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호실로 가다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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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성향이 가득한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답답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작가가 글을 쓰던 시대와 비교했을 때 지금은 조금 여성의 권리가 신장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여전히 여성은 사회적 약자이다. 완전한 평등은 없는 이 시대에서 과연 여성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많은 화두를 던지고 있는 이 작품집은 같은 여성으로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둔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고 가장 대표적인 단편인 '19호실로 가다'는 여러 역할에 둘러싸인 여성이 어떻게 자신만의 안식을 찾아가는지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현대에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변한 것은 없다. 하지만 그 해결방법이 꼭 그 방법밖에 없었을지는 의문이다. 여성이라서 사회적인 유리천장을 뚫지 못하고 지금 나의 위치에서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까지는 이해를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우울하기 짝이 없다. 나만의 공간을 찾는 것이 남자 못지 않게 여자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이 단편집을 읽는 내내 몽환적인 안개 속을 걷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 실체가 없이 모호하고 어떤 면에서는 추상적이다. 여자란 항상 남자 옆에 있어야만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소설 속 여주인공들에게 남자란 존재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나 자신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내가 생각한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데, 그것이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은 약간 모순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나름대로 해답을 찾은 여성들도 있다. 그들 대부분은 남성에 대한 기대나 감정을 버림으로써 그 상황을 타파해보려고 한다. 이 방법들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선택지는 될 수 있겠다.

페미니즘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편하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답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움직임들이 모여서 여성 권리 신장에 기여한 것 또한 분명하다.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런 작품들을 통해 과연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지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여성들이 본인의 행복이란 무엇인지 고민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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