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 상태로 있던 게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생각보다 아팠고 픽 픽 쓰러지기까지 해서 정말, 건강관리를 해야겠구나 싶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게 벌써 한 달이 지난 줄은 몰랐다.


어째, 올해는 가족들만큼 그리고 친구들보다 훨씬 많이 본 사람이 의사선생님이고 많이 간 곳이 병원이라 참 씁쓸하다.

사실 지금쯤이면 친구들과 함께 호캉스를 즐기며 생일을 보내야 하는 게 맞는데 며칠 전에 쓰러지는 바람에 결국 가질 못했다.

작년 생일은 힘든 사건들로 인해 없이 보냈던지라 올해 생일만큼은 재미있게 보내고 싶었던지라 아쉬웠다.

내년에는 생일파티 할 수 있겠지?


한 달을 거슬러 생각해보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책을 한 달에 열 권도 못 읽은 유례없는 달이었고

노트북, 휴대폰도 (강제적으로) 멀리하게 되면서 SNS는 방치된 달이었다.

가끔씩 피아노 치고, 가야금 뜯고 그리고 꽃 만진 게 전부였다.


그래도 어제, 오늘 축하를 과분할 만큼 많이 받아 너무나도 행복했고

여느 때처럼 앞으로도 내 사람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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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생각 - 이 세상 가장 솔직한 의사 이야기
양성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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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의사도 사람인데, 가끔씩은 그들의 심리도 궁금했다.

환자를 마주하기 전, 마주했을 때, 마주하고 나서 무슨 생각을 할까?


저자, 양성관은 사람들이 '대머리 선생님'으로 기억하는 의사로 브런치 조회수 100만의 작가이기도 하다.

배가 아파서 온 고3 학생에게 '인생에 찾아오는 다섯 번의 기회'에 대해 강연을 하고, 감기로 온 운동부 고등학생에게 운동선수의 인생을 말아먹는 '도핑'과 '승부 조작'의 위험성에 대해서 특별 강의를 늘어놓는 꼰대 겸 멘토이기도 하다.

꿈이 있다면 의사가 아니라 작가로 돈을 벌어서 하루에 환자 열다섯 명을, 한 명당 30분씩 보는 것이라고 한다.



의사로서 환자와의 만남이 꼭 셜록 홈스와 왓슨의 만남과 같다는 저자는 환자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셜록 홈스가 된다고 한다.

직업상 사람을 마주하는 직업이기에, 의사로서 다양한 환자들을 만난다고 한다.

실제 응급실에 몇 번 가게 되면서 경험했던 일을 살짝 풀어보자면, 옆 침상에 한 아이가 실려왔었다.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울부짖어서 다음 날 병원가기에는 늦을 것 같아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데려왔다고 의사에게 간단히 설명했다.

그렇게 검사를 받고나서 의사가 갑자기 심각한 얼굴을 하더니 아이 엄마를 불렀다.

그리곤 빠르게 수술을 해야 하며 심지어 목숨까지도 위험해진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옆 침상에서 듣는 나도 순간 긴장이 바짝 될 정도였는데 아이 엄마는 하염없이 울었었다.

무슨 병인지는 못 들었었는데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 보니 장기 파열 혹은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아이는 아파서 잠들어 있고 아이 아빠한테 꺽꺽대며 울면서 전화하는 아이 엄마를 보니 참 안쓰러웠다.

결국 의사가 아이엄마의 휴대폰을 건네받아 대신 설명하는 것까지 봤었다.

또 하나의 일이 있었는데 실제 응급실에서 주취자를 본 건 처음이었다.

남자 한 분이 넘어졌는지 얼굴과 팔에서 피가 흘렀는데 술 냄새가 심했었다. 따라온 남자도 마찬가지로.

아마 둘이서 술 먹고 가는 길에 넘어진 것 같았는데, 의사가 이마가 꽤 많이 찢어져 꿰매야 한다고 말하자 갑자기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의사와 간호사들을 위협하는 탓에 두 명의 보안요원이 왔고 이 때부터는 간호사가 커튼을 쳐서 보지는 못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보안요원이 제압하고선 이후 보호자가 온 뒤에야 치료를 받고 집으로 귀가했다.

참,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있듯이 의사 또한 굉장히 다양한 타입의 사람들을 마주했을 것이고 앞으로도 마주할 것이다.

그럴 때면 문득 궁금했다.

의사도 사람인데 환자를 마주하기 전, 마주했을 때, 마주하고 나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視, 보다


환자를 마주하기 전 처음 보는 것은 바로 '차트'이다.

이 때, 의사들은 차트를 보며 진료 볼 환자에 대해 파악하는데 기록이 없는 하얀 차트는 저자의 미간을 살짝 찡긋거리게 만든다고 한다.

즉, 긴장한다는 뜻이다.

사실 많은 환자를 마주하다 보면 비슷한 환자들이 많아 경력이 쌓이면 긴장은 없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은가 보다.

그렇게 환자를 마주하면 환자가 꺼내는 '첫마디'가 그들의 첫인상을 결정짓는다고 한다.

꼬치꼬치 증상을 나열하는 환자부터 있는가하면 먼저 결론부터 내리고 병명을 물어보는 환자까지, 매우 다양하다고 한다.

그 외 환자를 마주했던 눈으로, 코로 그리고 같이 온 보호자를 보는 의사의 심리가 펼쳐지는데, 역시 의사도 사람이구나를 다시금 느꼈다.



聽, 듣다


"Everybody lies"

불면증을 원인으로 자연스레 병원에 들러 졸피뎀만 처방받는 환자들도 많다고 한다.

그럴 때면, 저자는 불면증의 원인을 다양하게 보고선 우울한 일이 있었는지 등 잠 못 드는 원인에 대해 물어본다고 한다.

대학교 때까지는 당연히 학업과 아르바이트 때문에 잠을 줄일 수밖에 없었는데 꼭 그게 아니더라도 잠을 자지 못했었다.

수면제 같은 경우는 그 종류가 다양한데 특히 졸피뎀 같은 경우는 한 번 복용하게 되면 어느 순간 없어서는 안 될 약이 되어버린다.

사실 부작용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전, 이미 그 위험성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몸도 아파 잠을 못 자니 단기간만 처방받은 적도 있었다.

그 때는 불가피하게 단기간만 복용했는데 정말 먹고나면 신기하게도 곧장 잠이 든다.

(낫기 위해 병원은 다니지만 약 먹는 것도 싫고 주사맞는 것도 싫다.)

이후, 먹기 싫은 것도 이유지만 졸피뎀이 안 좋은 것을 알기에 스스로 안 먹으려 했고 다른 약으로 처방받았지만 이래서 밤낮 바뀌어 일하시는 분들이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분들이 더 의지하는구나 싶었다.

환자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선 실제 거짓말을 걸러내기도 한다고 한다.

아파서 온 환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예외적으로 약만 받으려고 아픈 척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의사가 어떻게 보면 귀 기울이는, 듣는 직업이기에 이 또한 잘 걸러내는 능력이 길러지겠구나 싶었다.



打 ,두드리다


대개 병원을 가면 당연한 절차처럼 '검사'를 권한다.

아무말 없이 잘 따르는 환자들이 있는가하면, 그 검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환자들도 있다.

나같은 경우는, 당연히 필요한 검사만 진행할 것을 알기에 전자에 속하는 편이다. (다만, 채혈은 언제 해도 무섭다.)

아무튼 그에 대한 의사의 생각이 항상 궁금했는데 의사가 검사를 권하는 이유에 대한 고찰이 자세히 적혀있어 꽤 흥미로웠다.



觸, 만지다


의사로서 겪었던 경험담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부분이었다.

특히, (저자의 어머니로서의 마음도 이해가 갔지만) 저자의 어머니 이야기를 들을 때는 참 마음이 그랬다.



(결코 자랑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에 비해 병원을 자주 가는 편이다.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여기저기 고장이 났고 주에 한 번씩은 다니고 있는 것이 병원이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외출을 자제한 탓도 있지만 가족들 다음으로 많이 마주하는 사람이 의사선생님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병원 외에 대학병원에도 다니기 때문에 다양한 의사선생님들을 마주하고 있지만 의사선생님들 중에서도 환자를 다루는 타입이 매우 다양하다.

어렸을 때부터 다니던 병원의 선생님은 나를 아직도 어린 아이로 생각하신다. 오래 봐왔기에 어디가 아픈지 잘 헤아려 주시는 편인데, 혹여나 내가 하나씩 빠뜨리고 말이라도 안 할까싶어 꼬치꼬치 캐물으신다.

꽤 오래 봐온 대학병원 교수님도 평소 생활에 대해 묻는 등 불편한 곳이 있는지, 아픈 곳이 있는지 먼저 물어봐주신다.

다니는 병원 선생님들마다 딸처럼, 손녀처럼 안쓰러워하고 걱정해주시는 게 그대로 느껴져 병원가는 게 꺼려지지는 않는다.

책을 읽으며 의사들의 관점과 생각에 대해 엿볼 수 있었는데, 저자 또한 환자에 대해 진심어린 생각을 해주시는 의사선생님이구나를 느꼈다.

이번 법안으로 인해 의대생들의 국시거부 사태로 의사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특히, 신뢰도 면에서 많이 떨어져 심지어 의사들이 환자의 입장에서 치료하지 않는다는, 그저 돈으로만 본다는 이야기까지 나와 참 씁쓸했다.

물론, 소수는 돈으로만 보기도 하겠지만 저자와 같이 환자들의 입장에서 진료하려는, 치료하려는 의사들도 많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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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간에 들려주지 않는 돈 이야기 - 성인이 되기 전 꼭 알아야 할 일상의 경제 내 멋대로 읽고 십대 5
윤석천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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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외국인들에게 대한민국이란 제시어를 주곤 연상되는 것을 떠올리라고 하면 그 중 하나를 '삼성'이라고 말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삼성을 이끌었던 이건희 회장이 지난 25일에 사망하였다.

이건희 회장이 사망함으로써 그의 자녀들의 앞으로의 행보부터 주식 그리고 상속세까지 며칠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특히,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이재용이 상속세를 내야 하는데 그 단위가 '조'에 이르면서 다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듯 상속세, 증여세와 같은 돈과 관련된 경제 용어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기본 상식에 속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책이지만, 혹여나 본인이 경제와 관련된 기본 상식이 부족하다 싶으면 이런 책 한 권쯤은 읽으면 굉장히 유용할 듯하다.





spend money


'쓰다'란 말에는 경제가 녹아 있습니다. 우리 모두 쓰지 않고는 생존이 불가능합니다. 당연히, 쓰지 않는 세상에 경제는 존재하지 않겠지요. 무언가를 쓴다는 가정하에 경제는 성립합니다.


경제를 의미하는 Economy는 그리스어 oikonomia, 즉, 집안일을 하는 집사에서 파생되었다.

이는 주어진 자원, 자산을 잘 관리한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고 우리 나라에서는 '씀씀이'와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겠다.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하고 있지만 그 외에 자신의 욕망 혹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소비하고 있다.

여기서 넓게 보자면, 경제학이란 인간의 욕망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1부에서는 경제의 기본 개념을 짚어주고 사치의 기준, 사람들의 소비 욕구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make money


경제 행위의 기본은 가능한 적은 힘을 들여 큰 이익을 얻는 것입니다. 물건을 살 때는 최대한 적은 돈으로 큰 만족감을 얻으려 하고, 상품을 만들 때는 가능하면 적은 돈으로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만들길 바라죠. 돈을 벌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능하면 힘은 적게 들이면서 돈은 많이 받길 원합니다.


누구나 그렇다. 최소한의 노력과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을 바라는 것.

생산해야 소득이 발생하기에 경제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뭔가를 생산해야 한다.

한 연예인이 지금도 부모님께 용돈을 받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었는데,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용돈 또한 소득일까?

그렇다. 용돈 역시 소득이다. 15세 미만은 근로 행위를 할 수 없기에 무상으로 주는 돈이라도 소득에 해당된다.

경제나 생산 활동에 종사하지 않는 이들, 만 65세 이상의 소득 하위 40% 노인들에게는 기초연금을,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생활비를 주고 있는데 이는 생산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얻는 돈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이전소득이라 한다.)

넓게 말하자면, 소득이란 어떤 형태로든 얻은 돈을 의미하기도 한다.



borrow money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신용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신용을 잃는 순간 사회생활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개인에게 있어서 '신용'이 매우 중요하듯, 경제 관념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 그렇겠지만 대학 등록금은 부모님께 손 벌리기 싫었고 자연스레 학자금 대출을 이용했다.

그리고 4년 내내 대부분의 등록금은 장학금으로 해결했다.

알바를 하면서도 나는 신용카드를 만들지 않았고 체크카드를 이용했다.

지금은 통장 하나 개설하려면 나름 엄격해졌지만 엄격한 기준에 들어서기 전에 모든 은행에 통장을 개설해 분산저축을 택했었다.

안정적인 수입이 나오는 직장인이 아니라면 신용카드는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

무턱대고 만들어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과소비를 했다가 현금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고, 카드론을 이용하게 되고 이를 또 리볼빙까지 하게 되면 갈수록 나락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신용이 하락하면 제자리로 돌려놓는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pay money


세금을 걷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소득재분배'입니다.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세금을 걷고 그것을 복지 정책에 사용함으로써 생활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지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대한민국의 세금 정책은 굉장히 손 봐야할 곳이 많다.

눈에 들어오는 흠이 굉장히 많으나 이를 고치지 않으려는 것은 참,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미국같은 경우는 권력층이 부자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세금을 더 내려는 인식이 자리잡혀 있다고 한다.

반면에, 대한민국은 어떻게든 세금은 덜 내기 위해 애를 쓴다.

특히, 국회의원이나 고위층들이 그 대상인데 '부자 감세'를 이끌려고 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부분 고등학교에서도 금융 관련된 교육은 '경제' 과목을 통해 배울 뿐 깊게 배우진 않는다.

나같은 경우도 대학교에 들어와서 금융, 세법 관련된 경제 수업을 들으면서 개념에 대한 깊이가 깊어진 케이스니깐.

이럴 땐, 역시 책을 통해 미리 미리 알고 짚어가는 것이 최고이다.

기본적인 경제 개념에 대한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어 읽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고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어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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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스테이크라니
고요한 지음 / &(앤드)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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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범상치 않은 제목에 고개가 절로 갸우뚱거리면서도 책 속으로 빠져들면 순간 저자가 외국인이었었나 싶을 정도이다.

그만큼 신기하고 기이한 제목만큼 내용 또한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잘 미끄러지는 듯하다.

여덟 개의 단편소설이 담겨있는 『사랑이 스테이크라니』, (제목과 맞춰) 여덟 개의 단편 중 하나인 「사랑이 스테이크라니」에 대해 간략하게 풀어볼까 한다.



처음은, 아이였다.

오로지 원한 건 아이뿐이었다.

그러나 마지막은, 아이가 아닌 남자였다.



"…… 스테이크 좋아하세요?"

"스테이크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내는 반대했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르고 싶은 마음에 남편은 '제임스'란 남자를 직접 만나게 된다.

스펙에 따라 정자는 A급에서 C급으로 나뉘는데, 제임스는 자신이 A급이라 자부했다. 여태껏 이 일을 여섯 번이나 했는데 다 성공했다며 세 번 안에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거란 말과 덧붙이며.

남편은 아내의 배란일에 맞춰 집으로 방문하라는 내용을 포함한 계약서를 작성하여 이후 한 장씩 나눠 갖게 된다.

아이 하나 낳겠다고 생판 모르는 남자와 잠자리를 하라니, 그것도 세번이나.

이해할 수 없었고 납득할 수 없었지만 결국 일요일 밤 제임스는 방문 판매원 행세를 하며 집으로 들어왔다.

골목을 삼십 분 넘게 서성이다 집에 들어가니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제임스와 마주쳤고 그는 아무 말 없이 고개숙여 인사하고 나갔다.

그가 탄 외제차가 아파트 너머로 사라지니 남편은 오백만 원을 입금했다.

첫 번째 관계, 임신이 되질 않았다.

두 번째 관계, 임신이 되질 않았다.

그리고 세 번째 관계, 임신이 되질 않았다.

임신이 안 되면 어떻게 하냐며 초조해했던 아내는 세 번째 관계에 이르렀을 때는 그 초조함이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후두둑 비가 오던 어느 날, 네 번째 관계를 맺는 날이었다. 오르가즘이 임신이 더 잘 된다는 말에 십분을 더 있으라했다.

건넌방에서 깜빡 잠이 든 남편이 눈을 떠보니 어느새 자정을 가리켰다. 곧장 안방으로 갔는데, 갔는데. 개구리처럼 널부러진 제임스가 아내의 배 위에서 자고 있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었다.

남편은 이에 격분하며 제임스를 내쫓다시피 했다.

두 달 후, 고양이가 죽은 날 아내는 임신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순조로울 것만 같았다.

임신으로 인해 좀처럼 먹질 못하던 아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스테이크가 먹고 싶어."

"스테이크? 당신은 스테이크 좋아하지 않잖아?"

그랬다. 제임스가 핏물이 뚝뚝 떨어진 스테이크를 좋아했으니까. 뱃 속의 아이는 제임스의 아이니까.

남편은 쉽사리 변할 수 없는 식성을 고치기 위해 접시에 고인 핏물까지 긁어 먹으며 스테이크를 덩달아 맛나게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아내와 함께 레스토랑에 갔다. 그 레스토랑은 제임스와 처음 만난 장소였다.

그리고 나타나선 안 될, 반갑지 않은 한 사람이 그들에게 다가왔으니 바로 제임스였다.

레스토랑을 방문하고서부턴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아내에게 아이를 지우자는 무책임한 말도 내뱉었다. 결국 아내는 작은 방에서, 남편은 안방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매일 밤, 오랫동안 아내와 통화하는 이가 궁금해도 알아내지 못할 정도로 그들의 사이는 점점 멀어져만 갔다.

그리고 출산일이 임박한 어느 때였다.

아내가 신음소리를 내며 힘겨워하는 동시에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바로 제임스였다.


처음은, 아이였다.

오로지 원한 건 아이뿐이었다.

그러나 마지막은, 아이가 아닌 남자였다.

지금 아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그'와 '뱃속에 품고 있는 그의 아이'였다.


책을 읽고 나니, 대상 및 내용의 차이는 분명 있지만 여러 영화와 미드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솔직히 한국영화가 이 소재로 쓰인 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드를 보면 대리모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꽤 많다.

대리모와 남편이 사랑에 빠진 이야기부터 부부의 아이를 품고 있는 대리모가 사고로 인해 의식불명 상태에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산모를 구하게 되면 아이를 잃을 수 있는 위험도가 있어 대리모나 아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부부의 이야기까지.

욕심은 언제나 화를 불러 일으키며 비뚤어진, 커진 욕망은 결국 비극적인 결말로까지 이어진다. 이는 예상된 수순이다.

(소설이라 다행이긴 하지만) 아무리 아이를 원한다고 한들, 낯선 남자를 돈 주고 사서 아내와의 잠자리를 갖게 하는 남자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살면서 명심해야 한다. 비뚤어진 간절함은 결국 집착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스킨십, 몸을 겹치고 겹치면서도 아내는 싫은 기색이 여전했고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어떡하냐는 초조함에 발을 동동거렸지만 관계를 맺으면 맺을수록 불안함은 사라지고 점점 '그'를 받아들이게 된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지듯, 몸으로 관계를 맺고 맺음으로써 그들은 결국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후자는 잘 모르겠지만 전자는 맞다고 할 수 있겠다.

서로 좋아했지만 점점 거리가 멀어지면서 만나는 횟수도, 전화하는 횟수도 줄어들다 희미해지니 자연스레 '헤어짐'을 택하게 되었다.

이후, 우연히 길에서 만났지만 다시 만남 대신 미소와 안녕을 택했다.

짧지만 묘하게 빠져드는 여덟 개의 단편을 읽으며 스토리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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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10월 3주 베스트리뷰, 『삶의 어느 순간은 영화 같아서』


7월달에도 3주차 때 베스트리뷰에 올랐었는데 이번 10월에도 신기하게(?) 3주차에 베스트리뷰에 선정되었다.

며칠 전에도 이틀 간 네이버 책문화 메인에 떴었던, 『삶의 어느 순간은 영화 같아서』이 그 주인공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요즘 서평이 많이 부족한 감이 없지않아 있는데 참 신기방기하다.

요새 임시저장글에 푹 묵혀둔 리뷰도 하나씩 꺼내고 있는데 하루에 하나씩은 무리여도 일주일에 하나쯤은 올려야겠다.




 

『삶의 어느 순간은 영화 같아서』 ▶ https://blog.naver.com/shn2213/222112754518



『하나, 책과 마주하다』


마음 기댈 곳이 필요할 때마다 ‘영화’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주저앉을 때마다 저자를 다시 일어나게 해준 27편의 인생 영화의 이야기가 책 한 권에 가득 담겨 있다.

책 속에 나온 영화들을 보니 예전에 보았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나기 시작했다.

책을 볼 때건, 영화를 볼 때건 드는 생각이 있다. 책이 내게, 영화가 내게 말을 건다는 것이다.



냉침 밀크티 같은 사람 【인사이드 아웃】


"슬픔아, 또 기억을 건드렸니?"


노트북 바로 앞 조그마한 수납함에는 USB와 외장하드들이 보관되어 있는데 그 중 한 외장하드에는 영화가 가득 들어있다. (아! 성격상, 불법다운로드는 절대 하지 않는다.)

평소, 집에서 볼 때는 자막 없이 보는지라 극장에서 보았다 하더라도 소장할 만한 영화들은 결제하여 다운받은 뒤 이후에 영어공부 겸용으로 보고 또 본다.

(앞서 짤막하게 올렸던 「인턴」,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도 소장중인 영화들 중 하나이다.)

어렸을 때부터 디즈니 마니아인 나는 디즈니와 픽사에서 나온 영화들은 전부 다 보았을 정도인데 물론 디즈니와 픽사에서 나온 애니메이션들도 전부 외장하드 안에 보유중에 있다.

책에서 「인사이드 아웃」의 내용이 나오기에 이후 마지막 책장을 덮은 뒤 오랜만에 「인사이드 아웃」을 열어보았다.

 

내용에 들어가기 앞서 냉침 밀크티 레시피가 눈을 사로잡는다.

블랜딩 홍차 30그램, 비정제 갈색 설탕 설탕 50그램 그리고 우유 1000밀리리터.

가지고 있는 홍차는 다 먹고 남은 것이 니나스 홍차뿐이라 니나스 홍차를 진하게 우려 시원한 우유를 붓고 밀크티를 만들었다.

책에서는 아마 그램수까지 정확하게 표기되어 있으니 딱 맛있게 마실 수 있는 레시피인 것 같다.

나는 딱히 그런 것은 없고 홍차를 우린 농도에 따라 우유를 따르기 때문에 내 입맛에 맞춰 마시는 편이다.

한 번씩, 직구할 때면 이번에는 밀크티잼을 만들어야지 하다가도 매번 다 마시고는 남질 않아 이번에 홍차 살 때면 꼭 밀크티잼을 만들어보리라.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 또한 냉침 밀크티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고온에서 오랫동안 푹 끓이지 않아도 낮은 온도에서도 천천히 우러날 수 있는, 적은 말수와 차분한 어조로도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냉침 밀크티라는 수식어는 아니더라도 예전부터 그런 사람이고 싶었다.

조용하지만 차분한, 적은 말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감과 신뢰감을 줌으로서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이다.


「인사이드 아웃」에서는 기쁨이, 슬픔이, 소심이, 까칠이, 버럭이가 등장한다.

이름 그대로 캐릭터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아마 영화에서 슬픔이가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가 아니었었나 싶다.

나 또한 영화를 보고선 슬픔이가 가장 좋았으니깐.


슬픔이는 언제나 말썽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슬픔이가 핵심 기억을 건드리면서부터 주인공 라일리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진다.

"슬픔아, 또 기억을 건드렸니? 그러지 말랬잖아."

"슬픔이 덕에 이제 아빠와의 추억이 슬프게 기억되겠군!"

"미안해. 내가 왜 이러지? 어디 잘못됐나 봐."

라일리, 즉, 우리 자신을 위해 슬픈 감정은 없어야 하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행복한 기억 앞에는 언제나 슬픈 기억이 존재한다!

슬픔은 공감의 감정이기에, 기쁨과 행복 이외에도 슬픔도 누군가와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이다.

슬픔에 머물러 있다고 할지라도 이는 행복한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에 있는 것이니 받아들이는 것 또한 본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삶의 한가운데에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25번 사진은 내 최고의 작품이야. 삶의 정수가 담겨 있지."


라이프 잡지사에서 16년째 몸 담그고 있는 월터가 영화의 주인공이다.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그는 상상 속에 빠져 살고 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부양해야 할 가족들이 있어 '일'만 할 수밖에 없었던 월터는 남들과 추억을 공유할 만한 경험담이 없다.

그런 그에게도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가 있다면 바로 생각하는 것, 즉, 망상에 빠지는 것이다.

때로는 현실을 놓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상상이 매우 깊어 보는 입장에서 아찔하기도 하다.

어느 날, 그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라이프지가 다른 회사에게 팔리게 되면서 인터넷 잡지사로 축소되면서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이었다. 회사에만 국한되어 있던 삶을 살던 월터였는데 말이다.


"숀, 필름에서 사진 한 장이 빠졌는데 회사에서 내 입장이 난처해졌어요. 당신이 보낸 통에 없거든요."

"25번? 자네 지갑에 들었어. 지갑 안쪽 주머니에 사진을 넣어뒀지. 안을 보라고 쪽지에 썼잖아. 사진 보면 깜짝 놀랄 거야."

"무슨 사진이었어요?"


원판 관리실에서 일했던 월터는 사진작가 숀 오코넬에게 지갑과 필름 원본을 선물로 받게 된다.

그리고 숀은 월터에게 부탁한다.

but number 25 is my best ever, the quintessence of life, I think. I trust you'll get it where it needs to go, you always do.

그런데, 정작 25번째 사진이 없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당연, 작가에게 물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돌아다녀 본 적 없는 월터는 (마지막호 표지 사진을 찾기 위해) 직접 사진작가 숀 오코넬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이제는 상상이 아닌 '현실'인 것이다.

그린란드로, 아이슬란드로. 이후 다시 돌아온 뒤 아프가니스탄으로.

길고 긴 여정을 보내게 된다.


문득 영화 결말을 보기에 앞서 예상은 하고 있었다.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은 것을 보곤 나도 충분히 상상했던 결말이니 아마 당신이 상상하고 있는 그 결말이 영화의 결말일지도 모른다.

엄청난 울림 내지 감동은, 솔직히, 없는 것 같다.

그저 초반에 현실적인 우리네 모습과 닮아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 자꾸 보게 되는데, 나의 인생영화에서는 아쉽게도 순위권 밖에 밀려난 영화이긴 하지만 그저 한번쯤은 추천해보고 싶었다.

영화를 인상깊게 본 이들은 어쩌면 우리의 모습이 보여서 더 공감했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거창한 꿈 한 두가지는 품고 살지만 현실에 치이다보면 어느새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아무것도 해본 적 없는 남자가 기상천외한 상황을 맞닥뜨리며 이것저것 해보게 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에서 어느새 영화 속 인물에게 대리만족을 느낄 수도 있겠다.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월터의 여정의 목적은 사진작가 숀 오코넬을 찾기 위함이었지만 어느새 그 목적은 월터 자신을 찾는 여정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결국은 월터 자신을 찾는 것이 여정의 목적이었다고 하였는데 여정 이후 그의 달라진 모습은 옷에서도 매우 잘 드러나고 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이전과는 달리 이후의 복장을 보면 그의 성격이 루즈해졌음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상상한다고만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월터 또한 마찬가지였다. 상상은 그저 상상일 뿐. 그러나 그가 행동으로 옮기고 나서야 상상이 현실이 되었다.

영화 속 인물이니 그런 기상천외한 상황들 자체가 현실적으로 납득되진 않을 순 있지만 어찌되었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과 지금 이 순간에 즐기며, 최선을 다하며 살자는 영화 속 메시지를 전달받았다면 제대로 이해한 것이다.


To see the world, things dangerous to come to, to see behind walls, draw closer, to find each other and to feel.

That is THE PURPOSE OF LIFE.


마지막 책장을 끝으로, 책을 덮고나면 문득 영화가 보고싶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홍차든, 녹차든, 커피이든 상관없다.

찬장을 열어 가장 마음에 드는 머그잔 혹은 커피잔을 꺼내 마실 것을 쪼르륵 따라서, (다 볼 필요는 없으니) 조용히 영화 한 편 틀어놓고 혼자만의 시간을 단 5분, 10분이라도 꼭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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