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관한 이야기 <카프카와 함께 빵을>을 재밌게 보면서 찾아본 톰 골드의 책들.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는 한쪽만 아는 것일지도 모르겟다.

바로 다윗의 이야기로 말이다. 

거인 골리앗이 작은 다윗의 돌팔매에 의해서 죽음을 당했다는 이야기 -다윗 영웅서사의 타자로서의 골리앗만이 우리가 아는 이야기의 전부다. 

그 실상이 어땠는지 지금 우리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성경에 남아 길이 길이 기려진 다윗의 이야기만이 사실 다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인지 톰 골드는 어쩌면 있었을지도 모르는 골리앗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착한 골리앗, 싸우고 싶지 않았던 골리앗, 그냥 덩치가 클 뿐인데 권력에 의해서 떠밀림을 당했을 뿐인 골리앗.




달빛에 물든 강의 조약돌 하나에도 마음쓰는 골리앗이 어느날 상관에게 명령을 받는다.

너는 전진으로 가서 왕을 대신해서 전언을 읽어라!


"나는 가드의 골리앗이다. 블레셋인들의 전사다. 내 너희들에게 도전한다. 한 사람을 골라서 내게 그를 보내면 우리는 싸울 것이다. 그가 나를 죽일 수 있다면 우리는 너희들의 종이 될 것이다. 내가 그를 죽이면 너희가 우리의 종이 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떠밀려 떠듬 떠듬 매일 매일 나타나지 않는 적을 향해 적어준 글을 읽는 골리앗

저 골리앗의 마음속에는 그냥 집에 가고싶다는 생각 말고 뭐가 있을까?



매일 매일 주어진 임무를 다할 뿐이다.

골리앗은 당연히 적을 기다려야 하지만 그 마음이 적을 기다리고싶지 않은게 당연하지 않겠나.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방패를 챙기는 아이가 다칠까봐 숨어있으라 걱정해주고, 지나가는 노인과 동물에게도 위험을 피해 있으라 충고해주지만 정작 그는 명령대로 기다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게 없다. 



그리고 운명의 날. 다윗 등장


블레셋 사람 골리앗이라 해서 블레셋이 어디인가 찾아보니 팔레스타인의 가자 지구쪽이다.

이렇게 되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지금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싸움과 겹친다. 

물론 이번엔 이스라엘이 골리앗이다. 그것도 첨단무기로 무장한 골리앗. 


언제나 다윗의 이야기로 읽었는데 예술은 이렇게 순식간에 나를 골리앗의 이야기로 끌어들인다. 

나를 바꾸는 예술의 힘. 책의 힘 언제나 감사한 힘이다.


















언젠가는 우리도 떡방아 찧는 달이 아니라 지구에서의 이주민이 사는 달을 만날지도 모른다. 

그런 세계가 결코 상상하는대로 유토피아가 되거나 하지는 않을거 같다면 내가 너무 디스토피아적인가?

톰 골드가 그리는 달세계는 쓸슬하다. 

처음에는 뭔가 기대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이주했을지 모르지만, 삭막한 환경과 외로움에 하나 둘 떠나고 그 달에는 오늘도 경찰관 한명이 정해진 순찰을 돈다.

범죄발생 건수 0건, 해결 건수 0건, 범죄해결률 100%





늘 혼자서 창밖으로 보이는 지구를 보며 잠드는 날들

그리고 계속 떠나는 사람들, 로봇들

저렇게 단순한 그림에 사무치는 외로움에 울컥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 좋구나....

그렇게 울컥하는 외로움만 남는건 당연히 싫지.

그래서 둘이 된다면 그 외로움도 견딜만해지지 않을까



뻔한 이야기이지만 어떤 이야기가 뻔함에도 감동을 주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게 그냥 사실이고 진실이기 때문이다. 

혼자인 달은 견디기 힘든 곳이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는 시선 하나가 합쳐지면서 살아갈만한 곳이 되니까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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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1-27 1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두 장면 ... 참 좋네요^^
뻔한 이야기가 소비되는 까닭이 이것이겠지요. 저도 덕분에 뭉클해졌습니다.

바람돌이 2023-01-27 14:52   좋아요 1 | URL
뻔한 이야기를 공간을 달로 옮기니 뻔하지 않은 마법이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이 책 따뜻하고 좋아요.

건수하 2023-01-27 1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톰 골드 좋아해요. 인스타도 팔로우하고 있답니다 :)

불레셋이 팔레스타인이었군요... 어릴 때 성서를 읽어서 기억은 하고 있는데 어딘지 찾아볼 생각을 못했어요.
가까운 사람들끼리 싸우는게 당연하긴 한데... 현재 상황을 생각하니 의미심장하네요.

바람돌이 2023-01-27 14:53   좋아요 1 | URL
오우 앞서가는 수하님. 저는 인스타를 안해서.....
저는 뭐든지 보면 일단 지도부터 찾는게 습관이어서 블레셋 사람 골리앗 하니까 맨 먼저 블레셋이 지금의 어디지부터 하게 돼요. 그런데 막상 찾고 보니 의미심장한 지역이라 작가가 이것까지 고려해서 쓴걸까 하고 생각하게 되네요.

레삭매냐 2023-01-27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톰 골드의 <골라이아쓰>
읽은 기억이 날 듯합니다.

어디선가는 거인병에 걸린
블레셋 전사였다는 분석도
있더라구요.

<문캅>은 저도 내일 도서
관에 가서 빌려다 봐야지
싶습니다.

바람돌이 2023-01-27 14:54   좋아요 1 | URL
그런말도 있더군요. 진짜로 어땠는지는 사실 알수가 없죠. 거기다가 당대의 거리 환산법 역시 지금 우리는 모두 추정하는 것일 뿐이고요. 저도 이 책들 도서관에서 빌려봤어요. 내일 문갑 득템 성공하세요. ^^

독서괭 2023-01-27 1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책인가요? 글자도 있나요? 그림이 귀엽기도 하고 단순해보이지만 내용에 깊이가 있고 좋네요^^

바람돌이 2023-01-28 11:05   좋아요 1 | URL
아이들용 그림책은 아니고요. 이런 장르를 보통 그래픽 노블이라고 하더군요. 뭐 어쨌든 어른용 그림책이에요. ㅎㅎ 저는 이 작가의 그림이 굉장히 좋았어요. 단순한데 등장인물에 대한 감정이입이 잘되더라구요.

페넬로페 2023-01-27 1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윗과 골리앗은 여지껏 다윗의 입장에서만 읽어오고 인식하고 있었던 거잖아요.
어떤 경우에 약자도 승리할 수 있다는 힘 불끈 솟는 이야기로요~~
이렇게 뒤집어 생각해 보는것도 좋네요^^

바람돌이 2023-01-28 11:12   좋아요 1 | URL
그래서 아무도 골리앗의 입장은 뭐였을까를 생각해본적이 없는듯한데 이런 시도도 좋았어요. 여기 등장하는 골리앗은 점점 사랑스러워지더라구요. 그래서 마지막 장면은 뻔히 아는 장면이면서도 앗 하고 너무 안타까워지는요.

희선 2023-01-28 0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윗은 대단하고 골리앗은 나쁘다고 생각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세뇌당한 건가 골리앗이 저랬을지도 모를 일이죠 《문캅》도 괜찮아 보이네요 혼자보다는 둘이 덜 외롭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3-01-28 11:13   좋아요 1 | URL
그쵸. 다윗쪽으로만 생각하는게 그동안의 우리들의 고정관념이었죠. 우리가 이스라엘 사람도 아닌데 말이죠. ㅎㅎ 이 작가의 그림책은 쓸쓸한듯 하면서도 다정하여 좋았습니다.

파이버 2023-01-28 17: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순한 얼굴 묘사임에도 많은 감정들이 느껴지네요... 바람돌이님 덕분에 좋은 작가분을 알았습니다. 저도 도서관에 검색해봐야겠습니다.

바람돌이 2023-01-28 18:44   좋아요 2 | URL
우리나라에 나온 책이 그리 많지 않더라구요. 앞으로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파이버님 가시는 도서관에 있기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