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한달이 어쩌다보니 다 갔네요.

4월은 저에게 독태기(독서권태기)였을까요?

그건 아니고요.

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꾸준히 가지 못해 몸에서 키우고 있거나 방치하고 있던 질병들의 치료를 위해 정형외과나 치과같은 병원들을 순례하고 있습니다. 정형외과의 물리치료가 힘들어서인지, 아니면 주사나 약에 면역이 없어서인지 하여튼 병원갔다가 집에 가면 밥먹고 졸기가 일쑤입니다.

낮에도 계속 졸리고, 책을 보면 5분이 안돼 졸고 있고, 제 평생에 이렇게 졸음과 함께하기는 임신했을 때 이후로 처음이네요. 

그래서 책은 전부 읽다 만 책들입니다. 앞에 찔끔 보다가 도서관 반납일이 되어 갔다줘버리고...

보다가 졸다가를 반복하다가 책을 좀 바꿔보면 나을까싶어 다른 책을 손에 들어보지만 역시....

4월 말이 되니 몸이 조금 적응했는지 아니면 제 마음대로 끊어버린 항생제덕분인지 하여튼 좀 낫기는 합니다. 


아 그리고 지금 저는 처음으로 학교에서 도서관 업무를 맡았습니다.

학교에도 10여개의 부서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3D부서가 있어요.

교사가 된 이래로 한번도 저 3D부서에서 벗어나본적이 없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벗어나고 맡은 업무가 도서관이랑 독서행사업무입니다. 너무 너무 좋음요.


그런데 제가 쓸데없는 일복이 있어요.

저희 학교 도서관은 사서선생님이 안계시고 공공근로 비슷한 개념으로 구청에서 도서관 업무 인원을 지원해주거든요.

그런데 요 몇년간 근무하신 저희 도서관 사서 선생님이 도서관에서 일을 많이 해보셧고  일을 정말 너무 잘하셔서,

사서 선생님이 도서관 운영을 완전히 맡아서 해주시다보니 이 업무가 일이 작다고 많은 배려를 받아서(이 학교에서 3년동안 고생많이 했다고 좀 배려받음요. ㅎㅎ) 제가 이 업무를 맡은 거였거든요.

그런데 제가 이 업무를 맡고 얼마되지 않아 사서 선생님이 일을 그만두시게 되셨습니다. 

그리고 새로 오신 분은 아 진짜 도서관은 커녕 기본 사무업무도 몰라서 이게 새로 업무를 다 가르쳐드려야 하는 분이 오신 겁니다.

그럼 올해 도서관 운영은? 네 역시 제 일이 되었군요.

사람들이 다들 한마디씩 합니다.

고생해서 일 좀 쉬라고 도서관업무 줬더니 일이 따라다니는 팔자는 어쩔 수 없다고 말입니다. ㅠ.ㅠ


하지만 말입니다.

남들이 걱정해줄 때는 그러게나말에요. 자꾸 일이 늘어나 힘드네요 이렇게 가증스럽게 말하지만, 

세상일에는 항상 남들이 모르는 은밀한 면이 있다지요. 그리고 반전도요. 

기존의 사서 선생님이 그대로 계셨다면 제가 하지 않아도 되었을 일에 올해 도서구입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도서구입업무가 고스란히 제 일이 된겁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힘들겠다. 일이 많아서 어떡하냐 하지만 저는 말입니다.


1600만원이라는 돈을 책 사는데 쓸 수 있습니다.

제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1600만원어치 책 고르는거 안해보셨죠?

막막 책을 고르고 담아도 돈이 남아있습니다. 

어떤 책을 고르느냐는 사실 담당자의 양심에 거의 맡겨져 있으므로 거의 제 맘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지금 책을 고르고 고르고 있는데 정말 너무 좋아서 미치겠습니다.

책 쇼핑중독같은 기분이랄까? 약간 변태적인것도 같은데 말입니다. 

그래도 저의 이런 마음 알라딘 서재 지인 여러분들은 다들 어떤 기분인지 아시겠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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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4-25 14: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축하합니다 너무 즐거운 일이겠어요
그렇게나 큰돈으로 책을 막 고를 수 있다뇨
축복입니다 ㅎㅎ 즐기소서 그리고
구입도서 올려 주시면 같이 즐감하겠습죠 !!

바람돌이 2022-04-27 09:59   좋아요 1 | URL
업무가 즐거울 수 있는 신기한 경험중입니다. 지금 아니면 제가 언제 이렇게 책을 막막 고를 수 있겠어요. ㅎㅎ
올해 열심히 즐기겠습니다. 응원 감사해요. ^^

유부만두 2022-04-25 14: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아아아!!! 너무 멋져요!!!
마술봉 휘리릭~

바람돌이 2022-04-27 10:00   좋아요 1 | URL
마술봉 휘리릭~ 딱 제 심정이네요. 역시 유부만두님 제 마음을 딱 알아채시는..... ^^

거리의화가 2022-04-25 15: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바람돌이님 감축드립니다! 힘은 드시겠지만서도 마음은 날아가실듯요^^*ㅎㅎ 종종 리스트 공유해주십쇼!

바람돌이 2022-04-27 10:03   좋아요 1 | URL
별로 안 힘들어요. 원래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게 힘든거잖아요. 학교 도서관이니 청소년용 도서를 반 이상 넣을거여서 뭐 리스트는 딱히.... ㅎㅎ

다락방 2022-04-25 15: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꺅 >.<
1,600만원 이라고요? 와 너무 좋네요. 말만 들어도 넘나 설레이고 벅찹니다. 그러면서 뭐사지? 나라면 뭐사지? 막 이렇게 되네요~ 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04-27 10:04   좋아요 1 | URL
내 돈으로 우리집에 책을 저렇게 한꺼번에 살 수 있으면 진짜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한데 이렇게 대리만족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생기네요. ㅎㅎ 저 돈 중에서 청소년용 책 말도고 내 맘에 드는 책을 사는게 적어도 200만원 내지 300만원이 가능하니까 와 그것도 장난 아닌 돈이네요. ^^

필리아 2022-04-25 16: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으셔서 함박웃음을 머금은 선생님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헤헷 ~

바람돌이 2022-04-27 10:05   좋아요 1 | URL
일하는 틈틈히 목록 만들고 있는데 그 때마다 입에 웃음이 덩실덩실입니다. 헤헷~~~

초란공 2022-04-25 16: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왠지 부자된 기분! ㅎㅎ 좋은 서적 컬렉션 하시길요~! 흥미진진합니다!

바람돌이 2022-04-27 10:06   좋아요 2 | URL
맞아요. 부자!!
사실 올해 아니면 제게 이 일이 또 떨어지지는 않을듯하니 열심히 즐기겠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2-04-25 18: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1600만원어치의 책 구입!!!!
와.....나라면???? 와...ㅋㅋㅋㅋ
담아도 담아도 돈이 남는다굽쇼??
와...입이 다물어지지 않네요. 아라비안 나이트의 동굴속에 들어갔더니 그 황금동산같은 책무덤 동산에 바람돌이님이 허리에 손얹고 똭!!!! 서 있으신 느낌입니다ㅋㅋㅋ
예전에 잠자냥님 60만원어치 책탑 보고도 우와...입이 다물어지지 않던데...이젠 바람돌이님의 책탑은???ㅋㅋㅋ
암튼 축하드립니다^^

바람돌이 2022-04-27 10:08   좋아요 2 | URL
지금 사려고 담아둔 책이 200여권.... 앞으로도 800여권 정도는 더 담아야 되는.... ㅎㅎ
이 책탑은 오면 도서관 서가 정리가 엄청난 일이 될듯요. 주문하고 난 이후 미리 미리 서가정리를 해야 되는데 그것도 즐겁게 할 수 있을듯합니다. ^^

dollC 2022-04-25 19: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리만족이라도 할 수 있게 소식 자주 올려주세요~ 십만단위 넘는 금액은 상상도 안돼요ㅎㅎ

바람돌이 2022-04-27 10:10   좋아요 1 | URL
다음에 정리되고 나면 청소년 도서말고 제 사심으로 사는 책들 리스트를 한번 뽑아보겠습니다. ^^

mini74 2022-04-25 22: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구입목록 넘 궁금해요 ㅎㅎ도서구입에 사심이 좀 섞여도 되지 않을까요 고생하시는데 ㅎㅎㅎ

바람돌이 2022-04-27 10:13   좋아요 1 | URL
제 사심이 섞이는 것에 아무도 태클을 걸지 않습니다. 태클을 걸려면 관심이 있어야 하는데 다들 별 관심이 없죠. ㅎㅎ 이게 작업을 해보니까요. 진짜 사심 100%입니다. 청소년 도서도 다 제 기준으로 뽑게 되거든요. 교사와 학생들에게 희망도서신청을 받지만 그거 다 합쳐도 100만원이 안되니 결국 다 제 선택!!! ^^
거기다 일반용 도서는 뭐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ㅎㅎ

난티나무 2022-04-26 0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

바람돌이 2022-04-27 10:13   좋아요 1 | URL
부러움의 탄성 맞으시죠? ^^

새파랑 2022-04-26 10: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x10 구매 추천합니다~!!
윌리엄 트레버 책도 구매해주세요 ^^

저는 다음 세상에 태어난다면 사서로 일하고 싶습니다~!!

바람돌이 2022-04-27 10:15   좋아요 2 | URL
윌리엄 트레버 책은 목록에 넣었어요. 근데 도선생님 책은 지금 전집보다는 약간 선별작업을 하는 중입니다. 도선생님 책을 볼 아이들이 몇이나 되겠어요. 그래도 좀 보라고 새책으로 세계문학도서들고 막 넣고 있는 중요.

라로 2022-04-26 15: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늘 그랬죠!! 바람돌이님이 젤로 부럽다고!! ㅎㅎㅎ 축하드려요,, 넘 신나실 것 같아요. 사심 많이 들어간 중간 보고 자주 올려주세요.ㅎㅎㅎ

바람돌이 2022-04-27 10:16   좋아요 1 | URL
와우 라로님 또 대문 프사 바뀌었는데 이번에는 완전 라로님캐리커처인듯요. 아름다움요. ^^
우리 서로를 부러워하면서 오래 오래 여기서 놀아요. ^^

희선 2022-04-27 0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학교 도서관 일을 하시게 되셨군요 책과 가까이 있는 거여서 좋으시겠습니다 1600만원이라니... 학교 책이라 해도 이것저것 바람돌이 님 마음에 드는 걸로 사도 괜찮겠습니다 바람돌이 님이 좋은 책 고르시겠지요 바람돌이 님 책은 아니어도 책 사는 재미 크겠습니다 바람돌이 님 책 즐겁게 고르세요


희선

바람돌이 2022-04-27 10:19   좋아요 2 | URL
쇼핑의 즐거움은 만국 공통인듯.... 다만 사람마다 종류가 다를 뿐이고 이곳에서는 책사는데 희열을 느끼는 분들이 우글우글한곳이고 맞죠? 내 책 아니어도 남이 책사는 것만으로도 막 흥분되고 말이죠. ^^ 즐겁게 잘 고르겠습니다. ^^

감은빛 2022-05-04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 글을 뒤늦게 읽었어요.
학교 도서관 도서 구입 전권을 가지시다니!
제가 뭣도 모르는 어려서부터 서점 주인이 꿈이었다가,
도서대여점 주인이 꿈이었어요.
무조건 책이 많은 공간의 주인이면 책만 읽고 살거라고 생각했나봐요.
그리고 나중에는 아주 잠시동안 도서관 사서를 동경하기도 했습니다만,
그땐 이미 현실을 잘 알게된 후라서 사서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란 걸 알았죠.

부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것도 일이니 너무 힘드시지 않을까 하고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지금은 아직 격리중이신가요?
얼른 회복하시고 늘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바람돌이 2022-05-05 01:37   좋아요 0 | URL
저는 여전히 도서관 사서를 꿈꾸어요. 지금은 비록 올해 한해지만 그 비슷한 경험을 한달까요. ㅎㅎ 그놈의 코로나때문에 본의 아니게 일주일 쉬었습니다. 몸은 편안하였고 마음은 좀 갑갑했고 그래도 별탈없이 방금 전 자정에 격리기간이 끝났습니다. 이제 학교 돌아가면 밀린 일구덩이겠네요. ㅎㅎ 그래도 또 오늘은 어린이날 즐거운 휴일. 집에 어린이가 없어서 더 즐거운 휴일이네요. 편안한 휴일 되세요

감은빛 2022-05-05 07:16   좋아요 0 | URL
저도 이제 집에 어린이가 없다고 해야 할 것 같네요. 분명 법적으로는 여전히 어린이이지만, 본인들이 스스로 더이상 어린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 같아요. 올해는 둘 다 친구들하고 놀거라고 하네요. 몸은 편하겠지만, 마음은 웬지 서운한 어린이날이네요. ㅎㅎ

쉬다가 복귀하면 일 폭탄이 떨어지겠네요. 부디 무리하지 마시고 잘 해결해나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