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사회로 튕겨져 버린 나이가 되었고,
그때 처음 맛 본 것은 4천원짜리 삼겹살이었다.
손이 안가는 야채, 고만한 양념에, 삼겹살 닮은 삼겹살...
불판에 올려 놓기가 무섭게 바짝 익어버린 그 고기는
익을 시간조차 부족했다.
불을 줄이고, 고기를 자르는 손이 바빠진다, 술을 따르는 손도 분주하다.
이 손은 한 손, 저 손은 두 손, 가위는 오른손, 집게는 왼손.
기름장에 그을린 고기를 찍고 입은 벌어지고 잔은 부딪히고,
말문이 터진다.  
하찮은 말들을 주섬주섬 담아 놓았나 .
뱉어내고, 주워담고 방금 뱉은게 다시 기어나오고...
어디서부터 끌어올린 분출물인지. 주렁주렁 걸린다.
그을린 고기처럼 볼품없는 여자 얘기도,
악덕 3종세트를 갖춘 상사도,
풀풀 날아가는 월급봉투의 가벼움도,
밥벌이에 두 손이 묶인 자들의 입은 숨과 해방을 풍긴다.
거리의 풍경은 다 타버린 삼겹살이다.
그래도 좋다고, 빈 병이 늘어간다.
공복을 잠재우는 것은 두꺼운 지갑이 아니라,
애초부터 기대없이 흘러보낸 애도의 시간...
흘릴수록 가벼워지는 삶의 질량을 체감하는 자리...
바람이란 단지 이 시간을 흥으로 바꾸는 일...
선배랍시고 술을 권하던 그들.
4천원짜리 삼겹살은 이 맛으로 먹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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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9-24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천원 짜리 삼겹살을 대학 때 종종 먹곤 했는데... 냉동실에 있다 나온 얇은 것이 생고기보다 맛있다는.

다락방 2008-09-24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 어제 9천원짜리 삼겹살 먹었는데요. 소주도 마시고. 사회생활은 소주없이 안되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러고보니 대학시절에는 1,900원짜리 삼겹살도 먹었더랬어요. 정말 엄청나게 먹었더랬죠.
악. 또 삼겹살 먹고싶네요.

나중에 삼겹살 한판해요, 라주미힌님. ㅎㅎ

Alicia 2008-09-24 12:47   좋아요 0 | URL

아, 소주좋아요 다락님
저도 다락님이랑 소주마시고 싶어요
맥주는 속이 안편해요 흐흣~


다락방 2008-09-24 12:57   좋아요 0 | URL
앗 저는 소주도 좋지만 소주를 좋아하는 여자는 더 좋아요!!

:)

웽스북스 2008-09-25 01:10   좋아요 0 | URL
죄송해요 다락방님 흙

소주를 못마시는 웬디

라주미힌 2008-09-24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 건너 오셔요 ㅋㅋㅋㅋㅋ

Alicia 2008-09-24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토지 밑줄긋기에서 성격이 약간 보이는 것도 같아요.
(댓글을 여기서 달고 막.)ㅋㅋ

라주미힌 2008-09-24 12:53   좋아요 0 | URL
아앗... 날카로우십니다 ㅎㅎㅎㅎ

2008-09-24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24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