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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글쓰기 - 뉴베리상 수상 작가가 들려주는 글쓰기 비법 30가지
카슨 레빈 지음, 김연수 옮김, 백지원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턴가 글쓰기라 하면 흔히들 논술을 떠올리게 된다. 그만큼 학교교육이 입시위주로 돌아가고 있다는 뜻일 거다. 그러나 우리가 쓰는 글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논술 때문에 논리력과 사고력을 중시하는 글쓰기가 유행처럼 번졌지만, 이 책 [행복한 글쓰기]는 인물을 설정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러니까, 좁아진 글쓰기의 영역을 다시 문학이라는 영역까지 확장시킨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행복한 글쓰기를 읽으면서 행복한 책읽기를 할 수 있었다. 글쓰기 기술에 대한 이야기지만,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이야기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다. 그러니까, 이 책은 딱딱한 매뉴얼이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를 쓰는 책이다. 보통 한 권의 책을 출판하는 과정을 이야기할 때 산고와 비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런 비장함은 느낄 수가 없다. 오히려 글을 쓰는 과정을 즐기도록 만든다. 글쓰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글쓰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모든 것은 시작이 어렵다. 그러나 시작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자신감을 가지게 되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그 시작을 가능케 하는 힘, 그것이 이 책 속에 있다. 저자가 예로 든 것들을 따라 이야기를 쓰다 보면 글쓰기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될 것 같다. 글쓰기 비법이라는 소제목이 붙은 글들은 저자의 노하우가 숨어있는 글들이다.
첫장부터 저자는 "지금 바로 글쓰기를 시작하세요"라는 주문을 한다. 문장을 몇 개 제시한 다음 20분 이상 글을 쓰라고 한다. 책을 펴자마자 이런 주문을 받는다면 조금 황당할 것이다. 시작이 두려운 아이들에게 시작이 어렵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한 글을 쓸 때 지켜야만 하는 규칙 중에서 마지막 규칙을 살펴보자.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혹은 보기 싫더라도 최소한 15년 동안은 글을 모두 저장해 둔다. 농담이 아니다. 그때가 되면 마음대로 해라, 버리든지 말든지. 하지만 그 순간에도 글쓰기만은 포기하면 안 된다." (p.13)
가만 생각해보면, 내가 써 놓았던 생활잡문들과 일기들, 그리고 나름대로는 詩라고 썼던 글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다. 그때의 기발한 발상들이 그냥 그렇게 사라져버렸나 싶어서 아쉬움도 생긴다. 저자는 자신이 이야기를 쓰기 위해 쓴 문장들을 그렇게 저장해두었다. 그것은, 그 이야기에는 어울리지 않았을 문장이지만, 문장 자체로는 좋은 문장도 많다. 요즘은 컴퓨터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손쉽게 저장이 가능하지만, 손으로 쓴 글은 어떻게 해야할까? 저자는 앞에 쓴 글을 수정할 때 줄을 긋지 말고 여백을 활용하거나 번호를 매겨서 다른 종이에 쓰라고 말한다. 이러한 노하우들은 아주 구체적인 것들이어서 따라하기에도 쉽다. 이렇게 저자의 방법을 따라하다보면 자신만의 방법이 만들어질 것이다.
소제목이 끝날 때마다 [글쓰기시간]이 있어서 연습이 가능하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이 책은 이야기를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지만, 한편으로는 이야기글이 아닌 글을 쓸 때도 도움이 된다. 요즘은 블로그처럼 글로써 자신을 표현해야 할 일이 많은 때에 이러한 글쓰기 방법은 많은 도움을 준다. 비록 아이들이 아니더라도, 글쓰기에 자신이 없는 어른들도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쓰기는 말하기와도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을,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쓸 수 있는 아이가 말하기도 잘 할 수 있다. 자신이 쓴 글을 수정하는 과정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듬는 방법을 깨달을 테고, 읽는 이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는 서두를 쓸 수 있다면 이야기를 할 때도 사람들이 집중해서 듣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