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며느리로 맞은 이주여성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불만의 내용이 주로 며느리가 ‘불평없이 부지런히 일하고 아껴 쓰며 남편과 자녀를 돌봐야 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며느리의 미덕이란 순종, 공경, 알뜰함,
부지런함이라고 여기는 관점에서 질타와 훈계가 시작된다. 애써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온 유교 가부장제의 질서를, 이제 ‘한국의 예절‘이란 이름으로 이주여성을 통해 재생산하려는 것처럼보인다. - P38

오히려 ‘며느리가 남자라니‘라는 구호는 이 사회가 평등을 추구한다면 맞서고 해체해야 했을 가족질서가 뿌리 깊게 남아 있음을 간접적으로 일깨운다. 이 구호를 들으며 성소수자에 대해불편한 마음이 생긴다면, 먼저 며느리는 여자, 사위는 남자여야한다는 관념을 의심하고 질문해보면 좋겠다. 며느리의 역할을남자가 하면 왜 안 되며, 사위가 여자이면 무엇이 문제인가? 며느리와 사위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인가? 원치 않는 며느리나 사위를 반대할 권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가 알고 있는 가족은 지키고 보존해야 할 불변의 가치인가? - P40

 지금도 사람들은 누군가결혼을 하면 당연히 아이를 가질 것이라고 기대하며 "아이는 언제 낳을 거야?"라고 질문한다.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에겐 "그럴거면 왜 결혼했냐?"고 반문한다. 그러니 동성커플 사이의 결혼은 어불성설처럼 들린다. 출산을 할 수 없는 동성끼리의 결혼이라니, 그럼 결혼이 더이상 결혼이 아닌 거다. 결혼은 출산의 기반이라는 이상을 지키려면, 동성결혼을 인정할 수가 없게 된다. - P46

부모가 결혼을 안 했는데도 그 자식을 다른 이들과 똑같이 대우한다면, 그래도 사람들이 지금처럼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질서를 지킬까? 안타까워도 혼외출생자에게 불이익이 있어야 결혼이란 제도가 특별한 의미를 가질 테고,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차별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런데 의문이 들지 않는가. 이질서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 P55

그러니 의문이 든다. 지금 우리 사회는 무엇을 위해 결혼제도를 수호하는가? 결혼 밖에서 사람이 태어나면 정말 안 되는 걸까? 출산이 결혼의 테두리 안에 있어야 정상이라는 관념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사람을 적법과 불법으로 구분하며 생애의 시작부터 불평등을 만들었다. 이런 불평등을 사회가 모르는 게 아니라 부당하다고 생각지 않았던 것 같다. ‘결혼은 출산의 기반‘
이라는 이념이 무너지면 사회의 근간이 붕괴될 것만 같은 불안감에 차별을 정당화해왔다.  - P60

가족질서를 지키기 위해 (안타깝더라도 계속하여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 ‘일탈자‘를 탓할 것인가 아니면 이런 구분을 거부하며 평등을 위해 가족제도의 변화를 요구할 것인가? 다음 장으로 이어지는 이 질문은, 사회가 사람의 탄생을 수단으로 여기는지, 아니면 그 자체로 소중한 동료시민의 등장으로 여기는지의 관점과 연결된다. - P67

이상하게 가족제도는 예외였다. 가족에 관해서만큼은 평등보다는 전통을 수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민주주의이념이나 헌법 자체가 서구에서 기원한 것인데, 유독 가족에 대해서만은 한민족의 ‘미풍양속‘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양현아의 분석에 따르면, "가족법 (은) 서구법이 아닌 그 민족 고유의 ‘관습‘을 따라야 한다는 원칙 자체가 일제의 식민정책에 의해 수립된 것" 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하여 평등은전통적 가족질서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된다는 생각은, 지금까지도 가족제도를 동결시키는 "절대적인 원리"가 되었다.  - P79

때때로 가장 강력한 차별은 온정적인 얼굴을 하고 다가온다.
태어날 아이의 불행을 예고하는 염려가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는것이다. 사람들은 출산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온정적인 염려와경고를 보냄으로써, 세상의 차별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계속될 - P90

것임을 기정사실화한다. 그리하여 실제로 닥치는 불행은 오롯이출산을 ‘선택‘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다. 결국 그렇게 차별을 보존하고 전승하며 어떤 집단의 미래를 영구적으로 불행하게 만드는 행위에 (의도치 않게) ‘가담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어떤사람들을 이 땅에 오지 못하게 막는 행위는 얼마나 폭력적인가?
뒤집어 생각하면, 아동의 인생을 생각해 부모가 출산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은, 사회가 변화를 도모하지는 않겠다는 변명일수 있다. 반대로, 부모가 출산에 대한 결정을 자유롭게 내릴 수있는 사회는 이미 아동에게도 좋은 사회일 것이다.  - P91

재생산 권리를 보장한다는 건 임신·출산에 관한 개인의 결정을 존중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하여 출생하는 사람을 존엄하고 평등하게 대우하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차별을 용인하고 묵인할 때에는 누군가의 출산을 막는 일이 아동의 권리를 옹호하는 일처럼 보였겠지만, 차별과 맞서기로 결정한다면 양육자의 권리가 곧 아동의 권리이고 그 가족의 권리를 옹호하는 일이모든 사람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옹호하는 일이 된다. - P94

학교는 평등한 교육을 한다고 믿으면서 오랫동안 성별분업을 염두에 두고 교육을 실시했다. 그런데 사회가 이렇게 성별분업 이념을 유지하면서 고용상의 불평등만 해결하려 하면곤란한 상황이 벌어진다. 여성에게 가사 책임을 맡기면서 동시에 임금노동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이중의 부담을 초래하는 것이다. 이런 이중의 부담을 감당할 수 없을 때 여성들은 어떤 선택을할까? - P117

성차를 자연적이고 고정불변이라고 여기는 성별본질주의gender essentialism 의 관점이 교육의 이름으로 지속된다. 우리는 모두가 지구상에 평등하게 태어난 사람들이라고 말하면서도,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1" 라고 여길 만큼 성별에 따라 다른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는 모순된 메시지에 길들여진다. 성별본질주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면, 지금 보이는 성차가 형성된 사회적·역사적 맥락이 지워진다. 대신 가부장제를 위해 설계된 성역할을 ‘원래 그런 것‘ 혹은 ‘그래야 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이게된다. 왜 성별을 이유로 역할이 배정되어야 하는지 질문하기를잊게 된다. - P132

단순히 여성의 교육과 고용의 증진으로 가부장제가 간단히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면 서툰 기대가 아닐까. 가부장제는 가족이 가족에게 행하는 성적인 통제와 잔인한 폭력을 통해서도 연명하고있다. - P140

현대사회의 계급 재생산은 외형적으로는 합법적이고 공정하다. 엘리트 계층이끼리끼리 만나 중산층을 형성하고, 축적된 부와 네트워크를 통해 고소득으로 진입하는 교육 기회를 독점하며, 이로써 자녀에게 계층을 세습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모든 과정이 가족의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 P159

역사적으로 가족은 상이한 생활조건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구성되어왔다." 한국에서도 가족이 변해왔고 지금도 변하고 있다. 가령 지금의 한국은 과거보다 결혼을 적게 하고 이혼을 많이 한다. 이 사실을 두고 가족의 ‘위기‘나 ‘해체‘라고 묘사하는것과, 가족의 ‘변화‘나 ‘다양성‘의 증가라고 표현하는 것은 다르다. 전자의 ‘위기‘와 ‘해체‘ 담론은 특정 가족 형태를 ‘옳다‘고 전제한 진단이다. 이에 대해 윤홍식은 이렇게 비판한다. "가족의특정 형태의 변화를 가족의 해체로 이해하는 것은 가족이 지역과 시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고 변화했다는 다양성과역동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 P188

 동성애, 그리고 동성결혼을 반대한다는 것은,
곧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이성과 결혼하고 자녀를 출산해야 한다는 메시지이고, 여성과 남성에게는 서로 다른 역할이 있음을 상기시키는 일이었다. 말하자면 성소수자 반대운동은 가족각본을절대적인 도덕률로 신앙화하는 작업이자, 가족각본에서 벗어난삶의 형태를 부정하고 가부장적 질서를 유지시키는 핵심 담론이었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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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읽으면서 흥미로운 대목이 있어서 메모

1890년대 같은 시기에 똑같이 여성교육이 필요함을 주장하면서도 남녀의 생각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독립신문의 남성이 쓴 것이 분명한 사설은 여성교육은 자식 교육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면

여성이 쓴 <여권통문>에서는 독립된 인격으로서의 여성교육의 위치를 명시하고 있다.

100여년이 훌쩍 넘는 시기동안도 사실상 남녀의 생각의 간극은 딱히 좁혀지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사나이 아이들은 자라면 관인과 학사와 상고와 농민이 될터이요. 계집 아이는 자라면 이 사람들의 아내가 돌 터이니, 그 아내가 남편만큼 학문이 있고 지식이 있으면 집안 일이 잘 될 터이요, 또 그 부인네들이 자식을 낳으면 그 자식 기르는 법과 가르치는 방책을 알 터이니 그 자식들이 충실할 터이요(...) 그런즉 여인네 직무가 사나이 직무보다 소중하기가 덜하지 아니하고 나라 후생을 배양하는 권이 모두 여인네에게 있은 즉 어찌 그 여인네들을 사나이보다 천대하며 교육하는 데도 등분이 있게 하리오.  -110쪽, 1896년 5월 12일 <독립신문> 사설



어찌하여 신체 수족 이목이 남자와 다름없는 한가지 사람으로 심규에 처하여 다만 밥과 술이나 지으리오. (....) 우리도 혁구종신(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따름)하여 타국과 같이 여학교를 설시하고 각각 여아들을 보내어 갖가지 재주와 규칙과 행세하는 도리를 배워 향후에 남녀가 일반 사람이 되게 하려고 곧 여학교를 설시하오니....  - 114쪽, 1898년 9월 1일 이소사, 김소사(소사란 기혼여성을 부르는 명칭)의 <여권통문>



또 하나 흥미로운 인물 발견


125쪽에 등장하는 최활란이라는 여성

김활란이 아니고 최활란? 활란이란 이름이 흔한 이름인것도 아닌거 같은데 뭐지?하고 찾아봤더니 잘 알려진 김활란과 동명이인이다.

그런데 진짜 웃기는게 이 여성의 본명이 심지어 김활란이다.

최씨 성을 가진 남성과 결혼하면서 서양식으로 최활란으로 바꾼 것.

그리고 인천 출신, 이화학당 출신, 개신교 감리회 신자, 여성운동,친일행적 등에서 김활란과 거의 활동이 겹친다.

웃기는 우연은 이화학당 제2대 메이퀸이었단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김활란은 제3대 메이퀸이고.....

이 책에 나오는 그녀의 어록은 다음과 같다.


학교에서는 성교육을 시켜 [여학생에게] 자기네의 정조가 생명[처럼] 중대함을 가르쳐서 (...) 스스로가 공포심이 일게 되어 여자로서의 중대한 정조를 지키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 125쪽


2명의 김활란을 굳이 구별하지 않아도 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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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3-09-08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명의 김활란을 굳이 구별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ㅋㅋㅋㅋ
이름도 같고 생각도 비슷하고 소름입니다. 어후

자식 교육을 위해 여자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건, 마치 이 자리는 미래의 어머니가 앉을 자리입니다. 뭐 이런 거랑 느낌이 같네요. 어쩜 변하지를 않을까요...

바람돌이 2023-09-10 22:01   좋아요 1 | URL
처음에는 최활란이라는 이름이 신기해서 찾아봤는데 찾으면서 둘이 너무 비슷해서 진짜 깜짝 놀랐네요. ㅎㅎ
저 변하지 않는 가족주의와 자식을 위한 어머니상을 강요하는 이유가 이 책에서 적나라하게 펼쳐집니다. <가족각본> 강추합니다. ^^

잠자냥 2023-09-09 0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마지막 줄 너무 웃겨요 ㅋㅋㅋㅋㅋㅋ 저런 거 보면 사람 인생이 진짜 이름 따라가나 싶기도 하고 ㅋㅋㅋㅋ

바람돌이 2023-09-10 22:02   좋아요 1 | URL
최활란 뭐하는 사람인지 찾아보다가 허탈해진 제 마음입니다. ㅎㅎ

책읽는나무 2023-09-09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활란스럽군요.ㅋㅋㅋ

바람돌이 2023-09-10 22:02   좋아요 1 | URL
오 나무님!! 역시 100자평의 귀재는 딱 한줄로 정리해주시는군요. 감격했습니다. ^^

독서괭 2023-09-09 1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신기하네요!!
여성교육 주장한다고 하면 마치 페미니스트 같지만 들여다보면 완전 반대인.. 그러면서도 스스로는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할지도??

독서괭 2023-09-09 12:03   좋아요 2 | URL
찾아보니 김활란은 본명이 김기득이고 7세에 세례명 Helen의 한자표기인 활란으로 바꾼 거라 하네요~ 최활란은 본명이 활란이고 ㅎㅎ

잠자냥 2023-09-10 22:05   좋아요 2 | URL
김활란 태어날 때부터 기득권 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3-09-10 22:05   좋아요 1 | URL
저 때 두 활란 모두 자신이 여성계의 선구자라고 생각했을거예요.gg
아 전 김활란의 본명이 김기득인건 처음 알았네요. 그러고 보니 활란이란 이름이 그리 흔한 이름이 아닌데 저렇게 동시대에 같이 있을수 있었을까 궁금했는데 세례명 Helen을 생각하니 알겠네요. 아마 둘다 세례명에서 유래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바람돌이 2023-09-10 22:07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그러게 말예요. 둘다 태어날 때부터 기득권...... ㅎㅎ

책먹는고란 2023-09-12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명의 김활란을 굳이 구분 안 해도 된다. 정말 와닿네요......

바람돌이 2023-09-13 21:19   좋아요 0 | URL
이름이 같다고 사는 방법도 같아지는게 아닐텐데 말이죠. ^^ 신기하긴 하네요. ㅎㅎ
 


욕이 100만개쯤 튀어나오는 날에는 잭 리처를 읽는다.

왜냐하면 정의가 이겨야 하므로.

잭 리처는 정의롭다.

잭 리처는 이긴다.

심지어 이번에는 잭 리처가 어벤저스 팀을 꾸린다.

당연히 이길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희망을 안고 잭 리처를 읽는다.


아아아아~~~ 짜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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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3-08-25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짜증이 100만개군요.
그래도 잭 리처가 있어 다행이네요.
저는 아직 영접해 보지 못했는데 저도 욕이 100만개 튀어나오는 날을 위해 기억해 두어야겠군요.
그래도 주말입니당!!

다락방 2023-08-25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처, 바람돌이 님을 시원하게 해줘라!!!

독서괭 2023-08-25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처가 다 부셔버려!!

단발머리 2023-08-25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오늘 같아서는 잭 리처 한 권으로 좀 부족할지 싶어요. 한 권 더 권합니다. 최신간으로 말입니다!

은오 2023-08-25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우리 바람돌이님을 화나게 한거야!!!!!!!!!!
잭 리처로 해결이 안되면.. 제가 대신 조져드릴게요!!

페넬로페 2023-08-25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잭 리처, 빈센조, 모범택시
다 부릅시다~~

감은빛 2023-08-25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투기 시작 소식을 듣고 어제부터 아무런 의욕을 못 느끼고 있어요.
하필 이래저래 일이 정말 많은 날들이라서 억지로 억지로 일을 하고 있어요. ㅠㅠ

blueyonder 2023-08-26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잭 리처를 읽어야겠네요. 정의가 이기리라는 희망을 품고서요…
바람돌이님의 독서생활을 응원합니다~

꼬마요정 2023-08-26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면 예상 가는 일이 많아서 잭 리처 뿐 아니라 다 불러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끝나지 않았으니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해봐요 우리!!!
 

나에게 큰 감동을 주는 건축물은 ‘새로운 생각‘을 보여 주는 건축물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수 있지?‘라는 충격을 주는 건축물이다. - P6

이런 작품이 기발한 이유는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 P9

철근과 콘크리트는 열에 의한 팽창 계수가 동일하다. 이 말은 수축과 팽창을 할 때 같은 비율로 늘어나거나 줄어든다는 것이다. 만약에 철근과 콘크리트의 열팽창 계수가 달랐다면 함께 사용할 경우 온도변화에 따라 다르게 수축과 팽창을 하면서 부서졌을 것이다. 하지만 두 재료는 다행히 같은 열팽창 계수를 가지고 있어서 함께 사용해도 시멘트에균열이 가지 않는다. 이는 놀라운 발견이다. 덕분에 인류는 철근 콘크리트를 사용해서 높은 건축물을 빠르게 지을 수 있게 되었다. - P18

 이러한 철근 콘크리트기둥이 만드는 다섯 가지 특징인 필로티, 자유로운 평면, 자유로운 입면, 가로로 긴 창, 옥상 정원을 ‘근대 건축의 5원칙‘이라 부르고 이것을르 코르뷔지에가 제창했다. 근대 건축의 5원칙은 한마디로 철근 콘크리트라는 새로운 재료가 만든 건축의 특징이다. 이는 건축을 기계로 보았고, 건축이 기계가 되도록 공장에서 생산되는 재료인 시멘트와 철근을 사용하면서 만들어진 특징이다. 이러한 근대 건축의 5원칙이 총결집된 결정체가 ‘빌라사보아Villa Savoye‘다. - P20

구조와 설비를 외부로 노출한 디자인을 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전시공간인 ‘퐁피두 센터‘ 내부에 기둥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 P35

 ‘퐁피두 센터‘의 디자인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근대 건축의 명제를 완전하게 보여 주는 사례다. - P43

기울어진 광장 덕분에 ‘퐁피두 센터‘는 시각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사람을 빨아들인다.  - P46

기하학적 규칙을 배제한 이러한 비대칭 공간은 나에게 무언가규칙을 심으려는 강압적인 공간이 아니라 나를 자연스럽게 품어 주는공간이 된다.  - P71

 이 성당은 어떠한 기계적 합리성도 느껴지지 않고 감성 충만한 하나의 자연과도 같은 공간이다. 그렇다고 자연의 형태를 모방한 공간도 아니다. 그저 이 건축물은 빛을 담기 위해 자유롭게 춤추는 콘크리트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 P82

나는 항상 공간은 절대적인 물리량이 아니라 기억의 총합이라고 말해왔다. 이 공간은 그러한 기억의 총량이 무한대로 늘어나는 공간이 된다. - P99

‘피르미니 성당‘이 르 코르뷔지에예배당 진화의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러한 좌석 구성때문이다. 여기서는 신과 나의 관계에 맞는 좌석을 골라 앉을 수 있으면서도 그렇다고 다른 구역에 앉은 사람들과 분열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하나의 지붕이 전체 좌석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 P116

건축은 그 나라의 국격을 보여 준다. 건축은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보여 준다. 건축은 그 나라 국민의 성숙도도 보여준다. 독일 국민은 영국에 대한 열등감이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지만 적어도 과반수의 여론은 그런 수준임을 베를린 ‘독일 국회의사당‘ 디자인은 보여 준다.  - P139

‘독일 국회의사당‘의 돔을 전망대로 만들었다는 것은 그곳에 올라가는 시민들에게 베를린 시내를 내려다보는 시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는 ‘에펠탑‘처럼 시민이 주인인 사회라는 것을 선언하는 공간이다.
그뿐 아니다. 전망대에 있는 사람들은 도시만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아래층에 있는 국회 회의장도 내려다볼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다.
국회의원들을 감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마치 편의점 주인이 아르바이트생이 일하는 카운터 위에 CCTV 카메라를 설치한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서는 국회의원이 졸거나 허튼짓을 하기 정말 어려울 것이다.
민주주의의 완성을 보여 주는 통쾌한 건축 디자인이다. 국내 도입이시급하다. - P143

 하나의 얇은 대리석에 자연의 빛과 인공의 빛이라는 두 개의 다른빛이 통과하면서 완전히 다른 건축물이 창조되는 것이다. 인간은 1만년 전부터 건축에 돌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그 누구도 돌을 빛이 투과하는 특성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고든 번샤프트는 그런 물질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새로운 건축을 보여 준 대가大家다. - P225

‘허스트 타워‘ 같은 디자인을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는 건축물의 가치를 좀 더 세분화시켜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도시는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아서 변화는 불가피하다. 그 과정에서 많은 건물이 철거되고 새롭게 지어질 것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무엇을 보존해야 할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경회루‘처럼 목구조 자체가 가치를 가지는 건물은 전체를 보존해야 하고, 어떤 근대식 건물은 입면만 보존해야 할 수도 있고, 어떤 경우는 건물은 부수고 새로 짓더라도 골목길의 모양만 보존해야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좀 더 말랑하게 생각하면서도 예리해질 필요가 있다. 건축물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지 말고 가치를 분해해서 봐야한다. - P264

 마이어의 건축은 형태나색상과 재료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흰색 배경이 되어 주는 동시에정교하게 다듬어진 디테일로 건축에 담긴 자연과 사람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마이어는 살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건축가다. - P317

 칸의 건축 디자인의 첫번째 원칙은 ‘태양 빛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그림자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이고 건축은 그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하나의 부산물일 뿐이었다. 그는 항상 태양광을 어떤 방식으로 건축물 내부로 들여올지 고민했다. - P321

 획일화되면 가치관이 정량화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집값, 성적, 연봉, 키, 체중 같은 정량화된 지표를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데는 획일화된 아파트가 한몫했다.  - P369

‘데시마 미술관‘은 들어가는 입구부터가 특이하다. 재료는 백색콘크리트인데, 절반 이상 바람이 빠진 풍선 주둥이 같은 느낌의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그리고 들어갈 때 핸드폰을 맡기고 들어가야 한다. 사진을 찍으면서 본인과 다른 사람들의 감동을 방해하지 말라는의도다. 그런 의도는 너무 잘 먹혔다. 숨 막히게 시적이고 아름다운 공간을 보았는데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그렇기에 더욱더 바라보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 P429

어린아이들이 노는 가장 원초적인 원리를 이용해서 만든 건축가의 창의적인 건축 방법과 미술가의시적인 장치가 합쳐져서 자연의 바람과 햇빛이 완성하는 미술관이 만들어진 것이다. ‘데시마 미술관‘은 디지털이 넘쳐 나는 시대에 모든 것이 부드럽게 연속되는 완벽한 아날로그적인 아름다움을 재현해 냈다.
가장 원초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다. - P435

노만 포스터의 창의적인 디자인 덕분에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5조짜리 자본주의의 상징같은 건축물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휴식 공간을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풍수지리사의 요구도 들어주고, 사회적 필요도 충족시킨 ‘윈윈win win‘ 하는 디자인이다. 똑똑하고 창의적인 건축가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 - P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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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어, 독일인 남자 한 명이 자네한테 친절하게 대해줬다고지난 세월 동안 여기에서 일어난 일이 바뀌는 건 아니야." 마흐무두라는 다른 남자가 일리아스에게 말했다. "이 땅을 차지한 삼십년 넘는 세월 동안 독일인은 이 나라 전체에 해골과 뼈가 흩뿌려지고 땅이 피로 젖을 만큼 많은 사람을 죽였어. 과장하는 게 아니야." - P70

친구가 물었다. "이 싸움은 폭력적이고 악랄한 두 침략자의 싸움이야. 하나는 우리 옆에 살고, 다른하나는 북쪽에 살 뿐이지. 놈들은 누가 우리를 통째로 삼킬지를 놓고 싸우는 걸세. 이게 자네랑 무슨 상관인가? 자네는 잔인하고 악랄하기로 악명 높은 용병대에 들어가려는 거야 다들 뭐라고 하는지 못 들었나? 심하게 다칠 수 있어 ………… 그보다 더 나쁜 일을 당할 수도 있고, 제정신으로 하는 생각인가?"
- P71

 "글 쓰는 법을 배웠다던데 누가 가르쳐줬는지는 물어볼필요도 없다. 누군지 정확히 아니까 책임감이라고는 없는 인간이지 아니, 아예 제정신이 아닌 인간이야. 어째서 여자애가 글을 써야 한다는 거냐? 포주한테 편지를 보내게?" - P75

우리가 더 강하다는 이유로 정당하게 우리 것이 된 소유물을 취하기위해서, 우리는 뒤처진 야만인들을 상대하고 있고, 그들을 다스릴유일한 방법은 야만인들과 허영심 많은 난쟁이 왕국 술탄들에게공포를 불어넣고 모두를 두들겨패서 복종하게 만드는 것뿐이야.
슈츠트루페는 우리 도구지. 너도 마찬가지야. 우린 너희가 상상도못할 정도로 규율이 잡히고 고분고분하고 잔인해지기를 바라지너희가 망설임 없이 우리 지시에 따르는 낮두껍고 비정한 허풍쟁이가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너희에게 값을 잘 치러주고, 너희를 마땅히 존중해줄 것이다. 노예든 군인이든 추방자들말이야. 다만...... 너는 그들 중 하나가 아니야. 너는 이 모든 일이괴롭다는 듯 몸을 떨면서 바라보고 모든 심장소리에 귀기울이지.
나는 너를 놈들이 처음 이곳으로 데려온 순간부터 지켜봤다. 너는몽상가야." - P134

당시 이 세계의 그 지역은 그런 이름으로 불렸다. 세상의 이 지역은 전부 유럽인의 것이었다. 최소한 지도에서는 그랬다. 영국령 동아프리카, 독일령 동아프리카, 포르투갈령 동아프리카, 벨기에령 콩고, - P136

전투와 질병, 탈영으로 병사와 짐꾼들을 잃기는 했지만, 슈츠트루페의 장교들은 광기어린 고집과 끈기로 계속 싸웠다. 아스카리는 땅을 황폐하게 했고,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을 수십만 명씩 굶겨죽였다. 그러면서 자신들로서는 기원조차 알 수 없는 공허한 야망이자 결국 그들을 지배할 목적이었던 명분을 맹목적으로, 살인적으로 끌어안고 계속 분투했다.  - P142

한편, 장교들은 유럽인으로서 특권을 꼭 유지하려 했다. 야영지를 조성할 때면 독일인은 아스카리와 따로 대열을 갖추고 모기장이 달린 야전침대에서 샀다. 개울을 만나 멈출 때면, 그들은 늘 상류에 있었고 아스카리는 하류에 짐꾼과 동물은 더 하류에 있었다. - P142

최근의 전쟁 이후로 그들의 세상에는 낮선 얼굴이 가득했다. 대양과 접한 해안의 이런 마을에는 특히 그랬다. 이런 곳은 늘 물 건너 땅 건너에서 온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모두가 기꺼이 온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닐지도 몰랐다.
그저 궁핍하고 고통스럽게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거나, 인간사를 진저리나게 쫓아다니는 수많은 괴로움 중 하나를 겪은 사람의얼굴일 뿐인지도. - P212

함자는 칼리파가 죄악을 떠안는 감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시작했다. 다른 사람의 문제나 그의 일생에 저질러진 잘못에 대한책임을 나눠 지는 사람 말이다. 비 아샤, 일리아스, 아피야, 그리고이제는 함자까지. 칼리파는 이처럼 예기치 못한 염려를 끌어안고노골적인 주제넘음과 지속적인 냉소로 위장한 채 조용히 그들을신경썼다. - P304

영국인들은 독일에게 이 지역을넘겨받으면서 여기서 사업을 할 자기 쪽 사람들을 데려왔지. 인도에서도 케냐에서도 데려왔다네. 그렇게 새로 들어온 인도인들이재빨리, 확실하게 이곳에 이빨을 박아넣고 지금까지 있는 거야. 그자들이 모든 상업을 차지하고 정부에 자기들은 영국 시민이며 음중구와 똑같은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네. 자기들을 우리 원주민보다 나을 것 없다는 식으로 대하면 안 된다는 거야." - P318

그러니까 우리가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일리아스는 부모님에게말했다. 강제수용소에서 죽을 게 확실하다는 걸 알면서도 함께 있겠다고 따라갈 만큼 일리아스 외삼촌을 사랑한 사람이 있었다는거예요. - P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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