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 - 직장인의 어깨를 다독인 51편의 시 배달
김기택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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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건내며, 『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

 

 

  

『하나, 책과 마주하다』


해가 뜨면 또 분주하게 시작되는 하루, 버스와 지하철은 출근하려는 직장인들로 분주함 그 자체이다.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얼굴들을 보면 하나같이 다 피곤해보인다.

나도 처음에는 출근길 그냥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 매일같이 책을 보곤했는데, 칼퇴는 커녕 반복되는 야근에 지쳐 아침에는 지하철 손잡이에 의지한채 눈감고 출근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면 공허함과 허무함이 온 몸을 감싸곤한다.

이럴 땐, 소설·에세이부터 자기계발서, 명언집까지 닥치는대로 읽어 내 마음을 채워주려 하지만 그보다 좋은 분야는 시인 것 같다.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항상 내 가방 한 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는 총 51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는데 딱 현대 직장인들에게 위로가 될 만한 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 2편이 가장 와닿아 이렇게 남긴다.



참 좋은 말 _천양희


내 몸에서 가장 강한 것은 혀

한잎의 혀로

참, 좋은 말을 쓴다


미소를 한 육백개나 가지고 싶다는 말

네가 웃는 것으로 세상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

오늘 죽을 사람처럼 사랑하라는 말


내 마음에서 가장 강한 것은 슬픔

한줄기의 슬픔으로

참, 좋은 말의 힘이 된다


바닥이 없다면 하늘도 없다는 말

물방울 작지만 큰 그릇 채운다는 말

짧은 노래는 후렴이 없다는 말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말

한송이의 말로

참, 좋은 말을 꽃피운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란 말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는 말

옛날은 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자꾸 온다는 말




오토바이 _이원


왕복 4차선 도로를 쭉 끌고

은색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질주한다

오토바이의 바퀴가 닿은 길이 팽창한다

길을 삼킨 허공이 꿈틀거린다

오토바이는 새처럼 끊긴 길을 좋아하고

4차선 도로는 허공에서도 노란 중앙선을 꽉붙들고 있다


오토바이에 끌려가는 도로의 끝으로 아파트가 줄줄이 따라온다

뽑혀져 나온 아파트의 뿌리는 너덜너덜한 녹슨 철근이다

썩을 줄 모르는 길과 뿌리에서도 잘 삭은 흙냄새가 나고

사방에서 몰려든 햇빛들은 물을 파먹는다

오토바이는 새처럼 뿌리의 벼랑인 허공을 좋아하고

아파트 창들은 허공에서도 벽에 간 금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다


도로의 끝을 막고 있던 아파트가 딸려가자

모래들이 울부짖으며 몰려온다 낙타들이 발을 벗어들고 달려온다

그러나 낙타들은 우는 모래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고

모래들은 울부짖으면서도 아파트 그림자에 자석처럼 철컥철컥 붙어간다


모래도 뜨겁기는 마찬가지여서

오토바이는 허공에 전 생애를 성냥처럼 죽 그으며 질주한다

아파트는 허공에서도 제 그림자를 다시 꾸역꾸역 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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