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걸어서 온다 - 윤제림 시집
윤제림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정신없이 하루를 살다보면, 그냥 하루가 가고 일주일이 가고 한달이 가고, 그렇게 세월이 물같이 흘러간다. 감성적 글읽기와 멀어진 지 오래, 어느새 나는 육아서적과 어린이책과 또 정보와 지식을 담은 책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모처럼 시집을 읽어본다.

 

시집을 읽는 것은, 나에게는 크나큰 도전이다. 그래서 100여권의 책을 읽어도 한권의 시집이 끼어들 틈이 없다. 그러다, 동시집을 읽으면서 실실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또다시 모험을 강행하고자 윤제림의 시집을 손에 들었다.

 

그런데, 이 시집은, 뭐랄까? 한 박자 쉬어가라고 나에게 말하는 듯하다. 어려운 시도 없다. 그저 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을 시어로 풀어내 놓았다. 나는 비평가가 아니니 그저 시에서 삶을 읽는 것으로 족하다. 시인이 풀어놓은 '죽음'도 무섭고 만나기 싫은 존재가 아니다. 먼저 간 이들에 대한 시인의 그리움과 앞으로 그곳으로 갈 우리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래서 다 읽은 시집을 또 펼쳐들고 곱씹고 곱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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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와 공룡이 주인공인 그림책이다. 어울리지 않는 두 생물의 만남은 우연으로 시작된다.

엄마 개미가 작은 알을 낳았고, 엄마공룡이 큰 알을 낳았다.

알에서 깨어난 아기개미와 아기공룡이 서로를 엄마라고 생각하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물론, 개미와 공룡의 생김새만 보아도 둘은 관계없는 사이지만,

아기개미와 아기공룡은 서로를 엄마라고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아기개미는 아기공룡에게 맛있는 열매를 먹이고,

아기공룡은 아기개미를 목욕을 시켜준다.

아기개미는 피곤한 아기공룡을 업어주고(^^)

아기공룡은 아기개미가 비를 맞지 않도록 해준다.

 

그렇게 서로를 보살펴주던 개미와 공룡이 엄마 개미와 엄마공룡이 나타나면서 안녕~하고 헤어지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아주 단순하지만, 이 책의 설명에 의하면 서로에게 책임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고 한다. 아기개미와 아기공룡이 서로 엄마의 역할을 맡으면서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꼭 그렇게 읽지 않아도 된다. 아이의 생각을 굳이 설명에 맞출 필요는 없다. 한솔이는, 아직 책임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므로 그림이 주는 느낌만을 공유하였다.

 

개미의 알과 공룡의 알을 보면서 [달걀]이라고 말하는 한솔이에게 개미알과 공룡알이라고 가르쳐주었다. 개미와 공룡이 뭔지 잘 모르는 한솔이는, 이 책을 통해 개미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집밖으로 나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개미이기에 쉽게 각인이 된듯하다. 공룡은 아무래도 그림만으로는 잘 기억되지 않는 모양이다.

 

개미와 공룡을 보면서 한솔이는 "작다"와 "크다"의 개념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많다"만 인지하고 있었는데 이제 크기의 개념을 조금은 이해하는 듯하다. 작은 개미가 큰 공룡에게 열매를 주는 장면, 큰 공룡이 비가 올 때 작은 개미가 비제 젖지 않도록 하는 장면에서는 친구를 도와주고, 친구와 함께 나누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비가 내리면 젖는다는 것을 알고 있고 우산을 써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큰 공룡 밑에서 비를 맞지 않고 있는 개미를 이해할 수 있는듯하다. 그리고 먹을 것 하나라도 엄마 입에 하나, 할머니 입에 하나 넣어주는 것도 큰 발전이다.

 

아직 한솔이는 "엄마'가 아이를 키우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른다. 그렇지만, 친구와 놀 때 자기 것만 챙겨서는 안된다는 것은 안다. 함께 나누고 함께 즐기는 것이 재미있다는 것도 안다. 그것을 다시 한번 이 그림책을 통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

 

붉은색 바탕에 검은 개미와 공룡 그림이 꽤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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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도가 살아났어요 - 자연과 나 19 자연과 나 23
이명희 글, 박재철 그림 / 마루벌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아직도 난지도를 쓰레기매립지라고 기억한다. 월드컵경기장도, 노을공원, 하늘공원도 난지도와 연결시켜 떠올리지 못한다. 내게 난지도는 쓰레기 매립장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한 탓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난지도가 그런 땅이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내가, 쓰레기 매립지가 되기 전의 난지도를 알지 못하듯이.

 

그렇기 때문에 난지도가 죽어가는 과정과 살아나는 과정을 담은 이 책은,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이 책을 함께 읽는 엄마인 나에게도 특별한 느낌의 책이 될 것이다. 이왕이면, 가까이서 살아닌 난지도를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역적으로 먼 곳에 사는 우리는 그저 책으로만 이해해야 한다는 게 조금 아쉽다. 얼마전에 읽었던 하이타니 겐지로의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양철북)이 쓰레기 매립장의 아이들을 다룬 소설이었는데 연관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또, 화려하고 색감이 뛰어난 그림은 아니지만, 난지도의 느낌을 잘 나타낸 그림을 볼 수 있다. 견학을 간 난지도에는 사람이 만든 산이 두개가 있다. 그 산은 지금은 푸른 나무로 뒤덮여 흙밑에 숨어있는 쓰레기를 떠올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 과거의 난지도를 만날 수 있다. 회색빛 그림은 난지도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내가 기억하는 난지도는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런 쓰레기산에도 어느날 씨앗 하나가 싹을 틔운다.

 

희망은 이렇게 시작된다. 죽어있는 땅에서도 악착같은 생명이 뚫고 올라온다. 환경이 오염되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 작은 씨앗 하나가 틔운 희망은 사람들의 관심과 행동이 더해져 빠른 속도로 커질 것이다. 다시 살아난 난지도에서 과거의 난지도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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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 엔젤 엔젤 메타포 5
나시키 가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메타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역시, 메타포의 소설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어쩜 이리도 나오는 소설마다 나를 흔들어놓는지.

 

엔젤 엔젤 엔젤, 이라는 제목과 검은 바탕 위의 엔젤피쉬는 많은 걸 이야기하지 않는 표지지만, 작품 전체의 느낌이 그대로 베어있는듯하다. 소설의 주인공은, 고짱과 사와짱, 손녀와 할머니이다. 그런데,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고짱과 사와짱의 이야기를 구분하지 못했다. 서체가 달리 되어있는데도. 그만큼 두 사람의 관계는 묘하리만치 닮아있다.

 

고짱은, 카페인 중독이라 할만큼 커피를 즐긴다. 하루에도 30잔씩이나 마신다는 고짱. 마음이 불안하고 집중이 잘 안되는 것이 커피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며 변화를 위해 열대어를 기르고 싶어한다. 카페인으로 인한 금단현상만이 고짱의 불안한 마음의 원인은 아닌듯하다. 인테리어잡지에서 본 열대어 수조를 보고, 열대어를 기르면 자신의 마음이 안정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살면서 주위의 기대, 시선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때로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로 마음을 다치기도 한다. 그래서 본 마음과는 달리 행동하는 일이 많다. 때로는 그러한 행동이 자신의 방어막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오히려 그것이 자신을 되려 공격하는 날카로운 뭔가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특히 현대사회는 자신의 마음을 오롯이 드러내어 놓고 살기에는 불편한 시대이다. 그래서 익명의 세계(인터넷이라는 공간)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특별히, 고짱에게 주어진 불안의 원인은 잘 알 수가 없다.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그 불안은 더욱 무서운 것이다. 고짱이 열대어를 키우고 싶다고 생각했을 즈음, 고짱의 집에는 할메(혹은 사와짱)이 온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함께 살게 된 할메와 손녀, 사와짱과 고짱의 이야기이다.

 

할메라는 표현은 참 오랜만에 들어본다. 나도 어렸을 때는 할머니를 할메라고 불렀다. 어느순간부터인가 할머니라고 부르기 시작하면서 할메와 나 사이는 멀어졌다. 심리적 거리감? 고짱은 여전히 할메를 할메라고 부른다. 그것은 그녀, 고짱이 할메, 사와짱과의 심리적 거리감이 좁다는 얘기일테고 또한 앞으로 두 사람이 어떤 교감을 이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짱의 열대어 기르기는 처음부터 삐걱거린다. 인테리어잡지에서 본 멋진 수조도 아니고, 더군다나 수조를 받쳐놓은 탁자는 또 어떤가, 마땅히 사용할 가치를 못 느끼던 작고 낡은 탁자가 수조의 받침대로 정해진 것이다. 낡은 탁자 위의 작은 수조 안에 엔젤피쉬와 네온테트라.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같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이 그렇다. 엔젤피쉬나 네온테트라처럼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헤엄치고 있는 우리 자신들도 알고 보면 엉성한 세계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엔젤이 네온테트라를 공격하여 자기 영역을 차지하고, 또 엔젤끼리도 공격하는 모습 역시 우리의 삶과 무서우리만치 닮았다.

 

고짱의 세계는 자신이 뭔가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만들어낸 세계이다. 그것은 열대어 수조와 낡은 탁자의 세계이다. 어울리지 않는 세계, 그리고 조금만 실수하면(고짱이 열조절장치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을 때 일어난 일처럼)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세계이다. 사와짱의 세계는 열대어가 있는 수조 속의 세계이다. 보기에는 예쁘기만 한 엔젤피쉬와 네온테트라가 함께 살고 있는 세계. 결국은 고짱과 사와짱의 세계는 모두다 불안한 세계이다.

 

두 사람이 밤마다 교감을 나누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두 사람의 세계가 이토록 닿아있으니 말이다. 두 사람 모두 마음의 짐을 지고 있다. 그 짐을 내려놓는 날, 고짱은 자신의 알수없는 불안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고, 사와짱은 자신의 생을 마감한다. 엔젤, 천사. 누가 천사의 삶을 살고 싶지 않을까? 사랑받고, 칭찬받고, 동경의 대상이 되고 싶은 것은 누구나의 바램이다. 그러나, 그 천사의 날개도 잘 다듬어지지 않으면 거친 독수리의 날개에 지나지 않는다. 언제라도 천사가 아니라 독수리가 될 수 있는.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다. 그렇기에 좌절하고 괴로움을 맛본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천사가 되기를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바로 자신에게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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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는, 아이의 관심도에 따라서 아주 재미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 그래서 보통 세계사의 굵직굵직한 사건 중심으로 재미있는 에페소드를 모아놓은 책들이 많다. 그러나, 세계사를 그렇게 사건중심으로만 보면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아쉬운 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럴 때 백과사전식의 책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내가 이번에 읽은 책은, 킹피셔 백과사전 중에서 세계사7(혁명과 독립의 시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이다. 시대구분으로 보자면 19세기 초반 쯤 되는 것 같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10권의 사전이 있으니 후반부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세부 목차를 보자면, [한눈에 보는 세계]를 통해 지도와 함께 각 대륙별로 시대별 특징이 담겨있다. 이는, 세계사를 전체적인 맥락으로 보는데 도움이 된다. 그 다음은, 큰 사건과 지역별 내용이 담겨 있다.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 스코틀랜드 자코바이트, 농업혁명, 초기 산업혁명, 인도이 변화, 7년 전쟁, 북아메리카, 중국과의 무역, 논리의 시대, 아프리카, 러시아의 근대화, 오세아니아 탐험, 일본과 동남 아시아, 미국의 탄생, 프랑스혁명, 나폴레옹 전쟁, 노예제 폐지, 영국의 인도 지배, 남아메리카의 반란, 영국의 사회불안, 미국인의 서부 이동, 예술, 건축, 과학과 기술로 나누어 전개된다.

 

글과 그림이 반반 정도로 되어 있어서, 보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소제목 안에 주요사건들을 박서처리하여 따로 넣어두었기때문에 이해하기도 쉽다. 17세기에 논리와 이성을 중요하게 여긴 덕택에 18세기에 새로운 사상이 발전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왜 이 시대가 혁명과 독립의 시대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알게 하기도 한다. 사실, 세계사라고는 하지만, 이 시대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의 시대라고도 할만하다. 큰 사건은 대부부느 이들 나라와 관련이 있다. 현대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의 탄생은 눈여겨 볼만하다. 또한, 이 시기의 예술과, 건축은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고도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을 한 권에 정리해 놓았으므로 깊이는 조금 덜할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짚어보는데는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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