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세계 블랙 로맨스 클럽
아이작 마리온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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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실 나는 영화는 물론이고 이 책의 전편인 <웜 바디스>도 읽어보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과연 내가 이 책을 제대로 따라잡을 수 있을지 조금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소설의 특성상 전편을 몰라도 이 책에 나오는 내용만큼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서 혹시나 나와 비슷한 독자가 있다면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전편을 읽었더라면 등장인물들의 인과관계를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좀비라고 하면 아무 생각없이 살아있는 사람들을 잡아먹는 생물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좀비를 살아있다고 부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인간이 다시 될 수 있는 좀비와 아예 죽은 좀비 등 굉장히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무엇보다 다시 살아난 좀비인 R은 이 책에서 시간을 거듭할수록 좀비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사람과 마찬가지인 존재로 진화한다. 물론 좀비로서 가지고 있던 뛰어난 운동신경과 파괴력은 그대로 가진채 말이다. 무질서로 정신없는 세계 속에서도 세상의 권력을 가지기 위해 끊임없이 욕심을 내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그 존재는 '액시엄'이라는 조직의 형태로 나타난다. 처음에는 그 정체를 알 수 없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그들의 추악한 진실이 드러난다. 

유명한 소설들이 그러하듯이, 사실 이 책도 여기에 나와있는 이야기가 끝은 아니다. <웜 바디스>가 이 시리즈의 시작이었다면, <타오르는 세계>는 결말로 가기 전에 거대한 음모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과도 같다. 여러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조금씩 자신을 깨달아가는 주인공 R이다. 그가 과거에 어떤 인물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그런 과거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을 가질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용감한 소녀 줄리와 R, 그리고 개성 넘치는 주변 인물들 덕분에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한층 풍성해진다. 

사실 이 책은 단순한 흥미거리가 아니라 사람이란 무엇인지 곰곰하게 만드는 철학적인 요소도 있다. 사람과 좀비의 경계를 넘나드는 주인공 덕분에 그런 요소가 좀 더 강화된 것 같다. 그래서 일반 통속 소설보다는 책장이 잘 안 넘어가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면 한 번 읽어볼만하다. 좀비만도 못한 인간들보다 진짜 따뜻한 인간이 되고 싶은 좀비가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언뜻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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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선택한 남자 스토리콜렉터 66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이한이 옮김 / 북로드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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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고 들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면, 그 능력은 과연 축복일까? 불의의 사고로 그야말로 '모든 것을 기억하게 된 남자'가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왔다. 그의 가족이 죽은 이야기를 읽은지도 얼마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세번째 이야기라니 쉴새없이 작품을 써내는 작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주인공인 데커가 활동하는 범위도 넓어진다. 이번에는 FBI를 넘어 DIA라는 조직과 함께 일하면서 국제 스파이 활동 문제까지 해결하게 된다. 이것은 그저 우연히 길을 가다가 목격하게 된 살인사건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이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너무나도 뜬금없고 그 누구와도 개연성이 없는 사건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배경을 조사하면서 데커와 그의 파트너는 점점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차라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들의 목숨마저도 위험해지는 상황에 처하게 되자 데커는 좀 더 사건을 제대로 파고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사건의 규모는 점점 커진다. 

사실 요즘같은 시대에도 스파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려내고 있는 상황들을 보면 아직도 스파이가 활동하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 비해서 좀 더 지능적이고 교묘한 방법으로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은 아무 관련성이 없어보이는 사건들을 빠짐없이 기억하는 주인공이기에 연결이 가능한 사건이었다. 아마 일반 사람이라면 이렇게 씨실과 날실을 엮듯이 잘 끼워맞출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결말은 조금 석연치않은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 품고 있었던 의문들을 해결하기에는 충분했다. 워낙 긴 장편 소설이기에 책의 중반을 넘어가는 순간까지도 도대체 이 모든 사건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뒷 부분이 얼마 남지 않게되자 갑자기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의문들이 순식간에 풀려버렸다. 이는 작가가 이전 작품부터 활용해온 구성으로 이번에도 역시 끝까지 독자들의 궁금증을 잔뜩 부풀리는 것은 여전하다. 

주인공의 목숨이 위험한 순간도 여러 번 있었지만, 아직까지 주인공이 죽을 시기는 아니니까 그나마 덜 긴장을 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상부에서 그 누가 압력을 가한다고 해도 자신이 맡은 사건을 해결하는데만 집중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여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이 주인공의 매력이긴 하지만 말이다. 마지막 부분을 읽다보니 이들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상당히 오랫동안 계속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벌써부터 다음 작품은 어떤 내용이 될지 무척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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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실로 가다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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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성향이 가득한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답답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작가가 글을 쓰던 시대와 비교했을 때 지금은 조금 여성의 권리가 신장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여전히 여성은 사회적 약자이다. 완전한 평등은 없는 이 시대에서 과연 여성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많은 화두를 던지고 있는 이 작품집은 같은 여성으로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둔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고 가장 대표적인 단편인 '19호실로 가다'는 여러 역할에 둘러싸인 여성이 어떻게 자신만의 안식을 찾아가는지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현대에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변한 것은 없다. 하지만 그 해결방법이 꼭 그 방법밖에 없었을지는 의문이다. 여성이라서 사회적인 유리천장을 뚫지 못하고 지금 나의 위치에서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까지는 이해를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우울하기 짝이 없다. 나만의 공간을 찾는 것이 남자 못지 않게 여자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이 단편집을 읽는 내내 몽환적인 안개 속을 걷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 실체가 없이 모호하고 어떤 면에서는 추상적이다. 여자란 항상 남자 옆에 있어야만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소설 속 여주인공들에게 남자란 존재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나 자신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내가 생각한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데, 그것이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은 약간 모순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나름대로 해답을 찾은 여성들도 있다. 그들 대부분은 남성에 대한 기대나 감정을 버림으로써 그 상황을 타파해보려고 한다. 이 방법들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선택지는 될 수 있겠다.

페미니즘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편하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답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움직임들이 모여서 여성 권리 신장에 기여한 것 또한 분명하다.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런 작품들을 통해 과연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지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여성들이 본인의 행복이란 무엇인지 고민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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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이브스 2 - 화이트스카이
닐 스티븐슨 지음, 성귀수.송경아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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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SF소설이었던 <세븐이브스>의 두번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첫 시작이 워낙 강렬했던터라, 이번 이야기도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내심 두려웠는데, 전권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새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사실 전편은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기 때문에 그 어떤 부분보다 과학적인 내용들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어떻게 우주 정류장을 짓게 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부분이라고 보면 된다. 이제 2권부터는 본격적인 화이트 스카이 이후에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사실 달의 파편이 지구로 떨어져 내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이미 전권에서 확인했다. 이번에는 실제로 그 순간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지구는 매우 오랫동안 불길에 휩싸인다. 푸른 구슬 같았던 지구는 사라지고 오렌지 빛만이 남았다. 지구에 남은 사람들은 땅 속으로 들어가거나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거대한 불길이 사라질 때까지 살아남는다면 그들은 다시 지구를 생명의 땅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지에 올라온 사람들과 지구에 남은 사람들 사이의 감정선을 읽으면서 생이별도 이런 생이별이 따로 없다는 생각을 했다. 상상만 하던 재앙이 실제로 닥쳐오는 상황은 사실 너무 감당하기 어렵다. 

우주 공간에 쏘아올려진 사람들도 살아남기가 만만치 않다. 당장 불바다는 면했지만, 우주에는 방사선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이 방사선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암으로 죽게 된다. 수천명의 사람들이 우주로 나왔지만 마지막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 시리즈의 제목인 '세븐이브스', 즉 일곱명의 여자들이다. 한 명 더 있기는 하지만 이미 가임기를 지났기 때문에 여기서 빠지게 된다. 인간의 자궁이란 아직도 미지의 세계라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내기란 불가능하다. 일곱명의 여성들로부터 인류의 새로운 시작이 이루어진다. 어떻게 과학적으로 이같은 일들이 가능한지는 이 책을 읽어보면 된다. 

하드 SF 소설이기 때문에 사실 그동안 유명한 SF소설과는 달리 단번에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워낙 많은 과학 지식들이 등장하고 그만큼 탄탄하게 쌓아올린 배경 지식들이 이 소설을 만들어내는 뼈대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을 수록 이 소설에 빠져들게 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쩌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 내는 사건들은 독자로 하여금 절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나올 시리즈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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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 디즈니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 원작 에프 클래식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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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는 무척 사랑스러운 캐릭터이다. 사실 나는 푸가 등장하는 디즈니의 만화는 보지 못했지만, 생김새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 귀엽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캐릭터가 그려진 상품은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요즘에 곰돌이 푸와 관련된 책들이 출판되면서 다시금 여러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와중에 영국의 원작 동화가 번역되어 나왔다. 이 책은 그림책이 아닌,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으로 곰돌이 푸의 순수함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는 전체 10개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곰돌이 푸가 어떻게 탄생했고, 또 어떤 모험들을 겪었는지 원작 그대로의 내용을 알 수 있는 책이다. 곰돌이 푸는 영어로는 '위니 더 푸'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로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천진난만하기 짝이 없는 이 곰이 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지 이해가 갔다. 

사실 곰돌이 푸는 무척 단순하다. 친구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면서 생활한다. 그리고 가끔씩은 일상의 소소한 모험을 즐기는데 그리 거창하지 않더라도 괜찮다. 처음에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과연 어린이를 위한 동화가 얼마나 감동적일까 싶었는데,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읽는 것만으로도 영국의 숲속에서 절로 힐링이 되는 듯한 기분이다. 인간관계를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마음이 가는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푸의 순수함이 왠지 따뜻하게 여겨진다. 

그동안 많이 보아왔던 곰돌이 푸의 그림이나 다른 사진들은 전혀 없지만 단순한 글만으로도 충분히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기 충분하다. 다소 엉뚱하고 바보같은 행동이라도 그저 사랑스러울 따름이다.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가 행복했습니다라는 결론의 해피엔딩의 동화니까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읽고 즐기면 된다. 곰돌이 푸의 이야기가 궁금한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고요한 영국의 숲속에서 작은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고 있는 푸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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