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관한 이야기 <카프카와 함께 빵을>을 재밌게 보면서 찾아본 톰 골드의 책들.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는 한쪽만 아는 것일지도 모르겟다.

바로 다윗의 이야기로 말이다. 

거인 골리앗이 작은 다윗의 돌팔매에 의해서 죽음을 당했다는 이야기 -다윗 영웅서사의 타자로서의 골리앗만이 우리가 아는 이야기의 전부다. 

그 실상이 어땠는지 지금 우리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성경에 남아 길이 길이 기려진 다윗의 이야기만이 사실 다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인지 톰 골드는 어쩌면 있었을지도 모르는 골리앗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착한 골리앗, 싸우고 싶지 않았던 골리앗, 그냥 덩치가 클 뿐인데 권력에 의해서 떠밀림을 당했을 뿐인 골리앗.




달빛에 물든 강의 조약돌 하나에도 마음쓰는 골리앗이 어느날 상관에게 명령을 받는다.

너는 전진으로 가서 왕을 대신해서 전언을 읽어라!


"나는 가드의 골리앗이다. 블레셋인들의 전사다. 내 너희들에게 도전한다. 한 사람을 골라서 내게 그를 보내면 우리는 싸울 것이다. 그가 나를 죽일 수 있다면 우리는 너희들의 종이 될 것이다. 내가 그를 죽이면 너희가 우리의 종이 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떠밀려 떠듬 떠듬 매일 매일 나타나지 않는 적을 향해 적어준 글을 읽는 골리앗

저 골리앗의 마음속에는 그냥 집에 가고싶다는 생각 말고 뭐가 있을까?



매일 매일 주어진 임무를 다할 뿐이다.

골리앗은 당연히 적을 기다려야 하지만 그 마음이 적을 기다리고싶지 않은게 당연하지 않겠나.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방패를 챙기는 아이가 다칠까봐 숨어있으라 걱정해주고, 지나가는 노인과 동물에게도 위험을 피해 있으라 충고해주지만 정작 그는 명령대로 기다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게 없다. 



그리고 운명의 날. 다윗 등장


블레셋 사람 골리앗이라 해서 블레셋이 어디인가 찾아보니 팔레스타인의 가자 지구쪽이다.

이렇게 되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지금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싸움과 겹친다. 

물론 이번엔 이스라엘이 골리앗이다. 그것도 첨단무기로 무장한 골리앗. 


언제나 다윗의 이야기로 읽었는데 예술은 이렇게 순식간에 나를 골리앗의 이야기로 끌어들인다. 

나를 바꾸는 예술의 힘. 책의 힘 언제나 감사한 힘이다.


















언젠가는 우리도 떡방아 찧는 달이 아니라 지구에서의 이주민이 사는 달을 만날지도 모른다. 

그런 세계가 결코 상상하는대로 유토피아가 되거나 하지는 않을거 같다면 내가 너무 디스토피아적인가?

톰 골드가 그리는 달세계는 쓸슬하다. 

처음에는 뭔가 기대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이주했을지 모르지만, 삭막한 환경과 외로움에 하나 둘 떠나고 그 달에는 오늘도 경찰관 한명이 정해진 순찰을 돈다.

범죄발생 건수 0건, 해결 건수 0건, 범죄해결률 100%





늘 혼자서 창밖으로 보이는 지구를 보며 잠드는 날들

그리고 계속 떠나는 사람들, 로봇들

저렇게 단순한 그림에 사무치는 외로움에 울컥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 좋구나....

그렇게 울컥하는 외로움만 남는건 당연히 싫지.

그래서 둘이 된다면 그 외로움도 견딜만해지지 않을까



뻔한 이야기이지만 어떤 이야기가 뻔함에도 감동을 주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게 그냥 사실이고 진실이기 때문이다. 

혼자인 달은 견디기 힘든 곳이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는 시선 하나가 합쳐지면서 살아갈만한 곳이 되니까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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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1-27 1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두 장면 ... 참 좋네요^^
뻔한 이야기가 소비되는 까닭이 이것이겠지요. 저도 덕분에 뭉클해졌습니다.

바람돌이 2023-01-27 14:52   좋아요 1 | URL
뻔한 이야기를 공간을 달로 옮기니 뻔하지 않은 마법이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이 책 따뜻하고 좋아요.

건수하 2023-01-27 1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톰 골드 좋아해요. 인스타도 팔로우하고 있답니다 :)

불레셋이 팔레스타인이었군요... 어릴 때 성서를 읽어서 기억은 하고 있는데 어딘지 찾아볼 생각을 못했어요.
가까운 사람들끼리 싸우는게 당연하긴 한데... 현재 상황을 생각하니 의미심장하네요.

바람돌이 2023-01-27 14:53   좋아요 1 | URL
오우 앞서가는 수하님. 저는 인스타를 안해서.....
저는 뭐든지 보면 일단 지도부터 찾는게 습관이어서 블레셋 사람 골리앗 하니까 맨 먼저 블레셋이 지금의 어디지부터 하게 돼요. 그런데 막상 찾고 보니 의미심장한 지역이라 작가가 이것까지 고려해서 쓴걸까 하고 생각하게 되네요.

레삭매냐 2023-01-27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톰 골드의 <골라이아쓰>
읽은 기억이 날 듯합니다.

어디선가는 거인병에 걸린
블레셋 전사였다는 분석도
있더라구요.

<문캅>은 저도 내일 도서
관에 가서 빌려다 봐야지
싶습니다.

바람돌이 2023-01-27 14:54   좋아요 1 | URL
그런말도 있더군요. 진짜로 어땠는지는 사실 알수가 없죠. 거기다가 당대의 거리 환산법 역시 지금 우리는 모두 추정하는 것일 뿐이고요. 저도 이 책들 도서관에서 빌려봤어요. 내일 문갑 득템 성공하세요. ^^

독서괭 2023-01-27 1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책인가요? 글자도 있나요? 그림이 귀엽기도 하고 단순해보이지만 내용에 깊이가 있고 좋네요^^

바람돌이 2023-01-28 11:05   좋아요 1 | URL
아이들용 그림책은 아니고요. 이런 장르를 보통 그래픽 노블이라고 하더군요. 뭐 어쨌든 어른용 그림책이에요. ㅎㅎ 저는 이 작가의 그림이 굉장히 좋았어요. 단순한데 등장인물에 대한 감정이입이 잘되더라구요.

페넬로페 2023-01-27 1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윗과 골리앗은 여지껏 다윗의 입장에서만 읽어오고 인식하고 있었던 거잖아요.
어떤 경우에 약자도 승리할 수 있다는 힘 불끈 솟는 이야기로요~~
이렇게 뒤집어 생각해 보는것도 좋네요^^

바람돌이 2023-01-28 11:12   좋아요 1 | URL
그래서 아무도 골리앗의 입장은 뭐였을까를 생각해본적이 없는듯한데 이런 시도도 좋았어요. 여기 등장하는 골리앗은 점점 사랑스러워지더라구요. 그래서 마지막 장면은 뻔히 아는 장면이면서도 앗 하고 너무 안타까워지는요.

희선 2023-01-28 0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윗은 대단하고 골리앗은 나쁘다고 생각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세뇌당한 건가 골리앗이 저랬을지도 모를 일이죠 《문캅》도 괜찮아 보이네요 혼자보다는 둘이 덜 외롭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3-01-28 11:13   좋아요 1 | URL
그쵸. 다윗쪽으로만 생각하는게 그동안의 우리들의 고정관념이었죠. 우리가 이스라엘 사람도 아닌데 말이죠. ㅎㅎ 이 작가의 그림책은 쓸쓸한듯 하면서도 다정하여 좋았습니다.

파이버 2023-01-28 17: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순한 얼굴 묘사임에도 많은 감정들이 느껴지네요... 바람돌이님 덕분에 좋은 작가분을 알았습니다. 저도 도서관에 검색해봐야겠습니다.

바람돌이 2023-01-28 18:44   좋아요 2 | URL
우리나라에 나온 책이 그리 많지 않더라구요. 앞으로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파이버님 가시는 도서관에 있기를요. ^^
 

 왜냐하면 여성 소설가와 페미니즘이론가들 모두 주변부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탓에 공통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는 주제들이 정체성, 몸, 본질주의와 같은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주변부나 경계에 선다는 것은 중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있으면서도 동시에 그 중심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쥘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는 그런 위치야말로 바로 ‘여성성‘의 특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주변성이 갖는 이중적 이점은 20세기 여성 소설가들과 페미니즘 이론가들에게는 매우중요하다. - P21

많은 사람들은 페미니즘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이유가 자본주의와 산업화라는 사회적 변화로 인하여 중산층 여성들이 가정의 영역 안으로 갇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올리브뱅크스(Olive Banks)는 그러한 사회적 변화의 중요성을인정하면서도 19세기 중반 서구 페미니스트의 출현은 당시 복음주의 기독교, 계몽주의 철학, 사회주의 사상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논하고 있다 (Faces of Feminism 7-8).  - P35

 우리가 통상 페미니즘 제1물결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상은 문화적으로 특수한 계층과 인종에 국한된 운동이었음을 알 수있다. - P38

 "지성"이란 단어가 여러 번 반복된다. 레싱이 말하려는 요점은 합리적 지성 [남성성]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성이 실패하는 이유는 지성이 문화적으로 남성성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레싱은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사용했던 똑같은 전략을 가지고, 이 점을 멋지게 피력하고 있다. 레싱은 가부장 담론의 규칙을안으로부터 파괴함으로써 가부장적 담론을 공격하고 있다.
「19호실로」와 함께 울프의 주장을 다양하게 살펴보면 울프의 페미니즘이 유연한 개념임을 알 수 있다. 울프는 페미니즘 제1물결의평등권 주장을 경제적 독립과 개인적 공간과 자유의 문제로 확장시킨 작가다.  - P61

그렇다면 보부아르에게 내재적 일상에 불과한 일을 아이들을키우는 일, 집안 일은 누가 한단 말인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소수의 전문직 여성들이 자유를 추구하는 반면, 그들의 아이들을 키우고 빨래하는 여성들에게 자유가 어떤 의미인지, 보부아르는 충분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이런 이슈는 3장 마르크시즘 페미니즘에서다뤄질 것이다. - P68

 보부아르가 개인은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자유가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여성의 숫자는 해방을 제도화할 만큼 충분한가? 어느 정도면 의식이 깨인 소수 여성들이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과연 보부아르는 여성이 해방된다는 것은 소위 남성의 특질로 여기는 초월을 성취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남성은 변할 필요가 없고 여성은 남성처럼 되어야 함을 주장하면서, 남성과 여성이 형제처럼 되어야 한다는 보부아르의 결론은많은 독자들이 거부하고 있다. - P70

보부아르의 『제2의 성』과 레싱의 「19호실로」를 함께 읽는다면, 진짜로 평등하려면 초월을 재정의해야 하고, 초월을 늘 남성적 속성으로 이해하는 태도를먼저 버려야 함을 알게 된다.  - P71

자유주의 페미니즘 아젠다는 J.F. 케네디가 위촉한 ‘여성 지위 위원회‘
(The Commission on the Status of Women)(1961), ‘동등 임금법‘ (The EqualPay Act)통과, ‘권법‘ 7장(1964), 베티 프리단의 여성성 신화』 (TheFeminine Mystique)(1963)의 출간, 전국여성협회(NOW)의 발족을 포함한다. - P82

‘여성성 신화‘란 중요한 아이디어 두 개를 결합하고 있는데, 하나는 여성성이란 특별하고 소중한 무엇이고, 남성성과는 다르지만 상호보완적임을 함축한다. 또 하나는 이 여성성은 결혼, 모성, 가정, 프리단이 이름지은대로 "가정 주부라는 직업‘을 통해서만 가장 잘 완성될 수있다는 생각이다. - P83

이렇게 루리의 소설은 이데올로기에 온전하게 휘둘리지는 않지만 이데올로기에 호응하는 만큼 사회제도에 얽매여 있는 인물들을능숙하게 제시한다. 프리단은 개인이 이성적이고, 자율적이어서 사회제도와 상관없이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보지만, 루리는 개인이자유롭게 결정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한다. 즉, 정체성은환경에 의해 휘둘리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의해 끊임없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 P106

다. 프리단은 여성이 남성과 똑같이 온전한 인간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그녀의 정의는 문화적으로 남성적이다. 집밖의일은 합리성/독립성과 동일시한다. - P108

여성성의 신화』에 나타나는 계급, 인종 이성애적 편견은 늘 비판의 대상이다. 프리단의 아젠다는 백인 중산층 이성애 여성이 가정에서 벗어나 중산층 백인 이성애 남자의 가치와 생활양식을 따르는 것이다. 프리단은 노동자 계급 흑인 여성의 경험은 교외의 가정주부의 경험과 같지 않고, 집밖에서의 일, 육체 노동이나 비전문직의 일은 남녀 모두에게 착취적이며 육체적으로 고단하다는 사실을무시하고 있다. 또한 프리단은 양쪽 부모가 모두 밖에 나가서 일하면 어린 아이들은 누가 돌보고, 집안일을 누가 할지에 대해서도 모호하다. 또한 동성애에 대해서도 인지하지 못하고, 핵가족 이외 생활 양식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성의 신화』에서 프리단은페미니즘이 초래하는 최악의 결과는 남성 동성애의 증가라고 지적한다. 마치 남성동성애는 명백하게 회피해야 할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 P109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개인이 사회/이데올로기와 갖는 관계에있어서 문화적으로 용인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젠더 차이에대해 규범적인(모순적이지만) 모델에 따르고 있으며, 정치적 행동과진보와 변화에 대해 전통적인 입장을 고수한다. 이런 점에서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우리 사회의 현재 있는 그대로의 구조를 유지하는데 노력을 투자하고 있으며, 그 구조 밖으로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이 점이 가장 큰 한계다. 그래서 자유주의 페미니즘이 페미니즘이론이나 정치적 운동에서 가장 인기 있고, 동시에 가장 덜 위협적인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그들의 아젠다를전략적으로 동등권 법안을 통과하는 캠페인과 같은 특정한 페미니즘 목적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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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페미니즘의 제1물결


페미니즘 제1물결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여성 참정권 운동이였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혁명 이후 인권 개념이 발생하지만 그 속에 여성의 권리는 빠져 있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바이고, 이후  참정권 운동으로 연결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하겠다. 그런데 이에 대한 문학적 성취가 없었나보다. 내가 읽었거나 알고 있는 책을 돌아봐도 없구나.....버지니아 울프는 이런 운동에 대해서 모르지 않았지만(모를 수가 없지 않나?) 더 중요한 것은 경제적 독립과 개인적 공간이라고 <자기만의 방>에서 말했다고 하는 데 이걸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지 잘 모르겠다. 물론 울프가 여간 500파운드의 수입과 자기만의 방을 말한 것은 맞지만 이것이 여성참정권 운동보다 더 중요하다는 비교개념으로 말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서 문학비평과 페미니즘을 결부시키는 이 책의 첫장은 안타깝게도 가장 핵심적인 페미니즘 운동의 노력과 성과를 비켜갈 수 밖에 없었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러다 보니 중요하게 등장하는게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이다. 정치와 경제, 문화 모든 면에서 여성이 제2의 성이 된 것은 그것의 타자성에 기원한다는 것을 밝힘으로써 제1페미니즘 운동의 이론적 귀결을 볼 수 있었다는게 내 생각인데 저자의 말 역시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울프와 보부아르가 여성참정권 쟁취 이후를 고민하지만 여성억압의 외적 조건에서는 모두 인지하고 싸울 방법도 찾았지만, 둘 중 누구도 여성억압의 내재적 조건 또는 여성 내부의 다양한 차이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했던 것이 한계일듯하다.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의 여자 주인공이 결국 파멸에 이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여성의 억압이 경제력이나 자기 공간, 또는 남성과의 관계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문학적 성취일 수 있겠다. 


chapter 2 자유주의 페미니즘


베티 프리단으로 상징되는 자유주의 페미니즘 시기에 여성운동은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굉장히 보수적으로 보인다. 여성을 위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평등권을 쟁취하기 위해서 '성정치학'과 떨어질 것을 요구하는데 이는 동성애 권리와 낙태의 권리같은 것과 구별되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 찬성하기가 힘든데 어떤 궁극의 목표가 있다고 했을 때 그것에 단계적으로 요구사항의 수위를 조절한다거나 하는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근본적인 목표가 틀리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싶은 것이다. 독립적 인간으로서 폭넓게 여성의 권리를 사고하지 못하는 것은 어쨌든 가부장제의 논리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혐의는 베티 프리단이 사유를 알파적 사유와 베타적 사유로 나누는 것에서도 보여진다. 사유 자체를 남성적 사유와 여성적 사유로 나누어 온 것은 오래된 가부장제의 도그마였고, 거기서 여성적 사유의 유용성 또는 우위를 주장한다는 것은 결국 가부장제가 그어놓은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경계 자체를 뛰어넘는 사유이다. 누구도 성에 의해서 분석적인 사유를 하거나, 통합적인 사유를 하거나 하도록 규정지어지지 않았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내용과 한계를 보여주는 또 다른 작품으로 제시되는 앨리슨 루리의 <테이트 가족의 전쟁>은 이 시기 전통적인 이성애 가정과 그것이 붕괴되는 모습, 그리고 대안적인 가정의 모습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게 와닿지가 않는데 그것은 원래 논제인 이성애 가정의 근본적인 문제점, 그리고 대안적인 가정의 모습이나 의미 이런 것들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진다. 소설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어쩌면 소설 자체가 그런 모습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이 경우는 저자가 텍스트를 잘못 선택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저자가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문제가 현재 사회의 구조를 용인하고,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본질을 건드리지 않으며 중산층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정도에서 멈추려한다는 것임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이것이 소설의 어떤 지점과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는 독자에게 명확하게 와닿지 않는게 문제다. 도대체 이 소설을 선택한 이유가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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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1-27 0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현재까지 수잔 왓킨스의 비평이 확 와닿지가 않고 있어요. 그렇지만 이론 정리만큼은 잘해두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리에 의미를 두고 읽는게 좋겠다고 혼자 생각중입니다.

바람돌이 2023-01-27 09:40   좋아요 0 | URL
앞으로 계속 읽어나갈 분야니까 저도 이론 정리라 생각하며 열심히 보겠습니다. ^^
 

"그럼 얘들아, 상을 차려라. 너희 어머니는 이제 자기만의 시간을가져야 한다." - P29

신께서 나에게 주신 짐이니까. 하느님 스스로도 큰 짐덩이를 지고가시기에 모든 사람에게도 짐을 하나씩 나눠주셨단 말이다. 게다가신을 믿지 않는다면 천국과 지옥도 믿지 않는다는 뜻인데 그럴 수는없었다. 해리엇은 슬로운 씨가 지옥에 가는 꼴을 너무나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 P41

 해리엇은 그래도 자신과 아이들을 영원히 이어주는 강철 같은 단단한 유대가 있다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그런 일은없었다. 가족이란 알고 보면 끊임없이 유지 보수가 필요했다. - P42

엘리자베스는 이 말을 생각해보았다. 아니. 자신은 남자들이 어떤지 모른다. 캘빈과 죽은 오빠 존, 메이슨 박사는 빼고, 어쩌면 월터파인까지 제하더라도, 이제껏 봐온 남자들은 최악이었다. 남자들은엘리자베스를 멋대로 휘두르고, 만지고, 지배하고, 입 다물리고, 교정하고, 이래라저래라 하고 싶어 했다.왜 남자들은 자신을 평등한인간으로, 동료로, 친구로, 동등한 존재로, 하다못해 그냥 길거리에지나가는 낯선 사람으로도 봐주지 않는 걸까.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을 죽인 다음 뒷마당에 묻어놓았다가 발각된 범죄자를 맞닥뜨린 게 아니고서야 누굴 처음 봤으면 당연히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으로 여겨야 하는 것 아니야? - P46

"화학은 삶과 불가분의 관계를 이룹니다. 그 말에 따르면 화학은바로 삶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파이처럼 삶에는 튼튼한 토대가 필요합니다. 가정에서는 바로 여러분이 그토대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하는 일에는 엄청난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이토록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주는데도 세상에서 가장 저평가되고 있지요." - P81

일기란 인간이 가족과 친구에 대해서 아주 악랄한 글을 써놓고 제발 그들이 보지 말아주십사 신에게 비는 것이었다.  - P89

"저는 캘빈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캘빈은 총명하고 상냥하기도했지만, 나를 진지하게 대해준 최초의 남자였으니까요. 모든 남자가여자들을 진지하게 받아준다고 생각해보세요. 교육이 바뀔 겁니다.
노동력에는 일대 혁명이 일어날 겁니다. 결혼정보회사는 파산할 겁니다.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 P191

"그 마음 압니다. 하지만 저를 믿으세요. 당신의 문제는 그게 아니에요. 문제는 당신이 이 세상을 뜨고 싶다는 데 있지 않아요."
엘리자베스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이 세상에 들어가 살고 싶어 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 P230

"자신에 대한 의심이 들 때마다,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이것만 기억하십시오 용기는 변화의 뿌리라는 말을요. 화학적으로 우리는 변화할 수 있게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그러니 내일 아침 일어나면 다짐하십시오. 무엇도 나 자신을 막을 수 없다고 내가 뭘 할 수 있고할 수 없는지 더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라 규정하지 말자고. 누구도 더는 성별이나 인종, 경제적 수준이나 종교 같은 쓸모없는 범주로 나를 분류하게 두지 말자고 여러분의 재능을 잠재우지 마십시오,
숙녀분들, 여러분의 미래를 직접 그려보십시오. 오늘 집에 가시면 본인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그리고 시작하십시오." - P236

이윽고 엘리자베스는 다 봤다는 듯 허리를 폈다. 그러고는 도나티에게 펜을 건네며 말했다.
"도나티, 미안하지만 당신은 그만큼 똑똑하지가 않습니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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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1-24 2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얘들아, 상을 차려라.˝
와! 이 문장 아주 맘에 들었어요^^ 바람돌이님 ㅋ

바람돌이 2023-01-24 23:33   좋아요 0 | URL
저 문장은 주인공이 진행하는 화학 - 요리 강좌 프래그램의 엔딩멘트입니다. 멋지죠? ^^
 

"유감입니다만, 이혼한 것과 점심 도시락은 상관이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ㅡ"
"남자도 도시락은 쌀 수 있습니다, 파인씨.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한 게 아니란 말입니다." - P20

그녀는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았다. 이 점만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도 갖고 일도 하고싶어 하는 여자들이 아주 많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게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전혀 잘못이 아니다. 일도 하고 아이도 갖는 건 명확히 남자에게만 주어진 기회였다. - P35

계속 불만이 쌓여가는 엘리자베스를 보면서 연구보조원은 그녀에게 대체 왜 과학자가 되고 싶냐고 물어보았다.
"왜 과학자가 되고 싶냐니요? 난 이미 과학자란 말입니다!" - P45

애초에 시스템을 바르게 만들면 안 되는 거야?
호의를 받아들인다는 것도 정말 싫었다. 호의란 결국 꼼수와 다를게 없다. - P55

"캘빈, 내가 배운 게 하나 있어.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복잡한 문제를 풀 때 언제나 간단한 해결책을 간절히 바란다는 점이야 볼 수없고, 만질 수 없고, 설명할 수 없고, 변할 수 없는 걸 믿는 편이 훨씬쉽거든. 실제로 보이고 만져지고 설명할 수 있는 걸 믿기는 오히려어려워 말하자면 실재하는 자기 자신을 믿기가 어렵다는 말이지." - P75

"결혼을 하든 안 하는 우리의 행복한 미래가 바뀌지 않는 거야.
캘빈, 최소한 나한테는 그래. 난 이미 너에게 내 전부를 주었는걸 결혼한다고 그 사실이 달라지지 않는단 말이야. 그리고 에번스 부인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마사회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특히 과학계가 그렇게 생각할 거야. 내가 하는 모든 일이갑자기 네 이름으로 편입될 거야. 마치 네가 한 일처럼. 솔직히 사람들은 대부분 네가 했다고 여길걸. 넌 남자니까. 그것도 캘빈 에번스니까. 난 제2의 밀레바 아인슈타인이나 에스터 레더버그"가 되고 싶지 않아, 캘빈, 그런 삶은 거부하겠어. 우리가 법적인 절차를 모두 제대로 밟아서 내가 성을 바꾸지 않는다 해도, 나는 결국 캘빈 에번스부인이 되어버릴 거야. 나에게 오는 크리스마스카드나, 은행에서 보내는 청구서나, 국세청에서 보내는 고지서마다 전부 캘빈 에번스 부부 귀하라고 쓰여있겠지. 우리가 아는 엘리자베스 ㅈㅎ트는 존재하지 않게 될거야." - P96

"알았다. 조정은 간단한 문제였네. 운동에너지 대 보트의 항력과질량 중심으로 생각하면 돼."
그날 연구실에서 엘리자베스는 물리학 교과서를 쭉 훑어보며 몇가지 공식을 적었다.
"중력과 부력, 비율과 속도, 균형과 기어 장치, 노의 길이와 날의종류까지 생각하면…………."
그녀는 계속 책을 읽으면서 더욱 많은 공식을 적었다. 그러자 복잡한 알고리즘 속에서 조정이란 게 무엇인지 서서히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녀는 의자에 털썩 몸을 기대며 말했다.
"오, 세상에나, 조정은 별로 어려운 게 아니네." - P123

최선을 다하기만 한다면 이 노력이 언젠간 빛을 발할 거라고 그녀가 얼마나 단언했던가? 셀 수도 없을 정도였다. 인생에는 사실상 최선을 다해도노력이 빛을 잃는 경우가 더욱 많은 법인데, 헤이스팅스에서는 특히더 그랬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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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1-24 23: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옮겨주신 문장들 보니, 이 소설은 제가 분명 좋아할 것 같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추천해주셨는데, 오늘따라 확 느낌 오네요^ ^읽어야하겠다는 느낌!

바람돌이 2023-01-24 23:32   좋아요 2 | URL
여자주인공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이고요. 여자주인공의 주변 인물들 - 남자친구, 여자친구, 딸, 반려견까지 다 너무 매력적이에요. 그래서 더 재미있었던것 같아요. ^^

꼬마요정 2023-01-25 23:48   좋아요 2 | URL
맞아요!! 반려견까지 매력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