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가서 미안해 - 걱정 많고 겁 많은 유부녀의 3개월간의 유럽 가출기
권남연 글.사진 / 꿈꾸는발자국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 혼자 가서 미안해 ♡

 

 

 

 

 

 

『책에서 마주친 한 줄』

언덕 위에 위치한 탓에 주변 전망도 끝내줬다.

대부분이 펴이로 이루어진 아테네 시가지는 저 멀리 바다와 산을 배경으로 하얀 지들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전망이 무척이나 시원스러워서 나는 좀처럼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전망을 바라보다가 순간 울컥하고 눈물이 날 뻔도 했다.

갑자기 신랑 생각이 난 것이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늘 함께 하고 싶은 반쪽을 멀리 두고 자진해서 혼자가 된 나를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 이드라는 참 자연스러웠다. …… 그도 그럴 것이 이드라는 차가 다니지 않는 섬이다. …… 그래서 산토리니에선 관광 상품으로 활용되는 나귀도

이곳에선 현지인에게 더욱 사랑받는 듯했다. …… 그들은 저마다 등에 봉지나 상자 같은 것을 지고 가만히 서서 주인을 기다린다.

성격도 어찌나 순한지 낯선 내가 다가가 쓰다듬어도 순진한 눈망울로 얌전히 몸을 맡겼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오래된 집들도 매력적이다. 특히 집집마다 튀어나온 발코니가 무척이나 이색적이다.

몰타를 여행하다 보면 이러한 발코니들에게 시선이 안 가려야 안 갈 수가 없다.


삐걱대는 나무문을 열면 아다한 정원이 보이고 그 너머로 두브로브니크의 오렌지색 지붕들이 서로 다른 높낮이로 겹겹이 펼쳐졌다.

아침이면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리고, 오후가 되면 교회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던…….


얼음이 가득 들어간 시럽 없는 아메리카노가 그렇게 먹고 싶었다. …… "에스프레소 한 잔이랑 생수 작은 것 하나, 그리고 미안한데 얼음도 주실 수

있나요?" …… 기다란 물잔에 에스프레소를 붓고 생수와 얼음을 채우니 꽤 그럴 듯한 모습이 완성되었다. …… 쌉싸래한 커피향이 입 안 가득 퍼지며

순식간에 개운해졌다. 커피 한 잔의 행복. 광고에서 들어봄직한 이 말이 절실하게 와 닿은 순간이었다.

 

스웨덴 남자들은 대체적으로 키가 훤칠하고 준수한 외모를 자랑했다. 헤어스타일도 깔끔하고, 옷도 꽤 잘 입었다.

결혼을 한 유부나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실 난 총각들보다 유부남들에게 더욱 시선이 갔다.

스톡홀름의 유부남들은 하나같이 가정적인 모습이었다. 번화한 시내든, 한적한 주택가든, 그들은 언제나 아이들과 함께였다.

 

"내가 살아보니 젊음만큼 좋은 게 없어요. 마음껏 여행하고, 마음껏 인생을 즐기도록 해요."
할머니가 인자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어쩐지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또 한 명의 할머니가 생각났다. 한국에 계신, 나의 시할머니 말이다.​

 

 


 

『하나, 책과 마주하다』

남편과 강아지와 오붓하게 살고 있었는데 시어머니도 아닌 시할머니와 같이 살게 된 작가는 꿈에도 생각지못한 시집살이를 하게 되었고 몸도, 마음도

아프게되자 3개월의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일종의 작가에게는 도피여행이였지만 책의 마지막장을 덮게되면 이것은 도피여행이 아닌 작가에게 마음의 안정을 주는, 일종의 휴식여행이였던 것 같다.


내가 비록 결혼하진 않았지만 '시집살이'에 대한 마음고생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아직 인생의 반 이상을 산 것도 아니고, 30년을 산 것도 아니지만 요즘은 지치고 힘들기만하다.
여러 이유들이 있지만, 그로 인해 마음고생이 심했고 몸도 자꾸만 아픈 게 아닐까싶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여행길이 너무나도 부러웠고, 같이 여행하는 기분으로 읽어서 그런지 나의 유럽여행에 대한 로망 또한 높아진 것 같다.

중간중간 작가가 여행한 곳이 담겨있는데 보기만해도 가슴이 뻥 하고 뚫린다.

 

 

그리스 산토리니하면 라라라라-라라라라-하는 배경음과 함께 포카리스웨트가 떠오른다.

꽃할배들의 여행지로도 더 유명해진 그리스 산토리니는 이런 곳이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언덕과 계단이 무수하게 많은 모디카는 크게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나뉜다고 한다.

사진으로 봐도 모디카는 엄청난 웅장함과 위용을 뽐낸다. 옛스러움이 마구 묻어나는 곳인 것 같다.


혼자 여행한다는 것은 즐거움도 있지만 막상 두려움도 따르기 마련이다. 특히 여자 혼자여행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조심은 하되, 일생에 한번쯤은 꼭 해볼 만한 게 '혼자 여행'인 것 같다.


나의 해외여행 경험은 아쉽게도 단 한번뿐이다.

해외여행 경험이 없던 나는 고등학교때 미국에 계신 고모집에 몇달 가게되었다.

그 때의 경험은 아직도 잊을 수 없이 생생하기만하다.

어렸을 때, 국내여행으로 비행기 몇 번 타봤다고 하지만 기억은 전혀 나질않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제주도로 수학여행간 게 전부이니 해외로 비행기에 몸 실은 건 처음이였다.
그날 따라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비행기가 계속 지연되고, 또 지연되고 경유하는 과정에서 짐이 나오질 않아 헤매고 또 헤매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어찌저찌해서 무사히 도착을 했는데 얼마나 감격스럽던지!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몇달간의 미국생활의 설레임이 공존하는 순간이었다.
비록 추운 겨울에 갔지만 새롭게 가는 곳마다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나의 기억 속 공간에 담기 바빴다.

국내에서의 짤막한 여행들도 설레고 설레기만 하는데, 해외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더 설레이던지!


그래서인지 이렇게 여자 혼자여행하는 분들을 보면 존경의 눈길이 간다.

분명 그들에게 설레임도 있지만 막상 두려움이 있을테였고, 여행의 결정은 용기가 따르기 마련이니깐!


이러저러한 이유로 매번 여행가기를 실패했지만 내년에는 기필코 가리라 마음먹는다

 

 작가가 여행 중 만나게 된 한 할머니가 들려준 말은 괜스레 곱씹게 된다.
"내가 살아보니 젊음만큼 좋은 게 없어요. 마음껏 여행하고, 마음껏 인생을 즐기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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