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봄 - 개정판 레이첼 카슨 전집 5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 에코리브르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1960년대 출간된 책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더라도 충격적이다. 왜냐하면, 이 책이 발간된 그때와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들도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연이 주는 선물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은 것을 착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연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혼란하게 만들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는 바로 인간이라는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을 집필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정부 소속 비행기가 모기를 방제하기 위해 숲속에 DDT를 살포했는데 친구가 기르던 새들이 죽었고, 당국에 항의를 했지만 DDT가 무해하다며 항의를 묵살한 일에 대한 편지를 받고 나서이다. 책에는 정부 당국의 무관심과 살충제 살포를 묵인 또는 허가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화학 물질을 이용한 살충제의 유해성을 고발하는 글을 써서 발표하자 당연히 이익단체들이 반발하였다. 인간의 편익을 위해 사용한 화학 물질들이 오히려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침묵의 봄》은 아름다운 작은 마을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이 돌고 생명을 잃어가다가 봄의 소리, 새들의 소리가 사라진 어느 봄을 이야기한다. 해충을 없애기 위해 사용한 살충제가 먹이사슬을 거쳐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게 되면,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레이첼 카슨은 해충을 없애지 말자고 주장하거나 살충제를 전면적으로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살충제를 비롯한 화학물질을 남용하였을 때 자연과 생태계가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설명한다. 구체적으로는 DDT를 예로 들고 있다. DDT는 우리나라에서도 낯설지 않은 살충제이다. 1950년대 한국전쟁과 그 이후 이를 박멸하기 위해 몸에 뿌렸다던 그 살충제이다. DDT는 아주 적은 양이 축적되었다고 해도 체내에 저장된 지방이 생물학적 증폭기 구실을 하기 때문에, 100배나 많은 양이 체내에 축적된다고 한다. 이러한 독성물질은 엄마의 몸에서 자식 세대로 전달되기도 한다. 염화탄화수소 성분은 태반을 자유롭게 통과하므로 화학 물질에 접촉한 적이 없는 신생아에서도 발견된다.

살충제를 비롯한 화학 물질을 남용함으로써 토양과 수질, 공기의 오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자연 파괴가 일어난다. 1949년 캘리포니아 클리어 호수에 서식하는 각다귀를 없애기 위해 DDD를 살포했을 때, 농병아리 100여 마리가 죽었다. 농병아리의 지방조직을 분석하자 엄청난 DDD가 검출되었는데, 호수에 살고 있는 작은 유기체들에 함유된 화학물질이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는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화학 물질은 토양이나 물속에서 다양한 변형을 통해 독성이 지속된다.

자연 생태계는 수십만 년, 수백만 년에 걸쳐 형성된다. 어떤 곳에 어떤 생물이 존재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런데 인간의 관점에서 보기 싫다는 이유로, 필요 없다는 이유로 제거하다보면 당연히 자연 생태계가 파괴된다. 지금 당장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지만, 과도한 화학 물질의 사용은 언젠가는 우리 인간에게로 되돌아온다. 레이첼 카슨은 살충제나 화학 물질을 사용하기보다 천적을 이용하거나 자연스럽게 개체 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을 사용하기를 권한다. 인간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생명체를 없애야 한다면 최대한 생태계를 교란하거나 파괴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몸 속에도 생태계가 존재한다. 염화탄화수소계와 유기인산계 화학물질은 신경계에 직접 손상을 가하기도 한다. DDT는 주로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친다. 해충을 없애겠다고 신경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화학 물질을 계속 사용하다가는 인간이 여러 가지 정신병에 시달릴 수 있으며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경고한다.

미세한 효소들의 집단인 미토콘드리아는 산화 과정에 필요한 각종 효소가 세포벽과 세포막에 배열되어 있는데, 에너지의 대부분을 만들어낸다. 산화 과정의 단계에서 만들어지는 에너지를 ATP(아데노신삼인산)라고 하는데, 근육세포에 기계 에너지를, 신경세포에는 전자 에너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정자세포와 난자들,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세포에도 ATP가 공급된다. 유리 상태의 ADP와 인산기가 결합해서 새로운 ATP를 만들게 되는 과정을 공여 인산화라 하는데, 공여 반응이 일어나지 않으면 에너지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정자세포는 운동성이 감소하고, 난자는 분열과 합성을 할 수 없다. 살충제에 들어 있는 화학 물질이 산화를 방해하는 것이다. 인류 전체를 생각할 때 유전 형질을 전달하지 못하는 심각한 위협이 되는 것이다.

화학 물질의 남용은 발암물질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나는 얼마 전 암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았는데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발암물질이 존재하는가를 알고 놀랐었다. 화학적 발암 물질을 모두 없앨 수는 없지만, 음식과 식수와 대기를 오염시키는 발암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암 치료법 개발도 계속 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암의 예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화 과정에서 더 많은 발암 물질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반성해야 한다.

레이첼 카슨은 정말 효과가 있는 곤충 방제는 인간이 아닌 자연에 의해 이루어지며, 환경 저항이 약해지면 종족을 재생산하려는 폭발적인 힘이 발휘된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살충제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해충들이 많아져, 더 강력한 화학 방제는 성공하지 못한다. 내성이란 수많은 세대를 거치고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얻어지는 것인데, 인간은 100년 동안 세대가 평균 세 번 바뀌지만, 곤충은 며칠 또는 몇 주 단위로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병을 옮기거나 해를 끼치는 곤충을 방제하기 위해서는 좀 더 창의적인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환경에 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요즘, 화학 물질 사용은 얼마나 줄어들었을까? 핵 물질과 방사능에 대한 공포만큼이나 화학 물질도 위험하다는 것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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