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병원입원실을 꽤 자주 들락거린다.
차라리 내가 입원하고 싶다는게 솔직한 내 심정이지만 그건 아니고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옆지기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남녀 병실을 두루 두루 있어보게 되었다.
특히 남자 병실은 지난 겨울에 옆지기가 입원을 했지만 그때는 겨우 4일이고 또 옆지기가 거동이 불편해 내가 24시간 붙어있어야 했던 관계로 1인실을 이용했었다.
그러니 남자 병동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야겠지...
요즘 생활이 아침 7시 반까지 병원으로 출근해서 하루종일 옆지기 옆에서 무수리로 시중들다가 저년 10시쯤이면 집에 들어온다.
그러고는 빨래나 다음날 싸갈 반찬 한가지 정도를 장만해놓고 나면 이미 12시,
컴퓨터 켜다가 잠이 드는 경지에 이르렀다.
어쨌든 이 남자 병실에 앉아 있다보니 참 여자들과 남자들이 얼마나 다른지 실감이 난다.
옆지기 병동은 모두 골절 관련들이라 당장 아파죽을 지경들은 아니고 그저 시간이 흘러 낫기를 바라고 있는 이들이다. 뭐 간단히 말하면 좀 불편하긴 하지만 혼자서 씻고 밥먹고정도는 거의 다 알아서 할 수 있는 이들...
그런 사람들이 이 좁은 공간에 6명이나 누워서 하루종일을 지내는데 도대체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죽이고 있는지 궁금해 죽겠다.
여자 병실에 가면 좀 젊은 여자가 있으면 책 한두권 정도는 끼고 있다.
근데 남자 병실에는 아무도 없다.
만화책 조차도 보고 있는 사람이 없으니...(처음 이 병실에 갔을때는 참 연령대도 다양하게 20대부터 60대까지 있더만.... 할아버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20대와 30대의 침상에도 책은 없더라...)
또 가장 큰 차이!
참 조용하다.
서로 얘기를 잘 안한다. 물론 무뚝뚝하거나 불친절한건 아니다.
옆지기 병실은 운이 좋았던지 사람들이 모두 참 예의바르고 싹싹하다.그리고 모르는게 있어 물어보면 정말 친절하게 잘 가르쳐주고 도와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서로에 대해서나 자신에 대해서는 거의 말이 없다.
그냥 어쩌다 다쳤느냐, 또 다친게 얼마쯤 있어야 나을까 뭐 이런 얘기 잠시하고 다시 또 조용....
여자 병실은 아니다.
특히 40대 이상의 아줌마가 한명 이상만 있어도 딱 하루만 있으면 그 병실에 있는 사람들의 가족관계, 자식들의 상황, 인생살이 등등 온갖 정보가 다 들어온다.
심지어는 나라만 절대 안할 것 같은 집안의 내밀한 얘기들 - 뭐 남편이 언제 바람을 피웠다는 둥의 얘기들까지 다 나온다.
그것도 조금 지겨워지면 옆방 얘기로까지 진출하기도.... ㅎㅎ
근데 이 남자 병실은 정말 하루종일 조용하다.
사회에서 보면 남자들이 별로 조용한 족속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이게 근접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운데서 오는 부담감일까?
아 텔레비전도 그렇게 많이 안본다.
하여튼 이 남자들이 입원기간이 오래인 사람들은 이제 별로 찾아오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고, 간병인이 옆에 항상 붙어 있는 것도 아닌데 이 엄청나게 긴 하루 하루 그 심심함을 뭘로 푸는지 궁금하기 이를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