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생각 - 이 세상 가장 솔직한 의사 이야기
양성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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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의사도 사람인데, 가끔씩은 그들의 심리도 궁금했다.

환자를 마주하기 전, 마주했을 때, 마주하고 나서 무슨 생각을 할까?


저자, 양성관은 사람들이 '대머리 선생님'으로 기억하는 의사로 브런치 조회수 100만의 작가이기도 하다.

배가 아파서 온 고3 학생에게 '인생에 찾아오는 다섯 번의 기회'에 대해 강연을 하고, 감기로 온 운동부 고등학생에게 운동선수의 인생을 말아먹는 '도핑'과 '승부 조작'의 위험성에 대해서 특별 강의를 늘어놓는 꼰대 겸 멘토이기도 하다.

꿈이 있다면 의사가 아니라 작가로 돈을 벌어서 하루에 환자 열다섯 명을, 한 명당 30분씩 보는 것이라고 한다.



의사로서 환자와의 만남이 꼭 셜록 홈스와 왓슨의 만남과 같다는 저자는 환자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셜록 홈스가 된다고 한다.

직업상 사람을 마주하는 직업이기에, 의사로서 다양한 환자들을 만난다고 한다.

실제 응급실에 몇 번 가게 되면서 경험했던 일을 살짝 풀어보자면, 옆 침상에 한 아이가 실려왔었다.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울부짖어서 다음 날 병원가기에는 늦을 것 같아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데려왔다고 의사에게 간단히 설명했다.

그렇게 검사를 받고나서 의사가 갑자기 심각한 얼굴을 하더니 아이 엄마를 불렀다.

그리곤 빠르게 수술을 해야 하며 심지어 목숨까지도 위험해진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옆 침상에서 듣는 나도 순간 긴장이 바짝 될 정도였는데 아이 엄마는 하염없이 울었었다.

무슨 병인지는 못 들었었는데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 보니 장기 파열 혹은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아이는 아파서 잠들어 있고 아이 아빠한테 꺽꺽대며 울면서 전화하는 아이 엄마를 보니 참 안쓰러웠다.

결국 의사가 아이엄마의 휴대폰을 건네받아 대신 설명하는 것까지 봤었다.

또 하나의 일이 있었는데 실제 응급실에서 주취자를 본 건 처음이었다.

남자 한 분이 넘어졌는지 얼굴과 팔에서 피가 흘렀는데 술 냄새가 심했었다. 따라온 남자도 마찬가지로.

아마 둘이서 술 먹고 가는 길에 넘어진 것 같았는데, 의사가 이마가 꽤 많이 찢어져 꿰매야 한다고 말하자 갑자기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의사와 간호사들을 위협하는 탓에 두 명의 보안요원이 왔고 이 때부터는 간호사가 커튼을 쳐서 보지는 못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보안요원이 제압하고선 이후 보호자가 온 뒤에야 치료를 받고 집으로 귀가했다.

참,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있듯이 의사 또한 굉장히 다양한 타입의 사람들을 마주했을 것이고 앞으로도 마주할 것이다.

그럴 때면 문득 궁금했다.

의사도 사람인데 환자를 마주하기 전, 마주했을 때, 마주하고 나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視, 보다


환자를 마주하기 전 처음 보는 것은 바로 '차트'이다.

이 때, 의사들은 차트를 보며 진료 볼 환자에 대해 파악하는데 기록이 없는 하얀 차트는 저자의 미간을 살짝 찡긋거리게 만든다고 한다.

즉, 긴장한다는 뜻이다.

사실 많은 환자를 마주하다 보면 비슷한 환자들이 많아 경력이 쌓이면 긴장은 없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은가 보다.

그렇게 환자를 마주하면 환자가 꺼내는 '첫마디'가 그들의 첫인상을 결정짓는다고 한다.

꼬치꼬치 증상을 나열하는 환자부터 있는가하면 먼저 결론부터 내리고 병명을 물어보는 환자까지, 매우 다양하다고 한다.

그 외 환자를 마주했던 눈으로, 코로 그리고 같이 온 보호자를 보는 의사의 심리가 펼쳐지는데, 역시 의사도 사람이구나를 다시금 느꼈다.



聽, 듣다


"Everybody lies"

불면증을 원인으로 자연스레 병원에 들러 졸피뎀만 처방받는 환자들도 많다고 한다.

그럴 때면, 저자는 불면증의 원인을 다양하게 보고선 우울한 일이 있었는지 등 잠 못 드는 원인에 대해 물어본다고 한다.

대학교 때까지는 당연히 학업과 아르바이트 때문에 잠을 줄일 수밖에 없었는데 꼭 그게 아니더라도 잠을 자지 못했었다.

수면제 같은 경우는 그 종류가 다양한데 특히 졸피뎀 같은 경우는 한 번 복용하게 되면 어느 순간 없어서는 안 될 약이 되어버린다.

사실 부작용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전, 이미 그 위험성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몸도 아파 잠을 못 자니 단기간만 처방받은 적도 있었다.

그 때는 불가피하게 단기간만 복용했는데 정말 먹고나면 신기하게도 곧장 잠이 든다.

(낫기 위해 병원은 다니지만 약 먹는 것도 싫고 주사맞는 것도 싫다.)

이후, 먹기 싫은 것도 이유지만 졸피뎀이 안 좋은 것을 알기에 스스로 안 먹으려 했고 다른 약으로 처방받았지만 이래서 밤낮 바뀌어 일하시는 분들이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분들이 더 의지하는구나 싶었다.

환자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선 실제 거짓말을 걸러내기도 한다고 한다.

아파서 온 환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예외적으로 약만 받으려고 아픈 척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의사가 어떻게 보면 귀 기울이는, 듣는 직업이기에 이 또한 잘 걸러내는 능력이 길러지겠구나 싶었다.



打 ,두드리다


대개 병원을 가면 당연한 절차처럼 '검사'를 권한다.

아무말 없이 잘 따르는 환자들이 있는가하면, 그 검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환자들도 있다.

나같은 경우는, 당연히 필요한 검사만 진행할 것을 알기에 전자에 속하는 편이다. (다만, 채혈은 언제 해도 무섭다.)

아무튼 그에 대한 의사의 생각이 항상 궁금했는데 의사가 검사를 권하는 이유에 대한 고찰이 자세히 적혀있어 꽤 흥미로웠다.



觸, 만지다


의사로서 겪었던 경험담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부분이었다.

특히, (저자의 어머니로서의 마음도 이해가 갔지만) 저자의 어머니 이야기를 들을 때는 참 마음이 그랬다.



(결코 자랑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에 비해 병원을 자주 가는 편이다.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여기저기 고장이 났고 주에 한 번씩은 다니고 있는 것이 병원이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외출을 자제한 탓도 있지만 가족들 다음으로 많이 마주하는 사람이 의사선생님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병원 외에 대학병원에도 다니기 때문에 다양한 의사선생님들을 마주하고 있지만 의사선생님들 중에서도 환자를 다루는 타입이 매우 다양하다.

어렸을 때부터 다니던 병원의 선생님은 나를 아직도 어린 아이로 생각하신다. 오래 봐왔기에 어디가 아픈지 잘 헤아려 주시는 편인데, 혹여나 내가 하나씩 빠뜨리고 말이라도 안 할까싶어 꼬치꼬치 캐물으신다.

꽤 오래 봐온 대학병원 교수님도 평소 생활에 대해 묻는 등 불편한 곳이 있는지, 아픈 곳이 있는지 먼저 물어봐주신다.

다니는 병원 선생님들마다 딸처럼, 손녀처럼 안쓰러워하고 걱정해주시는 게 그대로 느껴져 병원가는 게 꺼려지지는 않는다.

책을 읽으며 의사들의 관점과 생각에 대해 엿볼 수 있었는데, 저자 또한 환자에 대해 진심어린 생각을 해주시는 의사선생님이구나를 느꼈다.

이번 법안으로 인해 의대생들의 국시거부 사태로 의사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특히, 신뢰도 면에서 많이 떨어져 심지어 의사들이 환자의 입장에서 치료하지 않는다는, 그저 돈으로만 본다는 이야기까지 나와 참 씁쓸했다.

물론, 소수는 돈으로만 보기도 하겠지만 저자와 같이 환자들의 입장에서 진료하려는, 치료하려는 의사들도 많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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