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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세계풍물지리백과
마르쿠스 뷔름리. 우테 프리젠 지음, 임정희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처음 중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과목이 뭘까?
영어 수학? 아니다. 영어 수학이야 워낙에 빵빵한 사교육의 지원에 힘입어 오히려 사정은 나은 편이다. 답은 '사회'다. 물론 아이들에 따라 편차야 당연한 거지만 전반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우리 나라 교과서 편제를 보면 중1 사회에서는 한국지리, 세계 지리, 동양사를 배우게 되어있고, 2학년에 가면 서양사와 세계 근현대사, 그리고 마지막에 일반사회 - 학문영역으로 보면 사회학에 해당하는 부분을 배우게 되어있다. 아이들이 사회라는 과목에 한숨을 돌리게 되는 때가 이 사회학 영역에 들어가서야이다.
근데 중1사회가 워낙에 어렵다보니까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 때쯤이면 사회과목에 대한 흥미를 거의 잃어버릴 가능성이 많다.
왜 어려울까? 이유야 간단하다. 교과서가 어렵기 때문이지... 우리나라 교과서 만드는 분들 무슨생각으로 만드시는지 모르겠지만 도대체 공간감각은 물론이고 시간감각도 제대로 형성안된 아이들에게 엄청난 사고의 확장을 요구하신다.
중1수업시간에 들어가보면 한국지리 들어가기전에 제일 먼저 도 이름부터 외워야 한다. 도대체 경상도 전라도 위치조차 모르는 아이들이 반쯤 된다. 그게 북한으로 넘어가면 아는 아이들이 오히려 신기한 존재고....세계 지리로 넘어가면 상황은 당연히 더 심각해진다. 이러니 아이들에겐 사회는 끊임없이 외워야 할 과목이 되어버리고 어렵고 힘든 과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지리나 역사나 기본적인 지도 지식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게 학교에서 진도를 따라잡기 위해 처음 대하게 될 때는 이미 외워야 될 단순지식으로 전락해버린다. 흥미나 호기심과는 동떨어진....
그런 의미에서 초등학교나 중학교 아이를 둔 부모님들이 지도본이나 세계 지도 하나정도는 집에 구비해두고 아이들과 종종 다른 나라들에 대한 얘기를 같이 나누어 줬으면 하는게 나의 소망이다. 하지만 어디 그게 쉬우랴.... 일단 다른 나라에 대해 어디부터 얘기를 풀어야 할지 부모님 부터 감감할텐데....
이 책은 일단 그런 부모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만하다. 일단 세계의 모든 나라를 다 포괄하고 있고, 대륙별로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이 책의 미덕
첫번째, 각 나라마다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그 나라의 지도를 그림지도로 표시하고 있다. 일반 지도와 달리 그림지도는 일단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되어있기 때문에 지도를 보는 것 자체가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그림지도만 봐서는 안되는 것이 그림지도만 보고는 이 나라가 어디쯤에 위치하는지 알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꼭 앞의 세계 지도나 지구본 같은걸 같이 보면서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두번째, 각 나라의 특징에서 꼭 그 나라 어린이들의 생활을 중심주제로 잡고 있다. 역시 아이들의 관심은 아이들이다. 유럽의 나라들에서는 여름방학이 3개월이나 된다는걸 발견한 아이들은 너무 부러워 미칠것이다. 관심은 그냥 이런 사소한데서 시작된다. 어른에게는 별것 아니지만 아이들에겐 엄청 인상적으로 남게된다. 또 몇몇 나라의 어린이들을 제외하고는 사실 세계에는 어렵고 못사는 나라가 더 많다. 그런 나라의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부모가 같이 평화와 공존의 문제를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아이들ㅇ게 가장 공감한다.
세번째, 책의 반 이상은 사진들로 사진의 상태도 굉장히 깔끔하다. 가끔 좀더 실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지만 뭐 모든걸 한꺼번에 다 충족시킬 수는 없는거니까.... 그리고 사진의 내용도 비교적 최근의 사진들로 현재 그 나라의 모습을 보는데 충실하며, 자연환경에 관련된 사진과 그 나라 어린이들의 생활을 다룬 사진의 배합도 적절하다.
아쉬운, 그러나 치명적일 수도 있는 문제들
먼저 리뷰를 쓰신 종윤이모님이 지적하신대로 우리나라에 관한 내용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우리 나라 어린이 누가 자기 소개를 하면서 '서울에서 온 김입니다'라고 하는가? 이건 사소한 실수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이 적어도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번역되어서 들어온거라면 이건 출판사에서 교정을 봐야하는거라고 생각한다. 원작자와 상의해서 고쳐야 하는것 아닌가? 우리 모두가 알고있는 우리나라에 관한 사항이 틀렸다면 그건 이 책의 신뢰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이 다른 곳에서도 눈에 띈다는게 문제다. 루마니아 부분에서는 드라큘라에 대한 얘기가 빠질 수 없는데 이게 번역의 문제인지 원래 책의 문제인지 알 수 없지만 드라큘라가 실제 흡혈귀였던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 드라큘라가 실존인물이라는데서 그치는게 아니라 이 책을 읽으면 진짜로 실존인물 드랴큘라라가 밤마다 흡혈을 하면서 다녔던 것처럼 묘사되어있는거다. 이건 심각한 오류다.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조그맣고 힘없는 나라일수록 정보의 양이 빈약하고 무성의한 부분도 곳곳에 나타난다. 예를 든다면 리투아니아 어린이들에 대한 서술 중 '리투아니아 어린이들은 밖에서 놀기를 좋아한다'라는 표현이 있다. 세상에나~~ 밖에서 놀기 좋아하지 않은 어린이들이 어디있단 말인가? 그 추운 북극지역에 사는 어린이들도 다 밖에서 놀기 좋아할 거다. 이건 너무 무성의하다는 표현이 심한 건 아닐거라 생각한다.
이런 부분은 이 책의 내용에서 특히 작고 힘없는 나라들에 대한 내용의 신뢰성에 의심이 가게 한다. 내가 모르고 넘어간 부분에서 또 이런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이것보단 사소한 문제지만 책의 49페이지에서 50페이지 넘어가는 부분에서는 아예 문장이 연결되지 않는다. 책 전체에 오타는 그리 없었던 것 같지만 이건 다음번 인쇄때는 고쳐줬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기 전에
책의 신뢰도가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이 책의 미덕들은 여전하다. 그래도 이 책은 왠만한 초등학생들이 읽어내기에 그리 만만한 책은 아니다. 책의 분량도 만만찮고 처음에는 흥미있게 읽어나가더라도 곧 반복되는 여러나라의 모습에 끝까지 책을 놓지 않고 있기는 쉽지 않을 거다. 물론 독서력이 뛰어난 아이들이야 괜찮겠지만, 세상에는 그렇게 독서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많지 않은게 현실이 아닐까?
내 생각에는 이 책을 부모들이 아이들과 같이 읽어줬으면 좋겠다. 부모들도 공부하는 심정으로.... 지구본을 앞에 놓고 하루에 한 나라라도 아이들과 짚어가면서 책속의 내용을 같이 얘기해보는 시간을 활용하는 책으로 말이다. 부모님이 갔다와본 나라라면 말할 것도 없고 그게 아니라도 중고등학교 때 배운 지식을 떠올려 본다면 말할 거리는 그리 적지만은 아닐 것이다. 또 굳이 가르쳐야 한다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저 책의 내용을 보면서 아이와 같이 그곳의 생활을 상상해 보는 것 만으로도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부모와 아이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같이 즐기는 시간으로 만드는데 이 책의 진짜 활용법이 있는게 아닐까? 거기서 부수적으로 이루어지는게 지도에 대한 지식이고 나중에 아이가 중학교에 가서 사회를 어려워하지 않게 되는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