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이, 근대 자본주의 세계가 부상하는 길을 열어젖힌 다양한 사회적 과정의 교차점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은아직 인정되지 않고 있다.  - P35

15세기 말 잉글랜드 각지에서 인클로저 운동이 있었고광범위하게는 유럽에서 농업 자본주의가 부상했다. 그것이 바로 수없이 자행된 마녀 기소의 사회적 배경이었다.  - P40

토지 사유화가 ‘마녀‘ 박해로 이어지는 것은 구체적이고 특정한 역사적 조건 아래에서만이다. 그러나 공동체주의 체제들communitarian regimes의 해체와 그러한 영향아래 놓인 사회의 성원이 악마로 몰리는 것 사이에는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 관계로 인해 마녀사냥은 경제와 사회를 사유화하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기이한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이장의 목표 중 하나이다. - P41

그렇기 때문에 인클로저는 단순히 토지에 말뚝을 박고 사람들을 쫓아낸 것 이상의 더 광범위한 현상이었다. 지식과 앎, 우리의 신체, 우리가 타인 및 자연과 맺는관계의 인클로저였음을 고려해야만 한다. - P53

 ‘마녀‘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공모자가되고, 이와 관련해서 남자들의 지도력을 인정하면 자신들이 살 수 있다는 것을, 교수형이나 화형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여성들은 배웠다. 무엇보다 여성은 새롭게 태동해 발전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지위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여성이악마의 종이 될 수 있다고 널리 인정되어 버렸고 악마 숭배라는 혐의가 언제든지 여성을 옥죌 수 있었기 때문이다. - P55

자본주의에서 수용 가능한 사회적인 것의 영역으로 복구된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가정적으로 길들여진 섹슈얼리티, 즉 노동력 재생산과 노동자 위무에 복무하는 섹슈얼리티였다.  - P66

내가 『캘리번과 마녀에 썼듯이, 마녀사냥은 여성 전체를 상대로 한 테러 체제였다. 마녀사냥으로부터 새로운여성성의 모델이 출현했다. 여성이 태동 중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적으로 인정되고 수용되려면 새로운 모형의여성성에 순응해야 했다. 그것은 무성적이고 sexless, 복종적이며, 고분고분하고, 남성이 지배하는 세상의 종속적 하위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  - P70

 ‘범죄‘를 과장해 끔찍한 처벌Searchgang을 정당화하면, 사회 전체를 효과적으로 공포에 떨게 만들 수 있다. 희생자들이 고립되고, 저항의 열의가 꺾이는것이 다음 수순이다. 그러면 대중은 이전까지는 정상으로여겨졌던 행동들에 참여하기를 저어하게 된다. - P72

화형대에서는 마녀들의 신체가파괴되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의 사회적 권능의 기초였던사회적 관계의 세계 전체, 그리고 엄마로부터 딸에게로 세대를 넘어 전승되어온 지식의 방대한 덩어리 - 약초에 대한 지식, 피임과 임신중지에 대한 지식, 남자의 사랑을 얻을 수 있는 마법에 대한 지식-가 파괴되었다. - P73

이 모든 지식 생산에 ‘가십‘이라는딱지를 붙이는 것은 악마연구자들이 만들어낸 정형화된여성상, 즉 쉽게 사악해지고, 다른 사람의 부와 권력을 시기하고,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가기 쉬운 존재라는 그러한여성상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으로서, 여성 비하에 속한다.
이것이 여성을 침묵시키는 방법이다.  - P87

다시 말해서, 새로운 방식의 여성에 대한 폭력이 나타날때 그것의 근본적인 원인은 언제나 자본주의 발전과 국가 권력을 구성하는 구조적 경향에 있다는 것이다. - P92

 여성을 ‘마녀‘로 지목하고 박해하는것은 유럽 여성을 무급 가사노동에 구속하는 길을 닦았고, 가족 안팎에서 남성에 대한 여성의 종속이 정당화되었다. 마녀사냥은 국가에 여성의 재생산 능력에 대한 통제권을 부여했고 새로운 노동자 세대의 생성을 보장했다.  - P93

여성이 자원을 확보하여 남성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때에만, 그래서 여성이 위험하고착취적인 노동조건과 가족관계를 강제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 P112

페미니스트들이 가장 긴급하게 심판해야 하는 집단은 유엔이다. 유엔은 여성의 권리에 대해 말만 앞세우면서 경제 자유화를 새천년개발목표로 치환하여, 아프리카와 세계여러 지역에서 나이든 여성이 악마화되고 지역사회에서쫓겨나 갈기갈기 찢기고 산 채로 화형당하는 것에 입을다물고 방관하고 있다. - P119

구조조정을 겪은 오늘날의 아프리카에 사는 많은 젊은 남성은 교육받을 기회가 없고, 토지로 생계를 이어갈희망이 없으며, 다른 형태의 수입원을 찾을 전망이 없고,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다할 수도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미래에 대해서 절망감을 가지며 자신들이 속한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전쟁을 벌이도록내몰리게 된다. - P134

아프리카의 마녀사냥이 여성에게 위협이 되고 고통을 부여하며 여성의 신체와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데도 페미니스트들은 이에 맞서서 목소리를 높이거나 힘을 모으지 않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우리는 추측만 할 수 있을 따름이다. 누군가는 이 이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전쟁, 전지구적 부채, 환경같은 더 광범위한 정치 사안들부터 부차적인 문제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있다. 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프리카 사람들은 후진적이라는 식민주의적 이미지를 더 확산시키게 될까 봐 이 주제를 다루기를 주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 P151

 마녀사냥은정치적 행동주의의 전면에 위치 지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마녀사냥은 심각한 인권 침해일 뿐만 아니라, 이 박해들은 아프리카의 정치경제의 핵심, 그리고 이 행헝 대부분 지역의 사회적 삶의 핵심을 건드리는 중요한 사안들돠 관련 되어 있기 때문이다
- P153

다시 말해, 아프리카 안팎의 페미니스트 운동은가부장적 공동체주의의 실패와 몰락이 공통 자원에 대한사유화를 정당화하지 않도록 저지해야 한다. 대신에 페미니스트 운동은 완전히 평등한 공통장의 구성에 정진하면서 이러한 길을 걸어온 조직들의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 - P157

마녀사냥의 귀환에서 배우는 교훈은 이런 형태의 박해가 역사상의 어떤 특정한 시대로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러한 박해는 자체의 생명력이 있어서, 배척당하고 비인간화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사회라면 어디에서든지 동일한 메커니즘에따라 생겨날 수 있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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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8-15 09: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중세에 마녀사냥이 있었다면,
현대에는 이른바 red hunt 가
있었죠.

서로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수용하지 못하는 사회야말로
정말 무섭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점점 더 다시 중세로
회귀하는 전체주의적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바람돌이 2023-08-15 21:41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니 둘 다 사냥이네요. 인간이 인간을 사냥한다는(물론 동물사냥도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말이 성립되는 것 자체가 끔찍하죠.
그런데 역사속에 저렇게 어떤 형태로든 인간 사냥이 중지되었던 적이 있나 싶네요.

페크pek0501 2023-08-16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특히 72쪽의 글은 새겨들을 만하네요.^^

바람돌이 2023-08-16 15:26   좋아요 0 | URL
공포가 가져오는 효과 중 가장 효과적인게 저런 자기검열이 아닐까 싶어요. 어떤 권력이든지 저 자기검열기제는 참 일관되게도 잘 쓴다 싶구요.
 
그 책은 - 13일 동안 이어지는 책에 대한 책 이야기
요시타케 신스케.마타요시 나오키 지음, 양지연 옮김 / 김영사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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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재밌다.

농담이 조금 구린가 싶은데도 막 웃고 있는 나는 뭐냐?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책을 아무도 읽을 수가 없어서 치타를 달리게 했는데 그 치타가 읽은 책제목을 어떻게 알아낼지 고민하는 인간들

경찰에 쫒기는 7권 책을 8권 책의 집 근처에서 찾아내는 엄청 훌륭한 경찰

아 진짜 이런거에 웃는 나 좀 한심하지 않나?


<그 책은> 의외로 삶의 진실을 찔끔 알려주기도 한다.

나의 모든 신상이 다 적힌 책이 발간되어 공포에 휩싸였는데 진짜 공포는 그 책이 출간되고 3개월이 지나도록 나의 신상에 아무 변화가 없다니..... 도대체 나라는 인간은 무엇이란 말인가라며 절망할지도 모르겠다.

또는 어느날 내가 책이 되어버렸는데, 이게 의외로 제자리로 돌아온듯한 느낌이 드는 것 - 나는 인간인가 책인가를 고뇌하게 되는 이야기 - 우리는 모두들 자신의 존재성에 대해 늘 부정하거나 부정하고싶거나 하지 않나?


<그 책은> 때로는 좀 슬프고 또 때로는 좀 감동적이다.

근데 굳이 말로 하기는 좀 부끄러운게 좀 신파거든.

그래도 가끔은 신파가 감동을 주기도 한다는걸 알았단말이다.

10년 전에 돌아가신 아빠가 미래에 결혼할 딸을 위해서 행복해라라고 하며 트럼펫을 부는 영상을 담은 책이라든가,

초등학교 시절 비밀일기를 교환하던 친구가 사라진 미스터리 - 이유가 짐작이 가서 슬픈 이야기.

이런건 뻔하지만 마음이 뭉클해지는건 어쩔수가 없어


<그 책은> 심지어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그 책은>  좀비를 두려워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준다. "좀비가 되면 좀비 따위는 하나도 안 무섭다. 오히려 좋아하게 된다"라고 말이다. 심지어 좀비가 된 후의 마음가짐까지 알려주니 이 얼마나 실용적인가. 자매편으로 유령을 두려워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고 하는데 굳이 읽지는 않아도 된다. 좀비를 두려워하지 않는 방법에 모두 나오니 응용력 또한 기가 막히게 굉장한 책이다.


<그 책은> 그런데 무엇보다도 책에 대한 책이다.

영웅이 패배하는 책으로 평이 안좋은 책이지만 되는 일 하나 없는 내게는 계속 지기만 하는 영웅을 보면서 큰 위로를 얻고,

누군가는 읽고, 누군가는 냄비 받침으로 쓸지도 모르는 책을 완성하는 어떤 소설가도 있고, 

삶의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런 책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그런 책이다. 

아니면 그 책이 아니라 저 책일 수도 있는......


리뷰가 왜 이 꼬라지냐고?

그건 결단코 내 탓이 아니다.

이 책을 쓴 이 두 남자에게 물어봐야 한다. 

이 두 남자 포승줄에 묶여 있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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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8-14 0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제가 존재도 몰랐던 책인데 너무 재미있어 보이네요? ㅋㅋ 담아갑니다. 사야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3-08-14 08:45   좋아요 0 | URL
조카랑 같이 보세요. ^^
책의 장정도 고풍스러워요. ^^

2023-08-14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4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3-08-14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책이 엄청 읽고 싶어집니다~~

바람돌이 2023-08-14 23:18   좋아요 1 | URL
다행입니다. 그 책은 재밌으니까요.
하지만 호불호가 갈리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ㅎㅎ

독서괭 2023-08-14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책 리뷰 써야하는데;; 바람돌이님 리뷰도 책 못잖게 재밌네요!!^^

바람돌이 2023-08-14 23:18   좋아요 1 | URL
이런 과찬을.....감사합니다. 독서괭님 리뷰도 기다리겠습니다. ^^

잘잘라 2023-08-14 1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책은> 이제 저에게 바람돌이님 리뷰를 생각나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었
습니다. 그 책은>바람돌이님>베트남>잘잘라 베트남 여행.. 이렇게 연결될 수도 있는!! ㅎㅎ

바람돌이 2023-08-14 23:20   좋아요 1 | URL
저는 이 책ㅇㄹ 잘잘랄라님 덕분에 알게 되었는데 제가 얘기 안했나요? 오늘 이책 다른데 선물하면서 땡투도 잘잘랄라님에게 보냈습니다. ㅎㅎ 이젠 제가 베트남으로 연결을.... 앞으로 더 많은 연결고리를 만들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

감은빛 2023-08-14 17: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을 것 같네요.
바람돌이님 덕분에 제 카드 명세서에 한 줄이 더 늘겠어요. ㅎㅎㅎㅎ
고맙습니다! ^^

바람돌이 2023-08-14 23:20   좋아요 0 | URL
제 카드 명세서는 책 한권 늘려도 표도 안납니다. ㅎㅎ
즐거운 독서 되시길요. ^^

레삭매냐 2023-08-15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옷, 요시타케 작가의 새로운 책이...

아마 이 책은 핫한 모양입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려고 했는데
다 대출 중이거나 예약선반에
걸려 있네요 흠...

나중에 도전 !

바람돌이 2023-08-15 10:09   좋아요 1 | URL
저는 요시타케 작가의 책은 이 책이 처음인데 재밌게 읽었어요. 어린이용 책이 아니라 그랬는지도요. 같이 쓴 마타야시 나오키 작가의 글들도 저는 좋았습니다.
저는 집이 구의 경계에 살다보니 주변에 도서관이 많아서 이 도서관에 없으면 저 도서관 하다보면 한군데는 있더라구요. ^^
 



윌리엄 트레버는 단편소설을 "순간을 포착하는 예술"이라고 정의했단다. 

이 정의에 딱 맞는 작가가 바로 그 자신이 아닐까?


살다보면 뭔가 쨍하고 깨달음이 오는 순간이 있다. 요새는 그걸 현타왔다라고 우스개소리로 얘기 하던데 뭔가 비슷한 맥락일듯도하다.

내 삶에서 그런 순간들은 주로 '아 내가 호구였구나, 이 구역에 호구가 누구인지 모르면 그게 바로 나라더니..... ' 뭐 이런 느낌일 경우가 많아 내 삶의 경험은 농담거리가 될지언정 이야기가 되지는 못하는 바이다.

그렇다고 해서 호구인 내 삶이 딱히 달라지냐 하면 그렇지도 못하다.

깨달음은 깨달음이고 삶은 그냥 계속된다.


얼마전에는 내게 그런 깨달음의 순간이 있었다.

아마도 그날 직장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었던거 같은데 딱히 좋은 일은 아니었다.

자기 책임은 안하려고 요리저리 빠지면서 나이 대접 안해준다고 목소리 높이는 그런 사람때문이었던듯한데 평소 그이를 보면서 드는 감정은 "아 진짜 왜 저렇게 살까" 하는 마음 반, "아 진짜 저렇게도 살아지네, 저렇게 자기만 생각하고 챙길거 다 챙기면서 아니 챙기지 말아야할 것도 다 챙기면서 사는 사람도 있는데 난 도대체 호구야 뭐야" 뭐 이런 마음 반.

하여튼 그럼에도 결국 원하는 바를 챙겨가는 모습에 짜증이 좀 많이 났었다. 

내것도 제대로 못챙기는 나는 등신이야 뭐야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냥 그날 저녁 다음주 스케쥴을 챙기면서 모임 하나가 보이는거다.

직장에서 만났는데  많게는 나보다 열 몇살이나 어린 사람들이 거리낌없이 나랑 놀아주고 있다.

이들을 만난건 돌아보니 내가 가장 힘들때였구나.

그 힘들었던 날들을 이들이 있어서 버텼었구나.

힘들때마다 함께 으샤으샤하면서 버텼던 그날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어쩌면 지금 그냥 이 직업을 때려쳤을지도 모르겠구나.

앞에 있던 딸에게

"딸아 엄마가 참 바보같이 산다 싶다가도 말이야. 내 주변에 사람들을 둘러보면 바보같이 산게 아닌거 같아. 내가 남들보다 더 일하고 평소에 손해보고 사는거 같은데 막상 주변을 둘러보니까 엄마 주변에 정말 친한 사람들은 진짜 좋은 사람들만 있는거있지. 그래서 갑자기 좀 행복해지는거 같아" 이런 얘기를 주책맞게 하기도 했다.

그 순간의 깨달음이 내 생활을 딱히 바꾼건 아니지만 내가 내 삶을 미워하지 않게, 소중하게 생각하는 힘을 준다.


이 책의 순간들이 모두 그러하다.

소설 속 인물들은 쨍하는 순간을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겉보기에 그들의 삶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 단편인 <피아노 선생님의 제자>에서는 이 짧은 단편의 모든 문장이 공감이 갔었다.

피아노 교사가 천재적인 제자를 가르치고 그의 연주를 들으면서 느끼는 행복

그 제자가 올 때마다 집안의 작은 물건들이 하나씩 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당혹감

그 작은 행위가 반복되면서 제자의 기만이 아버지의 기만으로, 그리고 전 연인의 기만으로 이어지고 결국 내 인생 전체가 호구가 아니었나 싶은 자괴감.

그러나 돌아온 제자가 다시 연주를 시작했을 때 그녀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천재적인 제자의 피아노 연주 그 자체였음을, 그것을 듣는 순간이었음이 깨달아지는 그런 순간, 그래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 깨달음으로 그녀의 삶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타인을 의심하며 자신의 삶을 갉어먹는 자괴감과는 안녕을 고할 것이다. 그럼 충분하지.... 당연히 충분하다.


<장애인>속 마티나의 일상은 쳇바퀴 돌듯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지만 그녀에게는 그 일상이 바로 지켜야 할 삶이다.

우리가 일상을 무시하고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사실은 그 일상이 깨지는 것은 보통 재앙에 다름 아니다.

그녀의 일상에 어설픈 페인트공이 등장하지만 그녀도 페인트공도 자신의 삶의 영역들 - 되풀이 되는 그 일상을 지킬 뿐, 그리고 여자는 페인트칠 값을 치르고, 페인트공들은 다시 떠돌이의 삶으로 돌아가면 그 뿐.... 

그 사이에 사라진 사람은 미스테리가 되지만, 사실상 우리 삶에 분명한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다는 말도 그래서 생겼을 테다.

또한 그 심증이 맞으리라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여자들>에서 서실리아를 찾아오는 두 여성 중 한명이 정말 어릴 때 그녀를 버리고 집을 나간 생모인지는 끝까지 명확하지 않다. 그런데 그래서 어쩌라고?

자신을 생모라고 주장하는 여인이 나타났다 해서 아버지와 평범하고 온전한 삶을 꾸려오던 서실리아의 삶이 흔들려야 하나?

비록 서실이라의 마음에 의혹이 깃든다해도 그건 또 그것대로 삶이 일부분이 될 것이다.

그 모든 것을 껴안고 살아가는 것이 결국 삶일 뿐이다.


<겨울의 목가>는 누군가 다른 사람이 썼다면 장편 소설 하나는 쓰고도 남았을 것 같은, 그런데 또 생각하면 매우 진부한 이야기가 되었을 듯한 이야기를 트레버의 손에서는 순간 순간 포착되는 감정의 빛으로 탄생시킨 작품이다.

어릴 적 첫사랑이 돌아왔을 때 메리 밸리는 당연히 그가 돌아올 곳에 돌아왔듯 담담하게 맞이하지만 그것이 그녀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또한 그들이 어릴 적의 그 집에서 같이 살기로 했을 때 따라오는 남자의 아내와 자식의 고통 역시 진부하지만 존재하는 것이다.

아버지에게 느닷없이 버림받은 아이의 고통 역시 고통스럽다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느껴지며, 결국 자신의 아이에게  돌아가는 결정을 하는 남자의 결정 역시 고통스럽지만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메리 밸리의 삶이 파괴되었는가?

아니 메리 밸리의 일상과 삶은 여전히 계속된다.

트레버가 말하는 순간의 포착은 그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어떤 전환점을 맞는 순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그들이 자신의 삶을 계속하기로 결정하는 순간, 일상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는 어떤 순간 그 순간이 아니었을까?

변화가 아니라 지속의 순간과 과정에 우리 삶이 빛나는 모든 순간이 들어있을지도 모르겠다..


바로 거기에 살아간다는 것의 질기고도 질긴 힘이 있는게 아닐까?

우리 모두는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나의 친척 중 한분은 "인생은 한방이야"라고 젊었을 때부터 외쳤었는데 내가 본 30년 동안 그 한방은 아직도 오고 있지 않다. 

우리 모두 뭔가 대단한 순간을 역전의 순간을 바라지만 그 순간이 온다고 해서 또 삶이 극적으로 달라지느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은.....

그렇게 우리는 살아간다. 



트레버의 책을 딱 3권 읽었다.

읽은 모든 책이 아름답고도 마음에 쨍하는 순간을 선사한다.


















앞으로 남은 트레버 아저씨의 책들 - 아마 다 읽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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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3-08-13 16: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트레버 한 권도 안읽은 저는 기대되네요~!

바람돌이 2023-08-13 17:25   좋아요 3 | URL
트레버 한 권도 안 읽은 햇살과 함께님 부럽습니다. 앞으로 읽을 트레버가 저보다 많이 남았잖아요. ^^

거리의화가 2023-08-13 17: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트레버 책 아직 단 한권도 읽어보질 못했는데 아름답고도 쨍한 순간이 담겨 있다니 참 좋네요.
나눠주신 이야기도 참 인상깊습니다. 저는 갈수록 제 마음이 각박해진다 싶을 때가 많아요. 이제는 부대끼는 게 싫을 때가 많은 거죠. 사람들과 부딪치는 것 자체를 기피하게 된달까.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지만 또 사람에게서 기쁨과 위로를 얻을 수 있구나 싶어서 여러 생각이 듭니다.

바람돌이 2023-08-13 18:00   좋아요 3 | URL
삶의 미묘한 한 순간을 낚아채는 솜씨가 정말 멋진 작가입니다. 그러면서도 식상하지 않은 전개가 더 돋보이는요. 늘 사람에게서 상처받지만 그래도 나를 버티게 해주는건 사람이더라구요. 그리고 이제는 상처를 주는 사람도 잘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에 대한 경계를 너무 잘 세워서 정말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너무 잘 구별한달까요? ㅎㅎ

blanca 2023-08-14 0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럽습니다. 트레버의 여정에 오르셔서. 앞으로 더 많은 찡함을 경험하게 되실 겁니다.

바람돌이 2023-08-14 09:04   좋아요 1 | URL
먼저 다 읽은 자의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ㅎㅎ 남은 책이 더 좋다는 말씀이죠? ^^

blanca 2023-08-14 09:06   좋아요 1 | URL
좋다마다요. 저는 작가 사생활까지 팠네요. 너무 좋아서요. 그런데 소설에서의 시선과 작가의 삶이 일치해서 놀랐어요. 평화롭고 성실하고....조각 전공했는데 소설가 된 것도 드라마틱하고, 아들 직업까지 검색했어요. ^^;;;

바람돌이 2023-08-14 09:10   좋아요 0 | URL
작가의 삶도 마음에 드는 드문 경우군요. 트레버 작품속에 느껴지는 연민과 따뜻함이 작가의 마음 자체일듯하여 더 좋아집니다. ^^

감은빛 2023-08-14 17: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때론 속이 뻔히 다 보이는데도 일부러 속아주기도 하고,
어쩔 때는 좀 손해 보는 것 같아도 그냥 조금 더 일하기도 하구요.
이렇게 살다 보면 남들도 다 같이 보거든요.
저 사람, 알게 모르게 남들 하기 싫어하는 일들을 다 하더라.
저는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상황이면 일부러 해주는 편입니다.
나중에 그게 어떤 방식으로든 저에게 도움이 되긴 하더라구요.

바람돌이 2023-08-14 23:22   좋아요 0 | URL
그쵸. 내가 생각하는걸 남이 생각 못하는거 아닌데 그걸 잘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구요.
그리고 어쩔 땐 감은빛님 말씀처럼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라기도 하구요. ㅎㅎ 저는 어쨌든 좋은 사람들과 계속 사귀기 위해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하려고 합니다. ^^

희선 2023-08-16 0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 둘레에 좋은 사람이 많은 건 바람돌이 님이 그렇다는 거기도 하겠습니다 남한테 해를 끼치는 것보다 손해 보는 게 더 마음 편할지도 모르죠 무슨 일이 일어나거나 무언가를 안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3-08-16 11:10   좋아요 1 | URL
앗 희선님 저에게 필요한 칭찬을 이렇게 딱 해주시다니.... 저는 좋은 사람이라고 막 주장하고싶은데 말이죠. ㅎㅎ 감사합니다. ^^

은오 2023-08-16 0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이 리뷰 읽으니까 저 진짜 트레버 읽어야겠어요....!!!! 이런 단편을 쓰는 작가군요!!

바람돌이 2023-08-16 11:11   좋아요 0 | URL
단편의 대가 트레버, 단편들도 좋지만 저는 장편도 좋았습니다. 펠리시아의 여정요.
지금은 또 다른 장편 루시골트 이야기 읽으려고 준비중입니다. 은오님도 올해 전에 트레버 영접하시길....
그런데 단편집은 이번 마지막 이야기들 보다는 저는 밀회가 더 좋았습니다. ^^

- 2023-08-20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의 작품들을 읽을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일 것으로 생각하며 아쉬움이 가득한 채 마무리 되었고 그의 작품들 속 그들을 일상

- 2023-08-20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서 계속 생각하게 된다. 꽤 오랜 시간 트레버와 함께 하였고 그와 그의 작품 속 인물들로 인해 많은 위안을 받았다. 많이 감사하고 이번에도 트레버를 읽을수 있는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바래본다. 마직
 

어제는 오랫만에 시부모님 모시고 점심식사

한동안 너무 바쁘고, 내 몸이 안 좋고, 그리고 난 다음에는 나 논다고 바쁘고....

시댁이든 친정인든 양가부모님이 차례는 항상 한참 밀리고 난 이후인듯하다.

모처럼 경치 좋은 곳에서 바람 쐬어 드리고 싶어서 김해 낙동강이 보이는 뷰맛집으로 갔다.

오리고기가 주요리인데 그 오리고기가 매우 럭셔리하게 나오고, 찻집도 같이 있는 곳이다.


우리끼리 농담으로 고려까지는 경지좋은 곳은 죄다 절이 들어섰고, 조선 시대에는 서원이 다 차지했는데, 요즘은 카페가 다 차지한다고 얘기하는데 이 집이 딱 그렇다. 






어제는 태풍 이후 먼지 하나 없는 하늘과 불어난 낙동강 물이 평소보다 더 근사한 풍경을 선사해줬다.

실내에서 밥을 먹고 야외에 커피 들고 나왔는데 바람이 선선히 불어 높은 기온에도 불구하고 야외에서 차마시기 딱 좋은 날씨였다.




오랫만의 시아버지와 남편의 투샷!

시아버지는 진짜 과묵하신 편인데 남편은 곰살맞다. 눈치는 좀 없지만...... ㅎㅎ


이집은 음식도 굉장히 맛있는데 사진은 디저트 사진만....




앗 이 사진 올리다 보니까 뜬금없이 생각난 라떼샷

베트남 여행 때 묵은 달랏의 호텔이 아침조식 커피가 예술이었는데 무려 내게만 고양이아트 라떼 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 혼자 내가 제일 예쁘서라고 극구 주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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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8-12 17: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아버님은 과묵하신데 옆지기님은 곰살맞으시다니 뭔가 이상적인 조합이란 생각이드는데요? ㅎ
태풍 지나고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얄밉죠? ㅠ

바람돌이 2023-08-12 22:37   좋아요 1 | URL
남편이 막내아들이예요. 시댁 식구 전부 무뚝뚝인데 남편만 좀 곰살맞은편이죠. 막내티가 나는거죠 뭐.... ㅎㅎ
어제 하늘은 진짜 너무 깨끗해서 stella.K님 말씀처럼 얄밉기까지 하더군요. ㅎㅎ

페넬로페 2023-08-12 2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뷰맛집 정경 너무 좋아요.
남편분과 아버님께서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도 정겹고요.
와,
고양이 샷 ~~
멋져요^^

바람돌이 2023-08-12 22:39   좋아요 0 | URL
이집 뷰맛집일뿐 아니라 진짜 맛집이기까지 합니다. ㅎㅎ
아무래도 저는 제가 찍은 저 사진이 제일 멋진데 남편은 자기가 찍은 시부모님 샷이 더 멋지다고.... ㅎㅎ

2023-08-15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5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5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햇살과함께 2023-08-12 2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진짜 너무 멋지잖아요!! 구름하며 강하며 나무 건축물에 디저트와 뒤태까지 ㅎ

바람돌이 2023-08-12 22:40   좋아요 1 | URL
저날은 진짜 날씨가 다한 날이네요. 저기 앉아 있으면 매미소리에 강 건너편에서는 또 김해공항이라 비행기가 내내 착륙하는 모습도 보이고 그냥 가만히 있어도 좋은 날이었어요. ^^

희선 2023-08-13 0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태풍이 지나가고 난 하늘 멋지네요 강물도 보이는 곳이어서 더 좋았겠습니다 좋은 곳에서 시부모님과 함께 식사하셨군요 시부모님 좋아하셨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3-08-13 12:11   좋아요 0 | URL
저희 시부모님 좋다는 표현도 워낙에 무덤덤하게 하시는지라 진짜 좋았는지 어쩐지 저는 헷갈릴 때가 많아요.저희 친정쪽은 감정표현이 확실한 쪽이라 그에 익숙한 저는 사실 아직도 잘 적응이 안된다지요. ㅎㅎ 어쨌든 저는 기분전환이 확 되어 좋았던 날이었습니다. ^^

은오 2023-08-13 0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리스타가 정말 바람돌이님께 반한게 아닌지...😫 바람돌이님을 사모하는 제겐 좀 언짢네요.. 바람돌이님과 결혼하신 분의 사진도 좀..

바람돌이 2023-08-13 12:12   좋아요 1 | URL
바리스타가 여자였던듯한데.... 아 남녀를 불문한 이놈의 인기란..... ^^
저의 품은 넓어서(등짝도 넓습니다) 저를 사랑하는 모든 이를 안을 수 있으니 상심하지 마세요. ^^
 

그리고 미스 나이팅게일은 그를 바라보며 전에는 알지 못했던 걸 깨달았다. 그 미스터리 자체가 경이였다. 그녀는 거기서 아무런 권리가 없었다. 인간의 나약함이 사랑과, 혹은 천재가 가져다주는 아름다움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이해하는 데만 너무 골몰했으니까. 균형이 이루어졌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 P17

장애인을 그리워할 사람도, 호젓한 곳을 찾아올 사람도 없을 것이다.
내일 그 여자는 페인트칠 값을 치를 것이다. 내일 그들은 다시 여행길에 오를 것이다. - P42

결국 죽음의 드라마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어떤 고통은 낭만의 수의를 입기엔 너무 둔감하다는 걸 자신은 알고 있었다는 것도 고백하지 않을 것이다. 용기가 그 별것 아닌 일에 마법을 걸 수도 있었으나, 기상대방이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우스꽝스러운 것이 되어버린다. - P153

그는 기다렸다. 왜 기다리는지, 무얼 기다리는지도 모르는 채 기다렸다. 그가 붓을 씻고 아침을 위해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내는 소리만이 밤의 정적을 깼다. 물감은 말랐고, 그는 전등을 하나만 남기고 다끈 후 다시 그림에 시선을 돌리고 자신의 천사들의 완전함을 보았다.
그가 침대에 누웠을 때 정적을 깨는 바스락거림은 없었고, 그의 살결을 더듬는 손길도 없었다. 그는 잠을 자면서도 여전히 기다렸지만, 꿈속에서 오직 천사들만이 자신에게 위안이 되어준다는 걸 알았다. - P176

그 편지는 소중했고, 그녀는 편지를 그가 접은 그대로 다시 접어서간직해두었다. 그녀가 답장을 할 수 없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가돌아왔던 것이다. - P190

밤이 되면 연민이 그녀를 침묵하게 만드는 사랑에 도전장을 내밀며 예전처럼 예상된방식에 머물러 있지 않고 주제넘게 나섰다. 그래도 연민을 버릴 수가없었다. - P201

끝나지 않았다. 기억이 허락하지 않을 테니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상처받은 사람들은 점잖게 사라지지 않고 악마들을 풀어놓는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고, 그녀는 안 그럴 거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 P202

"우린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는 자신을 잘 몰라요." 메리 벨라가 긴침묵을 깼다. "우리가 뭘 할 수 있고 결국 할 수 없는지, 무엇이 우리를계속 괴롭히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경계가 너무 모호해요."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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