을 싣는다.

漢書舊儀注曰司馬遷作景帝本紀極言其短及武帝過, 武帝怒而削去之後坐擧李陵, 陵降匈奴故下遷蠶室有怨, 言下獄死

아마도 그 과정에서 열전의 여러 부분과 무제와 관련된 사료가 소실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사마천의 연보를 제대로 볼 수가 없어서 어떤 식으로 사기를 저술하였는지 알 수 없고, 또 이릉의 화를 당하게 된 연도와 사기를 제작하는 연도의 관계가 모호한 구석이 있지만, 암튼 사마천이 마지막으로 위의 말을 했을 때 무슨 심정을 느꼈는지는 참 따라가보고 싶다.

사마천은 자기 할 말은 다 끝났다고 했는데,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아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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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서중석 지음, 역사문제연구소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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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국의 현대사는 오욕과 공작, 기득권의 역사이자 투쟁과 저항, 반성의 역사이다. 격동적인 역사성은 민족의 감성을 타고 크고 작은 너울을 이루며 사납게 흘러간다.

그러나 파란만장한 한국 현대사에 비해 이를 서술한 역사서는 이론에 치중하거나 너무 학문적이어서 생명을 불어넣지 못했다. 특히 역사는 권력의 쟁투사와 서민의 일상사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이전까지의 역사서는 역사의 어느 한 면만을 부각시킨 측면이 없지 않다.

이이화 선생은 그래서 ‘어느 누가, 때로는 암울하고 때로는 처절하고 때로는 열정에 넘치는 우리의 현대사를 쓸 수 있을까, 나는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추천사)’고 술회하고 있다.

그렇다고 현대사를 가만히 놔두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우리의 전통이 현대사를 통해 어떻게 계승되었으며 왜곡된 것은 무엇인지 알아야 미래에 대한 강한 확신이 생긴다. 그러나 나 자신부터도 현대사에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동아전과 위인 계보에서 말석을 차지한 전두환 대통령에게 커다란 존경심을 가졌던 일은 철없는 어린 시절의 일이었다 치더라도, 지금도 나는 박정희와 6월 항쟁, 제주도 4.3 사건 같은 굵직한 역사에 대해서 단 한마디의 언급을 덧붙일 자신이 없다. 접해본 역사서도 프롤레타리아의 관점에서 본 편파적 역사 아니면, 자학적인 역사, 강자에 의해 좌우된 정치권력사가 전부이다. 관점을 전혀 달리하는 두 역사관 사이에 어떠한 연관관계도 비유도 이끌어낼 수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이것은 우리 젊은 사람들의 일반적인 처지인 것 같다.


그러던 중 좋은 역사책을 만날 기회를 얻었다. 현대사의 한 맥락에 관해 자료를 찾으러 서점에 갔는데, 사진과 그림, 만평 등을 함께 수록한 재미있는 역사서를 발견한 것이다. 그 자리에 앉아서 네 시간 동안 다이어리에 베껴 쓰고 숙제를 해결하였는데, 이와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알고 싶었다. 이참에 현대사의 대강이라도 훑어보는 게 좋을 듯하여 덜컥 책을 사버렸는데, 이 책은 빈약한 내 현대사적 감각에 균형을 잡아주었다.


먼저 문체부터 평이하고 차분하다. 글을 읽는 내내 조용한 찻집에서 대화를 나누듯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고, 앙금이 깊은 부분에서는 나름대로의 격정도 드러내고 있었다.


‘당시 여의도 KBS 건물 담벼락에는 이산가족을 찾는 벽보가 수만 장 붙어 있어 애간장을 끓게 했다.’(본문 321쪽)


오랜 시간 숙고하여 냉정을 끝까지 유지하고 있었으며,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반감을 가지는 독재자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긍정적 측면을 짚고 있었다.


유신체제는 정치적으로만 질곡을 가져다준 것이 아니었다. 그런가 하면 유신체제에 대항하는 새로운 정신은 새로운 사고의 지평을 열었고, 사회, 문화, 예술에 참신한 자극이 되었다. (글쓴이 서문)


그리고 서술의 논리와 현장성을 높이기 위해 당시의 만평이나 사진 등 각종 시청각 자료를 첨부하거나, 사건일지나 당사자의 수기를 덧붙여 글이 갖는 일방성을 극복하고 다양한 그림을 보여줄 수 있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역사적 사실들에 대해서는 재고(再考)를 요구하고 있다. 예컨대 박정희의 상징인 새마을 운동은 대부분 장면 정권의 구상에 의지하고 있었으며, 국가보안법은 일제 시대 총독부에 의해 제정된 치안유지법이, 이승만 정권의 필요에 의해 사용된 법률이다. 그리고 4.3사건에 대한 글쓴이의 견해도 타당하면서 흥미롭다.


1948년 4월 3일 한라산에 봉화가 오르고 무장대가 경찰서와 서청 등을 습격하면서 본격적인 항쟁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외부와 고립된 제주도 지형을 고려할 때 그것은 무모한 결정이었다. (본문 81쪽)


역사를 전체적인 틀 안에서 비교적 냉정하게 서술하면서도 이 책에는 하나의 관점이 있다. 그것은 역사적 인물과 사건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미화하거나 증오해서는 안 되고, 모든 사건은 현대를 이루는 소중한 재료가 된다는 생각이다.


나는 이 책의 저술에서도 각별히 유념했지만, 현대사를 가르칠 때 학생들이 현대사를 긍정적으로 이해하도록 마음을 많이 쓰고 있다. 해방이 얼마나 혁명적인 변화를 수반했는가, 그래서 역사상 처음으로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었고, 상당히 빠른 수준으로 보통선거를 실시할 수밖에 없었던 점 그리고 교육의 확대로 한글세대가 대거 탄생하고 토지개혁이 이루어져 1950년대에 1960~1980년대 경제발전의 초석이 놓였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가르친다. 특히 나는 한국 사회를 발전시킨 역동적인 힘을 중시한다. 역동성의 기반인 평준화가 왜 그렇게 빨리 성취되었나를 설명하고, 1956년 정ㆍ부통령 선거 등 여러 선거에서 유권자의 한 표가 독재정권을 위협했던 것을 강조한다. (글쓴이 서문)


참고로 이 책을 쓴 서중석 교수(성균관대)는 역사교육연대 상임대표이고 한중일 공동역사교과서 제작작업에 한국 대표로 활약했다. 그 동안 요즘의 역사 논란을 보고 있으면, 역사는 지식의 대상이 아니라 지키고 이어나가고, 가능성을 발견해 나가는 실천의 대상에 가까운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모르고 넘어갔던 사실이나 잘못 이해했던 사실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현대사적 감각을 가다듬는 기회를 삼아도 즐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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