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 오베라는 남자 ♡

 

 

 

 

 

『책에서 마주친 한 줄』

거실 바닥에는 오베의 '유용한 물건들'이 들어 있는 상자가 하나 있었다. 그게 그들이 이 집 안의 물건들을 분류하는 방식이었다.​

​오베의 부인이 샀던 것은 모두 '사랑스러운' 혹은 '가정적인'것들이다. 오베가 산 물건은 모두 '유용한'것들이다.

그는 그녀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는 커다랗고 둥근 바위에 조심스레 손을 얹고, 마치 그녀의 볼을 만지듯 좌우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보고 싶어." 그가 속삭였다.

그는 흑백으로 이루어진 남자였다.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였다.

이 세상은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나기도 전에 그 사람이 구식이 되어버리는 곳이었다. 더 이상 누구에게도 무언가를 제대로 해낼 능력이 없다는 사실에

나라 전체가 기립 박수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범속함을 거리낌 없이 찬양해댔다.

​죽기 전에 누굴 도와야 했는지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때가 올 때까지는 늘 낙관적이다.

다른 사람과 무언가를 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대화를 나눌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묘한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바로 눈앞에 닥친 시간을 살아갈 뿐이다.​

『하나, 책과 마주하다』

​꼬장꼬장한 성격으로 널리 알려진 원칙주의자였던 오베의 이야기를 찬찬히 듣고나면 웃프기만(웃기고 슬프기만)하다.

그는 답답하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다. 이웃과도 친하지않고 말그대로 타인과 단절된 삶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원칙주의자니 당연히 삶의 패턴 또한 정해져있다.

그런 그에게는 아내인 소냐가 전부였는데 6개월 전 사고로 아내를 떠나보내게 되면서 자살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런데 이게 우연인지 필연인지 싶을 정도로 그의 자살계획들은 모조리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밧줄로 목을 매고 자살하려는 순간, 툭 끊어진 밧줄로 인해 실패, 차 안에서 질식사 하려는 순간, 이웃의 등장으로 실패, 저 멀리 달려오는 기차가 승강장에 들어서는 순간 뛰어내려 했지만 정신잃고 떨어진 사람때문에 실패, 약물자살하려는 순간 고양이와 이웃의 개 때문에 실패, ……실패, 실패!

계속해서 실패를 거듭한다. 그런데 이렇게 자살을 몇 번이고 시도한 오베에게는 무엇이 남았을까?

 

극도의 우울증? 계속된 자살계획? 아니다. 그에게는 결국 행복이 남았다.

무슨 뜻일까? 계속해서 자살을 시도한 사람에게 남은 것이 결국 행복이라니!

그의 자살시도를 번번이 실패하게 했던 방해물들이 그에게 행복을 알려준 장본인들이다.

어쩌다가 고양이를 보살펴주게 되었고, 이웃과 친해지게 되었고, 우정에 금 갔던 친구 루네와도 다시금 친해지게 되었다.

알고보면 그의 아내인 소냐의 소망이자 바램이었다.

읽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 방해물들은 하늘에서 소냐가 보내준 것이 아닐까? 오베를 위해.

 

타인과의 관계, 요즘 세상에 타인과의 관계하면 '끈끈함' 또는 '친밀함'이라기보다 '단절'에 가깝다.

요즘은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 모를 정도로 이웃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다.

타인보다 자기중심적인 시대인데다, 현실적으로 보면 워낙 흉흉한 시대라 옆집 이웃이 위험한 이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집 옆집에 살던 어떤 아저씨가 있었는데 한번도 인사를 나눈 적이 없었지만 그 아저씨가 살고있다는 것은 알고있었다.

그런데 어느순간 보이지 않았는데 몇 주 뒤, 뜬금없이 경찰아저씨 두명이 와서는 옆집에 살던 아저씨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였다.

자세한 죄목은 모르지만 도주중인 용의자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곤 정말 오-싹했다.)

그렇다고 이웃과의 관계를 단절하자는 말은 아니다. 잘 판단하여 이웃과의 친말한 교류를 유지하자는 이야기이다.

 

마지막 뒷부분을 보면서 내 뺨 위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오베의 아이러니하게 돌아가는 자살 계획을 보고있으면 웃음이 나와 책장을 빠르게 넘기며 읽었는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천천히, 그리고 마음 한 구석 슬픔을 억누르며 읽었다.

그렇게 오베이야기는 웃음과 감동이 진득하게 묻어나는 이야기였다.

또한, 오베는 빈껍데기의 인간이 아니였다. 그것을 끄집어내지 못했을 뿐,​ 따뜻함이 속으로 꽉 찬 인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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