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 - 기울지도 치우치지도 않는 인생을 만나다 내 인생의 사서四書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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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에 읽기 시작한 책. 책 제목에 나이가 들어간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책이 『서른, 잔치는 끝났다』이었다. 20대의 끝에서 만났던 그 책이 꽤나 와닿았던 탓이다. 그런데 마흔 끝자락에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을 만났다.

"곧 오십이거든"을 입에 달고 다니던 터라 이 책을 보는 순간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로 신정근 교수의 강의를 몇 번 들었기 때문에 낯설지 않은 저자명도 책을 고르는데 한몫 했다. 강의스타일처럼 이 책도 '중용'이라는 고전을 다루고 있지만, 쉽게 풀이하려고 애쓴 티가 난다. 다만, 전체적으로는 집중력을 조금 떨어뜨리는 서술(어색한 문장)이어서 아쉬운 면이 있다.

전국시대의 극단의 논리와 극혐의 언어는 '중용'을 등장하게 하는 배경이 된다. '중용'을 통해 삶의 중심을 잡고자 하였던 것이다.

저자는 쉰의 나이는 조명이 쏟아지는 특별하고 화려한 것보다 공기처럼 편안하고 일상처럼 부담없는 보통에 다시 눈이 가는 때라고 말한다. 보통이 오래가기 때문이다. 평범하다는 점에서 『중용』과 쉰의 나이는 어울린다. 2~30대에는 자신감도 넘치고 경험을 쌓느라 이것저것 도전하는 삶을 산다. 그러다가 40대가 되면 나름대로 좋은 결과를 확신하며 움직이게 되는데 50대가 되면 몸도 마음도 슬슬 문제가 생기면서 새로운 시작을 주저하게 된다.

또한 중용에서는 사람이 하는 언행은 완전히 숨길 수도 없고 언젠가 만천하에 드러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사람이 자신의 언행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고 생각하면 도를 벗어나 잘못을 할 일탈의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점을 경고한다"(p.43) 따라서 사적 공간에서도 공적 공간에서만큼이나 조심하고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중용대로 살아야하는 이유는 뭘까? 공자는 중용대로 살 수는 있지만 그것을 지속해서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중용대로 살려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도 알아야 하고, 알았다면 그대로 실천해야 한다. 또한 이를 평생에 걸쳐서 풀어야 하니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중용대로 살아야한다고 말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중용대로 살기란 추상적이고 고원한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즉 아내와 남편의 관계)에서부터 시작한다. 우리의 일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중용이 좋은 더목이라고는 하지만 무조건 덮어놓고 실천할 수는 없다. 옳고 그름을 따져가며 명확하고 분명한 형식을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 'a하지만 b하지 않는다'는 형식을 중용으로 제시한다. 즉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더라도 지나치게 의존하여 자립심을 잃지 않도록 하라고 하는 것이다. 중용대로 살려면 이러한 형식을 찾아서 자신에게 적용해야 한다.

요즘 같은 때에 나이 오십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중용대로 살기에 오십이라는 나이만큼 잘 어울리는 것도 없다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 평범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가? 베이비부머 세대로 태어나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진학을 했건만 졸업과 함께 IMF를 맞았던 동기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게다가 100세 시대라 하니 앞으로 못해도 40년, 길게는 5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 오십에 중용대로 살기가 쉬울까 싶다. 이렇게 일상에서 갸우뚱거릴 때 마음의 근육을 바탕으로 중심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꽃보다 할배처럼 70대가 되어서도 멋진 삶을 누리는 사람들을 보면 50대 중년은 좀더 격렬하게 움직여도 되지 않을까? 다가올 나의 50대를 멋지게 보내기 위해 삶의 중심을 잘 잡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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