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맘이 쓰이는 녀석이 하나 있다.
순진하고 어리숙하고 도대체가 야무진 구석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하나도 안 보이는....
거기다가 100m앞에서 걸어와도 '나 불쌍해요'를 이마에 써 다니는 것 같은 그런 녀석.

이제 고등학교를 보내야 하는데 당연히 성적도 안 좋으니 마땅히 보낼데가 없다.
굳이 아무데나 집어넣자면 없는 것도 아닌데,
이 녀석에 대한 나의 최대 바램은 기숙사가 있는 학교.
기숙사를 굳이 원하는 이유는 사실 단 하나다.
기숙사엘 들어가면 최소한 밥은 안 굶을것 아닌가 싶어서...

본인도 그걸 원하지만 그놈의 기숙사 있는 학교는 쳐다볼데가 없었다.
겨우 녀석이 하나 알아온 학교는 솔직히 영 아니다.
거기다 녀석이 선택한 학과도 아무리 잘 봐줄래도 지녀석의 적성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
거기다 내가 알아본 바로는 기숙사도 아니고 학교 하숙이라는데 한달 들어가는 돈이 장난 아니다.
집하고 별로 멀지도 않은데 별로 잘 살지도 않는 집에서 그 비싼 하숙비를 왜 들이겠는가?

이 학교 저 학교 온갖학교에 전화를 해보고 여기저기 눈치를 보던 중.
드디어 내가 딱 원하는 학교가 나타났다.
집에서 거리가 좀 멀지만 같은 도시 내고, 또 거기다 기숙사까지...
더더욱 좋은건 워낙에 정부나 기업체에서 지원을 많이 받는 곳이라 기숙사비 공짜란다.
거리가 멀다는 것 빼고는 시설이나 학교 상태는 시내 왠만한 학교보다 훨씬 좋다는 평판까지....
원래 여기를 생각했었는데 성적이 안돼서 완전 포기상태였다가 올해 유난히 이 학교 지원률이 낮아지는 바람에 들어갈 자리가 생겼다.
녀석과는 오늘 얘기해서 여기 들어가기로 결정을 햇느데....

문제는 아버지와 통화가 안된다는거다.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아버지가 핸드폰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연락이 안되는것.
며칠전에도 학교땜에 이집에 전화걸다가 죽는줄 알았다.
아침부터 밤 11시 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전화를 해댔으니....
거기다 그 시간에 전화를 받은 아버지
거의 빚쟁이 빚독촉 받는 분위기로 전화를 받는 바람에 좀 많이 불쾌했었다.

오늘은 최종 결정하고 내일 당장 원서를 넣어야 하는데,
이건 역시나 전화가 안된다.
결국은 끈질긴놈이 이기는 법...
끝도 없이 전화를 해대 결국 조금전에 통화에 성공했다.
오늘은 그래도 좀 친절하게 받아주시는군....에휴...ㅠ.ㅠ

이 밤중에 전화통 붙들고 있는 것도 장난 아니다.

----------------------------------------------------------------------
내일이면 이 짓도 끝이다.
중학교의 진학지도란게 인문계는 사실상 할일이 거의 없다.
원서 쓰서 넣으면 끝.

하지만 실업계 진학은 아이들이나 부모나 거의 아무 생각이 없고
거의 99% 담임의 눈치작전에 의해 들어가는지라
정말 이 눈치 저 눈치 몇년치 눈치는 한꺼번에 몰아서 본 것 같다.
내일 하루 제발 이변이 없기를.....
막판에 원서 수정없이 제발 몽땅 다 제대로 들어가라... 이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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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6-11-30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거군요,
정말 많이 힘드셨겠어요,
그래도 바람돌이님 같은 선생님도 계시니 마음이 놓여요,

chika 2006-11-30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애쓰시네요. 좋은 결과가 있을꺼예요!
- 뭔지는 잘 모르지만 리뷰당선 어쩌구..있던데 바람돌이님 이름이 네번인가 나오던걸요? 우우우~ 상금이 얼마야? 올해 알라딘에서 꽤 받으시네요? ^^
애들위해 이리 애쓰니 받는 상 같기도해요이~ ㅎㅎ

짱꿀라 2006-11-30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 그리고 당선 축하드려요. 참 많으시던데요.
올해 담임 선생님 하시느라 살이 많이 빠지신거 아닌가 싶네요. 이제는 걱정 모두 내려놓으시고 편안히 생활하시기를 제 마님은 이제부터 시작이랍니다. 수능 끝나니까 더 바쁘네요.

아영엄마 2006-11-30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리뷰 우수작 발표에 님 이름이 많이 띄어서 축하인사 할려고 왔는데... 원서 넣는 시기라 바쁘시군요. 님이 애쓰셨는데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바람돌이 2006-11-30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오랫만에 울보님의 따뜻한 말씀을 들으니 기분이 좋네요. ^^ 뭐 저만 그런거 아니구요. 남들도 다 하는 일인걸요.
치카님/치카님 덕분에 지금 봤어요. 3번 나오던데요. 이렇게 좋은 일이.... ^^ 알라딘 서재에서 놀면 경제적인 면도 도움이 되죠. 뭐 그래도 제가 사들이는 책값은 안 빠집디다. ^^
산타님/감사합니다. ^^ 저의 미스테리가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절대로 살은 안 빠진다는겁니다. ㅠ.ㅠ 마님이 고3담임이시군요. 저희집 옆지기도 그렇답니다. 어떻게 된게 수능 전보다 더 죽는 소리를 해대니.... ^^

바람돌이 2006-11-30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도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우수리뷰 당선작에 아영엄마님의 이름도 보였던듯.... 축하드려요. 내일만 지나면 저는 완전히 해방이랍니다. 3학년은 업무도 거의 다 끝내놓은 상태인지라 정말 룰룰랄라.... ^^

Mephistopheles 2006-11-30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습니다 바람돌이님...아잉 감동으로 인해 코끝이 찡하네요~~

마노아 2006-11-30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 많이 쓰셨어요. 학생들이 무사히 잘 들어가주는 것이 가장 원하는 보답일 테죠. 잘 마무리 되고 좀 쉬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수 리뷰 당선작에 이름 많이 올랐던데 축하해요~ ^^

sooninara 2006-11-30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네요..이젠 행복한 시간 시작인거죠?
다음에 시간나면 꼭 뵈어요^^ 제가 꼼장어 쏠께요

2006-11-30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6-11-30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꼼장어 저두 먹을래요..히히
역시 바람돌이 선생님은 존경스러워요. 님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 맘 아이들은 다 알거예요~~~

바람돌이 2006-11-30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오늘 끝났어요. 요녀석도 무사히 넣었고 그놈의 학교가 예상과는 달리 인원초과되어 좀 걱정이 되긴 한데 그래도 아마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러다 떨어지면 정말 난 못살아.... ㅠ.ㅠ
마노아님/감사합니다. ^^ 알라딘에선 제게 좋은 일이 많이 생겼는데 그 여세를 몰아 쭈욱 우리반 녀석들도 다들 붙었으면 좋겠네요. ^^
수니나라님/악 꼼장어!!! 저 절대 안잊어먹는다구요. 자갈치는 여간해선 저도 안가지는 곳이라 꼼장어 먹어본지 진짜 오래 됐네요. 전 자갈치 말구 다른 곳에 꼼장어는 별로 입에 안맞더라구요. ^^ 먹고싶당... ^^
속삭인님/경제적으로 살기 힘든 곳일수록 어려워요.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드니 자식에게조차 관심을 가지기 힘든 사람들이 정말 많죠... 고생이 많으시겠습니다. 제가 옛날에 정말 경제적으로 열악한 곳에 있었는데 정말 말도 못하게 힘들었어요.
세실님/부산 오세요. 그럼 세실님은 제가 쏘죠. ^^
 

어제 오늘 수원에 사는 동생네 다녀왔다.
조카 돌이라 가서 잘 먹고 잘 축하해주고 왔다고나 할까?
근데 오며 가며 5시간이 넘는 운전은 정말 괴롭다.
옆지기가 오늘 졸업여행 떠나는 바람에 혼자서 운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요즘은 정말 알라딘 서재 들어오는 것도 힘들다.
낮에는 지금 정신없이 바쁜 철이라 밀린 일이 산더미다.
당일치기로 해내야 하는 일들은 어찌 그리 매일 쌓이는지...
게다가 상담준비까지....
너무 오랫만에 중3을 맡았다보니 입시에는 완전 꽝이다.
온갖 학교들 이름 외우는 것만도 장난이 아니다.
뭐 심심하면 퇴근이 늦어지니 우리집 아이들 보기 미안하다.

거기다 주말마다는 어찌 그리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지....
계속 어딘가 시외로 나가는 것도 힘들어 죽을 지경...

그래도 밤시간에는 틈틈히 가벼운 것들로 몇권의 책을 읽어주긴 햇지만
딱 리뷰 쓰기가 싫다.
이리 저리 재가면서 책을 다시 뒤적거리는게 싫다고나 할까?
딱 머리굴리기 싫은 지경!!

어쨋든 이것도 겨우 보름정도 남았다.
보름만 어쨌든 지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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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6-11-19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조금 쉬시고 나중에 왕창 올려주세요~ 그게 잘 안되는 것 알지만요^^;

짱꿀라 2006-11-20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충분하신데요. 그래도 님의 리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좋은하루되세요.

하늘바람 2006-11-20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찮으신게 아니라 바쁘신거네요.
저는 요즘 안 바쁜데도 귀찮네요.
님 리뷰쓰기도 마음의 여유같아요.
힘들땐 쉬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sooninara 2006-11-20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월이 빨리 지나가야 님이 좀 편해지시겠네요^^

2006-11-23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24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펠로앤발레오 미네랄 마스크팩 세트
미세희
평점 :
단종


화장수에 가루를 섞어 개어서 쓰는 방식.
솔직히 나같은 귀차니스트에게는 좀 번거롭다.
처음 신청할땐 그냥 꺼내서 얼굴에 붙이면 되는 그런 마스크 팩인줄 알았다는....

하지만 약간의 귀찮음을 무릅쓰고 살짜기 개어서 얼굴에 발라주면 화장수의 시원함이 순식간에 배어든다.
전에 물로 개는 제품을 써본 적이 있는데 그것보다는 요게 훨씬 시원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한개씩 낱개 포장이니 양 조절도 어렵지 않고....
양은 약간 넉넉하게 들어간 편이라 나에게는 조금 많아서 남던데....
뭐 내 얼굴이 작다는 얘기는 아니다. ^^

15분정도 있으면 얼굴이 당기는 느낌이 온다.
그러면 물로 씻어줄것.
깔끔하게 잘 씻긴다.
두번의 팩으로 뭐 얼굴이 확 달라졌다는 느낌은 거짓말일것 같고...
하지만 아무도 모르지만 해본 사람은 안다.
팩 하고 나면 다음날 화장발 잘 먹는거...
이 제품 역시 다음날 화장발이 훨씬 잘 먹었고,
또 내 얼굴 같은 경우 기름기가 많은 편인데 기름기 때문에 화장이 번들거리는게 훨씬 덜했다.

팩 제품으로선 가격대비 효과 만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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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읽은 책에<생사불명 야샤르>가 있다.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그러면서도 리뷰는 참 뻔한 말들밖에 떠오르지 않아 무지하게 힘들던 책이기도 하다.
결국 그냥 몇줄 간단한 말만 끄적거리고 말았던 것 같은.....

그런데 야샤르와 신채호 선생의 공통점은 뭘까?
답은 두 사람다 호적이 없다는 것.

야샤르는 누군가의 실수에 의해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사람이 되어버려 주민등록이 없다.
그 덕분에 야샤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학교를 가는 것도, 군대를 가는 것도, 결혼을 하는 것도....
그러면서도 국가는 세금을 걷거다 군대를 갈때는 어떻게 어떻게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하게 한다.
하지만 권리는 nothing이다.

신채호 선생은 한일합방후 일본 국민으로는 하루도 살기 싫다며 중국으로 망명을 떠난다.
그리고 평생 근대적 의미에서의 무국적자로 살았다.
그 분은 살아서야 그 분의 선택이었고, 식민지 백성으로서 공식적인 국적을 가지지 않는다는건 그것 자체로서도 저항이었겠지만....
문제는 지금에 와서다.
우리의 자랑스런 대한민국은 독립운동가인 신채호 선생의 국적을 만들어주지 않았다.

그러므로 선생의 후손은 아버지가 없는 사생아로 호적이 만들어졌다.
엄청난 수고와 노력끝에 겨우 선생의 아드님은 1980년대에 겨우 아버지 신채호의 이름을 자신의 호적에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자연인 신채호였을 뿐,
독립운동가 신채호는 아니었다.
덕분에 지금 충북 청원군에 있는 신채호 선생의 묘소는 누구도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지경이다.

청원군 측에서 신채호 선생의 묘지를 문화유산으로 등록하고 정비작업을 하고자 그 후손에게 땅을 기증해줄 것을 요청했다.
후손은 당연히 승낙을 했으나 문제는 그 후손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었던 것.
즉 신채호 선생이 무국적자니 현행법상 후손이 독립운동가 신채호의 후손임을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채호 선생의 묘소는 아래쪽에 수맥이 바로 통과하는 바람에 지금도 열 몇차례에 걸쳐 붕괴되었단다.
후손의 입장에서 좀 옆쪽으로 이장을 하고 싶어도 생판 남의 묘를 이장 하는 것이 돼 할 수 가 없단다.
얼마전에는 신채호 선생의 며느리가 보다 못해 불법으로 이장을 하려다 제지 당하기도 했다는 것.

야샤르의 삶도 눈물나게 황당하더니만,
대한민국의 신채호 선생의 사후도 눈물나게 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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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1-20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채호 선생님의 생가를 답사하면 참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온답니다. 저도 두어번 정도 갔다 왔는게 참으로 그 곳을 갈때마다 신채호 선생님을 생각한답니다. 하루 속히 신채호 선생님의 모든 것이 잘 이루어져야 할텐데요. 걱정입니다.

프레이야 2006-11-20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몰랐습니다. 단재 선생과 후손의 삶이 그리도 황당하게 되어버리다니요.

조선인 2006-11-20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스를 보고 참 황당하다 생각했는데, 야샤르와 연결되니 눈물이 나네요.

sooninara 2006-11-20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채호성샌님 이야기를 처음 듣네요. 요즘 뉴스도 안듣다 보니.ㅠ.ㅠ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대단하죠?
 

지난 3일간 졸업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뭐 쉽지 않은 여행이 되리라느건 익히 예상한 바였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대비책들이 있었기에 그리 걱정은 없었어요.
하지만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끝내주는 우리 아이들이었습니다.
시험 다 끝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끝내주게 놀아보자고 가는 아이들을 어찌 당하겠어요. ^^
곳곳에서 나오는 술과 담배 정도야 애교죠 뭐....

출발부터 삐그덕 삐그덕....
7시 반 출발이었건만 8시에 일어난 녀석이 두명이나....
두 반은 1시간이나 늦게 출발했습니다.
거기다 우리 반은 시간은 잘 지켜 왔으나 갑자기 배탈 난 녀석이 생겨 아침에 화장실이 보이는 족족 차를 세우는 바람에 예정된 시간은 1시간 이상 늦어졌고요.

아이들의 관심은 낮에 잊지 않습니다.
어디를 가든 별 관심이 없지요.
오로지 숙소에 일찍 들어가서 지들끼리 신나게 놀아보겠다는....
그럼에도 아무리 느슨하게 풀어준다 해도 기본적인 단속은 안할수가 없는 저의 입장도 참 난감합니다.
눈에 보이는 담배와 술을 압수하고 잠시 녀석들의 볼을 예쁠게 잡아당겨주고 하는 실랑이는 애교죠 뭐... ^^

하지만 제일 걱정인건 역시 아이들의 인원파악입니다.
밤 11시까지 자유시간을 주고 난 이후 새벽 아이들이 잠들때까지는 끊임없이 인원파악을 해야되는 지경.
정말 이런 여행때는 남녀공학이 너무 싫습니다.
혈기왕성한 이녀석들이 무슨짓을 할지 모르는 나이니 그저 밤만되면 남녀를 떼놓는 것이 일입니다.
근데 참 웃긴건 여학생 방에 잠입하는 남학생은 없다는 것입니다. 거의 항상...
항상 여학생들이 남학생방에 잠입하지요.
없어서 찾으러 가보면 남학생 방 옷장속에 숨어있고 그럽니다. ㅎㅎㅎ
어젯밤에는 학교에서도 소문나게 연애경력이 화려한(?) 녀석이 사라지는 바람에
온통 난리가 났습니다.
일단 그 녀석 찾는건 둘째고 모든 담임들이 여학생 없어진 녀석 없는지 점검하고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지요. 뭐 다행히 다른 방에 숨어있는 녀석을 찾아내기는 했지만....

그 와중에 나를 넉다운이 되게 한 두 녀석
갑자기 아픈 녀석이 두 녀석이나 생겼습니다.
첫날은 우리반 여학생이 급체로 아프다고 울고불고 하는 바람에 그 녀석 손가락 발가락 다 따고 주무르고 헥헥....
그 녀석이 좀 나아 잠드는거 겨우 보고 방으로 오니 새벽 3시더군요.
둘째날은 또 남학생이 편도가 너무 부어 열이 펄펄....
해열제 먹이고 콘도측에 부탁해 차를 빌려 시내에 나가 약 사먹이고...
그럼에도 열이 떨어지지 않아 결국에는 우리집 아이들한테 하는 식으로 그 산만한 녀석 웃옷까지 다 벗기고
미지근한 물에 수건 짜서 닦이고....
참 힘들더만요. 덩치가 딱 제 두밴데.... ㅎㅎㅎ

그래도 그나마 이런 일들은 그냥 몸만 좀 힘들면 되는 일이니 뭐 참을만합니다.
하지만 결국 어젯밤에 온 선생들 머리 뚜껑을 완전히 열리게 한 녀석들이 있었으니....

늘 사고치고 다니는 몇녀석이 있어요. 여학생무리들이죠.
근데 이 녀석들이 첫날부터 방하나를 완전히 점령하고 저희들 세상을 만드는 겁니다.
뭐 이러면 술담배는 기본이지요.
하지만 문제는 그 방의 진짜 주인들입니다.
지들 방을 완전히 차고 들어와 주인행세를 하니 진짜 방주인인 아이들은 갈곳이 없어서 옆에서 숨도 못쉬고 앉아 있는 상황인거예요.
첫 날도 그래서 적당히 나무라고 각자 방으로 돌려보내는 선으로 끝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결국 새벽에 다시 지들끼리 모여서 한 방을 차지하고 잤더만요.
거기까지 참았는데 둘째날에는 아예 짐까지 들고 방하나를 점령했습니다.
원래 방주인인 아이들은 안에서 도저히 참고 앉아있을 수 없는 상황이니까 아예 밖에 나와서 떨면서 울고 있구요.
결국 담임들의 인내심은 완전히 바닥이 나고 그로부터 한시간 정도 콘도는 완전히 공포분위기였습니다.
이녀석들을 다 모아놓고 벌세우고 각자 담임한테로 넘어왔는데 우리반 녀석 둘.
저도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겁니다.
그 전날에도 같은 문제로 두녀석을 엄청 설득하고 달래고 했던지라....
결국 두녀석을 바깥에 세워놓고 너네랑 나랑 여기서 얼어죽자하면서 셋이서 추워서 덜덜 떨면서 난리를 부리고....
나는 너네들한테 할 말 다했으니까 더 할말도 없고 지금부터 너네가 내가 너희들을 용서할 수 있게 설득시켜라 하면서 버텼습니다.
안그러면 이대로 밤새고 날 밝는대로 차비줘서 차태워 줄테니까 집에 가라고요.
결국 그 녀석들이 절 설득하는데 두 시간 걸렸습니다.
하여간 말주변이라곤 지독하게 없는 녀석들이지요.
지들보다 더 얇게 입고 있었던 전 얼어죽는줄 알았습니다. ㅠ.ㅠ

결국 이틀간 잠이라곤 합쳐서 5시간 정도 잤나요?
결국 오늘은 차안에서는 항상 잠만 잤더니 지금은 오히려 잠이 안오네요. ㅠ.ㅠ

아마 내일 학교가면 이 두녀석들은 또 속없이 헤헤거리고 있을겁니다.
오늘까지는 제 눈치만 보면서 슬슬 피하던데.... ^^

남녀공학 수학여행 졸업여행 정말 싫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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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11-16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 키우기 정말 힘드시겠네욤...
팰 수도 없고.. (동영상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겠죠..) ^^;

조선인 2006-11-16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미, 그래서 제게 안 오셨군요. 위로랍시고 하는 말. 책 골라주세요. ^^;;

반딧불,, 2006-11-16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대단하십니다..;

미설 2006-11-16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 일이 아니군요. 고생 많으셨어요..

바람돌이 2006-11-16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돌아온 라주미힌님/애들을 패지 않는건 그래서는 아니예요. 다만 제가 겪어보니까 말로해서 안듣는건 때려도 안듣더라는.... ^^;; 어떤 형태의 매도 사람의 아주 조그마한 부분도 변화시키지 못한다는걸 깨달았다고나 할까요. 오히려 부작용만 커지는거죠... 근데 갑갑한건 대안이 없어요. ㅠ.ㅠ
조선인님/님 서재에 가보고 알았어요. 해람이 백일 이벤트 당첨이라니 힘이 부쩍 부쩍 납니다. 감사합니다. 조금만 고민해보고 책 올릴게요. ^^
반딧불님/뭐가요? 애들하고 맞짱뜨는게요? ^^
미설님/세상에서 가장 힘든건 항상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하고 또한 가장 행복한것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하죠. 아이들때문에 힘들지만 또 그 녀석들때문에 행복한 적도 많답니다. ^^

BRINY 2006-11-16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녀공학...그렇네요...저희는 같은 재단 내에 남학교, 여학교가 이웃하고 있는데, 강당을 가려면 남학생들이 여학교 앞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때마다 창문에 매달려서 꺅꺅거리는 여학생들이라니(그 중 일부는 제가 중학교 때 담당한 애들이라서 남의 일이 아님-..-;)...공학이면 좀더 COOL할까 했는데 그것도 아닌가봐요.

날개 2006-11-16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아.. 넘 고생 많이 하셨군요..^^ 정말 선생님들 일은 보통이 아니예요~
특히나 여행지의 통솔이란건...저같은경운 우리애들 둘만으로도 힘든데.. 으으.. 생각만해도 골치가 아픕니다..

짱꿀라 2006-11-17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임선생님으로 학생들 아마도 지도 하시기 힘드실거예요. 졸업여행 더구나 밖에 나가면 더욱 힘들어지지요. 아무튼 고생많으셨네요. 휴식 편안히 하시기를......

sooninara 2006-11-20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만 해도 끔찍합니다. 우리 어릴때는 고등학교는 가야 수학여행을 갔었는데..
고생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