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읽으면서 흥미로운 대목이 있어서 메모

1890년대 같은 시기에 똑같이 여성교육이 필요함을 주장하면서도 남녀의 생각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독립신문의 남성이 쓴 것이 분명한 사설은 여성교육은 자식 교육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면

여성이 쓴 <여권통문>에서는 독립된 인격으로서의 여성교육의 위치를 명시하고 있다.

100여년이 훌쩍 넘는 시기동안도 사실상 남녀의 생각의 간극은 딱히 좁혀지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사나이 아이들은 자라면 관인과 학사와 상고와 농민이 될터이요. 계집 아이는 자라면 이 사람들의 아내가 돌 터이니, 그 아내가 남편만큼 학문이 있고 지식이 있으면 집안 일이 잘 될 터이요, 또 그 부인네들이 자식을 낳으면 그 자식 기르는 법과 가르치는 방책을 알 터이니 그 자식들이 충실할 터이요(...) 그런즉 여인네 직무가 사나이 직무보다 소중하기가 덜하지 아니하고 나라 후생을 배양하는 권이 모두 여인네에게 있은 즉 어찌 그 여인네들을 사나이보다 천대하며 교육하는 데도 등분이 있게 하리오.  -110쪽, 1896년 5월 12일 <독립신문> 사설



어찌하여 신체 수족 이목이 남자와 다름없는 한가지 사람으로 심규에 처하여 다만 밥과 술이나 지으리오. (....) 우리도 혁구종신(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따름)하여 타국과 같이 여학교를 설시하고 각각 여아들을 보내어 갖가지 재주와 규칙과 행세하는 도리를 배워 향후에 남녀가 일반 사람이 되게 하려고 곧 여학교를 설시하오니....  - 114쪽, 1898년 9월 1일 이소사, 김소사(소사란 기혼여성을 부르는 명칭)의 <여권통문>



또 하나 흥미로운 인물 발견


125쪽에 등장하는 최활란이라는 여성

김활란이 아니고 최활란? 활란이란 이름이 흔한 이름인것도 아닌거 같은데 뭐지?하고 찾아봤더니 잘 알려진 김활란과 동명이인이다.

그런데 진짜 웃기는게 이 여성의 본명이 심지어 김활란이다.

최씨 성을 가진 남성과 결혼하면서 서양식으로 최활란으로 바꾼 것.

그리고 인천 출신, 이화학당 출신, 개신교 감리회 신자, 여성운동,친일행적 등에서 김활란과 거의 활동이 겹친다.

웃기는 우연은 이화학당 제2대 메이퀸이었단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김활란은 제3대 메이퀸이고.....

이 책에 나오는 그녀의 어록은 다음과 같다.


학교에서는 성교육을 시켜 [여학생에게] 자기네의 정조가 생명[처럼] 중대함을 가르쳐서 (...) 스스로가 공포심이 일게 되어 여자로서의 중대한 정조를 지키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 125쪽


2명의 김활란을 굳이 구별하지 않아도 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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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3-09-08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명의 김활란을 굳이 구별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ㅋㅋㅋㅋ
이름도 같고 생각도 비슷하고 소름입니다. 어후

자식 교육을 위해 여자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건, 마치 이 자리는 미래의 어머니가 앉을 자리입니다. 뭐 이런 거랑 느낌이 같네요. 어쩜 변하지를 않을까요...

바람돌이 2023-09-10 22:01   좋아요 1 | URL
처음에는 최활란이라는 이름이 신기해서 찾아봤는데 찾으면서 둘이 너무 비슷해서 진짜 깜짝 놀랐네요. ㅎㅎ
저 변하지 않는 가족주의와 자식을 위한 어머니상을 강요하는 이유가 이 책에서 적나라하게 펼쳐집니다. <가족각본> 강추합니다. ^^

잠자냥 2023-09-09 0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마지막 줄 너무 웃겨요 ㅋㅋㅋㅋㅋㅋ 저런 거 보면 사람 인생이 진짜 이름 따라가나 싶기도 하고 ㅋㅋㅋㅋ

바람돌이 2023-09-10 22:02   좋아요 1 | URL
최활란 뭐하는 사람인지 찾아보다가 허탈해진 제 마음입니다. ㅎㅎ

책읽는나무 2023-09-09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활란스럽군요.ㅋㅋㅋ

바람돌이 2023-09-10 22:02   좋아요 1 | URL
오 나무님!! 역시 100자평의 귀재는 딱 한줄로 정리해주시는군요. 감격했습니다. ^^

독서괭 2023-09-09 1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신기하네요!!
여성교육 주장한다고 하면 마치 페미니스트 같지만 들여다보면 완전 반대인.. 그러면서도 스스로는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할지도??

독서괭 2023-09-09 12:03   좋아요 2 | URL
찾아보니 김활란은 본명이 김기득이고 7세에 세례명 Helen의 한자표기인 활란으로 바꾼 거라 하네요~ 최활란은 본명이 활란이고 ㅎㅎ

잠자냥 2023-09-10 22:05   좋아요 2 | URL
김활란 태어날 때부터 기득권 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3-09-10 22:05   좋아요 1 | URL
저 때 두 활란 모두 자신이 여성계의 선구자라고 생각했을거예요.gg
아 전 김활란의 본명이 김기득인건 처음 알았네요. 그러고 보니 활란이란 이름이 그리 흔한 이름이 아닌데 저렇게 동시대에 같이 있을수 있었을까 궁금했는데 세례명 Helen을 생각하니 알겠네요. 아마 둘다 세례명에서 유래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바람돌이 2023-09-10 22:07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그러게 말예요. 둘다 태어날 때부터 기득권...... ㅎㅎ

책먹는고란 2023-09-12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명의 김활란을 굳이 구분 안 해도 된다. 정말 와닿네요......

바람돌이 2023-09-13 21:19   좋아요 0 | URL
이름이 같다고 사는 방법도 같아지는게 아닐텐데 말이죠. ^^ 신기하긴 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