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사회로 튕겨져 버린 나이가 되었고,
그때 처음 맛 본 것은 4천원짜리 삼겹살이었다.
손이 안가는 야채, 고만한 양념에, 삼겹살 닮은 삼겹살...
불판에 올려 놓기가 무섭게 바짝 익어버린 그 고기는
익을 시간조차 부족했다.
불을 줄이고, 고기를 자르는 손이 바빠진다, 술을 따르는 손도 분주하다.
이 손은 한 손, 저 손은 두 손, 가위는 오른손, 집게는 왼손.
기름장에 그을린 고기를 찍고 입은 벌어지고 잔은 부딪히고,
말문이 터진다.
하찮은 말들을 주섬주섬 담아 놓았나 .
뱉어내고, 주워담고 방금 뱉은게 다시 기어나오고...
어디서부터 끌어올린 분출물인지. 주렁주렁 걸린다.
그을린 고기처럼 볼품없는 여자 얘기도,
악덕 3종세트를 갖춘 상사도,
풀풀 날아가는 월급봉투의 가벼움도,
밥벌이에 두 손이 묶인 자들의 입은 숨과 해방을 풍긴다.
거리의 풍경은 다 타버린 삼겹살이다.
그래도 좋다고, 빈 병이 늘어간다.
공복을 잠재우는 것은 두꺼운 지갑이 아니라,
애초부터 기대없이 흘러보낸 애도의 시간...
흘릴수록 가벼워지는 삶의 질량을 체감하는 자리...
바람이란 단지 이 시간을 흥으로 바꾸는 일...
선배랍시고 술을 권하던 그들.
4천원짜리 삼겹살은 이 맛으로 먹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