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면서 나는 처음 내방이란걸 가져봤다. 공부방- 일명 서재라 어마거창하게 불리는 그런 방도...비록 12평짜리 햇빛도 안드는 1층 전세집이었지만....

원체 물건 사러 다니고 하는걸 귀찮아 하는 성격이다보니 결혼할 때 내 혼수품은 내 손으로 고른게 없었다. 친정엄마와 여동생 둘이 가구며 전자제품이며 그릇이며, 하여튼 내가 고른건 없다. 나는 한 마디만 했다. "대충 사라, 무조건 싼걸로다가..." 그리고 난 내 할일을 하고 이 두사람 너무 너무 신나하면서 물건 사러 다니더라. 그리고는 꼭 저녁에는 나한테 자랑을 하는데 나 한마디만 했다. "좋네..." (도대체 누가 결혼을 하는지...)

그런 내가 유일하게 내 손으로 직접 찾아다니면서 고른 것이 있으니, 바로 책상과 책장이다.

나의 조건은 간단했다. 다른데서 돈 무지 아꼈으니, 책장만큼은 돈이 좀 들더라도 무조건 책 많이 넣을 수 있고 튼튼한것일 것, 그리고 책상은 지저분하게 이것 저것 딸린 것 딱 질색. 역시 넓고 단순할 것....

근데 이런 저런 매장을 다녀봐도 맘에 드는 것이 별로....

그러다가 동생이 제안한게 좀 폼은 안나도 내 조건에 딱 맞는게 있다는거다. 바로 사무용가구 전문 매장인 '퍼시스'(여기서 학생용 시스템 가구 전문으로 독립해 나간 회사가 꽤 알려진 일룸이다.)

여기 책장, 책상 내맘에 딱이었다.

요기 사진들...





모두 나무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옆의 세로 버팀대만(이 명칭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무고, 나머지 책꽂는 상판들은 모두 철판이다.

이 책꽂이의 장점

1. 진짜 튼튼하다. 두 번의 이사에도 긁힌 데 하나 없고(하기야 철판에 일부러 긁지 않는 이상 어디서 긁히랴..) 아무리 많은 책을 얹어도 전혀 휠 염려가 없다. 철판이다 보니 습기나 뭐 이런거에도 끄떡없다.

2. 엄청 책 많이 꼽힌다. 자유자재로 단 조절이 가능하다. 그래서 결혼하고 처음에는 거의 5단으로 사용했는데, 1년에 한번씩 책정리하고 방출하고 해도 쌓이는 책에 상판을 낱개로 더 사다가 조절을 한 결과 지금은 제일 왼쪽 7단, 나머지 2칸 6단으로 사용하고 있다.(지금은 포화상태다) 천정에도 조금 올라간 부분이 있어 책꽂이로 사용이 가능하다.(이것까지 치면 8단 7단씩이 된다.) 거기다가 원목이 왠만큼 좋은거라도 세월이 지나면 휘는걸 어쩔 수 없어 대부분 책꽂는 칸이 좁은 데 반해 이건 한 칸의 폭이 무지 넓다. 그리고 책의 종류에 따라 칸의 세로 폭을 자유자재로 조절이 가능하다.(거의 5cm마다 고정 나사칸이 뚫려 있다.)

3. 가격 - 이건 약간 문젠데 결코 싸진 않았다. 하지만 보통 시스템 가구의 원목 책장들과 비교하면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던 걸로 -아니면 약간 더 비쌌나? 하지만 유용도에 비하면 차이는 별로 크지 않았던 듯...하지만 나는 이 책장을 앞으로 죽을 때까지 계속 가지고 다닐거다. 아마 그때까지도 별 문제가 없을 듯... 그러므로 가격 좀 비싼 것 감수할 수 있다.

4. 단점 - 원목 책꽂이에 비해 중후한 맛은 안난다. 하지만 이건 원래 내 고려사항이 전혀 아니었기에 별문제 아니다.



최근에 책장이 모자라서 새로 사 넣은 책장.(최근에 산 책들을 그냥 꽂아놓아 중구난방이다) 일룸의 제품인데 제일 위의 자투리 공간까지 치면 6단짜리다. 결론 - 마음에 안든다. 폼은 더 나나 칸 조절도 맘대로 안되고 쓸데없이 상판만 두껍고, 높이는 낮고.... 조만간 예린이와 해아 책장으로 밖으로 밀어내야 할 것 같다. 애들 책장을 아주 싼걸-하나에 2만원짜리-로 작은걸 구입했었는데 지금 곳곳에 나사 풀어지고 제일 아래쪽 문은 부서지고 장난아니다. (싼게 비지떡이란 말을 실감) 그래서 이걸 밖으로 내서 애들 책장으로 쓰고 나는 기존의 것과 같은 걸로 사서 이어붙일 생각이다. 돈생기면....

알라딘에 늘어나는 책장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썼는데.... 기왕 하는김에 청소좀 더 하고 찍을걸....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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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8-19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정말 많으시군요,,
너무 멋져요,,

비로그인 2005-08-19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원사,빛깔있는 책들 시리즈가 광이 번쩍번쩍 납니다.*^^ 역사쪽도 많으시고 내공이 상당하시네요.열하일기 3권만 봐도 든든해집니다..와우,처음뵙는지요?..흑백TV라고 합니다.넙죽~

엔리꼬 2005-08-19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삐뽀삐뽀 119! 민중의 세계사! 세계의 동화(이 책 재미나나요? 너무 학술적인가요?)
그나저나 책 앞쪽에 딱풀 몇개밖에 없네요... 저희 집 책꽂이는 온갖 잡동사니가 책 앞에 널부러져 있는데..

바람돌이 2005-08-19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책이 아니라 책꽂이를 보시라니까요. 평생 들고 다닐 책꽂이라잖아요. 에잉 이러니까 무슨 가구회사 영업사원 같잖아...
새벽별을 보며님/ 저도 남 책장 구경하는거 좋아해요. 저 중에서 뭘 뽑아갈까 하고 눈을 번득거린다는...^^;
흑백TV님 /열하일기 3권 아직 안봤습니다. 사놓고 안 본책 천지입니다. 하도 여기저기서 많이 뵌 분이라 처음 뵙는 분 같지 않은데요. ^^
서림님/ 세계의 동화-그냥 동화책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미녀와 야수 같은 동화도 있구요. 온갖 민담과 동화를 모아놓은 책이라 심심할 때 하나씩 읽어주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다만 책이 너무 무거워서 힘겹지만서도.... 그리고 이 책장 사진 찍을려고 청소한 겁니다. 좀 부실해서 그렇지... ^^

panda78 2005-08-19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저도 몇개 맞출래요. 캐테 콜비츠, 당신의 미술관 1,2, 서양화 자신있게 보기 1,2,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1-4, 대한민국사.
7단으로 쓰시는 거 정말 탐나요. 칸 높이가 딱 좋네요. ^^ 일룸이라.. 이사갈 때 고려해봐야겠군요. ^^

바람돌이 2005-08-19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판다님/ 일룸이 아니고요. 일룸은 마지막꺼 맘에 안든다니까요. 제 책장은 퍼시스예요. 사무용 가구 전문점이죠

panda78 2005-08-19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 퍼시스였군요. 이부분을 못보고 뒤에 갈려져 나간.. 부터 봐서 일룸인 줄 알았어요.^^;;
퍼시스, 기억할게요, 바람돌이님!

국경을넘어 2005-08-19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이랑 비슷한 게 눈에 많이 들어오네요. 끼리끼리 모아논 것도 어쩜^^* 국편 한국사에서 개론서 쭈욱, 어떻게살았을까 쭈욱, 대원사책 쭈욱, 역사교육 쭈욱, 다음 책꽂이는 기행 미술 관련 쭈욱,,, 근데 클리오님 얼굴 공개하고 바람돌이님 서가 공개하고 오늘 무슨 커밍아웃하는 날인가요?

날개 2005-08-19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왜 책장에 책이 가득 들어찬걸 보면 뿌듯할까요~!^^ 근데, 조만간 책장 모자라시겠어요...

연우주 2005-08-19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책이 많아요. 저는 diy쓰는데. 공간박스요. ^^

클리오 2005-08-19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역사선생 방 같아요.. ^^ 색깔만 봐도 무슨 책인지 아는 저 책들... 왠만한 도서관 안부럽겠어요. 흐~

2005-08-19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5-08-20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퍼시스 요즘 도서관 용품으로 굉장히 인기예요~~
제가 근무하는 간행물실 책상이며, 쇼파 모두 퍼시스로 바꾸었답니다.
저도 집에 퍼시스 책상으로 들여놓을까 생각중입니다. 4인용으로 해서 마치 도서관처럼 꾸미고 싶어요~~ 아쉬운건 가격이 만만치 않아요~

아영엄마 2005-08-20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꽉 차도 단정하군요. 저희집은 크기가 제각각인 그림책들이 많다보니 들쑥날쑥인 느낌이 많이 들거든요.

로드무비 2005-08-20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탄하고 갑니다!^^
(묵직한 책장과 책들 부럽네요!)

히피드림~ 2005-08-20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사무용가구 브랜드에서 책장샀는데 보통 가구브랜드보다 값도 저렴하고 튼튼합니다. 바람돌이님 첨 뵈었을때 제가 추천해 드린, 김원봉연구와 최후의 분대장도 보이네요. 흐흑ㅠㅠ 감격^^

조선인 2005-08-20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역시 퍼시스에서 떨어져나온 유아이 책장이에요.
큰 맘 먹고 지른 책장이라 평생 짊어지고 다닐 거에요. 히히히

진주 2005-08-20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아악........제가 갖고 싶어했던 열하일기가 그 뚱뚱한 몸매를 자랑하며 꽂혀있군요....바람돌이님 사모합니다....
(그런데 철재라면 무겁지 않은가요?)

바람돌이 2005-08-20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밤사이 이리도 많은 댓글이.... 역시 알라디너들에게 가장 관심있는건 책이었군요. ㅋㅋ
폐인촌님/ 그래도 님의 서재 책들은 저보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티가 많이 나던데요. 메인 화면에 아이들 둘 뒤로 보이는 책장을 열심히 살폈죠..ㅋㅋ 이동네 전공자 책장들은 아마 다 비슷한 것 같죠. 그런데 커밍아웃이라뇨? 그래도 저는 얼굴은 공개안할 것 같은데.... 워낙 미모라서 즐찾이 다 줄어들까봐서요.
날개님/ 맞아요. 이 책장은 이제 더이상 들어갈 때가 없구요. 이제는 책 늘어나는거 보고 책장은 다시 구입해야 돼요. 하지만 아직은 새로 산 작은 책장으로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연보라빛 우주님/공간박스는 자투리 공간 활용할 때는 좋은데 이게 어느정도 규모를 넘어서면 공간박스 정리도 힘들어질 것 같아서요.^^
클리오님/아마도 클리오님 책장이나 저나 비슷하지 않을까? 글구 흉볼정도로 기억하는건 아니니까 안심하세요. 다만 우리가 아는 누구랑 같이 있는걸 봤다 정도?
세실님/아 요즘 도서관도 돈을 들이는군요. 근데 님은 집에 4인용 책상을 들인다면 들이고 나면 꼭 사진 보여주세요.

바람돌이 2005-08-20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정말 애들 책은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라서 꼽기 너무 힘들죠. 저희집은 애들 책은 몽땅 거실에 다 내놓아서 여기는 안보이니 좀 단정해 보이는거죠 뭐
로드무비님/한번 큰맘먹고 지르면 평생이라니까요. ^^
punk님/ 드디어 만났네요. 사무용 가구 동지. 이게 가격은 다른 시스템 가구랑 거의 비슷하면서 튼튼하고 실용적인걸로는 최고죠? 글구 제가 저 책들 살 때 땡스투도 눌렀다구요. 최후의 분대장은 우리집 서방이 먼저 읽고 좋다고 하더라구요.
조선인님/ 우리 같이 짊어지고 다니자구요. 애고 무거워라....^^
진주님/ 아무리 그러셔도 열하일기 못드려요. 아직 안읽었어요. ^^ 책장이 무겁긴 하겠지만 제가 들 일이 없으니 전혀 상관없죠. 설치는 가게에서 알아서 해주고 이사 때도 포장 이사 하니까 이사짐 센터에서 알아서 해주더라구요. ^^


물만두 2005-08-20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흰 그냥 mdf만 씁니다... 넘 비싸면 엄마한테 책사지 말란 소리를 들어서리 ㅠ.ㅠ 부러워요...

바람돌이 2005-08-20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요한건 책장이 아니라 책이죠.... 만두님의 추리소설들, 만화들 진짜 부러워요. ^^

stella.K 2005-08-21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책장 있는 사람이 젤 부러워요. 전 언제나 다시 책장을 가져볼까요? 책 정말 많으시군요.^^

바람돌이 2005-08-21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조마간 가지시지 않을까요? 뭐 책장정도가지고.... 님이 가진건 더 많은 것 같은데요. ^^

야클 2005-08-22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바람돌이님! 와~ 멋진 책장 가지셨군요. 책장 보다는 꽂혀있는 책들의 면면이 더 부럽구요. 님 서재를 하루만 더 빨리 알았더라도 리스트를 보고 곰브리치 미술사가 아닌 수잔나의 책을 주문했을텐데요.ㅋㅋㅋ 앞으로 자주 놀러올게요. ^^

바람돌이 2005-08-23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야클님! 제가 님의 글에 댓글을 단게 얼마 안됐는데 벌써 이렇게 방문을.... 수잔나의 책이 더 쉽고 도판도 좋지만, 무게나 내용에 있어서는 역시 곰브리치죠... 재밌게 읽으세요. 저도 앞으로 자주 놀러갈게요. ^^

2005-08-23 1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5-08-23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 책을 보면 그 사람이 대충 보이죠? ^^

바람구두 2005-08-24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과 친구는 속일 수 없는 법이니까요. 흐흐.

passy 2005-08-26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장.. 휘지 않는다는 점이 꽤 마음에 드네요. ^ ^

바람돌이 2005-08-26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책과 친구는 속일 수 없다.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흐흐...
오프엔디드님/처음뵙죠 반갑습니다. 이 책장 진짜 튼튼 하나는 끝내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