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간 졸업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뭐 쉽지 않은 여행이 되리라느건 익히 예상한 바였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대비책들이 있었기에 그리 걱정은 없었어요.
하지만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끝내주는 우리 아이들이었습니다.
시험 다 끝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끝내주게 놀아보자고 가는 아이들을 어찌 당하겠어요. ^^
곳곳에서 나오는 술과 담배 정도야 애교죠 뭐....

출발부터 삐그덕 삐그덕....
7시 반 출발이었건만 8시에 일어난 녀석이 두명이나....
두 반은 1시간이나 늦게 출발했습니다.
거기다 우리 반은 시간은 잘 지켜 왔으나 갑자기 배탈 난 녀석이 생겨 아침에 화장실이 보이는 족족 차를 세우는 바람에 예정된 시간은 1시간 이상 늦어졌고요.

아이들의 관심은 낮에 잊지 않습니다.
어디를 가든 별 관심이 없지요.
오로지 숙소에 일찍 들어가서 지들끼리 신나게 놀아보겠다는....
그럼에도 아무리 느슨하게 풀어준다 해도 기본적인 단속은 안할수가 없는 저의 입장도 참 난감합니다.
눈에 보이는 담배와 술을 압수하고 잠시 녀석들의 볼을 예쁠게 잡아당겨주고 하는 실랑이는 애교죠 뭐... ^^

하지만 제일 걱정인건 역시 아이들의 인원파악입니다.
밤 11시까지 자유시간을 주고 난 이후 새벽 아이들이 잠들때까지는 끊임없이 인원파악을 해야되는 지경.
정말 이런 여행때는 남녀공학이 너무 싫습니다.
혈기왕성한 이녀석들이 무슨짓을 할지 모르는 나이니 그저 밤만되면 남녀를 떼놓는 것이 일입니다.
근데 참 웃긴건 여학생 방에 잠입하는 남학생은 없다는 것입니다. 거의 항상...
항상 여학생들이 남학생방에 잠입하지요.
없어서 찾으러 가보면 남학생 방 옷장속에 숨어있고 그럽니다. ㅎㅎㅎ
어젯밤에는 학교에서도 소문나게 연애경력이 화려한(?) 녀석이 사라지는 바람에
온통 난리가 났습니다.
일단 그 녀석 찾는건 둘째고 모든 담임들이 여학생 없어진 녀석 없는지 점검하고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지요. 뭐 다행히 다른 방에 숨어있는 녀석을 찾아내기는 했지만....

그 와중에 나를 넉다운이 되게 한 두 녀석
갑자기 아픈 녀석이 두 녀석이나 생겼습니다.
첫날은 우리반 여학생이 급체로 아프다고 울고불고 하는 바람에 그 녀석 손가락 발가락 다 따고 주무르고 헥헥....
그 녀석이 좀 나아 잠드는거 겨우 보고 방으로 오니 새벽 3시더군요.
둘째날은 또 남학생이 편도가 너무 부어 열이 펄펄....
해열제 먹이고 콘도측에 부탁해 차를 빌려 시내에 나가 약 사먹이고...
그럼에도 열이 떨어지지 않아 결국에는 우리집 아이들한테 하는 식으로 그 산만한 녀석 웃옷까지 다 벗기고
미지근한 물에 수건 짜서 닦이고....
참 힘들더만요. 덩치가 딱 제 두밴데.... ㅎㅎㅎ

그래도 그나마 이런 일들은 그냥 몸만 좀 힘들면 되는 일이니 뭐 참을만합니다.
하지만 결국 어젯밤에 온 선생들 머리 뚜껑을 완전히 열리게 한 녀석들이 있었으니....

늘 사고치고 다니는 몇녀석이 있어요. 여학생무리들이죠.
근데 이 녀석들이 첫날부터 방하나를 완전히 점령하고 저희들 세상을 만드는 겁니다.
뭐 이러면 술담배는 기본이지요.
하지만 문제는 그 방의 진짜 주인들입니다.
지들 방을 완전히 차고 들어와 주인행세를 하니 진짜 방주인인 아이들은 갈곳이 없어서 옆에서 숨도 못쉬고 앉아 있는 상황인거예요.
첫 날도 그래서 적당히 나무라고 각자 방으로 돌려보내는 선으로 끝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결국 새벽에 다시 지들끼리 모여서 한 방을 차지하고 잤더만요.
거기까지 참았는데 둘째날에는 아예 짐까지 들고 방하나를 점령했습니다.
원래 방주인인 아이들은 안에서 도저히 참고 앉아있을 수 없는 상황이니까 아예 밖에 나와서 떨면서 울고 있구요.
결국 담임들의 인내심은 완전히 바닥이 나고 그로부터 한시간 정도 콘도는 완전히 공포분위기였습니다.
이녀석들을 다 모아놓고 벌세우고 각자 담임한테로 넘어왔는데 우리반 녀석 둘.
저도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겁니다.
그 전날에도 같은 문제로 두녀석을 엄청 설득하고 달래고 했던지라....
결국 두녀석을 바깥에 세워놓고 너네랑 나랑 여기서 얼어죽자하면서 셋이서 추워서 덜덜 떨면서 난리를 부리고....
나는 너네들한테 할 말 다했으니까 더 할말도 없고 지금부터 너네가 내가 너희들을 용서할 수 있게 설득시켜라 하면서 버텼습니다.
안그러면 이대로 밤새고 날 밝는대로 차비줘서 차태워 줄테니까 집에 가라고요.
결국 그 녀석들이 절 설득하는데 두 시간 걸렸습니다.
하여간 말주변이라곤 지독하게 없는 녀석들이지요.
지들보다 더 얇게 입고 있었던 전 얼어죽는줄 알았습니다. ㅠ.ㅠ

결국 이틀간 잠이라곤 합쳐서 5시간 정도 잤나요?
결국 오늘은 차안에서는 항상 잠만 잤더니 지금은 오히려 잠이 안오네요. ㅠ.ㅠ

아마 내일 학교가면 이 두녀석들은 또 속없이 헤헤거리고 있을겁니다.
오늘까지는 제 눈치만 보면서 슬슬 피하던데.... ^^

남녀공학 수학여행 졸업여행 정말 싫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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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11-16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 키우기 정말 힘드시겠네욤...
팰 수도 없고.. (동영상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겠죠..) ^^;

조선인 2006-11-16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미, 그래서 제게 안 오셨군요. 위로랍시고 하는 말. 책 골라주세요. ^^;;

반딧불,, 2006-11-16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대단하십니다..;

미설 2006-11-16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 일이 아니군요. 고생 많으셨어요..

바람돌이 2006-11-16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돌아온 라주미힌님/애들을 패지 않는건 그래서는 아니예요. 다만 제가 겪어보니까 말로해서 안듣는건 때려도 안듣더라는.... ^^;; 어떤 형태의 매도 사람의 아주 조그마한 부분도 변화시키지 못한다는걸 깨달았다고나 할까요. 오히려 부작용만 커지는거죠... 근데 갑갑한건 대안이 없어요. ㅠ.ㅠ
조선인님/님 서재에 가보고 알았어요. 해람이 백일 이벤트 당첨이라니 힘이 부쩍 부쩍 납니다. 감사합니다. 조금만 고민해보고 책 올릴게요. ^^
반딧불님/뭐가요? 애들하고 맞짱뜨는게요? ^^
미설님/세상에서 가장 힘든건 항상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하고 또한 가장 행복한것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하죠. 아이들때문에 힘들지만 또 그 녀석들때문에 행복한 적도 많답니다. ^^

BRINY 2006-11-16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녀공학...그렇네요...저희는 같은 재단 내에 남학교, 여학교가 이웃하고 있는데, 강당을 가려면 남학생들이 여학교 앞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때마다 창문에 매달려서 꺅꺅거리는 여학생들이라니(그 중 일부는 제가 중학교 때 담당한 애들이라서 남의 일이 아님-..-;)...공학이면 좀더 COOL할까 했는데 그것도 아닌가봐요.

날개 2006-11-16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아.. 넘 고생 많이 하셨군요..^^ 정말 선생님들 일은 보통이 아니예요~
특히나 여행지의 통솔이란건...저같은경운 우리애들 둘만으로도 힘든데.. 으으.. 생각만해도 골치가 아픕니다..

짱꿀라 2006-11-17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임선생님으로 학생들 아마도 지도 하시기 힘드실거예요. 졸업여행 더구나 밖에 나가면 더욱 힘들어지지요. 아무튼 고생많으셨네요. 휴식 편안히 하시기를......

sooninara 2006-11-20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만 해도 끔찍합니다. 우리 어릴때는 고등학교는 가야 수학여행을 갔었는데..
고생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