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트 특급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동명의 영화가 개봉했다. 사실 옛날에도 이미 만들어졌던 작품이기는 하지만,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이름은 세월이 지나도 상당히 큰 힘을 발휘한다. 워낙 놀라운 반전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한 번 읽고 나면 그 결말을 잊지 못한다는 것이 단점이기는 하다. 아무튼 오랜만에 <오리엔트 특급 살인> 영화를 보고나니 원작 소설도 다시 한 번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영화를 보자마자 그 날 저녁에 책장 속에 있던 이 책을 꺼내들었다. 

아무래도 유명한 소설을 영화로 옮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는 배경을 워낙 고급스럽게 잘 재현해내서 그 영상을 감상하는 재미만큼은 쏠쏠했지만, 사실 전반적인 구성은 조금 지루했다. 오히려 원작 소설이 실제 긴장감은 더 잘 표현했다고 봐도 좋겠다. 왜냐하면 각 인물들의 인터뷰나 긴장감 넘치는 심리 묘사들이 글로 읽었을 때 잘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계획대로 기차 여행이 진행되었다면 완벽 범죄가 되었을텐데, 세계적인 명탐적인 포와로의 등장과 폭설로 인해 그 계획은 무산되고 만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모인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범인과 탐정의 심리 게임은 마지막을 향해 갈수록 절정에 치닫는다. 과연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람에 대한 판단력이 남다른 탐정만이 알 수 있을 따름이다. 사실 이 소설을 읽고나서 나는 어릴 적에 오리엔트 특급 열차를 꼭 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로 기차 가격을 알아보니 상당히 비싸서 다소 망설여지는 여행이기는 하다. 그래도 소설 마지막 부분의 놀라운 진실과 마주할 때는 왠지 안타까운 여운마저 남는다. 

혹시 영화만 접한 사람이 있다면, 꼭 소설도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아마 영화와는 또다른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괴물이라 불린 남자 스토리콜렉터 58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가 다시 돌아왔다. 그것도 굉장히 알 수 없는 사건과 함께 말이다. 어떤 이야기나 그렇듯이 시작은 무척 평범하고 우연하게 다가왔다. 아마 데커가 그날 밤 우연히 라디오 방송을 듣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 책의 이야기는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모든 것은 하늘의 뜻이라고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 시작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는 항상 예측하기 어렵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간다. 

일단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굉장히 속도감이 빠르다는데 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사건 하나를 해결하는데 주인공의 생각이 너무 많거나 해결이 지지부진하다면 그 이야기를 읽는 독자를 쉽게 지친다. 하지만 이 책은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하나의 사건이 또 다른 사건과 얽히면서 굉장히 복잡하게 이어진다. 사형 집행 직전에 목숨을 구한 사형수는 도대체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는 채로 그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 데커에게 협력한다. 주인공인 데커는 우연히 알게된 사건이지만 어떻게든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겠다는 일념으로 사건에 매진한다. 이 두 남자의 집념이 하늘을 울렸는지 몰라도 그동안 숨겨져왔던 비밀들이 하나둘씩 드러난다. 

미국에서 풋볼은 매우 인기있는 스포츠이다. 아마 미국인들의 생활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이 작품에서도 풋볼 덕분에 이어진 인연들이 만나서 거대한 스토리를 만들었다. 상당히 거친 경기 방식이 미국인의 생활 방식과도 일맥상통하는 모양이다. 미식축구 용어가 좀 나오기는 하지만 경기 용어를 몰라도 책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으니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된다. 

이 책 한 권에 수많은 사건들이 등장하는데, 그 모든 사건을 해결하는 중심에는 항상 데커의 뛰어난 기억력과 추리력이 있었다. 외모적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는 아니지만 분명 이 시대의 뇌섹남이라고 할 정도로 머리가 좋은 것만은 분명하다. 사고로 머리를 다쳤기 때문에 항상 불안한 그의 모습이 극단적인 상황까지 그를 몰고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찌되었든 이번 사건도 그의 맹활약 덕분에 제대로 매듭을 지을 수 있었다. 앞으로 그가 등장할 다음 작품도 무척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랙 머니 밀리언셀러 클럽 148
로스 맥도날드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로스 맥도널드라는 작가의 이름은 들어봤지만, 그의 작품을 직접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명한 작가라서 과연 어떤 작품을 쓰는 스타일인지 궁금했는데, 이 책을 다 읽고나니 역시 필력이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전개되는 이야기와 제목은 도무지 매치가 되지 않아서 연관성을 찾으려면 한참 읽어나가야 한다. 물론 재미로 따지면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는 있으니 궁금한 사람은 직접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이 이야기는 어떤 한 남자의 신원을 조사하는 의뢰를 받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정체를 좀처럼 알기 힘든 그 남자의 뒷 배경을 조사하다보니 생각보다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미 여러 작품에 등장해서 유명한 사설탐정 루 아처는 여기에서도 번뜩이는 기지로 사람들의 작은 행동도 놓치지 않고 뭔가 실마리를 찾는다.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으면 이렇게 잡아내기도 쉽지 않다. 

사실 시작은 매우 단순했으나, 그 사람을 조사하면 할수록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 나오고 정말 의미를 알 수 없는 일들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독자들은 이 모든 에피소드들이 무슨 연관이 있나 싶을 정도로 어리벙벙해지지만 나중에 결말을 읽고나면 그제서야 모든 사건들이 연관있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알게 된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기지가 대단하다고 여겨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처음에는 주인공이 쓸데없는 옛날 사건에 집착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사건은 충분히 조사해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오랜만에 정말 탄탄한 구성을 지닌 추리소설을 만났다. 덕분에 이 작품을 읽는 동안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정말 정신없이 작품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앞으로 이 작가의 작품을 더 많이, 그리고 더 오랫동안 만나고 싶은 것은 비단 나만의 욕심은 아닐 듯 싶다. 멋진 사설탐정 루 아처의 활약을 계속 기대해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러블리 본즈
앨리스 세볼드 지음, 공경희 옮김 / 북앳북스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시작부터 무척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미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한 소녀가 변태 성욕자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결국 살해되는 장면이 묘사된다. 그리고 그녀의 시신은 토막나서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에 버려진다. 그녀가 실종되고 나서 그녀 가족의 삶은 산산히 부서졌으며, 특히 아버지는 그 이전의 삶을 영원히 되찾지 못한다. 그리고 소녀가 알던 사람들의 삶은 그 사건을 계기로 많이 바뀌었다. 이 모든 장면은 갑자기 우리 삶에서 사라진 소녀가 지켜보는 시선으로 그려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그 끔찍한 일을 당하고서도 담담하게 모든 장면들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이런 일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과연 이렇게 착한 딸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주인공은 가능하면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어서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람들이 어려운 일을 당하면 어떤 식으로 극복하는지 그 과정을 보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리 재미있는 주제는 아니지만, 사건보다도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꼼꼼하게 그리고 있어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소녀는 천국으로 갔고, 그 곳에서 오랫동안 살 것이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어떻게든 삶을 이어간다. 무엇보다 소녀의 죽음을 슬퍼하던 아버지는 무척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가족들의 도움으로 완전히 무너져내리지는 않았다. 놀라웠던 점은 아버지의 직감으로 지목했던 범인이 실제로 맞았다는 것이다. 아무 증거도 없었지만 결국 그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마을을 떠나 어려운 생활을 하게 되었다. 범인에 대한 속시원한 결말은 없어서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그는 벌을 받았다고 본다. 

조금은 답답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실제 우리 생활은 이렇게 흘러가는 부분이 더 많을 것이라고 본다. 너무나도 실제적으로 그려내서 오히려 거북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나서 조금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되는 것은 그리 나쁜 결말이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주 멋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리 나쁘지 않은 삶은 살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신자살 - 개정판 변호사 고진 시리즈 3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단 이 책은 제목이 독특하다. 몸은 살아있으면서 정신만 자살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은 거의 듣지도 못했고, 이 책에서 처음 보는 개념이다. 그런데 정신자살을 도와주는 곳이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설정이다. 차마 내 목숨을 스스로 끊지는 못하겠고, 정신만 자살을 할 수 있다면 뭔가 일이 좀 더 쉽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주변에는 계속 새로운 사건이 일어난다. 

변호사 고진은 기이한 사건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옛날 사건에서 아쉽게 놓친 인물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사건을 추적하게 되는데, 사람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펼쳐질 수 있는지 이 책을 통해서 굉장히 오랜만에 느끼게 되었다. 아마 이 책을 쓴 작가는 사람에 대해서 굉장히 심도있게 고민을 많이 한 듯 하다. 그렇지 않다면 결코 이런 작품은 나올 수 없었을테니 말이다.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도 무척 재미있었지만, 나는 이 책의 가장 마지막 장면이 충격적이었다. 물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인간의 욕망을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매우 다양한 사건이 우연히 일어나는 덕분에 독자는 이 책을 읽는 동안 결코 지루할 틈이 없다. 좀 제정신이 아닌 캐릭터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읽는 재미는 늘어났다. 결과를 이성적으로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이탁오 박사가 주장하는 정신자살이라는 개념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이 책을 다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넌센스가 아닐까 싶은데, 그것을 찰떡같이 믿고 있는 박사의 정신 상태가 과연 정상인지 궁금하다. 

변호사 고진 시리즈는 이미 여러 권 출간되었는데, 매 권 읽을 때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이라 은근히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다고 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지루한 것도 아니라, 이제는 다음 에피소드가 매우 기대되는 캐릭터이다.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흥미로운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를 알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기쁘다. 앞으로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