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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
『책에서 마주친 한 줄』
이리하여 우리는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왔다. 아침은 네 아이가 함께 먹고, 평일에는 매일 두 분의 가정 교사가 찾아와 점심과 휴식 시간을 끼고 오후 2시 무렵까지 공부하고, 이후에는 저녁 식사 때까지 자유롭게 놀아도 되는 생활, 규칙적이고 정겨운, 기분 좋은 생활로.
언뜻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간 듯 보였다. 오후 시간의 대부분을 나는 도서실에서, 우즈키는 정원에서, 오빠는 자기 방에서 보냈다.
물론 나는 갑자기 토하는 일도 없어지고 우즈키도 거친 말을 쓰지 않게 되었으며 오빠 방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모차르트나 차이콥스키의 아름다운
선율이 들려온다. 하지만 무언가가 달라져버렸다. 초등학교에 다니기 이전과 이후. 불과 석 달 사이에!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언니를 혼자 중국에 보내는 일은 없었을 테고, 아사미 씨
집으로 우즈키를 보내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할머니도 할아버지가 계셨다면 좀 더 건강한 모습으로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천진하고 무모한 열정으로 러시아 여성을 사랑한 그 일본인 청년은 이제 작은 담배합 속에 조용히 머물고 있다.
두 명의 연금 생활자와 언제까지고 어린아이 같은 독신녀. 이제 거주자가 세 사람뿐인 이 낡고 넓은 집은 때때로 그렇게 부르르 몸을 떨며 달콤한
한숨을 내쉰다.
『하나, 책과 마주하다』
너무나도 복잡한 가족관계에 정말 이럴 수가 있냐는 생각이 들면서 책 앞장을 몇 번이고 다시 봤는지 모른다.
등장인물의 관계를 잘 봐야한다. 나도 처음에는 '헉' 할 수 밖에 없었지만. (빨간색은 딸이고, 파란색은 아들이다.)
무역회사를 경영하는 할아버지 다케지로와 러시아인인 할머니 기누.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기쿠노, 유리, 기리노스케.
유부남 기시베와 기쿠노가 만나 낳은 노조미, 모든 것을 알고서도 기쿠노와 결혼한 도요히코.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리쿠코와 고이치.
도요히코가 할아버지비서인 아사미 사이에서 낳은 우주키.
3대에 걸친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집안은 흔히 말하는 콩가루 집안이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각 등장인물마다 기구한 삶을 갖고있었다.
읽다보면 옹호하게 되고 연민을 갖게된다. 그리고 그 상황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비록 소설이였지만 이런 집안이 있을까 싶기도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행복해했다.
비록 엄마가 다르는 등 불완전한 가족구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꼭 평범한 가족구성이어야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보여준다.
즉, 여기서 말하는 것은 저렇게 평범한 가족들이 겉으로 화목해보여도 속은 모른다는 것이다.
겉과 속, 모두가 행복한 가족은 진정 드물 것이다. 모두들 최소 하나의 사연은 품고산다. 우리가족도 마찬가지다.
말하지 않을 뿐이지 누구나 사연은 다 가지고있다.
전에 방송에서 나왔던 한 CF가 떠오른다. 참가자들은 건강검진인 줄 알고 받으러왔다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라는 결과를 의사에게 받고 나홀로 검진결과를 확인하게 된다. 그것은 내가 아파서 시간이 남지않았다는 것이 아니였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즉 앞으로 살아가면서 내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지 CF에 불과했지만 얼마나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는지 모른다.
어떤 이들은 스마트폰과 함께 하는 시간보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더 적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우선시되야 하는 것은 가족이며 마주앉아 말을 건네고 대화해야한다.
가족이 모르면 누가 알아주겠는가! 자꾸만 단절되고 있는 가족구성원의 증가. 모든 해답은 서로의 대화에 달려있다.
나는 오늘도 나의 사랑하는 가족에게 애정어린 사랑표현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