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자의 세계

저자 콜린 살터

해나무

2024-09-30

과학 > 기초과학 / 교양과학

과학 > 의학





현재까지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해부학 기록은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이다. 파피루스 자체도 3600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그 안에는 5000년 전 문헌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그중 하나는 머리 외상을 포함해 각종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군용 안내서로 추정된다.


1930년에 처음 해독되었을 때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에서 뇌를 뜻하는 상형문자(말 그대로 ‘두개골의 내장skull offal’)를 포함해 처음으로 해부학 용어가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파피루스는 뇌의 여러 부위를 기술하고, 머리를 다쳤을 때 몸에 나타나는 증상을 설명한다. 현재 뉴욕 의학 아카데미의 여러 소장품 중에서 가장 중요한 유물이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며 서유럽은 이른바 중세 암흑기에 들어섰다. 로마 문명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사라지면서 예술과 과학이 쇠퇴하자 지적 활동의 본거지가 동쪽의 콘스탄티노플로 옮겨갔다. 그곳에서도 갈레노스는 동로마제국을 통해 이슬람 사상에 영향을 미쳤다. 갈레노스가 사망한 직후, 그리고 그때부터 수 세기 동안 그의 여러 저술이 아랍어, 페르시아어, 시리아어로 번역되었다. 그러면서 서양 세계에서 과학이 고대 문헌에 대한 철학적 연구로 후퇴하던 시기에, 중동에서는 해부학에 대한 관심이 활활 타올랐다.



『인체의 해부』는 몬디노 데 루치가 1316년에 쓰고 1478년에 출간된 책이다. 인쇄술의 출현으로 전체적으로 복제가 편리해졌고 삽화를 판화로 넣을 수 있는 유용한 기능도 생겼다.


일부 역사가는 몬디노가 해부를 수행하긴 했으나 그런 공개적인 시범은 대개 해부학자가 직접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해부학자는 단상에 올라가 해부 과정을 말로 설명하며 대개는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연극의 내레이터처럼 책을 소리 내어 읽었다. 공개 해부에는 보통 세 사람이 참여하는데, 강독사lector(라틴어로 읽는 사람이라는 뜻)는 높은 곳에 앉아 책을 들고 해부 구조를 설명한다. 해부자sector(자르는 사람이라는 뜻)는 실제 절개와 적출을 담당한다. 지시자ostensor는 마치 칠판 앞의 선생님처럼 뾰족한 막대기를 들고 강독사가 설명하는 부위를 가리키며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킨다.



귀도의 삽화는 자신과 몬디노가 쓴 글의 이해를 높인 공이 있지만 확실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함께 묶일 수준은 아니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루긴 했어도 예술가는 아니었던지라 참수형을 당한 죄수의 머리에서 덮개뼈를 제거하는 이미지에서 원근법은 재앙에 가깝다. 마치 어린아이가 아침 식탁 위 에그 컵에 담긴 달걀을 그린 수준이다. 그러나 덮개를 머리 위가 아닌 옆에서 보여주고 정수리에서 두 판의 접합부인 두개봉합을 달걀에 금이 간 것처럼 묘사했다.



볼로냐에서 몬디노의 햅학을 연구한 사람 중에 야코포 베렌가리오 다 카르피(1460?~1530)가 있었다. 그는 몬디노의 『인체의 해부』 초판이 출간된 지 얼마 안 된 1489년에 볼로냐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았다. 외과외사의 아들인 베렌가리오는 볼로냐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아버지를 통해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풍부한 해부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인체에 괴망 retemirabile(소동정맥그물. 동맥과 정맥 사이의 교환을 통해 열을 보존하는 조밀한 혈관 네트워크)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반박했다. 괴망은 새, 물고기, 포유류를 포함해 많은 척추동물에서 나타나는데, 특히 갈레노스는 양의 해부에 기초해 인간의 해부 구조에도 괴망이 존재한다고 가정한 바 있다.



해부학자는 신체기관과 기관계에 대한 과학적 진실을 추구했지만, 예술가들은 초상화의 진실성을 갈구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와 조각가들은 해부학이 인간의 겉모습에 미치는 영향에 더 관심을 보였다. 예를 들어 팔 근육의 배열을 이해하면 사람의 몸짓을 더 잘 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골격에 대한 지식은 극적인 장면의 동작과 자세를 생생하게 표현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



해부된 남녀는 최소화된 풍경 안에 있다. 이 배경은 보는 이의 시선이 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세부 묘사를 절제하면서, 눈요깃거리로 강가의 배나 분류학적으로 정확하게 묘사된 식물 등을 보여준다. 피부를 벗기고 기관이 드러나는 부위는, 예를 들어 여성의 생식기관 주변은 마치 꽃잎이 벌어지듯 예술적으로 묘사되었으며, 잠자는 아기는 마치 담요를 끌어당기듯 자기 피부를 들어 올려 붙들고 있다. 심지어 해골은 제 살가죽을 끝까지 벗겨내어 내부가 잘 보이게 한다.



책을 구매하는 대중에게 현미경 해부학은 그저 참신한 눈요깃거리일 뿐이었지만 해부학자들은 서서히 그 무한한 가능성을 깨달았다. 레이던대학교를 졸업한 네덜란드 대학원생 얀 스바메르담(1637~1680)은 이 분야의 선구자였다. 그는 일찍이 곤충의 생활사를 연구했으며, 세상을 떠난 후 한참 뒤인 1737년에야 출간된 『자연의 성서Bybel der natuure』는 해부와 현미경으로 관찰한 종합 곤충 해부학 책이었다. 그는 아주 작은 생물에서도 신의 지고함을 보았고, 자신의 연구를 신의 경이로움에 바치는 찬사로 여겼다.



이런 불미스러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1752년에 영국 정부는 살인법을 제정해 처형된 살인자의 시신에 한 번 더 칼을 대는 공개 해부형解剖刑을 시도했다. 사형 집행 장소에서 ‘공식적인’ 절개를 마치면 시신을 의과대학으로 옮겨 더 자세히 해부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이 법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해부에 대한 대중의 혐오감을 조성해 범죄 발생을 막고 해부학자에게 더 많은 시신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1774년에 이들은 쿨무스 작 『해부도표』의 일본어 번역서를 『해체신서解體新書』라는 책으로 출간했다. 이 책은 쿨무스의 원본만이 아니라 여러 해부학 책에서 삽화를 빌려왔다. 그중 하나가 후안 발베르데의 『인체 구성의 역사』(1556)인데, 이 책도 삽화를 베살리우스의 『파브리카』에서 ‘빌려온’ 것이었다. 일부는 호버르트 비들로의 『인체의 해부학』(1685)에 처음 실린 삽화였다. 불과 2년 전에 출판된 『해시편』과 비교하면 놀라운 발전이었다. 가와구치 신닌의 해부도는 400년 전 가지와라 쇼젠의 그림을 상기시켰지만, 『해체신서』는 18세기의 현실성과 정확한 세부 사항을 자랑했다. 네덜란드 책이 일본어로 번역되었다는 것은 엄청난 의의가 있었다. 일본의 고립 정책은 1869년까지 계속되었으나 서양의 해부학은 최초로 그 저지선을 돌파한 과학 중 하나였다.



해부학 교사와 학생이 아주 오랫동안 겪어온 가장 큰 문제는 시체가 금방 부패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해부 수업은 날씨가 추운 겨울에만 할 수 있었다. 따라서 해부학 발전에 가장 보탬이 된 발명은 냉장 기술이었다. 각 기관이나 기타 표본은 알코올에 보관하면 되지만, 시신을 통째로 처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프랑스의 페르디낭 카레와 독일의 카를 폰 린데가 1860년대에 냉장 기술을 연구했지만, 해부학에서 최초로 사용된 냉동법은 훨씬 구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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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인생공부

저자 김태현

원작 블레즈 파스칼

PASCAL

2024-10-01

인문 > 서양철학 > 서양철학사

자기계발 > 처세술 / 삶의자세





오늘날 많은 사람이 성공과 성취를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며, 자신의 약점과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나 파스칼은 자신의 한계와 약점을 직시함으로써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진정한 인간의 위대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으며, 때로는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간은 존재의 의미와 목적을 끊임없이 탐구합니다. 우주의 광대함과 영원한 침묵 속에서 우리 존재와 삶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질문하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삶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우리가 찾는 답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우리를 불안하게 합니다.

이러한 불안과 고독을 극복하기 위해서 파스칼은 '생각하기'를 강조합니다. 파스칼은 "철학은 생 그 자체의 자각"이라고 말했습니다. …… 내면의 평화를 찾기 위해서는 불안을 직면하고, 내면을 탐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펴응은 굉장히 중요한 가치로 인종, 성별, 계층 등에서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이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스칼은 평등의 중요성을 대칭의 개념을 통해 시각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제시했습니다.


파스칼은 대칭의 개념을 철학적으로 해석하여, 대칭이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음을 즉각적으로 인식하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대칭의 원리를 이해하고, 시각적 정보와 인식 과정을 개선하는 데 활용하여,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대칭을 인식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차별은 저 멀리 사라지고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이는 진정한 이해와 조화의 상태로 가는 길임을 파스칼은 깨달은 것입니다.



파스칼은 진정한 웅변이란 단순히 화려한 말솜씨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감동시키는 것이 아닌, 진실은 전달하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즉, 진정한 웅변은 웅변을 비웃는다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진정한 소통은 거짓을 배격하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데 있습니다. 진심을 전달하고 상대방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말과 행동에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담아야 합니다. 그래야 타인과 소통할 때 혹은 다양한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거나 연설 등을 해야 할 때 듣는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최선을 다해 진심을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파스칼은 진정한 행복은 내면의 성찰과 깊은 욕망의 이해로부터 나온다고 했습니다. 외부의 조건이 아닌 내부의 만족과 평화에서 오는 행복이 진정한 행복입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무엇인지,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깊이있게 다음 항목들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첫째, 자기 성찰

둘째, 균형 잡힌 삶

셋째, 긍정적 인간관계

넷째, 마음 챙김과 명상

다섯째, 의미 있는 목표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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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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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저자 셸리 리드

다산책방

2024-01-08

원제 : Go as a River

소설 > 영미소설





사람마다 인생의 속도는 제각각입니다.

누구는 꽃길일 수도 있고, 누구는 자갈밭일 수도 있죠.

그렇게 인생길을 걷다가 간혹 주춤거릴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운명의 순간을 마주했을 때, 주어진 운명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까맣고 꾀죄죄한 한 이방인이 소녀에게 길을 물었봅니다.

소녀와 이방인의 대화는 짧았지만 그녀는 그가 상냥한 사람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

낯선 이가 하던 말을 멈추고 빙긋 웃어주자마자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으니깐요.


어머니를 일찍이 여읜 탓에 끌림이란 게 무엇인지 모르고 자란 그녀였는데, 이방인과의 모든 순간들은 그저 끌림의 연속이었습니다.

부모님은 서로의 애정을 드러낸 적이 없었던 지라 서로가 사랑했는지를 알 순 없었지만 열 두 살에 마주했던 그 사건 때 아버지가 어머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캐니언 시티로 복숭아 배달을 나갔던 어머니, 캘러머스 오빠, 비비언 이모가 집에 오질 않았는데 그들 대신 보안관 아저씨가 집으로 급하게 오게 됩니다.

그리곤 보안관 라일 아저씨가 무슨 말을 꺼내자 아버지는 빗물이 고인 진흙탕에 그대로 주저앉아버렸습니다.

그렇게 아버지, 남동생, 이모부 사이에서 빅토리아는 의지할 곳 없이 자라게 되지요.


"윌이야." 내가 대답을 마치기도 전에 그가 내 말을 가로챘다. "윌슨 문."

그는 자기 이름이 내 귓가에 감돌도록 잠시 기다리고는 내 쪽으로 손을 뻗으며 다가왔다.

"알게 되어 영광입니다, 빅토리아 양."


​의지할 곳 없이 지내던 빅토리아, 그런 그녀가 이방인과 사랑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타인에게 관심받는 것이 이렇게 좋은 일이구나.'라는 생각을 되뇌이며, 17년 동안 어떻게 누군가의 관심 없이 살아오게 된 것인지 빅토리아 스스로도 놀라게 됩니다.





"야!"

"저 새끼 누구냐?"


빅토리아가 윌과 함께 말을 주고 받던 그 때, 익숙한 목소리라 귓가를 때립니다.

바로 한 살 터울의 남동생, 세스였습니다.

어머니가 죽고 나서 자신과 남동생에게 한껏 사무적인 태도로 취하는 아버지보다 더 골치아픈 존재입니다.

평소처럼 길거리 한복판에서 술에 취해 휘청거리며 한껏 폭력성을 드러내는 세스, 빅토리아와 함께 있는 윌에게 막말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어느 날, 빅토리아는 실수를 하게 됩니다.

더 이상 꾸며낼 거짓말도 없는 데다 밀리 아주머니의 따뜻함에 지나치게 위안을 받은 나머지 어리석게도 속내를 털어놓고 말죠.

"혹시 여기에 윌슨 문이라는 남자애가 있는지 궁금해서요."

수줍은 마음을 애써 감추며 처음 뱉어보는 그의 이름에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는데, 그녀의 말에 순식간에 변하는 아주머니의 표정을 보니 아차 싶었던 것입니다.

"그 *인전 남자애 말이니?"

(*Injun : 아메리칸 인디언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이후 한바탕 소동이 생겨 목발을 짚게 된 빅토리아가 여인숙의 밀리 아주머니와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윌의 소식이 궁금했지만 밀리 아주머니의 반응을 보자마자 그녀는 곧장 과수원의 일꾼이 필요하다고 둘러댑니다.

사실 윌의 혈통보다 걱정스러웠던 건 그가 이미 마을에서 떠나고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후, 빅토리아는 아버지, 이모부, 세스 그리고 데이비스가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됩니다.

윌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윌에 대한 온갖 험한 말들이 오갔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데이비스는 윌을 쫓고 있었던 것이죠.

다음 날, 아빠, 세스를 도와 배달을 나간 그녀는 윌을 잡는다는 수배 전단을 보게 됩니다.

현상금까지 붙어있던 그 전단이 세스의 눈에도 포착되죠.

배달을 마친 후, 복숭아 노점에 가서 일손을 보태라는 아버지의 말에 빅토리아는 노점으로 가게 되는데 거기서 윌슨 문과 다시 재회하게 됩니다.


식사를 마치고 부엌을 나서려는 아빠에게 다시 노점으로 나가 마감을 도와주고 오겠다고 얘기를 꺼내는 빅토리아.

그녀의 말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아빠는 대충 대꾸해줍니다.

그 순간은 빅토리아가 아빠에게 생전 처음 하는 거짓말이자 윌슨 문의 품에 다시 한번 안기기 위해 기꺼이 지불해야 할 대가였습니다.


루비앨리스 에이커의 집에 있던 윌과 다시 재회하게 된 빅토리아, 짧은 입맞춤을 나누고 그날 오후 미루나무에서 다시 만나 긴 포옹을 나누게 됩니다.

그렇게 그들은 결국 연인이 되었습니다.

이런 저런 말들로 둘러대고 윌과의 시간을 보내는 빅토리아는 그와 사랑도 나누게 됩니다.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자유에 순종적이고 소심한 소녀에서 스스로 결정내리고 위험을 감수하는 여성이 된 기분이 들게되죠.


윌이 이곳을 떠나 어디로 간다 한들 세스 같은 사람이 없겠는가?

어디로 간들 세스처럼 분노로 가득한 사람, 피부색이 어둡다는 이유만으로 괴롭히려는 사람이 없겠는가?

윌은 도망칠 생각이 전혀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하게 됩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살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늘 그러셨거든. 방법은 그뿐이라고."





세스가 언제부터 미행한 것인지 판단력이 흐려질 정도로 둘의 사랑은 점점 깊어져만 갔습니다.

버드나무 숲에서 윌이 빅토리아의 손을 붙잡고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지 일주일이 되던 날, 윌은 그렇게 사라지게 됩니다.

빅토리아는 윌이 아닌 암흑 속에 나타난 세스를 마주하게 됩니다.


"내가 현상금보다 더 좋은 걸 건졌어, 누나."

"더 큰 걸 건졌고말고."

"응, 더 크고 좋은 거지."


짐작하듯이, 세스는 윌을 당국에 넘기지도, 마을 밖으로 쫓아내지도 않았습니다.

불을 켜면 눈앞에 피 묻은 세스의 손이 나타날 게 틀림없었기에 빅토리아는 떨리는 몸을 부여잡고 복도를 지나 침대로 기어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11월 말의 어느 날 아침, 빅토리아는 슈퍼마켓 구석에서 한 대화를 듣게 됩니다.


시체를. 블랙 캐니언 바닥에서. 그 인전 놈. 피부가 거의 벗겨진 채로. 차 뒤에 있었다나. 던져졌대.


사랑 그리고 슬픔과 죄책감같은 여러 감정들이 휘몰아치며 빅토리아를 짓눌렀습니다.

무고한 소년을 포용하기엔 세상은 너무나도 잔인했습니다.

떠날 수 있었지만 그녀를 사랑했기에 윌이 선택했던 이곳은 결국 그의 무덤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를 떠나게 했다는 죄책감을 마냥 안고 갈 순 없었습니다.

그녀 안에는 아주 작은 태아가 자라고 있었죠.

몸이 무겁고 피곤한 줄 알았는데, 배가 동그랗게 부르고 안에서 느껴지는 움직임으로 인해 빅토리아는 그제야 자신이 임신했음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만삭에 접어들어 두꺼운 옷으로도 커버할수 없게 되자 빅토리아는 편지 한 통을 남기고 결국 가출을 택하게 됩니다.

그렇게 5월이 지나 6월이 되었고 빅토리아는 건강한 아이를 출산을 하게 되죠.





나뭇잎을 갉아먹으며 몇 차례의 허물을 벗고 성장하는 애벌레는 마지막 허물을 벗고 번데기가 됩니다.

그렇게 겨울을 보낸 후 허물을 벗은 번데기는 나비가 되는데, 이 과정이 빅토리아와 꼭 닮았습니다.

순탄치 못했던 그녀의 삶을 보며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에게 자연스레 대입하게 되는데, 시대 혹은 나라가 달라도 주인공의 삶에서 자기 삶의 편린을 발견할 수 있어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굳센 회복력으로 살아가는 그녀에게 결국 주어진 것은 '결실'이었습니다.

우리의 삶 또한 도처에 장애물들이 즐비해 있지만, 그저 살아가면 됩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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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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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1 : 인간의 자각과 개명 - 동서양 고중세 철학과 미래 세계에 대한 성찰

저자 백종현 외 16인

21세기북스

2024-08-01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2 : 인간 문명의 진보와 혼란 - 서양 근대 철학과 감성과 이성의 경합

저자 이재환 외 18인

21세기북스

2024-08-01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현실'은 일면 ① '실제'를 뜻하고, 그런 경우 '현실적' 또는 '실제적'은 '이론적' 내지 '사변적'과 반대되는 의미를 지닌다. 또 '현실'이 실제로 있음, 곧 ② '실재'를 뜻할 때 그것은 '관념'이나 '이상' 내지는 '상상'과 반대의 의미를 지닌다. '현실'이 ③ '실현된 것'을 의미할 때는 어떤 이념이나 이상이 '작용'한 결과를 지시하기도 하니, 이런 경우 '현실'은 오히려 이념이나 이상과 불가분리적이다. 그런가 하면 '현실'이 ④ '현실성'과 교환이 가능한 말로서 '실존' 내지 '현존성'을 뜻할 때, 그것은 '가능성'이나 '필연성'과 구별되면서 '부재'와 반대의 의미를 지닌다. 여기서 '현실성'은 한낱 '존재'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함'을 지칭한다.



사람들은 '철인의 학문'인 철학을 보통 ① '지혜의 학문' 또는 ② '모든 학문의 근본 학문'이라고 규정한다.



노자 철학에서 천하를 수렴하는 무위의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통치자가 갖추어야 하는 조건은 크게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세계의 항상적 질서를 올바르게 통찰해내기 위한 ‘허정’의 인식론적 태도와 그 질서에 부응하기 위해 후천적으로 학습된 문화적 요소들을 제거해나가는 ‘비움’의 과정, 그런 ‘자기 비움’과 상보적인 관계에 있는 ‘절제’의 노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을 거쳐 획득되는 인격적 특성으로서의 ‘유약함’이 바로 그것이다. 이 ‘유약함’은 타자를 받아들임으로써 거꾸로 그 타자를 실효적으로 지배하려는 정치적 의도의 결과라는 점에서 실제로는 강함을 지향하는 역설의 유약함이다.



구원의 진리를 버리는 첩경은 그 진리의 근원인 배후 세계와 배후 세계에 있는 신(神), 이데아, 리(理)와 같은 형이상학적 존재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기독교들인 서구인들에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신앙하고 있던 야훼 신을 죽이지 않는 한 그때까지 그들을 지배하고 있던 기독교의 계율과 같은 구원의 진리를 거부할 수 없었다. 신을 죽일 수만 있다면 그로부터 비롯되는 선천적인 도덕적 계명은 의미를 잃게 될 것이며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의 선천적인 도덕적 의무에 구속되는 대신에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이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은 서양 정치 사상사에서 처음으로 더이상 시간적?공간적 경계에 묶이지 않은 보편적 공동체를 명시적으로 제공한 사례이며, 동시에 그러한 초월적이고 이상적인 공동체로부터 나오는 정체성이 이전보다 깊은 수준에서 자아의 핵심을 구성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긴 희망의 호흡 속에서 사랑할 수 있고 동경할 수 있는 공동체로서의 신국은 스토아의 세계시민주의(cosmopolianism)에 결여되어 있던 열망과 정서의 계기를 접목시키는 데 성공했다.


인류세는 인간의 역사로는 커버할 수 없는 너무나 큰 지구의 과거를 포함한다. 작은 것을 큰 것에 붙이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반대로 큰 것을 작은 것에 붙이면 정체성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인류 역사의 전사(前史)에 해당하는 지구의 역사를 연구하는 대표적인 학문이 지질학이다. 인류세의 역사화를 위해서는 역사학의 시간 범주를 지질학적 시간대로까지 확장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서술된 인류세의 역사는 지질학인가, 역사학인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느 학문 분야에 속하느냐가 아니라, 인류세의 역사가 어떤 방식으로든 탐구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문제의식은 역사학의 차원을 넘어서는 인문학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발한다.





버크 『연구』의 가장 괄목할 만한 점은 숭고함이 고통에 기반하면서도 어떻게 고통과 다른가에 대한 설명이다. 핵심을 말하면, 숭고를 고통의 완화로 보았다는 점이다. 먼저, 숭고는 미적 즐거움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아름다움도 즐거움이고, 숭고함도 즐거움이다. 절대 상보적이 아닌 전혀 다른 즐거움이다. 어떻게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가장 강렬한 느낌인 공포가 즐거움으로 변모되는가? 어떻게 공포가 이완되어서 즐거움이 되는가? 근대 미학사의 긴 역사를 통해 이 질문은 인간의 철학적 욕구를 자극한 많은 질문 중 하나로 이 분야의 문헌에서 ‘비극의 즐거움(pleasure of tragedy)’ 혹은 ‘즐거움의 역설(paradox of pleasure)’이라는 주제로 빈번히 논의되어왔다.



헤겔에 따를 때 철학은 이처럼 자신이 발 딛고 선 세계의 ‘현재’ 삶 속에 녹아 있는 정신의 본질과 이념을 사유하고 그것의 ‘실현’을 촉진하는 일, 그래서 이 세계가 그것 본연의 이성적 규범에 더 잘 부합되도록 만드는 일에 복무하면서 ‘미래’의 전망을 여는 시대의 아들이다. 그러므로 헤겔이 참된 철학의 모습을 묘사하기 위해서 황혼녘이 되어서야 날개를 펼치는 미네르바의 올빼미라는 메타포를 사용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대미문의 규범적 이상이나 유한한 인간의 세상 안에서는 결코 실현될 길이 없는 절대적인 초월적 이념 같은 것에 매달리기를 삼가는 철학, 현재의 우리 세계를 구성하는 특유의 현상과 규범적 이념을 개념적으로 사유하는 철학, 그런 철학은 현실의 정신이 무르익은 다음에라야 비로소 ‘시작’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의지가 사라진 무의 상태’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허의 상태라기보다는 오히려 신비주의적인 환희의 상태를 가리킨다. 쇼펜하우어는 이러한 신비주의적 환희의 상태가 모든 위대한 종교에서 가장 이상적인 상태로서 공통적으로 설파되고 있다고 본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이렇게 은총처럼 주어지는 무의 상태 속에 있는사람만이 온전히 이기심을 극복했기에, 기독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웃을 제 몸같이 사랑할 수 있고 불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보살의 자비행을 행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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