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 나오미와 가나코

 

 

 

 

 

『책에서 마주친 한 줄』

 

"저기 말이야, 현실을 직시하자. 여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들은 모두 입으로는 그렇게 말해. 하지만 지금까지 약속을 헌신짝처럼 뒤집어왔던 남자가

 갑자기 지킬 리 없잖아."

"그래도 앞으로 한 번만 더……."

 

교섭을 끝낸 나이토와 나오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긴장이 풀리지 않은 채 출구로 향했다.

사무실 문에는 장사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것인지 붉은 바탕에 노란 글씨로 '복(福)'이라고 쓰인 팻말이 뒤집혀 붙어 있었다.

나오미는 그 표독스러운 색채에서 문화적인 차이를 통감했다. 옳다는 개념이 통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역시 아마추어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이미 끝난 일이다. 어떻게 할까.

성가신 일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 회사에 부탁해서 삭제해달라고 할까? 아니, 그 사실이 본가에 알려지면 더 수상하게 생각할 뿐이다.

이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본가에서 포기하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푹 고꾸라질 것처럼 걸었다.

고개를 들자 약간 앞에서 나오미가 두 팔을 벌린 채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 책과 마주하다』

눈을 떼지 못하게 할 정도로 빠른 전개로 진행된다. 그래서인지 독자들을 화악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그게 오쿠다 히데오 작가의 특징이기도 하다.

 

제목과 같이 이 책은 나오미와 가나코의 이야기이다.

나오미는 백화점 외판부에서 개인 고객들을 맡으며 일하고있고 가나코는 가정주부이다.

상반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알고보면 서로 너무 잘 맞는다. 그래서인지 둘은 어릴적부터 친하게 지내온 친구사이이다.

가나코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선 괜시리 그냥 걱정되는 마음에 나오미는 불시에 가나코의 집으로 갔다가 놀라고만다.

가나코의 예쁜 얼굴이 시퍼렇게 변한 것이었다. 그렇다. 가나코의 남편이 가정폭력을 행하고 있던 것이였다.

나오미는 가정폭력을 당하는 가나코를 보며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연상시키며 떠올리게 된다.

나오미의 아버지도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했는데 여태까지 꾹 참고지내는 어머니를 나오미는 이해할 수가 없다.

 

무디지않고 빠른 전개덕에 뒷부분의 줄거리를 이야기하면 완벽한 스포일러를 하는 것이기에 꾹 참아야겠다.

간략히 말하면 나오미는 가나코에게 가정폭력에서 해방되어 이혼하라고 종용하지만 가나코는 경찰에 남편을 신고하는 것도 무서워한다.

그렇게 밍기적대던 가나코가 나오미와 함께 남편을 죽이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래서 가나코는 나오미와 함께 남편살인계획을 성공시켰을까? 완벽한 범죄에 그쳤을까? 그 뒤, 가나코는 행복해졌을까?

이 모든 전개가 순식간에 일어나니 꼭 보기를 바란다!

 

가정폭력, 끊이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인 것 같다. 우리주변에도 한번쯤은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가정폭력을 당하는 집안들이 꽤 흔한 것 같다.

중요한 건 한번 폭력이 시작되면 완벽하게 끊을 수는 없는 것 같다. 물론 개과천선하면 확실하게 끊을 수도 있겠지만.

"실수로, 딱 한 번 손찌검을 했다하더라도 애초에 갈라서야지. 절대로 봐주면 안되!"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뉴스매체에서 접하는 기사들을 보면 보통 가정폭력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상습적으로 행해진다는 것이다.

 

가정폭력이 낳는 결과는 피해자에게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준다.

계속해서 당하는 입장이다 보면 그것을 당연시하게 생각하고 자존감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경악스러웠던 건 주변사람들의 무관심이였다.

남편의 가족들은 분명 가정폭력을 행하고 있음을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가해자인 남편을 감싸안으려고 한다.

오히려 피해자인 가나코를 압박하기에 이르는 것을 보고있자니 내가 더 화가 치밀어올랐다.

만약 알고있음에도 모른 척 행동하고 있다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방관자도 가해자나 다름없다.

애초부터 가정폭력따위는 존재하지 않아야한다.

 

그래서 가나코는 나오미와 함께 남편살인계획을 성공시켰을까? 완벽한 범죄에 그쳤을까? 그 뒤, 가나코는 행복해졌을까?

이 모든 전개가 순식간에 일어나니 꼭 보기를 바란다!

 

"저기 말이야, 현실을 직시하자. 여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들은 모두 입으로는 그렇게 말해. 하지만 지금까지 약속을 헌신짝처럼 뒤집어왔던 남자가 갑자기 지킬 리 없잖아." "그래도 앞으로 한 번만 더……."

교섭을 끝낸 나이토와 나오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긴장이 풀리지 않은 채 출구로 향했다. 사무실 문에는 장사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것인지 붉은 바탕에 노란 글씨로 `복(福)`이라고 쓰인 팻말이 뒤집혀 붙어 있었다. 나오미는 그 표독스러운 색채에서 문화적인 차이를 통감했다. 옳다는 개념이 통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역시 아마추어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이미 끝난 일이다. 어떻게 할까. 성가신 일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 회사에 부탁해서 삭제해달라고 할까? 아니, 그 사실이 본가에 알려지면 더 수상하게 생각할 뿐이다. 이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본가에서 포기하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푹 고꾸라질 것처럼 걸었다. 고개를 들자 약간 앞에서 나오미가 두 팔을 벌린 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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