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뭇잎은 떨어지는 순간에도 아름답다
가을이 깊어지면 나무를 바라보는 시간이 조금 길어진다.
여름 내내 짙은 초록으로 가득했던 나뭇잎들이 어느새 노랗게, 붉게 물들어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잎들은 서로 부딪히며 작은 소리를 내고 가지 끝에 매달린 몇몇 잎은 더는 버티지 못한 듯 천천히 땅으로 내려온다.
한때 나무를 가득 채웠던 잎들이 하나둘 떨어지는 풍경은 어딘가 쓸쓸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마냥 슬프지만은 않다.
나뭇잎은 떨어지기 전까지 자신의 색을 바꾼다.
초록을 내려놓고 노란빛을 띠기도 하고 붉은색으로 물들기도 한다.
더는 여름의 모습으로 머물 수 없지만, 그렇다고 아름다움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마지막으로 보여 주는 색이 더 선명할 때도 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무언가를 잃어가는 순간을 너무 쉽게 슬픔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익숙했던 관계가 멀어질 때, 오랫동안 해오던 일을 내려놓을 때, 예전과 달라진 나를 마주할 때.
그럴 때면 마음 한편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 오래 붙잡고 싶고 가능하다면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처음의 모습으로 머물 수는 없다.
시간이 흐르면 마음도 달라지고 사람도 달라지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도 조금씩 바뀐다.
어떤 순간은 끝나고 어떤 자리는 비워진다.
그 변화가 반드시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나뭇잎이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해서 그 계절이 실패한 것은 아니듯, 우리에게도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이 있을지 모른다.
떠나는 것과 사라지는 것은 어쩌면 다른 일이다.
나뭇잎은 가지를 떠나지만 그 나무가 지나온 시간을 지우지는 않는다.
초록으로 머물렀던 날도, 햇빛을 받아 반짝이던 순간도, 붉게 물들었던 마지막 모습도 모두 그 나뭇잎의 시간이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지나간 시간은 더 이상 현재에 머물지 않지만, 그 시간들이 만들어 놓은 마음과 기억은 여전히 우리 안에 남아 있다.
그러니 무언가가 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서운해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의 모습이 이전과 다르다고 해서, 지금의 내가 덜 아름다운 것은 아닐 테니까.
11월의 나뭇잎을 바라본다.
떨어지는 잎을 보며 떠남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잎이 보여 주는 마지막 색을 오래 바라보고 싶다.
어쩌면 아름다움은 오래 머무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달라지는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에도 있는지 모른다.
오늘 우리에게도 그런 순간이 찾아온다면, 조금은 천천히 바라봐도 좋겠다.
