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론 - 지구화시대 문학의 쟁점들 창비담론총서 4
김영희.유희석 엮음 / 창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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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딱딱해보이는 표지와 제목의 책이다. 사실 나는 세계문학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도 없고, 한국 문학보다는 외국 문학을 더 좋아하는 독자이다. 한국 문학은 나와 비슷한 현실을 겪는 주인공들이 있지만, 그 주인공들이 마치 나의 모습인 것 같아서 공상의 나래로 빠져들 여력이 없다. 책을 읽으면서도 자꾸 현재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니 휴식이 아니라 고뇌의 시간이 되어버리는 탓에 나는 외국 문학을 더 즐겨 읽는다. 외국 문학에서는 나와 다른 이들이 살고 있어서 적어도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현실을 잊을 수 있다. 그런데 흔히 알고 있는 세계문학이란 곰곰히 생각해보면 서구의 문학을 일컫는 대명사가 되어버린 듯 하다. 어릴 때 많이 읽었던 세계문학전집에서도 유럽 작가들의 작품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볼 때 세계에는 유럽 뿐만이 아니라 아시아, 아메리카 등 다양한 나라들이 존재한다. 근대의 서구화 과정에서 서양의 고전들이 그대로 유입된 탓에 조금은 잘못된 시각을 가지게 되었지 않나 싶다.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의 문학이 좀 더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 나름대로의 세계문학과 한국문학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에 대해서 쓴 글들을 모아놓았다. 사실 이런 따분한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 그리 많지 않은데, 시대적인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작업을 했다는 사실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는 아니지만, 클릭 한 번으로 세계와 연결되는 현 시기에 세계화의 유행만 따라가다가는 우리 문학의 정체성이 사라져버릴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이런 문제점을 미리 깨닫고 어떻게 하면 한국 문학을 세계 속에 알리고, 또 우리들에게 다양한 세계 문학을 접하게 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에 독자들은 서구 문화 외에도 존재하는 세계의 풍부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아무래도 서구 문학은 이미 많이 알려진 상태라 여기서는 크게 다루지 않는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들은 세계 문학 속의 한국 문학의 정체성, 아시아 문학의 현황, 이에 관련된 개념들에 대해서 좀 더 집중하고 있다. 어떤 결론을 내려고 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들을 모음으로서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여지를 만들었다는 점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나도 이전까지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분야라 솔직히 책을 끝까지 다 읽는데 좀 버거웠다. 그리 어려운 단어가 쓰인 것이 아닌데도 공부 많이 한 사람들의 생각을 따라가는 것조차 상당히 어렵게 여겨졌다. 그러나 조금식 시간이 지날수록 책을 읽는 것이 편안해졌다. 이것은 조금 더 어려운 책을 읽음으로서 뇌가 적응을 했다과 봐도 좋겠다. 아무튼 세계문학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과 관점들을 보면서 과연 나는 한국문학에 대해서 얼만큼이나 알고 있는지를 되돌아 보게 되었고, 결국은 거의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조금 부끄러웠다. 나름대로 책을 많이 읽는다고 자부하면서도 정작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은 극히 적었으니 말이다. 나 자신을 제대로 이해해야 상대방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은 문학에도 여지없이 적용된다. 이제라도 한국 문학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세계에 우리 문학을 알리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전에 우리나라의 독자들이 한국 문학을 좀 더 사랑해야 한국 문학에도 발전이 있을 것이다. 아직 소수의 작품이기는 하지만, 우리 문학도 세계에서 조금씩 인정을 받고 있다. 앞으로 좀 더 발전된 우리나라 문학의 모습을 기대하며 다양한 세계 문학의 모습을 살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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