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 1
김호경 지음, 정형수.정지연 극본 / 21세기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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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비록 ♡

 

 

 

 

 

『책에서 마주친 한 줄』

"너희들의 머리가 큰지 작은지 알아보려 하니 익선관을 써보아라" …… "이것이 어찌 보통 사람이 쓸 수 있는 것이겠습니까?"

"풍신수길이란 자는 눈빛에 광채가 깃든 것이 담략과 지략을 갖춘 듯 보였습니다. 더욱이 전국을 통일한 직후라 자신감과 야심으로 가득 차 금방이라도 조선으로 쳐들어올 듯하였사옵니다. 신은 필시 병화의 징조가 올 것이라 느꼈사옵니다."

"그렇지 않사옵니다! 왜군이 쉬이 올 것 같지 않사옵고, 온다 해도 걱정할 것이 못 되옵니다. 게다가 쥐와 같은 풍신수길의 눈에 광채라니요? 풍신수길의 행동거지는 과장되고 허세에 가득 차 있었사옵니다."

"나는 도성을 버리려는 것이 아니다! 조선 팔도를 구하기 위해 잠시 도성을 떠나 전력을 재정비하겠다는데 어찌 그게 잘못되었다는 것인가! 그대들은 허망하고 이상적인 논리로 과인에게 도성을 수성하라 하지만, 전쟁은 왕이 잡히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걸, 다시 반격할 기회도 사라진다는 걸, 정녕 모른단 말인가! 비변사에서는 당장 파천 준비를 하라!"​

『하나, 책과 마주하다』

요즘 KBS에서 방영하고 있는 『징비록』이 굉장히 핫하다. 나는 아예 TV를 안 봐서 보진 못했지만; 이렇게 책으로 접하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의 첫장을 폈던 게 출근길의 지하철이였다. 얼마나 흡입력 높은 책인지 단숨에 읽어버렸다.

 

징비록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직전과 국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조선을 표현하고 있다.

읽는 내내 답답하기 그지없고 너무 화가 나서 '욱'하기도 했다.

 

조정의 무능함을 너무나도 여실히 보여주는데 내가 다 부끄럽고 수치스러울 정도였다.

왜구의 침략을 번번히 막을 수 있었지만 그것을 매번 거부한 것은 선조와 일부 신하들이였다.

그렇게 무능한 정권아래에 당한 것은 힘없는 백성들이였다.

왜구의 침략으로 선조가 파천을 결정했을 때, 백성들이 직접 성을 불태웠다고 하니 조정이 얼마나 썩어빠졌는지 짐짓 짐작케한다.

얼마나 백성들이 왕을, 조정을 믿지 못했으면 성을 직접 불태웠을까!

 

왕이 '바른'생각으로 유도되지 못하면 그것을 바로잡아줘야 하는 것이 신하인데 그 중 일부 신하는 정말 답이 없다.

조선이 속국이라고 홍보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지킬 의지조차 보이지 않은 정철, 김성일, 이일등은 쫓아내버리고 싶은 신하들이였다.

그들은 명나라가 조선을 지켜줄 것이라 굳게 믿고, 어떻게든 자국의 힘으로 해결해보려는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

 

백성들은 안중에 없는, 그저 자기 목숨이 중하기 때문에 고민도 없이 바로 파천을 결정하는 선조! 어떻게 그런 무능한 그가 왕이 된걸까?

"너희들의 머리가 큰지 작은지 알아보려 하니 익선관을 써보아라"라는 물음에
제일 어렸던 하성군이 "이것이 어찌 보통 사람이 쓸 수 있는 것이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 말 한마디로 하성군이 선조가 된 것이다.​

 

왜군이 조선을 침범하고 불과 보름 만에 임금은 백성을 버렸고, 궁은 불에 타버렸다.


왜병들은 무혈입성이 너무 기뻐 북과 징을 연달아 치며 흥인문을 지났다.
조선군은 말할 것도 없고 백성까지 한 명도 보이지 않는 도성은 공동묘지와 진배없었다.
천천히 말을 달려 종로 거리를 지나 종묘를 거쳐 경복궁에 이를 때까지 돌멩이라도 던져보는 필부지용의 백성조차 없었다.

나의 분노가 극에 달함과 동시에 멍하게 만들었던 대목이다. 그렇다. 왜군들은 힘들이지 않고 편하게 점령했다.

 

징비록1은 이야기의 끝을 담고 있지않는다. 그래서 이전에 읽은 『조선왕조실록』과 『조선 왕을 말하다』를 생각해보았다.

지난번 포스팅을 보니 내가 선조에 대해 얼마나 화가 나있는지 알 수 있다.

『조선 왕을 말하다』 리뷰→ http://blog.naver.com/shn2213/22020087595

비록 조선의 왕들 중 소수만 보았지만 가장 무능하고 무지한 왕을 꼽자면 선조와 인조인 것 같다.
나라를 버리고 자신의 옥체보존을 위해 도망갔던 왕, 선조.

백성을 버리고, 나라를 버린 왕을 왕이라 칭하기도 부끄럽다. 선조 또한 인조처럼 무능한 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는 검소한 생활을 하였고 초기에 수많은 인재들을 등용했다. 하지만 임진왜란 발발 이후 그의 행보는 그 자신을 무능한 왕으로 전락시켜 버렸다.

선조가 전쟁 이전 일본을 갔다 온 조선통신사였던 김성일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황윤길의 의견을 받아들여 확실하게 전쟁대비를 했다면,

전쟁발발 당시 도망치지 않고 어떻게든 막아내려고 했다면, 전쟁이후 수습처리에 확실히 힘을 썼다면, 조정의 기강을 바로잡고 올바른 정세를

펼쳤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 같다.

『징비록』은 류성룡이 지은 책으로서, 임진왜란 이후 그가 직접 지은 참회서이다.
류성룡은 다시는 이런일이 없도록 참회하는 마음으로 징비록을 써내려갔다.
과거의 사람들만이 대상이 아니다. 지금의 사람들도 징비록을 보며 무언가를 느꼈으면 한다.
 
무능한 정부아래 당하는 것은 백성들이였다.
2015년, 지금의 정부는 어떤 모습일까? '메르스'라는 질병으로 인해 말그대로 흉흉함, 그 자체이다.
가면 갈수록 여실하게 보여지는 정부의 무능함에 너무 화가 난다.
정부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곳이지, 그저 좋은 옷을 입고 떵떵거리게 하려고 생긴 것이 아니다.
이들이 뭔가를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요즘 대한민국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 의구심만 계속해서 든다.

매일 챙겨보는 CNN, BBC, NY times, TIMES 등을 볼 때마다 너무 부끄럽다. 국제적 망신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1차 감염자에서 못 막았다면 2차 감염자에서 어떻게든 막았어야 했는데 3차 감염자라니!

외국의 단호하고 절대적인 대처가 부러울 뿐이다. 외국은 나라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열심인데 우리나라는 국민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

그제부터 지하철에 사람이 확 줄었다. 콩나물시루같았던 출근길이였는데 지하철은 물론이고 버스에도 사람이 없다.

심지어 병원도 사람이 없다. 아파도 꾹 참고 병원에 가지를 않는단다.

진작에 감염자가 발생한 병원을 공개하고, 접촉했던 이들을 끝까지 추적해 격리하고, 그들의 치료에 주력했다면,

'메르스'라는 질병에 안이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면 이런 사태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정작 뭉쳐야할 때인데, 분열의 조짐 좀 없었으면 좋겠다.

서울시장의 기자회견으로 보건복지부가 불편한 태도를 보였는데, 솔직히 여태까지 보건복지부의 태도를 보면 불신감만 커져서 믿지를 못하겠다.

이미 여기까지 와버렸다. 더 이상의 감염자없이, 무사히 모두가 건강하기를 바랄뿐이다.

 

징비: 지난 잘못을 경계하여 삼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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